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책의 '영리한 구성'을 빼놓을 수 없겠다. 텍스트만으로는 책 반 권도 나오지 않을 분량이지만, 작가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을 이용하여 한 권을 채우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이지만 읽기에는 그다지 가볍지 않을 수도 있는 내용들을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담아서, 사이사이 주위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작가의 고집이었는지 아니면 편집부의 전력이었는지 알수 없지만, 분명 '사진 + 텍스트'의 구성은 '미니홈피(싸이월드)'의 '일기장'과 '사진첩'이나 블로그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런 반 쯤은 개인적이고 반 쯤은 공개된 새로운 도구에 익숙한 지금의 2,30대에게 이런 구성은 충분히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만하다. 역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거쳐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는 나에게도, 주로 여성 사용자들이 사진과 함께 올렸던 (허세도 적당히 들어간) 감성적인 문장과 문단들이 떠올랐다.
글의 내용들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20대의 연예에 대한 회한과 30대의 다짐, 그리고 노처녀의 허세'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예민한 관찰력과 감성적인 표현력으로 써내려가 감수성이 더해진 글들은 공감의 요소를 만들어낸다. 최근 '웰빙(well-being)'에 이어 '힐링(healing)'이 유행하면서 힐링을 강조하는 감성 에세이들이 많이보인다. 이 책도 그런 시류에 편승하여 쉽게 써져서 쉽게 소비되는 소비재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시집 열풍이 '미니홈피와 블로그 세대'에 적합게 변형되고 포장된, '새로운 에세이의 사조'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이애경 작가의 글에는 신문의 가쉽란처럼 가볍게 읽고 잊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알맹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