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들떠보자 박기영 4집 'present 4 you'

2001년 11월에 발매된 박기영의 4집 'present 4 you',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앨범이기에 이렇게 8년이 지난 지금에야 소개를 합니다.

2001년부터 2002년, 겨울동안 제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졌던 자줏빛을 두른 깔끔한 디지팩 케이스에 보너스 트랙을 제외하면 총 13곡을 담고 있는 박기영 그녀의 네 번째 앨범을 살펴봅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곡에서 친숙한 이름이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러브홀릭(Loveholic)'의 멤버로 더 익숙한 '이재학'과 '강현민'입니다. 첫 번째 '선물'에서 이재학이 작사와 편곡으로 참여했고 강현민이 코러스로 참여했고 두 번째 'Loving you'에서는 강현민이 작사, 작곡, 및 편곡을 담당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두 곡은 러브홀릭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앨범의 발매로부터 약 2년 후인 2003년 10월에 1집을 발표한 러브홀릭의 음악과도 많이 닳아 있는 곡들이기 때문입니다. 러브홀릭의 1집을 들은 후 생각난 점이 바로 박기영의 4집이었을 만큼, 사실 이 두 곡의 보컬을 3집까지의 보컬이었던 '지선'의 목소리로 대체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러브홀릭과도 잘 어울립니다.(사실 러브홀릭 티저 동영상에서 박기영이 추천사를 날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특히 'Loving you'의 경우 작사, 작곡, 편곡 및 프로그래밍까지 모두 러브홀릭에서 팝락 성향이 강한 곡을 만들었던 강현민이 담당했기에 러브홀릭 1집의 성향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이재학은 발라드 성향이 짙은 곡들을 만들었고 이 앨범이 열 번째 트랙인 '정원'에서 잘 나타나있습니다. 이 곡은 작사, 작곡 및 편곡을 모두 이재학이 담당하였고 역시 지선이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트랙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2006년 11월에 발매된 러브홀릭의 리메이크 앨범 'Re-wind'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지선의 목소리롤 되살아났습니다.

세 번째 트랙 '산책'은 대중음악 작곡가들 중에서도 상당히 양질의 곡들을 쓰고 있는 '심현보'의 작품으로 '선물'과 더불어 이 앨범의  가장 대중적인, 킬링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네 번째 트랙 'Thank you!'부터 아홉 번째 트랙 'My Life'까지는 모두 박기영이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한, 그녀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트랙들입니다. 특히 'Thank you!'는 박기영의 시원한 가창력과 경쾌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트랙으로 킬링트랙들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들려줍니다.

사랑의 느낌이 가득한, 다섯 번째 '오늘은...'에서는 고인이된 '거북이'의 '터틀맨 임성훈'의 랩을 들을 수 있고, 동양적이고 애절한 분위기의 일곱 번째 트랙 '後'와 스트링 세션이 참여한 락발라드인 여덟 번째 트랙 '부탁'에서는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세션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느낌의 열한 번째 트랙 '길'과 발라드 버전으로 다시 듣는 열두 번째 트랙'선물(Ballad)'를 지나면 마지막 트랙 'Nadia'입니다. Nadia는 그녀가 작사, 편곡 및 공동작곡을 한 곡으로 또 다른 분위기의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가 직접 연주한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정원'과 더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지선의 탈퇴로 '러브홀릭'에 메인 보컬이 없는 지금, 강현민과 이재학 두 사람이 박기영과 또 다른 '러브홀릭'을 결성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선물', 'Loving you', '정원' 세 곡에서 들려준 호흡들은 '러브홀릭'에 버금가는 팀이 탄생할 법도 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꼭 한 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앨범 한 장으로 해체하더라도요.

상당히 인상적인 네 개의 트랙을 시작으로 마지막까지 완성도 높은 곡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는, 제목처럼 선물 같은 앨범 'present 4 you', 박기영과 러브홀릭에 관심있는 사람들, 그리고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2010/09/19 22:40 2010/09/19 22:40

'그 일관성이 좋아', 앨범 자켓, 또 다른 예술의 세계

요즘에는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같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아직도 '앨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CD'이다. 각종 음원 압축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용량을 줄이기위해 압축을 하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CD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다. 또, CD는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존재같은 '파일'이 아닌 현물이기에 그 자체로서의 소장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CD 속에 담겨있는 음원들, 그 음원의 음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CD를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CD를 보호해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케이스(디지팩이든 플라스틱 케이스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 자켓'이 바로 그것이다.

앨범 자켓이 뭐 대수롭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 'Beatles'의 그 유명한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보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평범한 자켓이 얼마나 많이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었는지.

각종 시각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앨범 자켓은 단순히 포장의 기능 뿐만 아니라, CD 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나라의 자켓을 살펴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대의 마녀', '오지은'의 앨범 자켓들로 좌측부터 '1집', '1집 해피로봇 에디션', '2집'의 자켓이다. '해피로봇 에디션'은 어차피 레이블이 바뀌면서 판매를 위해 자켓을 바뀌었을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만을 비교하면 본인의 얼굴에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록곡들도 앨범 자켓처럼 그녀의 자화상 혹은 일기장 같은 노래들이다. 더구나 앨범 타이틀도 1집과 2집 모두 '지은'으로 뮤지션의 고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자켓을 살펴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스티 블루'의 앨범 자켓들로 왼쪽부터, 1집 '너의 별이름은 시리우스 B',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의 자켓이다. 자켓에서부터 남다른 안목이 느껴지는데, 일관적으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불어 밴드 로고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어떤 연속성이 느껴진다. 1집이 일러스트처럼 풋풋하고 달달하고 멜랑콜리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고 EP들도 마찬가지여서, 첫 번째 EP는 흰눈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두 번째 EP는 여린 봄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고집있고 꾸준한 모습들, CD를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다. 이런 멋을 아는 뮤지션들이 좋다. 음악뿐만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앨범 자켓은 이제 단순히 '음반의 포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포토그라피, 일러스트레이트, 타이포그라피 등이 융합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10/09/19 22:32 2010/09/19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