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Terminator)'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Terminator Salvation)'.
최근 시리즈 영화들은 프리퀄(prequel)이 대세인데, 이 새로운 영화는 프리퀄인지 아니면 후속편(sequel)인지 불분명합니다. 처음에 프리퀄이라고 홍보해며 시작했던 '배트맨(Batman)' 시리즈의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가 '다크나이트(Dark night)'로 인해 완전히 다른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지만, 이 영화는 기존 터미네이터 3부작을 확실히 계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시간 상으로 는 분명 후속편이지만, 내용 상으로는 '터미네이터 1'이 시작되는 배경을 담고 있는 프리퀄이 되는, 원인과 결과가 자리를 바꾸며 돌아가는 '순환구조'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혹평을 받았던 3편에 이어, 야심차게 시작하는 이 새로운 영화에서는 드디어 터미네이터가 주인공이 아닌 인간이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기존 3부작이 악역이든 영웅이든 주인공은 모두 '아놀드 슈왈제네거'였고 그는 영화 속에서 언제나 'T-800'으로만 등장했기 때문이죠.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와 그 두 번째 작품 '다크나이트'의 역대 2위(1위는 '타이타닉')에 해당하는 흥행으로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오른 '크리스찬 베일'을 앞세운 '미래전쟁의 시작'은 제작부터 말도 많았습니다. ('타이타닉'으로 흥행 역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터미네이터' 세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역대 2위의 주인공, 크리스찬 베일이 등장한다는 점도 재밌네요.)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크리스찬 베일의 카리스마와 화려한 특수효과로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Terminator Salvation'으로 'Terminator'는 '끝내는 사람, 종결자'의 의미이고 'Salvation'은 '구조, 구원자, 구세주'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 3부작이 그야말로 '존 코너를 끝내는(죽이는) 사람(것)' 즉 터미네이터들(기계들, 시리즈 별로, T-800, T-1000, T-X)을 의미한다면 이번 제목은 '기계들과의 전쟁을 끝내는 구원자', 즉 '존 코너'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존 코너 연대기'라는 말이죠.
'유일한 구원자'와 '기계들과의 전쟁'이라는 코드는 또 다른 유명한 3부작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존 코너'는 '네오'와, '스카이넷'은 '매트릭스 시스템'과 치환될 수 있습니다. 또 수직이착륙 전투기 '헌터킬러'와 거대로봇 '하베스터', 그리고 이 둘과 합체하는 멋진 수송선을 보면서 '트랜스포머'가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 전투씬을 재외한다면 특수효과나 전투장면은 상당히 볼 만합니다. 아쉬운 점은 예고편에서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는 점으로 상당히 중요한 반전을 눈치있는 사람들이라면 예고편으로 알고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지만 모르고 경험했을 중반부의 반전에 비하면 가볍겠습니다.
'터미네이터1'의 시작, 미래에 오는 혹은 과거로 가는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카일 리스(1편에서는 '미이클 빈', 본편에서는 안톤 옐친')'의 모습이 궁금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2018년의 이야기로, T-800과 카일리스가 과거로 가는 때는 2023년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새로운 3부작의 첫 번째입니다.
전편만한 속편은 없고, 이 영화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사상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볼거리와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 그리고 전작들과의 연관성을 깨지 않는 연결고리는 나쁘지 않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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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Neverland - Festa in Neverland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 달'의 두 프로젝트 밴드 '바드(Bard)'와 'Alice in Neverland'. 두 프로젝트 중 일반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길을 선택한 'Alice in Neverland'의 두 번째 앨범 'Festa in Neverland'.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라는 긴 머리를 붙이고 전작을 낸 'Alice in Neverland'가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달 보다 먼저 2집을 발표헀습니다. 전작이 self-titled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제목은 전작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앨범 표지는 전작의 고요한 느낌과는 다른 왁자지껄한 놀이동산으로 'Festa'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아쉽습니다.)
'두번째 달'의 일곱 명의 멤버 중 네 명이 결성한 'Alice in Neverland'는 전작에서 두번째 달의 4/7만큼이 아닌 두번째 달에 견줄 만큼이나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었기에 기대하기에 충분합니다. 서정성이 강했던 전작과는 달리 제목부터 상당히 흥겨울 것으로 예상되는 Festa in Neverland에 참가해 보죠.
'Welcome to Festa'는 첫 곡다운 제목과 앨범 타이틀과 어울리는 경쾌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시계 초침이 놀아가는 느낌의 바이올린 소리와 똑딱거리는 소리는 놀이동산의 흥을 돋굽니다. 다채로운 악기의 사용으로 다양한 놀거리가 있는 놀이동산 분위기는 달아오릅니다. 퍼커션은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마음, 트라이앵글 등 반짝 거리는 금속 악기들의 소리는 반짝 거리는 아이들의 눈빛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꿈 같습니다. 멜로디의 중심에 흐르는 바이올린 연주는 춤추듯 걷는 앨리스의 발거음이 아닌가합니다. 정작 이 곡을 쓴 베이시스트 '박진우(혹은 박연)'은 묵묵히 앨리스와 아이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철든 피터팬'같습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바람을 타고 온 편지'는 1집 발매 후 합류한 새 멤버, 기타리스트 '염승재'의 곡입니다. 하지만 곡의 진행은 '두번째 달'에 수록된 '서쪽하늘에'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만큼 새 멤버가 이 밴드에 잘 융화되었다는 의미이겠죠? '서쪽하늘에'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여러모로 1집보다 '두번째 달'의 수록곡들, '서쪽하늘에', '바람구두', '바다를 꿈꾸다'를 생각납니다. 앨범 '두번째 달'이 민속음악을 기반으로한 '퓨전'이었다면, 1집은 서정성에 기반으로 한 '뉴에이지(혹은 크로스오버)'에 가까웠습니다. 두번째 달이 추구했던 '민속음악'은 개개인의 정서보다는 '민족'이라는 집단의 정서가 녹아있는 음악인데 반해, '뉴에이지(new age)'는 그 이름처럼 개개인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 담고 있는 진취적인 기상과 다수의 코러스와 아이리쉬 휘슬은 바로 '두번째 달'의 정서와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두번째 달'의 2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트랙이구요.
'안녕! 하루'는 다시 개인의 서정성으로 돌아오는 트랙입니다. Alice in Neverland의 'CF의 여왕', '최진경'의 곡으로 역시 영화 한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쓰여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멜로디를 뽑아냈습니다. '안녕'은 아침에 하는 인사가 아니라, 늦은 오후에 하는 인사같습니다. 노을질 무렵의 저녁 공기 냄새 같은 기타연주가 그렇고, 여유롭게 흐르는 베이스와 퍼커션이 그렇습니다. 피아노는 보람찬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쾌한 발걸음입니다. 그 경쾌한 발걸음은 아코디언이 이어받아 하늘을 가르는 기쁜 마음이 됩니다. 반전처럼 마지막에 갑자기 빨리지는 연주는 밥시간에 늦은 주부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양탄자의 꿈'은 1집에서도 아라비안 스타일의 '인형사'를 작곡했던, 탱고 매니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정'의 곡입니다.(그녀는 역시 탱고 매니아인 '캐스커'의 공연에 단골 세션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형사의 후속곡이라고 할 만한 이 곡으로 역시 중세의 아라비아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연주는 비좁고 혼잡한 아라비아의 시장을 가로질러 사막의 하늘 위로 신나게 날아오릅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스타일은 대중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양탄자의 꿈'에서는 그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광대의 둘째 딸'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만큼이나 독특하고 사연이 궁금한 제목으로 역시 박진우의 곡입니다. '두번째 달' 수록곡 중에서도 온전한 '뉴에이지'풍이었던 '얼음연못'을 재편곡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이 곡은 '째즈'풍입니다. 한 없이 슬픈 삶을 살았을 법한 '외눈박이 소녀'와는 다르게 '광대의 둘째 달'은 무대 위에서 우아한 묘기로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고 있나봅니다.
'Spartacus'는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한 커버곡으로 1960년대 동명 영화의 OST 수록곡입니다. 제목에서는 스파르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300'처럼 파괴적일법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도 스파르타와는 관련이 없을뿐더러 이 곡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히려 미국 서부의 황야를 질주하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자유롭고 낭만적입니다.
'Alice in Neverland판 놈놈놈', 'Neverland 횡단열차'는 앞선 Spartacus에 이어 광활한 서부를 연상시키는 트랙입니다. 흥겹고 진취적인 Neverland의 낮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Neverland의 밤이 교차하며 이 점은 이 곡이 두 작곡가(최진경, 염승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신나게 달리는 횡단열차의 저 먼 끝에는 낭떠러지 위 끊어진 철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밀이야기'는 여왕님(최진경)의 곡으로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로 조금 허스키한 보컬이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곡 또한 OST 분위기로 엔딩 테마로 어울릴 법합니다.
'Festa in Neverland'는 앨범 타이틀 곡으로 드럼 및 퍼커션을 담당하는 '백선열'의 유일한 곡입니다. 기존에 이 밴드가 사용하던 악기 외에도 북, 징, 꽹가리 등 우리민족의 악기들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Festa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줍니다. 놀이동산에서 볼 수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의상을 입은 페레이드를 이 한 곡에 담아놓았습니다.
'잠수부의 운명'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진행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에메랄드 빛의 물과 색색의 물고기로 가득한 얕은 바다를 지나 더 깊이, 고요한 심해에서 잠수부는 한 없이 외로워집니다. 마치 우주에 홀로 남겨져 기약없는 구조를 기다리는 우주비행사처럼요. 하지만 바다의 바닥에서 잠수부가 만난 것은 아름다운 용궁일지도 모릅니다.
'토리의 춤'은 제목처럼 춤을 출 만큼 흥겨운 곡입니다. Festa에 한창 달아오른 열기와 뜨거워지는 밤에 춤이 빠질 수 없겠죠. '길'은 전작의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part 1'처럼 처량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한 때의 Festa가 끝나고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꼭 그럴 법합니다. 사랑은 우리 가슴 속에 언젠가 피어나고 언젠가 지겠지만, 또 다시 피어나서 끝임 없이 지속될 것입니다. 한 번의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그 마음의 집합체는 끝없이 지속되겠죠. 그렇기에 '영원한 사랑'이 아닌 '끝없는 사랑'이 아닐까요?
'보너스트랙'같은 'Infinite love'는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가수 '제이(J)'가 가사를 썼고 노래는 '잉거 마리'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울려퍼지는 사랑의 단어들은 '두번째 달'의 'Falling stars'만큼이나 낭만적인, 연인들을 위한 곡이 탄생했음을 알립니다.
마지막 곡 'Tale of Island'은 마지막답게 쓸쓸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줍니다. 또 한바탕 신나게 여행했던 Neverland를 떠날 시간인가 봅니다.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면 Neverland는 이야기(tale)가 되겠죠.
'두번째 달'보다 앞선 2집을 발표하고 자신들만의 음악색을 만들어가는 'Alice in Neverland', 이제 이 밴드의 앞에 붙는 '두번째 달'이라는 수식어는 떼어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꾸준한 활동과 음반발표, 그리고 훌륭한 결과물까지 좋은 뮤지션의 요소를 갖춘 이 밴드는 점점 '진정한 아티스트'의 길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협소한 음반시장, 그리고 더더욱 협소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연주음악계에서 단비와도 같았던 '두번째 달'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Alice in Neverland는 더 오래오래 남아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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