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동안 열린 'Grand Mint Festival 2009(GMF 2009)'는 2007년부터 시작된 GMF의 세 번째 행사로, 드디어 저도 3년만에 GMF에 참가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24일 날씨도 좋은 토요일 11시 30분 경 일행들과 티켓팅 부스에서 만나 티켓딩, 팔찌 착용, 성인인증까지 마치고 '대망의 GMF'로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티켓팅부터 상당히 지체되고 더구나 팔찌를 티켓과 따로 배포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오프닝은 건너뛰고 벽 넘어로 간간히 들리는 '줄리아 하트'의 노래를 듣다가,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가 아닌, 'Loving Forest Garden'으로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가 저에게는 첫 번째 순서였죠. 동그란 무대를 가진 Loving Forest Garden은 Alice in Neverland를 위한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비좁은 라이브 클럽의 무대와는 다른 동그란 무대는 악기 배치도 좋아 보였구요. 바이올린의 '조윤정'을을 중심으로 하여, 뒷 쪽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키보드 및 아코디언의 '최진경', 기타 '염승재', 베이스 '박진우', 드럼 '백선열'로 둘러싼 배치는 몰입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이 밴드 음악의 바탕을 만드넨 네 명이 뒤쪽에 위치하고, 방점을 찍는 바이올린이 중앙에 위치하였기에 그런 효과가 나타났겠죠? 베이시스트 박진우의 착한 입담은 여전해서 수록곡들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약 40분간 들려준 음악들은 공연 시간이나 곡 구성에서 '민트 페스타'의 셋리스트와 유사했습니다. 2집의 첫곡이자 축제(GMF)의 시작을 'Welcome to Festa'를 시작으로, GMF의 초대장과 같은 '바람을 타고 온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잠수부의 운명'은 제목에 담긴 사연이 궁금했었는데, 나름대로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그리고 축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esta in Neverland'와 '토리의 춤'을 연이어 들을 수 있었죠.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역시 탱고의 매력이 살아있는 '네버랜드 횡단열차'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 '질주 본능'은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상쾌하게 달렸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리쉬의 절정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첫 번째 앨범에 이어 성공적인 두 번째 앨범을 보여준 Alice in Neverland 조만간 또 단독 공연이 있나봅니다. 다음에는 꼭 단독 공연도 보도록 해야겠어요.
Alice in Neverland가 끝나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 'Mint Breeze Stage'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중에 마침 Lasse Lindh의 마지막 곡 "C'mon through"가 흐르고 있더군요. 돗자리에 앉아서 본 메인 스테이지의 뮤지션들은 '오지은'과 'Sweet Pea(스위트피)'였습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죠.
다시 돌아온 Loveing Forest Garden은 '전제덕'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전제덕'에게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뒤에 이어 '한희정', '장윤주' 그리고 '요조'로 이어지는 여성 뮤지션 삼단 콤보를 보기위해서 미리 자리 확보를 위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Loving Forest Garden이 열린 무대 자체가 수용인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때문이었습니다. 1천에서 1천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무대인데, 그 자리에 올라오는 뮤지션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GMF라는 이 특별한 축제를 생각했을 때는 너무 부족한 자리였거든요. 첫 날과 마찬가지로 둘 째 날에도 역시 메인 스테이지만큼이나 라인업이 좋았기에 지속적으로 만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첫 날에는 전제덕을 시작으로 약 4시간 이상 Loving Forest Garden 안에 있어 몰랐지만, 아마도 역시 만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은 공연을 못 보았을 겁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유명한 '전제덕'이었지만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뒤에 서있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세션 밴드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는 피아노처럼 홀로 완전한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부족한 악기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열정이 담긴 연주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John Lennon'의 'Imagine'에서는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러야할까요?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이어졌던 그의 노래는,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장애를 뛰어넘은 역경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담긴 목소리였습니다.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한희정'은 지난 단독 공연 'DawnyRoom Live'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죠. 무려 6년만에 꺼내든 일렉기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모습은 6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했고, 그녀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들처럼 그녀가 GMF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공연을 기다렸는지, 세팅으로 배정된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시작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안녕~!"
첫 곡은 늘 그렇듯 첫 곡다운 제목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요즘 자주 보게되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매 공연마다 처음 만나는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이어 귀엽지만 잔인한 '브로콜리의 멘트'가 인상적인 '브로콜리의 잔인한 고백'이 이어졌죠. 밴드 버전에서도 '귀염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빨리 수록되기를 바라는 곡 '우습겠지만 믿어야할'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밴드버전으로 들으니 더 호소력있으면서도 섹시하게(?) 들리더군요. '멜로디로 남아'가 지나가고 1집의 수록곡들이 주르륵 이어졌습니다.
가증스러운(?) 느낌의 '드라마', 나즈막하고 오롯한 외로움이 담겨있는 '나무'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re'가 이어졌습니다. 기타대신 미니키보드(?)를 연주하며 요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흐르는 그녀의 외침을 들을 수있었죠. 역시 최근 자주 듣는 '산책'에 이어 're'와 마찬가지로 밴드로 들어야 제맛인 '잃어버린 날들', 그리고 싱얼롱을 위한 곡 '휴가가 필요해'까지 펼쳐졌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인 DawnyRoom Live와는 차별화를 두기위한 전략인지, EP의 어쿠스틱을 위한 곡들 'acoustic breath', '러브레터',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들을 수 없었죠. 마지막 곡은 EP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끝'이었습니다. 조만간 있을 공연에서 또 만나요.
한희정의 공연이 끝나고 약간의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나간 수 만큼 들어와서, 많은 인파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장윤주'였기 때문이었을까요? '파스텔뮤직의 두 여신' 사이에서 탑모델이었던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키보드 연주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연주곡 'Martini Rosso'에 이어 모델로서 그녀의 파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파리에 부친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데뷔앨범에서 인기곡 중 하나죠. 그리고 그렇게도 라이브로 듣고 있었던,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알게해준 바로 그 곡, 'Fly away'가 기타연주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자칭 '강남 엣지녀'인 그녀의 뮤지션으로서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앨범을 딱 한 장 발표한 그녀이기에 약 40분이라는 공연시간동안 그녀의 모든 곡들이 펼쳐졌습니다. 훌쩍 떠나는 꿈과 같은 'Dream', 조만간 다가올 쓸쓸한 늦가을을 고즈넉이 노래하는 '11월', 밴드로 준비했지만 세션들이 혼자하라고 해서 혼자한다는 '옥탑방'이 이어졌죠. 모델로서 성공을 거둬 현재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그녀겠지만, 왠지 유명인사가 되기 전 '배고픈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곡들이었습니다. 곡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연가(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싱얼롱 타임이 있었죠. 이어 GMF에 혼자 왔을 수많은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는 'Love Song', GMF가 열린 즐거운 '오늘'에게 노래하는 듯한 '오늘, 고마운 하루', 봄의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 'April'가 이어졌죠. 노래로 느껴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왠지 '나른한 고양이'같은데 그런 느낌이 잘 이어지는 세 곡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곡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기 고백적이면서도 당당한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29'이었습니다. 앨범이 발매된지 이제 1년이 되었다고 하니, 아마 지금은 30으로 바꾸어야하지 않을지요? 홍대 인근에서 자주 공연해서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곡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였으면 좋겠네요.
이어 장윤주도 인정한 강북의 '홍대 여신' '요조'의 순서였습니다. 그녀의 순서가 되니 사람들은 더욱 많아져, 무대 바로 앞 좌석이 없는 바닥에도 몇 겹으로 둘러앉은 인파를 보면서 그녀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했습니다. '내가 노래할게'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기타와 키보드 세션 두 명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퍼커션 세션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빠지게 되었다네요. 첫 곡은 'My name is Yozoh'와 더불어 그녀의 자기소개서같은 곡 '슈팅스타'였습니다. '아뵤~' 이어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는데, 그녀의 멜로디언 연주와 더불어 기타와 키보드가 함께하는, 퍼커션이 빠진, 연주는 멜로딕하면서 지난 공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공연 내내 '퍼커션이 빠진 소리의 빈자리'를 걱정한 듯하지만, 그 빈자리는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모닝스타'가 지나고, 또 커버곡 한 곡조를 뽑았는데 역시나 그녀의 아끼는, 손대면 베일 듯한 콧날의 소유자, 'Jason Mraz'의 "I'm yours"였습니다. 물론 이 곡도 염장곡이었죠. '숨바꼭질'에 이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의 무대에 선 그녀의 아쉬움이 조금 느껴지는 'Sunday'의 '일부 Saturday version'도 들을 수 있었죠. 장윤주의 '29'에 이어, 원곡과는 다르게 그녀의 현실이 반영된(현실에 맞게 변형된) 가사 '29살의 길을 걷고 있어'에서 그녀의 현실(?)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9라는 숫자가 단지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그녀의 '미간 잡기'도 볼 수 있었죠. 지난 단독 공연에서 새로 선보인 아이템 '템버린'이 그녀의 허벅지를 아프게했던, 이쁜 가사의(하지만 역시 염장이 장난아닌) 'Love'이어졌죠. 그러고 보니 요조의 곡들은 가사가 참 야한 듯, 언젠가 그녀의 말처럼 '음란가수 요조'를 새삼 다시 느끼게되었구요. 소규모의 그림자가 담겨있는 '그런지 카'가 준비된 마지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답게 앵콜 요청이 있었고 그녀는 잡으면 큰일 날 기타를 잡고 한 곡을 뽑았습니다. 지금까지 염장지르던 곡들을 한 방에 물리쳐버린 곡, 바로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가 바로 앵콜곡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연인들이 부러웠어요.
요조 다음 순서는 바로 '조원선'이었습니다만, 저를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기다리지 않고 밀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원선도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디음악 애호가들의 저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요조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보았다는군요. Loving Forest Garden에서 하루동안 본 5팀의 공연만으로도 이틀치의 GMF 티켓가격의 본전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글들로 GMF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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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Forest Garden in 10월 24일 GMF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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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1 : Drift in 7월 19일 상상마당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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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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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Neverland - Festa in Neverland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 달'의 두 프로젝트 밴드 '바드(Bard)'와 'Alice in Neverland'. 두 프로젝트 중 일반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길을 선택한 'Alice in Neverland'의 두 번째 앨범 'Festa in Neverland'.
'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라는 긴 머리를 붙이고 전작을 낸 'Alice in Neverland'가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달 보다 먼저 2집을 발표헀습니다. 전작이 self-titled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제목은 전작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앨범 표지는 전작의 고요한 느낌과는 다른 왁자지껄한 놀이동산으로 'Festa'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아쉽습니다.)
'두번째 달'의 일곱 명의 멤버 중 네 명이 결성한 'Alice in Neverland'는 전작에서 두번째 달의 4/7만큼이 아닌 두번째 달에 견줄 만큼이나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었기에 기대하기에 충분합니다. 서정성이 강했던 전작과는 달리 제목부터 상당히 흥겨울 것으로 예상되는 Festa in Neverland에 참가해 보죠.
'Welcome to Festa'는 첫 곡다운 제목과 앨범 타이틀과 어울리는 경쾌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시계 초침이 놀아가는 느낌의 바이올린 소리와 똑딱거리는 소리는 놀이동산의 흥을 돋굽니다. 다채로운 악기의 사용으로 다양한 놀거리가 있는 놀이동산 분위기는 달아오릅니다. 퍼커션은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마음, 트라이앵글 등 반짝 거리는 금속 악기들의 소리는 반짝 거리는 아이들의 눈빛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꿈 같습니다. 멜로디의 중심에 흐르는 바이올린 연주는 춤추듯 걷는 앨리스의 발거음이 아닌가합니다. 정작 이 곡을 쓴 베이시스트 '박진우(혹은 박연)'은 묵묵히 앨리스와 아이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철든 피터팬'같습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바람을 타고 온 편지'는 1집 발매 후 합류한 새 멤버, 기타리스트 '염승재'의 곡입니다. 하지만 곡의 진행은 '두번째 달'에 수록된 '서쪽하늘에'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만큼 새 멤버가 이 밴드에 잘 융화되었다는 의미이겠죠? '서쪽하늘에'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여러모로 1집보다 '두번째 달'의 수록곡들, '서쪽하늘에', '바람구두', '바다를 꿈꾸다'를 생각납니다. 앨범 '두번째 달'이 민속음악을 기반으로한 '퓨전'이었다면, 1집은 서정성에 기반으로 한 '뉴에이지(혹은 크로스오버)'에 가까웠습니다. 두번째 달이 추구했던 '민속음악'은 개개인의 정서보다는 '민족'이라는 집단의 정서가 녹아있는 음악인데 반해, '뉴에이지(new age)'는 그 이름처럼 개개인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 담고 있는 진취적인 기상과 다수의 코러스와 아이리쉬 휘슬은 바로 '두번째 달'의 정서와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두번째 달'의 2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트랙이구요.
'안녕! 하루'는 다시 개인의 서정성으로 돌아오는 트랙입니다. Alice in Neverland의 'CF의 여왕', '최진경'의 곡으로 역시 영화 한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쓰여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멜로디를 뽑아냈습니다. '안녕'은 아침에 하는 인사가 아니라, 늦은 오후에 하는 인사같습니다. 노을질 무렵의 저녁 공기 냄새 같은 기타연주가 그렇고, 여유롭게 흐르는 베이스와 퍼커션이 그렇습니다. 피아노는 보람찬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쾌한 발걸음입니다. 그 경쾌한 발걸음은 아코디언이 이어받아 하늘을 가르는 기쁜 마음이 됩니다. 반전처럼 마지막에 갑자기 빨리지는 연주는 밥시간에 늦은 주부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양탄자의 꿈'은 1집에서도 아라비안 스타일의 '인형사'를 작곡했던, 탱고 매니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정'의 곡입니다.(그녀는 역시 탱고 매니아인 '캐스커'의 공연에 단골 세션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형사의 후속곡이라고 할 만한 이 곡으로 역시 중세의 아라비아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연주는 비좁고 혼잡한 아라비아의 시장을 가로질러 사막의 하늘 위로 신나게 날아오릅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스타일은 대중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양탄자의 꿈'에서는 그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광대의 둘째 딸'은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만큼이나 독특하고 사연이 궁금한 제목으로 역시 박진우의 곡입니다. '두번째 달' 수록곡 중에서도 온전한 '뉴에이지'풍이었던 '얼음연못'을 재편곡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이 곡은 '째즈'풍입니다. 한 없이 슬픈 삶을 살았을 법한 '외눈박이 소녀'와는 다르게 '광대의 둘째 달'은 무대 위에서 우아한 묘기로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고 있나봅니다.
'Spartacus'는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한 커버곡으로 1960년대 동명 영화의 OST 수록곡입니다. 제목에서는 스파르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300'처럼 파괴적일법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도 스파르타와는 관련이 없을뿐더러 이 곡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히려 미국 서부의 황야를 질주하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자유롭고 낭만적입니다.
'Alice in Neverland판 놈놈놈', 'Neverland 횡단열차'는 앞선 Spartacus에 이어 광활한 서부를 연상시키는 트랙입니다. 흥겹고 진취적인 Neverland의 낮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Neverland의 밤이 교차하며 이 점은 이 곡이 두 작곡가(최진경, 염승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신나게 달리는 횡단열차의 저 먼 끝에는 낭떠러지 위 끊어진 철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밀이야기'는 여왕님(최진경)의 곡으로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로 조금 허스키한 보컬이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곡 또한 OST 분위기로 엔딩 테마로 어울릴 법합니다.
'Festa in Neverland'는 앨범 타이틀 곡으로 드럼 및 퍼커션을 담당하는 '백선열'의 유일한 곡입니다. 기존에 이 밴드가 사용하던 악기 외에도 북, 징, 꽹가리 등 우리민족의 악기들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Festa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줍니다. 놀이동산에서 볼 수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의상을 입은 페레이드를 이 한 곡에 담아놓았습니다.
'잠수부의 운명'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진행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에메랄드 빛의 물과 색색의 물고기로 가득한 얕은 바다를 지나 더 깊이, 고요한 심해에서 잠수부는 한 없이 외로워집니다. 마치 우주에 홀로 남겨져 기약없는 구조를 기다리는 우주비행사처럼요. 하지만 바다의 바닥에서 잠수부가 만난 것은 아름다운 용궁일지도 모릅니다.
'토리의 춤'은 제목처럼 춤을 출 만큼 흥겨운 곡입니다. Festa에 한창 달아오른 열기와 뜨거워지는 밤에 춤이 빠질 수 없겠죠. '길'은 전작의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part 1'처럼 처량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한 때의 Festa가 끝나고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꼭 그럴 법합니다. 사랑은 우리 가슴 속에 언젠가 피어나고 언젠가 지겠지만, 또 다시 피어나서 끝임 없이 지속될 것입니다. 한 번의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그 마음의 집합체는 끝없이 지속되겠죠. 그렇기에 '영원한 사랑'이 아닌 '끝없는 사랑'이 아닐까요?
'보너스트랙'같은 'Infinite love'는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가수 '제이(J)'가 가사를 썼고 노래는 '잉거 마리'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울려퍼지는 사랑의 단어들은 '두번째 달'의 'Falling stars'만큼이나 낭만적인, 연인들을 위한 곡이 탄생했음을 알립니다.
마지막 곡 'Tale of Island'은 마지막답게 쓸쓸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줍니다. 또 한바탕 신나게 여행했던 Neverland를 떠날 시간인가 봅니다.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면 Neverland는 이야기(tale)가 되겠죠.
'두번째 달'보다 앞선 2집을 발표하고 자신들만의 음악색을 만들어가는 'Alice in Neverland', 이제 이 밴드의 앞에 붙는 '두번째 달'이라는 수식어는 떼어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꾸준한 활동과 음반발표, 그리고 훌륭한 결과물까지 좋은 뮤지션의 요소를 갖춘 이 밴드는 점점 '진정한 아티스트'의 길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협소한 음반시장, 그리고 더더욱 협소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연주음악계에서 단비와도 같았던 '두번째 달'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Alice in Neverland는 더 오래오래 남아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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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Neverland in 10월 4일 SoundHolic
마지막은 또 다시 '사운드홀릭'에서 만나는 '두번째달'의 프로젝트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아직 앨범이 한 장이기에 공연 레퍼토리는 지난 공연과 비슷했습니다. 조만간 이 프로젝트의 두번째 앨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는군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하는 멋진 공연의 마무리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새 앨범도 기대가 되지만, '두번째달'의 정규 앨범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멋진 뮤지션들과 함께한, 오랜만에 즐겁고 풍성한 홍대 나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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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Neverland in 7월 25일 SoundHolic
7월 25일 '사운드데이(이제는 클럽데이로 바뀐)'에 만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 밴드 'Alice in Neverland'. 이어폰으로는 너무 많이 들었던 이들의 음악이지만, 직접 공연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앨범 'Alice in Neverland'에 수록된 주옥같은 곡들(잊혀지지 않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봄이다, 신수동 우리집 등..)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 핸드폰 통화대기음으로 1년 가까이 쓰고있는 '얼음연못'도 들을 수 있었서 감격이었죠.
오래오래 많은 앨범을 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번째 달' 그리고 'Alice in Neverland' 모두요. 한가해지면 이들을 공연,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만원으로 오랜 클럽데이 입장료, 이 밴드 하나만을 보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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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달 monologue project - Alice in Neverland
기대작 중의 기대작 '두번째 달'의 새 앨범 'Alice in Neverland'.
타이틀 'Alice in Neverland'부터 재밌습니다. 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를 표방했던 두번째 달이기에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Alice'와 피터팬의 'Neverland'가 만난 퓨전입니다. 또 두번째 달 1집의 수록곡 중 'The boy from Wonderland'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상한 나라(Wonderland)'의 'Alice'가 '피터팬(the boy)'이 사는 'Neverland'에 있다는 제목은, 그 대척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표지를 보면, 외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달리는 모습은 Ethnic Fusion답게 민속적 색이 짙었던 1집과도 대비됩니다. 앨범 제목에 따른 그림일 수도 있지만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첫곡 '집으로 가는 길'은 백파이프(?)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아이리쉬 풍의 곡입니다. 긴 여행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집에 가까워질 수록, 익숙한 고향의 경치 속에서그 걸음은 가벼워지고 빨라져 어깨까지 덩실거리는 춤사위가 됩니다. 자, '두번째 달'의 세계로 다시 찾아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더불어 '프로도'의 고향 '샤이어'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이미 병자(?)입니다.
'Outlook over the ocean'은 거장 'Vangelis'의 신디사이저 음악들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의 입니다. 그런 새로운 느낌 속에서도 '두번째 달' 특유의 민속 음악적 색을 녹여놓았습니다. 1집의 '바다를 꿈꾸다'와도 비교해 볼 수 있겠는데 '바다를 꿈꾸다'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바다의 기상이 느껴지는 곡이었다면, 이 곡에서는 신비롭고 고요하면서도 생명으로 가득찬 바다가 그려집니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봄이다'는 뉴에이지 음악의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우아한 현악의 참여로 상상의 나래에서 영화같은 한 장면이 그려질 만큼 -이병우 음악감독의 작품같은- 영화음악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봄(spring)처럼 통통튀는 왈츠 리듬은 '봄이다'라는 제목처럼 더욱 생기있고 따뜻하게 하네요.
'인형사'는 뜨거운 아라비아의 신비로운 밤을 느끼게 합니다. 인형사가 연주하는 현악기의 신비한 주술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의 발걸음은 타악기로 표현되는 듯합니다.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는 1집 수록곡 '어름연못'의 다른 버전 쯤 되는 곡으로 더욱 다채롭고 화려하게 연주됩니다. 원곡이 '어름연못'이 어름연못에 담긴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는 강한 뉴에이지의 느낌이었다면, 점점 화려해지는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러서 장엄하고 화려한 서커스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커스에서 장엄하게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외눈박이 소녀의 슬픈 운명처럼 말이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에서 가져온 제목인가봅니다. '장필순'의 음성으로 바람과 구름으로 가득한 하늘 아래 파도만이 함께하는 쓸쓸한 바다의 모습을 먼 훗날의 회상처럼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을 사용한 것처럼 여운을 남기는 엔딩 테마로 사용해도 좋을 법한 보컬곡이네요.
'신수동 우리집'은 제목으로만 보아서는 상당히 푸근한 느낌일 법하지만, 장엄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곡입니다. 앨범 표지가 외발 자전거를 타고 구름 속을 나는 그림인데 바로 이 곡이 그 그림을 위한 곡이 아닐까하네요. 흰 구름 속을 뚫고 맞이하는 새파란 하늘의 상쾌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신수동 우리집이라는 현실적 공간은 환상의 세계로 탈바꿈합니다. 새롭게 편곡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하사이시 조'의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캐스커'가 참여한 '내게 말하기'에서 전자음과 아코디언 등 캐스커의 음악을 들어본 이라면 귀에 익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비장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은 '화자의 내면'을 항햐는 발걸음 같습니다. 그 발걸음에 수 많은 기억들과 상념들이 스쳐가지만 흐릇하고 몽롱하기만 합니다.
'잊혀지지 않습니다'는 1집의 '얼음연못'을 이을 애절한 '킬링 트랙'입니다. 얼음연못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설원의 바람'같은 애절함은 아니지만, 눈물이 방울방울 쏟아나는 쓸쓸한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조화, 그 우아한 쓸쓸함에서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비의 집'에서는 라운지 음악들에서 자주 애용되는 탱고 리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비의 우아한 춤은 위험하기만 합니다.
'타악기 농장'에서는 다시 장소를 아라비아의 어지럽고 뜨거운 열기 속으로 옮깁니다. 10분에 가까운 긴 곡으로, 무더위 속에 나른한 시장 속에서 타악기에 장단은 행진하는 낙타떼의 발걸음 같습니다.
무거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 '귀향', 역시 영화 속 한 장면과 어울릴 법한 엔딩 테마입니다. 다소 서글픈 초반부를 지나면 희망적으로 떠오르는 곡의 진행과 마지막 절정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네요. Neverland에서 머물던 Alice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피터팬의 손을 잡고 떠오르는 즐거운 상상, 그리고 날아오르는 그림자. 구름을 뚫고 밤하늘을 가로질러 별빛의 이야기를 들으며 은하수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
'Eridanus'는 그리스 신화 속 '강의 신'이자 별자리 이름이기도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신비로운 신화 속의 도시를 탐험하는 느낌은 모 놀이동산의 '신밧드의 모험'을 연상시킵니다. 물론 더 밝고 더 찬란하고 더 신비롭습니다.
두 개의 파트로 이어지는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제목처럼, Neverland의 친구들이 느끼는 앨리스가 떠나는 뒷 모습과 그 빈 자리의 쓸쓸함을 그려내는 것만 같습니다. 점점 빠르고 긴박해지는 두 번째 파트는 Neverland를 떠난 뒤, 또 다른 어딘가에서 모험을 맞이하는 Alice의 모습 같습니다. 마치 토끼를 따라 토끼굴 속 미로를 지나는 그녀의 모습처럼 말이죠.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두번쨰 달'에게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인가 봅니다. '두번째 달'이 1집에서 추구했던 '민속 음악'적 색채는 조금 옅어졌지만, 더욱 화려해졌고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서정성은 짙어졌습니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큰 성공을 이룬 1집에서도 쉽게 즐겨듣기 어려운 트랙들(특히 후반부의 몇 곡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길 만한 트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귀를 즐겁게 합니다.
또 1집의 수록곡 한 곡 한 곡이 강렬한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Alice in Neverland'의 한 곡 한 곡은 이미지와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으로 다시 듣게 되더라도 어색함이 없을 법합니다. 어쩌면 '두번째 달'은 이 앨범의 청자들 모두 자신만의 Neverland를 찾길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2007년의 끝자락에 찾아온 '연주음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Alice in Neverland. 별점은 4.5개입니다. 이 앨범을 듣는 여러분 모두 스스로의 Neverland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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