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드 - Road to Road

Irish trad project '바드(Bard)'의 더욱 풍성해진 두 번째 정규앨범 'Road to Road'.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즐겨들은 음반이 2장 있는데, 한 장이 이미 소개한 '에피톤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고, 다른 한 장이 바로 지금 소개할 '바드(Bard)'의 두 번째 정규앨범 'Road to Road'입니다. 2009년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긴 휴식기에 들어간 밴드 '두번째 달'의 반쪽 'Alice in Neverland'와는 다르게, 또 다른  반쪽인 '바드'는 2010년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 밴드 '두번째 달'에서 갈라진 두 밴드가 바통을 넘기듯 이어서 앨범을 발표한 점은 재밌는데, 2010년 5월 1집 'Bard'에 이어 약 2년이 지난 올해 5월 2집 'Road to Road'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4인으로 활동했던 1집과는 다르게, 2인 밴드로 개편되었습니다. 남은 두 멤버는 1집에서 보컬을 나누어 담당했던 '박혜리'와 '루빈(Ruvin, 김정환)'입니다.

고대 켈트족의 음유시인을 뜻하는 이름인 'Bard라는 밴드 이름처럼', 이 밴드는 현재는 켈트족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아일랜드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1집에서는 자작곡과 더불어 아일랜드 민속음악들을 수록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반도에 위치하여 주변 국가들에게 빈번하게 침략을 당했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섬이라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수차례 외세 침탈의 역사와 그에 따른 민족갈등과 종교갈등을 겪은 아일랜드에서 나온 음악답게도 우리가 공감할 '한'과 '흥'을 들려준 1집이었지만, 밴드의 자작곡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듣는이의 아쉬움이 전해졌는지, 앨범 부클릿을 살펴보면 모든 곡이 자작곡입니다. 그리고 자작곡으로만 채워진 점은 이 앨범이 1집과는 다른 첫 번째 특징입니다.

앨범을 여는 '춤추는 바람'은 음유시인, 혹은 방랑시인을 뜻하는 밴드 이름 '바드(Bard)'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듣고 있노라면, 바람부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이름 모를 음유시인의 발걸음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들판의 풀들 바람을 따라 춤을 추고, 음유시인의 발걸음에는 인생의 수 많은 굴곡과 이야기가 담겨있을 법합니다. 루빈의 목소리로 풀어내는 가사는 소탈하지만 시적이며 사색적입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고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어떤 경지로 이끄는 느낌이랄까요? 발매 직후 앨범을 구입하여 봄부터 가을까지 200번 넘게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마력을 담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오늘의 여행'은 박혜리의 목소리로 이어집니다. 사색적이었던 '춤추는 바람'과는 다르게 '말괄량이 아가씨'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 여행에서 느끼는 소박한 현실의 고민들을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첫곡과 확연한 대비를 이룹니다. 그렇지만, 이 곡에서 무엇보다도 귀를 잡는 것은 1집에서 너무 가늘었던 그녀의 보컬이 더 듣기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진일보한 보컬은 1집과는 다른 두 번째 특징입니다.

'느리게 느리게 가는 기차'로 시작했던 '오늘의 여행'과 다르게, 이어지는 'Euroline Reel'은 빠른 춤곡입니다. (Reel이 아일랜드/스코틀랜드 지방의 춤이나 춤곡을 의미합니다.) Euroline은 유럽 각지를 연결하는 버스들을 의미하는데, 버스를 타고 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에서 느낄 수 있는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을 담았을 법합니다.

'아이시절'은 '오늘의 여행'처럼 흥겨운 기분의 보컬곡입니다. 수록곡들 가운데, 시원시원한 루빈의 보컬과 이를 바쳐주는 박혜리의 코러스가 가장 잘 어우러진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디로'는 이 앨범이 봄에 나왔지만 가을에 들어도 잘 어울리게 해줍니다. 조근조근 노래하는 박혜리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의 쓸쓸함과 무상함을 담고 있는 노래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기도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지난 1집을 소개하면서 아일랜드 민속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우리의 '한'과 '흥'에 닮아있다고 언급한 일이 있었는데, 바드의 두 사람도 역시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오래된 이야기'는 바로 퓨전국악의 대표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정민아'가 함께한 곡입니다. 새ㅇ태 보호의 메시지를 민족의 역사(우리의, 오래된 이야기)에 빗대어 표현한 가사도 인상적이지만, 바드의 두 멤버와 정민아가 만드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이 곡을 이 앨범 최고의 트랙 가운데 하나로 손꼽게 합니다.

앨범 제목과 동일한 'Road to Road'는 루빈이 작곡한 쓸쓸한 느낌의 기타 연주곡입니다. 이어지는 'The Right Time'은 역시 루빈의 곡으로 도입부 기타 연주가 앞선 'Road to Road'를 긴 전주처럼 들리게도 하지만, 곡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 곡의 흥겨움은 펍에서 펼쳐지는 파티를 떠오르게 하고, 아일랜드하면 생각나는 또 다른 것, 바로 '아일랜드 맥주' 한 모금을 그립게 합니다. 이어지는 곡은 제목도 살벌한 'Terminator'입니다. 우리말로 '종결자' 정도가 되겠는데, 앨범의 마지막 곡은 아니지만 루빈의 마지막곡입니다.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이곡에서는 정글을 살금살금 가로질러 적을 뒤에서 습격하고 잼싸게 움직이는 맹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전반부에는 루빈이 부른 '춤추는 바람'이 절정이었다면, 후반부의 절정은 박혜리가 부른 '섬의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춤추는 바람'처럼 가사는 일일히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듯합니다. 그 속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처럼 섬나라 아일랜드가 겪은 외세의 침략과 수탈을 역사와 꺾이지 않는 기개도 담겨있을 법합니다. 또, '섬의 노래'라는 제목과 가사를 살펴보면 켈트족의 영웅인 '아서왕'이 잠들어 있다는 섬 '아발론(Avalon)'도 떠오릅니다. 화자를 부른 '머나먼 섬'은 그 기개를 다하고 죽어서 가는 낙원, 바로 '아발론'이 아닐까 합니다.

'하나로 이어져'는 분위기를 누르는 아코디언으로 시작하여 아이리쉬 휘슬로 마무리하는 묘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여러모로 이 곡은 '장송곡'처럼 들립니다. 전반적인 곡의 무거운 분위기와 인연과 윤회를 떠오르게 하는 중의적인 가사, 망자를 위한 염을 하는 듯한 박혜리의 보컬에서 그렇습니다.  장송곡이라면 침울한 느낌의 아코디언 연주는 죽음을, 이와 대비되어 날아오르는 듯한 아이리쉬 휘슬 연주는 죽음 뒤의 승천을 의미하리라 생각됩니다.

방랑의 이미지로 시작했던 앨범은 역시 방랑의 이미지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앨범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여행자의 마지막 걸음'은 앨범의 시작 떄보다 매우 가볍습니다. 앨범을 끝으로 방랑시인(바드)는 잠시 쉬어가겠지만, 길에서 길로 이어지듯(Road to Road) 언젠가 계속될 여행을 기다립니다.

Irish Trade Project '바드(Bard)'의 두 번째 앨범은 지난 앨범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여, 좀 더 완벽한 아일랜드 음악 여행으로 이끕니다. 지난 앨범에 비해 들어난 보컬 곡들은, 정민아와 함께한 한 곡을 제외하고는 (혼성 듀오에서 그 흔한) 듀엣도 없이 두 멤버가 각각 보컬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크레딧을 살펴보면, 두 멤버가 각각 자신이 쓴 곡들은 보컬로 나섰고, 다른 멤버는 코러스로 보조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은 밴드 바드의 특별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루빈은 '바드'로 활동하기 전에 Missing Island'로 활동했었고 박혜리는 '두번째 달'의 멤버인 점을 기억한다면, 그런 특별함은 '바드'가 그런 두 사람의 조금은 느슨한 '음악적 공동체'라는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 느슨함은 두 사람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아일랜드 음악이라는 결속력 아래서 꽤나 흥겨운 월드뮤직의 향연을 만들어냈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더불어 최근 즐거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는데 바로 '두 번째 달'의 소식입니다. 얼마전 다시 공연을 시작한 '두 번째 달'은 내년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바드의 여정이 여기서 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바드의 여성이 '두 번째 달'에 이어져 계속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2012/11/16 03:27 2012/11/16 03:27

바드 - Bard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 밴드 '두번째 달'의 또 다른 반쪽 '바드(Bard)'의 첫 앨범 'Bard'.

2005년 등장한 '두번째 달'의 데뷔앨범은 척박한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가볍게 소비되고 가볍게 잊혀지는 선정적인 댄스음악 일변도의 음악시장에서, 두번째 달이 들려준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한 연주 위주의 퓨전음악은 2000년에 불기 시작한 웰빙열풍과도 부합하여서 의식주의 웰빙 뿐만아니라 듣고 느끼는 정식적인 웰빙에도 부합하고 있었죠. 이 새로운 밴드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을 차지한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중과 비평가, 모두 이런 앨범을 기다려왔을 테니까요.

드라마 '아일랜드'의 OST에 '서쪽하늘에'로 참여하여 데뷔앨범 발표하고, 드라마 '궁'의 OST에 참여하면서 밴드의 앞날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밴드의 두 번째 정규앨범 발표는 진짜 '두번째 달'이 떠올라야만 가능한 일인지, 소식이 없었죠. 그렇게 '두번째 달'이라는 이름이 흐려져가는 2007년 말,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인 'Alice in Neverland'가 첫 앨범을 발표합니다. 6명의 두번째 달 한국인 멤버 가운데 4명(최진경, 조윤정, 박진우, 백선열)이 참여한 Alice in Neverland은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 밴드답게 연주를 중심으로한 음악을 들려주며 두번째 달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었습니다. 하지만 Alice in Neverland는 두번째 달과는 다르게 민속음악은 색채는 흩어지고 서정성에 중심을 둔 뉴에이지와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음악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Alice in Neverland의 음악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활발한 공연 활동과 2009년에는 두 번째 앨범까지 발표하면서 두번째 달을 계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머지 2명의 한국인 멤버(박혜리, 김현보)가 추축이 된 밴드의 소속이 들렸습니다. 밴드의 이름은 음유시인을 뜻하는 '바드(Bard)'이고, '두번째 달 Irish trad Project'로서 아일랜드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하는 들려주는 밴드였습니다. 바드의 음악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그들의 음반은 소량 생산되어 그들의 공연에서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동선은 그들의 공연과 어긋나서, '두번째 달의 또 다른 반쪽'의 고연도 음원도 접할 기회가 없었죠. 저와 바드는 인연이 아니라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2010년 5월 드디어 바드의 첫 앨범 '바드'가 정식발매되었습니다.

첫 곡 '아침이 오면'은 아일랜드 민속음악을 표방하는 밴드답게 아이리쉬 휘슬이 청명함으로 시작하는 곡입니다. 아이리쉬 휘슬은 싱그러운 아침을 느낌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흥겨운 멜로디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아침의 공기를 그려나갑니다.

'Bird Song'은 우리나라의 단소와 비슷한 음색이 매력적인 아이리쉬 플룻으로 시작하는 곡입니다. 사연이 담긴 듯한, 도입부의 아이리쉬 플룻의 연주는 우리민족의 정서와도 닿아있습니다. 하지만 도입부를 지나면 곡은 흥겨워집니다. 일찍 일어난 새 한 마리가 공중을 배회하다가 뒤늦에 일어난 온갖 새들과 어우러져 벌어지는 잔치를 표현하고 있을까요?

두 곡의 연주곡이 지나가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 '듣고 있을까'가 이어집니다. '루빈(Ruvin)'으로 더 잘 알려진 멤버 '김정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듣고 있을까?'라고 묻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길 위에 자란 숲'은 이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트랙으로 홍일점 '박혜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곡입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도 역시 그리움이 담겨있습니다. 방랑자들의 노래와 선율에 맞추어 길위에 펼쳐지는 눈물과 웃음, 그리움의 이야기숲이 자라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어지는 곡들, 'London Lasses'와 'Donny Brook Fair'는 아일랜드 전통음악들입니다. '런던 아가씨들'을 의미하는 'London Lasses'는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농촌총각의 눈에 그려지는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도시처녀들을 그리내고 있을 법합니다. 'Donny Brook Fair'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Donny brook이라는 거리에서 열리는 축제의 이름이며, 아일랜드 정통 춤곡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축제를 가득 채운 춤사위처럼, 흥겨운 곡입니다. 바드의 자작곡 '맛있는 아일랜드'는 역시 흥겨운 연주곡입니다. 맥주가 맛있는 아일랜드의 펍(pub)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파티같은 느낌입니다.

'목소리'는 다시 루빈의 목소리가 들리는 곡입니다. 하지만 노래 속의 목소리는 화자의 목소리가 아닌, 화자를 부르는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합니다. 세박자에서 마지막 박자를 지긋히 누르는 루빈의 노래와 바람과 파도가 들어가는 가사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구령에 맞추어 노를 젓는 선원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기에 육지에 있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선원들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She moved through the fair'는 아일랜드 민요로 느릿느릿하면서 주술이 깃들었을 법한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곡 'Ships are sailing'과 'Toss the feather'는 흥겨운 아일랜드 전통 춤곡들입니다.

마지막 트랙 '꿈꾸는 섬 Eire'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아이리쉬 휘슬이 울려퍼지면서 귀에 익은 멜로디가 펼쳐집니다. 바로 '두번째 달'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이는 '서쪽하늘에'의 멜로디입니다. '서쪽하늘에'의 작곡자가 바로 바드에 참여한 박혜리이기에 가능했나봅니다.(두번째 달의 멤버 박진우가 Alice in Neverland에 참여하였기에 '얼음연못'이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일처럼요.) 하지만 장엄하고 화려한 '서쪽하늘에'와는 다르게 아이리쉬 휘슬이 들려주는 멜로디는 단촐하면서도 쓸쓸해한 느낌입니다. 민속음악을 지향하는 '바드(Bard)스러워졌다'고 할까요? 두번째 달에서 갈라져나온 두 밴드가 두번째 달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점이 기쁘면서도 '온전한 두번째 달'로 만날 수 없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오랜 기다름 끝에 발매된 바드의 첫 번째 앨범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일랜드의 전통악기 소리들이 들려주는 연주는 왠지 친근감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민족의 역사처럼 오랜 시간동안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아일랜드인들이기에, 그들의 전통음악이 들려주는 그리움과 흥겨움의 정서가 우리의 '한'과 '흥'을 닮아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앨범에 자작곡이 비중이 적다는 점입니다. 처음 듣는 청자에게는 수록된 아일랜드 전통음악들의 각 곡이 서로 다른 인상을 주기 어렵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집니다. 꾸준한 활동으로 좋은 공연들과 더 좋은 음반들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0/12/09 18:15 2010/12/09 18:15

Alice in Neverland - Festa in Neverland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 달'의 두 프로젝트 밴드 '바드(Bard)'와 'Alice in Neverland'. 두 프로젝트 중 일반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길을 선택한 'Alice in Neverland'의 두 번째 앨범 'Festa in Neverland'.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라는 긴 머리를 붙이고 전작을 낸 'Alice in Neverland'가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달 보다 먼저 2집을 발표헀습니다. 전작이 self-titled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제목은 전작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앨범 표지는 전작의 고요한 느낌과는 다른 왁자지껄한 놀이동산으로 'Festa'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아쉽습니다.)

'두번째 달'의 일곱 명의 멤버 중 네 명이 결성한 'Alice in Neverland'는 전작에서 두번째 달의 4/7만큼이 아닌 두번째 달에 견줄 만큼이나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었기에 기대하기에 충분합니다. 서정성이 강했던 전작과는 달리 제목부터 상당히 흥겨울 것으로 예상되는 Festa in Neverland에 참가해 보죠.

'Welcome to Festa'는 첫 곡다운 제목과 앨범 타이틀과 어울리는 경쾌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시계 초침이 놀아가는 느낌의 바이올린 소리와 똑딱거리는 소리는 놀이동산의 흥을 돋굽니다. 다채로운 악기의 사용으로 다양한 놀거리가 있는 놀이동산 분위기는 달아오릅니다. 퍼커션은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마음, 트라이앵글 등 반짝 거리는 금속 악기들의 소리는 반짝 거리는 아이들의 눈빛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꿈 같습니다. 멜로디의 중심에 흐르는 바이올린 연주는 춤추듯 걷는 앨리스의 발거음이 아닌가합니다. 정작 이 곡을 쓴 베이시스트 '박진우(혹은 박연)'은 묵묵히 앨리스와 아이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철든 피터팬'같습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바람을 타고 온 편지'는 1집 발매 후 합류한 새 멤버, 기타리스트 '염승재'의 곡입니다. 하지만 곡의 진행은 '두번째 달'에 수록된 '서쪽하늘에'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만큼 새 멤버가 이 밴드에 잘 융화되었다는 의미이겠죠? '서쪽하늘에'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여러모로 1집보다 '두번째 달'의 수록곡들, '서쪽하늘에', '바람구두', '바다를 꿈꾸다'를 생각납니다. 앨범 '두번째 달'이 민속음악을 기반으로한 '퓨전'이었다면, 1집은 서정성에 기반으로 한 '뉴에이지(혹은 크로스오버)'에 가까웠습니다. 두번째 달이 추구했던 '민속음악'은 개개인의 정서보다는 '민족'이라는 집단의 정서가 녹아있는 음악인데 반해, '뉴에이지(new age)'는 그 이름처럼 개개인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 담고 있는 진취적인 기상과 다수의 코러스와 아이리쉬 휘슬은 바로 '두번째 달'의 정서와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두번째 달'의 2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트랙이구요.

'안녕! 하루'는 다시 개인의 서정성으로 돌아오는 트랙입니다. Alice in Neverland의 'CF의 여왕', '최진경'의 곡으로 역시 영화 한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쓰여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멜로디를 뽑아냈습니다. '안녕'은 아침에 하는 인사가 아니라, 늦은 오후에 하는 인사같습니다. 노을질 무렵의 저녁 공기 냄새 같은 기타연주가 그렇고, 여유롭게 흐르는 베이스와 퍼커션이 그렇습니다. 피아노는 보람찬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쾌한 발걸음입니다. 그 경쾌한 발걸음은 아코디언이 이어받아 하늘을 가르는 기쁜 마음이 됩니다. 반전처럼 마지막에 갑자기 빨리지는 연주는 밥시간에 늦은 주부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양탄자의 꿈'은 1집에서도 아라비안 스타일의 '인형사'를 작곡했던, 탱고 매니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정'의 곡입니다.(그녀는 역시 탱고 매니아인 '캐스커'의 공연에 단골 세션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형사의 후속곡이라고 할 만한 이 곡으로 역시 중세의 아라비아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연주는 비좁고 혼잡한 아라비아의 시장을 가로질러 사막의 하늘 위로 신나게 날아오릅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스타일은 대중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양탄자의 꿈'에서는 그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광대의 둘째 딸'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만큼이나 독특하고 사연이 궁금한 제목으로 역시 박진우의 곡입니다. '두번째 달' 수록곡 중에서도 온전한 '뉴에이지'풍이었던 '얼음연못'을 재편곡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이 곡은 '째즈'풍입니다. 한 없이 슬픈 삶을 살았을 법한 '외눈박이 소녀'와는 다르게 '광대의 둘째 달'은 무대 위에서 우아한 묘기로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고 있나봅니다.

'Spartacus'는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한 커버곡으로 1960년대 동명 영화의 OST 수록곡입니다. 제목에서는 스파르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300'처럼 파괴적일법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도 스파르타와는 관련이 없을뿐더러 이 곡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히려 미국 서부의 황야를 질주하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자유롭고 낭만적입니다.

'Alice in Neverland판 놈놈놈', 'Neverland 횡단열차'는 앞선 Spartacus에 이어 광활한 서부를 연상시키는 트랙입니다. 흥겹고 진취적인 Neverland의 낮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Neverland의 밤이 교차하며 이 점은 이 곡이 두 작곡가(최진경, 염승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신나게 달리는 횡단열차의 저 먼 끝에는 낭떠러지 위 끊어진 철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밀이야기'는 여왕님(최진경)의 곡으로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로 조금 허스키한 보컬이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곡 또한 OST 분위기로 엔딩 테마로 어울릴 법합니다.

'Festa in Neverland'는 앨범 타이틀 곡으로 드럼 및 퍼커션을 담당하는 '백선열'의 유일한 곡입니다. 기존에 이 밴드가 사용하던 악기 외에도 북, 징, 꽹가리 등 우리민족의 악기들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Festa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줍니다. 놀이동산에서 볼 수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의상을 입은 페레이드를 이 한 곡에 담아놓았습니다.

'잠수부의 운명'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진행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에메랄드 빛의 물과 색색의 물고기로 가득한 얕은 바다를 지나 더 깊이, 고요한 심해에서 잠수부는 한 없이 외로워집니다. 마치 우주에 홀로 남겨져 기약없는 구조를 기다리는 우주비행사처럼요. 하지만 바다의 바닥에서 잠수부가 만난 것은 아름다운 용궁일지도 모릅니다.

'토리의 춤'은 제목처럼 춤을 출 만큼 흥겨운 곡입니다. Festa에 한창 달아오른 열기와 뜨거워지는 밤에 춤이 빠질 수 없겠죠. '길'은 전작의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part 1'처럼 처량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한 때의 Festa가 끝나고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꼭 그럴 법합니다. 사랑은 우리 가슴 속에 언젠가 피어나고 언젠가 지겠지만, 또 다시 피어나서 끝임 없이 지속될 것입니다. 한 번의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그 마음의 집합체는 끝없이 지속되겠죠. 그렇기에 '영원한 사랑'이 아닌 '끝없는 사랑'이 아닐까요?

'보너스트랙'같은 'Infinite love'는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가수 '제이(J)'가 가사를 썼고 노래는 '잉거 마리'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울려퍼지는 사랑의 단어들은 '두번째 달'의 'Falling stars'만큼이나 낭만적인, 연인들을 위한 곡이 탄생했음을 알립니다.

마지막 곡 'Tale of Island'은 마지막답게 쓸쓸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줍니다. 또 한바탕 신나게 여행했던 Neverland를 떠날 시간인가 봅니다.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면 Neverland는 이야기(tale)가 되겠죠.

'두번째 달'보다 앞선 2집을 발표하고 자신들만의 음악색을 만들어가는 'Alice in Neverland', 이제 이 밴드의 앞에 붙는 '두번째 달'이라는 수식어는 떼어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꾸준한 활동과 음반발표, 그리고 훌륭한 결과물까지 좋은 뮤지션의 요소를 갖춘 이 밴드는 점점 '진정한 아티스트'의 길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협소한 음반시장, 그리고 더더욱 협소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연주음악계에서 단비와도 같았던 '두번째 달'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Alice in Neverland는 더 오래오래 남아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5/24 18:34 2009/05/24 18:34

Alice in Neverland in 7월 25일 SoundHolic

7월 25일 '사운드데이(이제는 클럽데이로 바뀐)'에 만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 밴드 'Alice in Neverland'. 이어폰으로는 너무 많이 들었던 이들의 음악이지만, 직접 공연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앨범 'Alice in Neverland'에 수록된 주옥같은 곡들(잊혀지지 않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봄이다, 신수동 우리집 등..)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 핸드폰 통화대기음으로 1년 가까이 쓰고있는 '얼음연못'도 들을 수 있었서 감격이었죠.

오래오래 많은 앨범을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번째 달' 그리고 'Alice in Neverland' 모두요. 한가해지면 이들을 공연,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만원으로 오랜 클럽데이 입장료, 이 밴드 하나만을 보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2008/08/16 01:54 2008/08/16 01:54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 - Alice in Neverl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대작 중의 기대작 '두번째 달'의 새 앨범 'Alice in Neverland'.

타이틀 'Alice in Neverland'부터 재밌습니다. 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를 표방했던 두번째 달이기에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Alice'와 피터팬의 'Neverland'가 만난 퓨전입니다. 또 두번째 달 1집의 수록곡 중 'The boy from Wonderland'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상한 나라(Wonderland)'의 'Alice'가 '피터팬(the boy)'이 사는 'Neverland'에 있다는 제목은, 그 대척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표지를 보면, 외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달리는 모습은 Ethnic Fusion답게 민속적 색이 짙었던 1집과도 대비됩니다. 앨범 제목에 따른 그림일 수도 있지만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첫곡 '집으로 가는 길'은 백파이프(?)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아이리쉬 풍의 곡입니다. 긴 여행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집에 가까워질 수록, 익숙한 고향의 경치 속에서그 걸음은 가벼워지고 빨라져 어깨까지 덩실거리는 춤사위가 됩니다. 자, '두번째 달'의 세계로 다시 찾아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더불어 '프로도'의 고향 '샤이어'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이미 병자(?)입니다.

'Outlook over the ocean'은 거장 'Vangelis'의 신디사이저 음악들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의 입니다. 그런 새로운 느낌 속에서도 '두번째 달' 특유의 민속 음악적 색을 녹여놓았습니다. 1집의 '바다를 꿈꾸다'와도 비교해 볼 수 있겠는데 '바다를 꿈꾸다'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바다의 기상이 느껴지는 곡이었다면, 이 곡에서는 신비롭고 고요하면서도 생명으로 가득찬 바다가 그려집니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봄이다'는 뉴에이지 음악의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우아한 현악의 참여로 상상의 나래에서 영화같은 한 장면이 그려질 만큼 -이병우 음악감독의 작품같은- 영화음악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봄(spring)처럼 통통튀는 왈츠 리듬은 '봄이다'라는 제목처럼 더욱 생기있고 따뜻하게 하네요.

'인형사'는 뜨거운 아라비아의 신비로운 밤을 느끼게 합니다. 인형사가 연주하는 현악기의 신비한 주술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의 발걸음은 타악기로 표현되는 듯합니다.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는 1집 수록곡 '어름연못'의 다른 버전 쯤 되는 곡으로 더욱 다채롭고 화려하게 연주됩니다. 원곡이 '어름연못'이 어름연못에 담긴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는 강한 뉴에이지의 느낌이었다면, 점점 화려해지는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러서 장엄하고 화려한 서커스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커스에서 장엄하게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외눈박이 소녀의 슬픈 운명처럼 말이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에서 가져온 제목인가봅니다. '장필순'의 음성으로 바람과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 아래 파도만이 함께하는 쓸쓸한 바다의 모습을 먼 훗날의 회상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을 사용한 것처럼 여운을 남기는 엔딩 테마로 사용해도 좋을 법한 보컬곡이네요.

'신수동 우리집'은 제목으로만 보아서는 상당히 푸근한 느낌일 법하지만, 장엄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곡입니다. 앨범 표지가 외발 자전거를 타고 구름 속을 나는 그림인데 바로 이 곡이 그 그림을 위한 곡이 아닐까하네요. 흰 구름 속을 뚫고 맞이하는 새파란 하늘의 상쾌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신수동 우리집이라는 현실적 공간은 환상의 세계로 탈바꿈합니다. 새롭게 편곡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하사이시 조'의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캐스커'가 참여한 '내게 말하기'에서 전자음과 아코디언 등 캐스커의 음악을 들어본 이라면 귀에 익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비장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은 '화자의 내면'을 항햐는 발걸음 같습니다. 그 발걸음에 수 많은 기억들과 상념들이 스쳐가지만 흐릇하고 몽롱하기만 합니다.

'잊혀지지 않습니다'는 1집의 '얼음연못'을 이을 애절한 '킬링 트랙'입니다. 얼음연못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설원의 바람'같은 애절함은 아니지만, 눈물이 방울방울 쏟아나는 쓸쓸한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조화, 그 우아한 쓸쓸함에서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비의 집'에서는 라운지 음악들에서 자주 애용되는 탱고 리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비의 우아한 춤은 위험하기만 합니다.

'타악기 농장'에서는 다시 장소를 아라비아의 어지럽고 뜨거운 열기 속으로 옮깁니다. 10분에 가까운 긴 곡으로, 무더위 속에 나른한 시장 속에서 타악기에 장단은 행진하는 낙타떼의 발걸음 같습니다.

무거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귀향', 역시 영화 속 한 장면과 어울릴 법한 엔딩 테마입니다. 다소 서글픈 초반부를 지나면 희망적으로 떠오르는 곡의 진행과 마지막 절정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네요. Neverland에서 머물던 Alice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피터팬의 손을 잡고 떠오르는 즐거운 상상, 그리고 날아오르는 그림자. 구름을 뚫고 밤하늘을 가로질러 별빛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하수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

'Eridanus'는 그리스 신화 속 '강의 신'이자 별자리 이름이기도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신비로운 신화 속의 도시를 탐험하는 느낌은 모 놀이동산의 '신밧드의 모험'을 연상시킵니다. 물론 더 밝고 더 찬란하고 더 신비롭습니다.

두 개의 파트로 이어지는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제목처럼, Neverland의 친구들이 느끼는 앨리스가 떠나는 뒷 모습과 그 빈 자리의 쓸쓸함을 그려내는 것만 같습니다. 점점 빠르고 긴박해지는 두 번째 파트는 Neverland를 떠난 뒤, 또 다른 어딘가에서 모험을 맞이하는 Alice의 모습 같습니다. 마치 토끼를 따라 토끼굴 속 미로를 지나는 그녀의 모습처럼 말이죠.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번쨰 달'에게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인가 봅니다. '두번째 달'이 1집에서 추구했던 '민속 음악'적 색채는 조금 옅어졌지만, 더욱 화려해졌고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서정성은 짙어졌습니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큰 성공을 이룬 1집에서도 쉽게 즐겨듣기 어려운 트랙들(특히 후반부의 몇 곡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길 만한 트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귀를 즐겁게 합니다.

또 1집의 수록곡 한 곡 한 곡이 강렬한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Alice in Neverland'의  한 곡 한 곡은 이미지와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으로 다시 듣게 되더라도 어색함이 없을 법합니다. 어쩌면 '두번째 달'은 이 앨범의 청자들 모두 자신만의 Neverland를 찾길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2007년의 끝자락에 찾아온 '연주음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Alice in Neverland. 별점은 4.5개입니다. 이 앨범을 듣는 여러분 모두 스스로의 Neverland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2007/12/20 19:44 2007/12/20 19:44

두번째 달 - 두번째 달



올해 상반기에 등장한 독특한 앨범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번째 달', 이름부터 어떤 분위기가 풍겨오는 밴드입니다.

'두번째 달'이 들려주는 낯선 이름의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는 여러 민족(ethnic)의 민속 음악들의 혼합(fusion)으로 탄생된 음악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그 장르 이름 만큼이나 '두번째 달'의 음악에서는 민속 음악의 향취가 느껴집니다.

'여행의 시작'...역동적인 아프리카 민속 음악을 연상시키는, 에스닉 퓨전 세계로의 여행을 알리는 곡입니다.

'서쪽 하늘에'...붉게 타오르는 노을의 낭만적인 서쪽 하늘, 그리고 그 하늘과 맞닿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지평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 없이 좋을 편안함과 나른함도 느끼게 하구요. 드라마 '아일랜드'에도 사용되었던 곡이라는군요.

'바람구두'...전설에 등장할 법한 '바람구두', 곡의 느낌과 너무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되네요. 곡은 바람구두의 가벼운 춤과 함께 시작됩니다. 하지만 발이 점차 빠라지면서 그 춤은 점차 열정적으로 변해가면서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양한 광경이 바람구두 아래 펼쳐집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초원을 지나 구름을 뚫고 홀로 솟아있는 하얀 봉우리까지...

'Eclipse Of The Red Moon'...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붉은 달'과 그에 못지 않게 불길함을 나타낼 수 있는 '식(蝕)'. 하지만 곡은 단순히 불길함을 넘어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전설 속 존재가 등장할 법한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안개가 자욱한 숲과 그 숲 속에서 행해지는 비밀스런 의식이랄까요.

'바다를 꿈꾸다'...제목만큼 바다를 느끼기에 충분한 곡이 아닌가 합니다. 푸른 바도가 넘실거리는 수평선끝을 향한 항해, 그리고 바다의 끝없는 역동성과 그 가운데 찾아온 평온 그리고 낭만까지 바다의 끝없는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 수록곡글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The Boy From Wonderland'...앨범을 구입한지 꽤 되어가는데 얼마전부터는 CF 배경음악에서 들리기 시작한 곡입니다. 곤히 잠든 이상한 나라의 작은 소년와 평온한 잠자리 그리고 아기자기한 꿈을 담고 있습니다.

'Anti-Rain Dance'...아일랜드 출신의 멤버 '린다 컬린'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흐린 날씨, 시끄럽지만 모두 무관심한 군중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

'고양이 효과'...열정적인 춤사위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매력적인 붉은 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를 차려입은 한 쌍의 열정적인 탱고를 떠올리는 것도 좋겠네요.

'얼음연못'...한 없이 펼쳐진 설원 그 한 가운데 있다는 전설의 '얼음연못', 그리고 그 연못에 얽힌 슬픈 전설... 뉴에이지 풍의 곡입니다.

'Communication'...'얼음연못'과 더불어 '과연 어떤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하는 곡입니다. 하나의 촛불이 타고있는 낭만적인 둘 만의 식탁이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Falling Star'...여름에서 가을로, 밤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같은 밤에 딱 어울리는 곡입니다. 계절의 변화, 별이 지는 밤 그리고 자연의 섭리. 지는 별이 사라지기 전에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점점 척박해지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앨범이 나오다니, 정말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할까요? 또 다양한 분위기의 멋진 곡들은 이 앨범 하나 만으로 세계 민속 문화 체험을 하고 난 기분입니다. 뭐, 지나친 다양성은 어떤 면에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의 부족과 난잡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5/09/04 15:35 2005/09/04 15:35

encoding of 20050715

정말 오랜만에 했던 추출. 초특급 배송 향뮤직에서 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주문에서 다음날인 금요일 오전에 도착했던 CD들.

돌아온 우리 Billy Corgan 형님의 솔로 앨범은 USA 수입반으로 장만. 이제 앞으로 나올 Smashing Pumpkins 앨범을 포함해 이 사람은 음악은 '묻지마'구매를 하고 싶다.

이번에 발견한 보석 '두번째달'의 앨범 '두번째달'. 감동이다. 무조건 들어보시길...올해 꼭 들어봐 야할 우리나라 음반 중 하나!!

마지막 Damien Rice의 유일한 라이센스반. 2CD인 점도 좋고 노래도 좋은데 아아...케이스의 압박.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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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9 18:56 2005/07/19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