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의 사랑 테마송,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River flows in you)'

'Ruvin'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난 '이루마'의 대표곡 'River flows in you'.

2000년대 초반 '이루마'라는 이름은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함께 국내 '뉴에이지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었습니다. 더구나 '뉴에이지'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지지 기반이 부족했던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그는 당시 한국계 영국인(현재는 한국 국적으로 국방의 의무까지 완료)으로 우리말 이름과 깔끔한 외모와 솔직담백한 센스로 '국산 뉴에이지'의 정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국산 뉴에이지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집 'Love Scene(2001)'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고로 꼽을 만큼 탁월했던 2집 'First Love(2001)'와 드라마 '여름동화'에 수록된 'Kiss the Rain'으로 인기를 모은 3집 'From the Yellow Room(2003)'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 발표된 정규앨범 외의 OST(영화 '오아시스', 클레이메이션 '강아지똥') 및 스페셜 앨범('Destiny of Love', 'Nocturnal Light... They scatter')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전성기를 누리게 되죠. 인기에 힘입어서 2집 'First Love'는 연주앨범으로는 특히 드물게도, 인기곡 'Kiss the Rain'을 비롯한 총 3곡의 string version이 추가된 리패키지로 2005년에 재발매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First Love 리패키지는 뉴에이지 음악의 스테디셀러로서 현재까지도 꾸준히 판매순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구요.

하지만 4집 'Poemusic(2005)'의 기대 이하의 부진에 이어 군입대에 후에 발표된 5집(2006)과 제대에 맞춰 발표된 6집(2008)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입대 전까지 거의 매년 전국투어로 바쁜 모습이었고,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본 뮤지션으로서도 공연으로 인해 음악적 재충전의 여유에 대한 우려가 느껴졌었죠. 그리고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그의 창의적인 감수성을 무디게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구요. 그런 요소들이 합쳐져 결국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위태로운 '슬럼프'가 찾아온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잊혀진 뮤지션이 되어가던 그가 2009년 말 즈음에 두 장의 EP를 발표합니다. 'Movement on a Theme by Yiruma'이라는 제목의 연작 EP로 디지털 앨범으로만 발표되었고 각각 4곡을 담고 있죠.(첫 번째 디지털 EP는 2010년 발매된 한정판 박스세트인 'Ribbonized'에 수록되어 정식 음반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루마의 심기일전을 엿볼 수 있었는데, 특히 보컬리스트들과의 코라보레이션은 새로웠습니다. 가수들에게 곡을 준 일도 있고, 자신의 앨범에 스스로 노래를 한 적도 있지만 앨범에서 객원보컬이 참여한 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였습니다. 영어 제목은 'River flows in you'로 바로 2집 'First Love'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 곡이죠.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 위에 아름다운 스트링 세션과 '바드(Bard)'의 멤버이기도 한 'Ruvin(루빈)'의 음성으로 되살아난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웠습니다. 특히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홀로 튀지 않고 완전히 곡에 어울려, 여러 물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강을 이루듯, 곡에 녹아든 Ruvin의 음성은 이 곡에 더욱 강력한 호소력과 감동을 더했구요. 흔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은, 신비하고 고결한 분위기의 사랑 노래로 다시 태어난 'River flows in you'는 마음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죠.

이루마의 전성기를 연 앨범 'First Love'의 수록곡 가운데서도 무대 위에서 그가 자주 연주했던 곡을 새롭게 되살려낸 그의 마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과거에 대한 향수였을까요? 아니면 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었을까요? '이루마'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곡들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사랑의 테마송'으로 환생한 'River flows in you'는 반갑기만 합니다.

이 곡은 가수 '팀'의 새로운 앨범에 다르게 편곡되고 새롭게 연주되어 수록되었지만, 보컬곡으로서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만한 감동을 전해주지는 않더군요. 최근 지난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루마, 빨리 분쟁에서 자유로워져서 전성기 시절의 감수성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0/12/28 02:35 2010/12/28 02:35

Me, Taylor Swift, Speak Now -part 3-

마지막으로 Deluxe Edition에 포함된 Bonus CD 수록곡들을 살펴보겠습니다.  US version의 Bonus CD에는 미공개 3곡과 acoustic version 2곡(Back to December, Haunted), 그리고 Mine의 Pop mix version의 순서로 총 6 트랙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international version은 미공개 3곡과 acoustic version 2곡은 동일하지만, US version 3곡이 추가되어 총 8 트랙을 담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좋다고 할 수 있겠고 다른 세 곡이 지역화 전략에 따라 다르게 수록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미공개 3곡은 정말 왜 'Speak now'의 정식 수록곡이 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할 만큼, 보석 같은 트랙들입니다. 'Ours'는 흥겨운 컨트리 넘버로, '우리의 사랑'을 노래하는 예쁜 트랙입니다. 예쁜 목소리와 예쁜 연주에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집니다.

이어 'If This was a Movie'는 분위기를 달리하는 팝 넘버로, 싱글로 발표되더라고 성공을 거둘 만큼 매력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이별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을 가득 채우고 넘치는 그리움을 그려내는 일기장 같은 솔직한 가사와 그 그리움을 가득히 담아낸 보컬은 Taylor Swift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앞서 이쁜 발음도 그녀의 매력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이 곡에서도 'Come back, come back, come back to me like'로 시작하는 후렴구가 그렇습니다.

미공개 3곡의 마지막은 'Superman'이라는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미국적인 제목의 트랙입니다. 편안한 모던락 넘버로 슈퍼맨을 짝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가사는 간절하지만 경쾌합니다. 그렇기에 Taylor Swift의 어떤 곡들보다도 싱얼롱하기에 좋은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존재인 '슈퍼맨'은 미국의 금융위기 이전, 부유했던 미국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단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세 곡이 정식 수록곡이 되지 못한 점을 유추해본다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한 모습을 들려주려는 세 번째 앨범에서 위 세 곡들은 소녀의 모습에 가까운 감수성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탈락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Speak now' 보다는 'Fearless' 앨범에 수록되었으면 더 어울렸을 법하기 때문이죠.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노래하는 'Ours'나 사랑했던 시절로 돌아가자고 애원에 가까운 'It This was a Movie', 그리고 동경 대상에 대한 소녀적 감수성으로 가득한 'Superman' 모두 여인이 아닌, 소녀의 목소리에 가까우니까요. 혹은 이 곡들은 'Fearless' 수록곡들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곡들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너무 좋은 곡들이기에 이렇게 Deluxe Edition으로나마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Back to December'의 acoustic version은 어쿠스틱 기타 등 현악기의 연주가 강조되면서 그녀의 음악적 기반인 컨트리가 부각됩니다. 'Haunted'의 acoustic version은 밴드가 사라지고 오히려 피아노 연주가 강주되면서 piano version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습니다.

이어 US version의 세 곡은 믹싱에 변화를 준 트랙들입니다. 'Mine'과 'Back to December'은 쟁글 거리는 현악이 두드러지면서 컨트리다워졌고, 'The Story of Us'의 경우 정말 미묘하게 믹싱이 변하면서 좀 담백하진 소리를 들려줍니다. 사실 US version에 큰 차이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acoustic version이 더 컨트리에 가까운 변화를 들려주어 더 US version스럽 할까요?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그녀의 지향점이 컨트리가 아닌 팝에 더 가깝기에 US version에서도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나 봅니다.

금발의 미녀에 컨트리 싱어송라이터로 미국인들(주로 백인들)이 사랑할 만한 뮤지션의 조건을 갖춘 그녀는 지난 앨범 'Fearless'의 엄청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곡을 홀로 작사/작곡한 새로운 앨범 'Speak now'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인들의 '좋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어린 나이에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동화같은 가사와. 너무 작위적인 컨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가 아닌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과, 어린 나이에 우연히 시골에서 발탁되어 메이저 음반시장에 데뷔하게 된 신데렐라 같은 배경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컨트리 함량의 높았던 지난 앨범보다 팝, 락의 성향이 두드러진 변화와 지난 앨범보다 어른스럽고 심각해진 가사는 '상업성'의 명목하에 자신의 색을 읽고 도태된 뮤지션들의 선례를 생각할 때  우려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입김이 아닌 모두 그녀의 힘으로 이뤄낸 점을 생각한다면 걱정을 접어두어도 되겠습니다.

Taylor Swift, 현재 그녀에 대한 인기를 생각하면 이변이 없는 한, 세 번째 앨범 'Speak now'도 분명 'Platinum Edition'으로 리패키지되어 발매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앨범처럼 새로운 트랙들에 즐거워하며 리패키지 앨범을 장바구니에 담을 듯합니다. 그녀가 성공에 안주하여 어린 나이에 샛별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버린 여성 팝뮤지션들과 다르게, 오래오래 음악을 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고 정진하여 Shania Twain을 뛰어넘는 최고의 여성 컨트리 뮤지션이 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Taylor Swift에 앞서 여성 컨트리 뮤지션로서 미국을 휩쓴 Shania Twain은 네 개의 정규앨범 모두 미국에서만 천만장 이상이 판매한 엄청난 뮤지션입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Deluxe Edition으로서는 팬심을 더해서 5개입니다.)

2010/12/24 01:19 2010/12/24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