'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언젠가 올 이별들을 위한 인사, 'CIAOSMOS'.
혼성 듀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네 번째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정말 예상외의 일들이 많았네요. 2004년 12월에 발매된 데뷔앨범 '소의 성공과 2006년의 두 번째 앨범 '입술이 달빛'이 소포모어 징크스를 무색하게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점이나 전작과는 다른 색채를 보여준 점이 그러했죠. 또 2007년에 세 번째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를 발표하면서 '요조'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표한 점도 그러했고 그 덕분에(?) 세 번째 앨범이 가려진 점도 그러했네요. 2008년에는 여행앨범 '일곱날들'을 발표하면서 '거의 1년에 앨범 한 장'이라는 왕성한 창작력을 이어가는 모습이었지만, 2009년과 2010년을 그냥 넘어간 점도 역시 그러했구요. 당연히 금방 찾아올 새 앨범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겠고, Discography로는 2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지만 간간히 공연 활동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곡들을 보여주었기에, 네 번째 앨범에 대한 기다림은 더욱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선 제목 'CIAOSMOS'는 이탈리아어로 '안녕'을 의미하는 'Ciao'와 우주를 의미하는 'Cosmos'의 합성어로 '안녕으로 가득한 우주'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의 제목 역시 'Ciaosmos'입니다. IDM을 연상시킬 만한 조용한 전자음들과 함께 시작하여 보컬 '은지'의 음성이 은은히 울려퍼지면서, 많은 소규모의 팬들 마음 한 구석에 숨겨놓았던, 데뷔앨범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물씬 피어납니다. 소규모의 '음악적 우주'에 접근합니다. 반갑습니다.
'언젠가 올 우리의 이별들을 위해'로 맺음하는 짧지만 강렬한 가사는 엄청난 몰입에 빠져들게 합니다. 4분에 이르는 긴 인트로라고 할 수 있지만 마치 30초 정도로 느껴질 만큼 빠르게 지나갑니다. 'Dream is Over'는 소규모식의 미니멀리즘이 돋보입니다. 단촐한 악기 구성과 간단히 반복되는 구조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적당히 흥겨운 분위기는 2집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중용은 1집에 가깝게도 들립니다.
'Ladybird'는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의 공연들에 참여한 청자라면 들어보았을 곡입니다. 바로 'Bugs fly again'으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가사가 완성되면서 혐오스러울 수 있는 bugs에서 ladybird로 바뀌었나 봅니다. 전자음(삐)과 자연음(새소리)가 어우러진 배경음은 조용한 이 곡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이어지는 'Life is Noise'는 여러면에서 'Ladybird'와 한 쌍같은 곡입니다. 이어지는 배경음이 그렇고 연주도 그렇습니다. 이 앨범에서 전체적으로 자연음과 소음(noise)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아예 제목에서 '인생은 소음이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Ciaosmos를 대표하는 모토일까요? 콧소리 섞인 민홍의 목소리는 약간 귀를 거슬리며 '코러스'와 '소음' 경계에 위치합니다.
창밖으로 스쳐지나는, 복잡한 도시를 그려낸 '23 Red Ocean' 역시 독특한 샘플링이 인상적입니다. 명상적이고 정중동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물에 사는 돌'은 어느 트랙보다도 소규모의 '회귀'를 느낄 수 있게합니다. 가장 편안한 구성으로 감동을 극대화하는 소규모의 기교가 빛납니다. '서부간선'은 소규모의 앨범들에 감초처럼 껴있는 '민홍 보컬'의 트랙입니다. 지난 앨범들에서 느끼기 힘든 락킹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 괜찮은 것'에서는 '~것'의 열거와 놀림노래 형식의 믹스로 소소한 재미를 들을 수 있습니다. '던져지고 있는 돌'도 공연들에서 들을 수 있던 곡입니다. 쉐이크와 드럼 소리로 시작되는 공연에서 볼 수있는 '소규모다운' 구성으로 무대 위의 소규모가 그리워지게 합니다. 마지막은 연주곡 'Love on'입니다. 안녕으로 가득한 우주이지만 '사랑은 계속되어야한다'는, 평소 소규모의 철학이 담겨있는 곡이 아닐까 하네요.
오랜만에 찾아온 네 번째 앨범 'CIAOSMOS'는 이렇게 10개의 트랙으로 막을 내립니다. 오랜 기다림과 공연들에서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들을 생각한다면 '10'이라는 숫자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짧아서 아쉽지만,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는 영미 인디음악에서나 들을 만한 참신한 시도들은 귀를 즐겁게 합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우주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좀 더 황성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5/03 21:31
2011/05/03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