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가 보유한 수 많은 히어로들의 '원작자'이자 '명예회장'인 '스탠 리(Stan Lee)'의 바람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작된 '마블 코믹스' 히어로들의 영화화 열풍에서, '첫 10년'동안 가장 성공한 히어로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스파이더맨 3부작'이 가장 높은 자리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가 호흡을 맞춘 이 3부작으로, B급 영화의 대표적 감독이었던 샘 레이미는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고 '토비 맥과이어' 역시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하는 동시에 '스파이더맨'일 생각하면 떠오를수 밖에 없는 '피터 파커'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을 배제한 '스파이더맨 리부트' 소식은 수 많은 팬들에게 '혼돈과 공포'였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이야 스파이더맨3까지 이끌고 오면서 그 연출력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팬들의 뇌리에 이미 깊숙히 박힌 '토비 맥과이어=피터 파커'라는 공식 때문에 예상 가능한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더구나 새로운 시리즈의 감독으로 로맨틱 '500일의 썸머'로 막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초보 감독 '마크 웹'이 내정되고, 주인공으로는 토비 맥과이어와는 많이 다른 이미지의 '앤드류 가필드'가 선택되면서 그 혼란은 더 커졌을 법합니다. 당연히 샘 레이미 감독의 오리지널 3부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지만, '히어로 무비'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나이트 3부작'이나 '마블'이 직접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제작한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을 생각한다면, 2000년대의 '두 번째' 10년'에는 오리지널 3부작 시절보다 더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기에 단순한 비교는 '가혹한 차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리부트의 첫 번째 영화로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우려를 뛰어넘는 준수한 영화였습니다. 더구나 원작 코믹스를 충실하게 스크린에 재현하여 오랜 코믹스팬들에게는 호평을 받으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속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는 비로소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화된 개성을 갖추게 된 부분입니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역시 좋았지만, 지나치게 고민이 많은 히어로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멀리 'DC 코믹스'의 '배트맨'이 아니더라도, '헐크'나 '울버린'처럼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히어로들은 마블 유니버스에도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코믹스에 충실하게 어리고 촐싹거리는 이미지의 스파이더맨이 더 개성적이고,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충분히 성공적인 리부트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의 강점은 '마크 웹' 감독이 연출을 하면서 도드라진 로맨스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액션 히어로물'이 아닌 '로맨스 히어로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구적 영화'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도 그런 특징들은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고화질 디지털 상영이 보편화 되고 화질의 선명함이 높아지면서 고의성이 있었는 지는 알수 없지만, 액션 장면 특유의 색감은 '소니 픽쳐스'와 같은 계열사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 속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악당들과의 격투 장면은 볼 만하지만, 기대 이상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로맨스 장면들에서의 연출은 역대 어느 히어로 무비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납니다. 영화 촬영 장면들이 담긴 스틸컷에서부터 예견 되었던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과 이어서 피터가 그녀의 묘지를 바라보며 계절이 바뀌는 장면은 순수 로맨스 무비에 넣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통속극의 눈물을 짜내는 '감정의 과잉'을 유도하지 않고, 그 장면과 상황 자체로 아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연출에서 '마크 웹' 감독의 탁월함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후속편이 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과 스핀오프 '시니스터 식스'에 대한 염두 때문인지, 이 영화 한 편만으로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의 짜임새가 부족한 점이나 클라이막스가 빈약한 점은 전작에 비해 아쉽습니다. 마치 '어벤져스'를 앞둔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 사람은 저 뿐이었을까요? 별점은 3.5개 입니다.

* 영화 속 대사들이나 오스코프의 스페셜 프로젝트를 보면 눈치챌 만한 떡밥도 있지만, 원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낌새는 있지만 알아 볼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과 비슷하게 엔딩 크레딧에 이어지는 쿠키 영상이 있지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곧 다가오는 5월에 극장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마크 웹'이 '소니 픽쳐스'의 '스파이더맨 리부트'로 '21세기 폭스'와의 했던 계약을 미루면서, 두 영화사의 타협점으로 그런 쿠키 영상이 실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