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세계화에 실패했다는 기사들이 보인다.

그 실패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망상도 크게 한 몫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피자'지만, 최근까지우리가 즐겨먹던 피자는 아메리칸 스타일에 가까웠다. 201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서 '나폴리 피자' 등 진짜 이탈리안 스타일에 가까운 피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인식 속의 피자'는 미국식이다. 중식당에서 먹는 중화요리의 대표적인 메뉴 '짜장면'도 본토와는 전혀 다르게, 한국식으로 계량된 요리이다. 일식당에서 회를 먹을 때도, 한국식으로 초장에 찍어먹는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심지어, 우리가 흔히 '인도 요리'라고 알고 있는 카레도 한국인이 먹는 방식은 일본식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런데 그런 망상이 팽배한 상황은, '역지사지'가 결여된 지독하고 멍청한 '이기주의'라고 볼 수도 있겠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고추장/고춧가루를 버려야 한식이 살 수 있다고 본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자극적인 '매운맛'은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멕시코/중국 등과 겹치는 포지션이다. 매운맛은 통증에 가깝고, 매력을 담고 있는 다른 미묘한 맛들을 쉽게 가린다.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에는 한반도에 고추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그 자체도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우리 문화와 생활양식의 영향을 받는, 고정되지 않은 개념이다. 차라리 '선(禪)'과 접목된 '사찰음식'이나, 고추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로 사용한 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과 시장에 대한 '접근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식의 작은 가능성은 최근의 소규모 집밥 열풍에 있다고 본다.

함께 먹는 '탕/찌개/전골류'는 세계 시장의 주요 타켓이 되는, 개인주의적인 '서양인'의 식습관과는 상충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일식처럼 1인분씩 정갈하게 담겨나오는 소규모 집밥들의 모습은, 이미 세계화에 성공한 '일식'처럼 깔끔하면서도 한식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왁자지껼하게 정이 느껴지는 한 그릇에 담아 떠먹는 식탁이 아름답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식 편견일 수있다. 상품성으로 본다면 아직까지 '한국'의 이미지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접목시키는 편이 더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맛 뿐만 아니라, 그 맛을 담아내는 방법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망상은, 세계화에 성공한 음식들을 살펴본다면, 사실상 연구 및 개발을 게을리하고 날로 먹으려는 심보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