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나니아 연대기'의 첫번째 이야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개봉일이 29일인줄로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어제 CGV 사이트에서 28일의 상영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어제부터 상영을 시작했더군요. 잽싸게 가서 보고왔습니다.
본 느낌은 '판타지의 로망이 있고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하는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귀여운 4남매와 말하는 동물들 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친숙한 판과 켄타우로스, 미노타우로스가 등장하는 '사자, 마녀 그라고 옷장'은 저를 동심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좀 티나는 CG합성과 착한 편의 CG에 비해 어설퍼 보이는 나쁜 편 괴물들의 모습들이 아쉽기는 합니다. '킹콩'에서도 여성의 긴 머리가 옥의 티로 문제가 되었는데 '나니아 연대기'에서도 그 점이 옥의 티로 보입니다.
하지만 귀여운 4남매와 말하는 동물들, 신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재미와 흥분을 제공합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심오한 내용과 대단한 볼거리로 중무장 했었지만, 그 심각함으로 압박을 줄 뿐 TRPG에서 느껴봄직한 '로망'을 느낄 수는 없었거든요. (참고로 저는 1998년부터 TRPG를 해왔답니다.) 전설의 동물, 유니콘을 탄 주인공이나 곰 세 마리가 끄는 설매를 탄 마녀는 정말 '로망'이 철철 흐른다고 해야겠습니다. 특히 '마녀' 누나(?)는 고약한 성질만 뺀다면 대단히 매력적인 케릭터입니다. 마법지팡이와 검을 동시에 휘두르는 모습의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와 비슷하네요.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를 때의 그 카리스마는 압권이었습니다.
내용의 전개는 어찌보면 단순할 정도로 예상이 가능합니다. 저연령층까지 포용하는 내용이기에 선과 악의 구분도 참으로 단순명쾌하구요.
제 2차 세계 대전 중 영국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 '영국'이라는 설정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반지의 제왕의 네 명의 호빗처럼 이 영화의 4남매도 'United Kingdom'의 4개 왕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착한 편을 이끄는 '아슬란'이 사자라는 점도 마찬가지겠구요.
아슬란을 보좌하는 녀석이 '켄타우로스'라는 설정은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의 모습을 차용했나봅니다. 그리스 신화의 수 많은 영웅들은 대부분 현명한 스승인 '켄타우로스'의 가르침을 배웠답니다. 그 켄타우르스 중 유명한 '케이론'이 있지요. 판은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신화 속 종족이지요. 또 '희생과 부활'이라는 개념은 모두 익히 알고 있을 성경에서 차용했겠지요.
총 6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이번 시리즈의 첫번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시리즈의 첫단추를 끼우는 작품으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엔팅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찾아올 후속편들이 기대되더군요. 별점은 4.5개입니다.
덧붙여,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이 영화도 아이들이 주인공인데 앞으로 5편이나 남은 시리즈 촬영기간동안 아이들이 몰라보게 커버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드네요. 제발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CG처리는 나중에 한다고 해도 주인공 등장 장면은 빨리 촬영해 뒀으면 좋겠습니다.
2005/12/29 11:30
2005/12/29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