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세계 최강국 '미합중국(미국)'와 전세계를 둘러싼 음모론을 들여다보면, 자주 발견되는 단체의 이름이 보이곤 한다. 바로 수 많은 비밀과 음모를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이름의 '프리메이슨'이다. 그와 함께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이 '템플 기사단'이나 '일루미나티'다. '그레이엄 헨콕'과 '로버트 보발'이 함께 쓴 '탤리즈먼 : 이단의 역사'는 오랜 시간 전세계를 둘러싼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되는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템플 기사단'을 다루는 책이다. 그레이엄 헨콕은 '신의 지문' 시리즈로 더 잘 알려진 저자이기도 하다.

제목인 '탤리즈먼'은 '종교적 염원 혹은 신념이 깃들어 현세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물건'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민속 신앙 속의 '부적'이나 '장승'도 탤리즈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긴박했던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대로 운을 띄운 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문명시대까지 조명한다. 그리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승자'로서 문명의 암흑기였던 서양의 중세를 강력하게 지배해온 ' 정통 기독교의 입장'에서 기독교의 역사만큼 혹은 더 오래 존재해온 이단 종파와 이교적 사상과 철학에 관해 긴 호흡을 유지하며 이야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보다 더 순수하고 이상적으로 종교다우면서도 훨씬 '이성적인'이 이단과 이교의 사상이 많은 사람이 '기독교'과 '성경'에 품었을 의문들을, 이성적으로 더 잘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과 이교를 숭배했던 사람들이 훨씬 더 속세에 의연한 종교인다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통 기독교에 의해 박해받았던 이단 종파의 수행자들의 모습이 도교의 '도사'들이나 불교의 '승려'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고대 헤르메스 주의와 유대교 신비주의 등과 자유롭게 사상을 공유하면 '철학적 사조'에 가까웠던 순수 기독교는 다분히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정통이하고 자부하는 한 종파'에 의해 현재에 이른다. 성서 직해주의적인 소위 '정통 기독교'는 로마의 황제들에 의해 받았던 박해처럼 그들의 입장에서 이단이었던 종파들과 이교를 '로마의 황제들처럼' 배척하고 박해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헤르메스 주의에 기반을 둔 이 이단 혹은 이교의 뿌리는 사라지지 않고 마니교, 카타리파 등 시대에 따라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헤르메스주의적 사조'는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그 반격들은 번번히 실패했고 비밀결사로 이어지는데, 그 시작이 바로 '템플 기사단'이라도 한다. 역시 이단으로 몰려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비밀결사로 이어졌고 '장미십자회'와 '프리메이슨'으로 이어졌다. ('일루미나티'는 프리메이슨의 비의적이고 열성적 계파 정도로 볼 수 있다.)

프리메이슨은 아직도 비밀결사 조직이기 때문에 그 조직의 목적이나 목표는 구성원이 아니면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근대화에 있어서 프리메이슨의 역사적 공헌과 헌신을 생각한다면, 음모론에서 이야기하는 프리메이슨의 모습은 다소 악의적으로 보인다. 20세기 이후 점차 지지 기반이 약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세한 승자의 입장에 있는 기독교에 의해 악의적 왜곡이 의심되기도 한다.

종교와 비밀결사에 관한 내용을 방대한 고증과 적절한 추리로 풀어내는 이 책은, 600쪽이 넘는 달하는 분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다만 인물사전처럼 수 많은 이름들, 특히 프랑스식 낯설고 긴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여 기억력을 시험한다. 그리고 다분히 원서를 직역한 듯한 번역체는 몰입을 방해하는 또 다른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