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더 비기닝 (Star trek) - 2009.05.08

TV 시리즈로 더 유명한 '스타 트렉'의 11번 째 장편영화 '스타트랙 더 비기닝'.

요즘 한창 헐리우드에 불고 있는 프리퀄로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배트맨 비긴즈', '슈퍼맨 리턴즈'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제목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라고 붙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제목은 사실 '국내용' 제목입니다. 이 영화와 관련된 미국 사이트들에서는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더 비기닝'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미국 포스터에도 이 영화의 제목은 간단하게 'Star trek'입니다. 이 영화가, 사실상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는, 다른 프리퀄들과는 다른 '스타트렉'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이런 간단한 제목이 붙었나봅니다.

5개의 TV 시리즈와 10편의 영화가 이미 나와있는 방대한 이야기라 본 영화를 보기전에 전편들의 내용을 알아야한다는 부담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프리퀄답게도 저처럼 스타트렉 시리즈에 대해 거의 모르는 사람들도 즐길 만한 내용 전개를 보여줍니다.

'휴먼 드라마'와 'SF 우주 대서사시'를 혼합한 오프닝을 시작으로 영화는 시종일관 두 이야깃거리 사이에서 중심을 꽤나 잘 유지합니다. 그리하여 꿈많은  '우주 소년소녀' 시절을 보낸 이들이 푹 빠질 만한 이야기를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 동안 기가 막히게 풀어나갑니다. 더불어 '블랙홀'과 '외계인'을 비롯해 '순간이동', '시간이동', '평행우주' 등 우주에 대해 큰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익히 들어봤을 법한 소재들을 아름다운 우주와 함께 환상적인 특수효과로 그려냅니다.

스타트렉의 기본 사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타워즈'에서 보여지는 '외계인'들과는 다르게 미지의 종족이 아닌, 인류의 '흑인', '백인', '황인'처럼 그저 생김새가 조금 다른 또 다른 인류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본 영화에서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모두 이 팔과 두 다리를 갖고 '이족보행'을 하는 고도의 지능을 보유한 생명체이며, 인류와 '교미(?)'와 '잡종교배(?)'도 가능합니다.

아쉬운 점은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여느 전설이나 신화처럼 '혈통주의'을 바탕으로한 '주인공(커크)'의 모습입니다. "아버지가 위대한 함장이었기에 아들도 위대한 함장이 될 것이다."라는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가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격과 능력은 어느부분 '유전'도 있겠지만 언어를 통해 지식전달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분명 '교육'혹은 '전승' 더 중요할 법한데, '아버지'와 '아들'은 전혀 만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TV 시리즈 '히어로즈'에서 악역 '사일러'로 등장했던, 본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잭커리 퀸토(스팍)'는 정말 외계인이 잘 어울리더군요. 스팍의 '미모의 지구인 어머니'는 많이 본 얼굴이었는데 '위노나 라이더'였습니다. 악역(악당 두목)이었지만 생각보다 비중은 크지 않었던 '에릭 바나'의 선택과 용기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커크 '크리스 파인'은 조만간 개봉할 새로운 '터미네이터' 시리즈에도 출연한다는군요. '제임스 본' 시리즈에서 비중있는 악역이었던 '칼 어반'은 주인공의 충실한 조력자, 비중있는 조연으로 다시 만나네요. 그리고 미래에서 온 '늙은 스팍'의 '레너드 니모이'는 눈에 익은 얼굴이었는데 바로 스타트렉 TV 시리즈에서 역시 '스팍'을 연기했던 배우였습니다. 원작에 대한 오마주일까요? 미래에서온 스팍이 사실은 과거의 배우였다니 아이러니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 전개로는 분명 미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과거 시리즈이니까요.

작년의 '다크나이트'가 없었다면 5개도 충분히 주겠지만, 다크나이트는 별5개의 새로운 정의를 만든 느낌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5/12 01:38 2009/05/12 01:38

Swinging Popsicle - Go on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에서 날아온 삼인조 'Swinging Popsicle'의 'Go on'.

Swinging Popsicle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평소 자주 들르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 어떤 곡을 듣게 된 후였습니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약간은 어설픈 느낌의 영어 보컬이 어우러져 흥겨운 배경음악은 바로 제 귀를 사로 잡았죠. 그 곡의 제목은 사운드와 너무 잘 어울리는 'Chocolate Soul Music'이었습니다.
 
'Swinging Popsicle'은 보컬에 '미네코 후지시마', 기타에 '오사무 시마다', 베이스에 '히로노부 히라타'로 라인업을 이룬 삼인조 밴드입니다. 1995년에 신문광고를 통해서 서로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고 하니, 10년이 넘은 장수 밴드인 셈이죠. 가사는 노래를 부르는 '미네코'가 주로 쓰고 작곡은 거의 전부 '시마다'와 '히라타'가 각각 하는 듯한데, 이런 분업은 (아쉽게도 얼마전에 보컬 '지선'이 탈퇴한) '러브홀릭'을 떠올리게 합니다. 러브홀릭도 작곡을 각각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하는 '강현민'과 '이재학'이 나뉘어 했으니까요. 10년 넘게 한 밴드에 함께했지만, '시마다'와 '히라타' 두 사람이 작곡한 곡들에는 각자의 개성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개성에 따라 앨범 'Go on'의 트랙들을 두 가지 분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시마다의 곡들은 주로 일렉트로니카와 접목한 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히라타의 곡들은 밴드 사운드에 기반한 팝-락에 가깝습니다.

이 밴드의 기존 인기곡들과는 다르게, 청량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앨범을 시작하는 'Rainbounds'는 앨범의 타이틀 곡인 'Chocolate Soul Music'과 더불어 시마다가 지향하는 방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クラッシュ'은 역시 시마다의 곡으로 일렉트로니카와 거리가 있지만, 히라타의 곡들과는 다른 느낌의 곡입니다.

반면 세 번째 트랙'Stay By My Side'는 히라타가 지향하는 방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안정적인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편안하고 서정적인 팝을 들려줍니다. 사랑스러운 가사 역시 '팝다움'이 느껴집니다.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를 통해 미리 공개되었던 '哀しい調べ(Sad Melody)'는 제목처럼 앨범에서 가장 슬픈 곡이고, 이어지는 'フレンザゲイン'은 가볍고 경쾌한 연주와는 달리, 방향을 알 수 없는 청춘의 단편을 가사에 담고 있는 곡입니다. 두 곡 역시 그의 스타일이 녹아있습니다.

스타일리쉬한 'Chocolate Soul Music'은 데뷔 10년이 넘는 밴드의 곡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신선함을 자랑합니다. 댄서블한 사운드는 시부야계의 곡들과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구요. 아기자기하고 깜짝한 사운드의 'Nothing's Gonna Changes My World'는 시마다의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마다의 두 곡이 지나고 다시 히라타의 두 곡이 이어지는데, '?像とノイズ'은 누렇게 변할 정도로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찾은 추억의 흑백사진 같은 이미지로 들립니다.  'I Will Ж My Will'은 흩날리는 가을 바람처럼 쓸쓸함으로 충만한 곡입니다. 감정을 흔드는 바이올린 연주와 코러스는 담담하고 메마른 보컬에 처량함을 더해줍니다. 후렴구에는 애끊는 감정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Chocolate Soul Music'이 사마다의 타이틀 곡이었다면, 저는 이곡의 히라타의 타이틀 곡이라고 하고 싶네요.

마지막은 시마다의 두 곡으로 마치게됩니다. '雨音~I wish you were here~'는 '빗소리'라는 제목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의 전자음으로 시작합니다. 비 갠 뒤 화장한 날씨처럼 밝은 목소리지만, 가사는 혼자 걷는 비 속에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 'Go on'은 제목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긴, 7분여에 이르는 트랙입니다.

서로 다른 음악색을 지향하는 시마다와 히라타이지만 두  사람의 곡들은 이 한 장의 앨범 안에서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Swinging Popsicle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조화의 중심에는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노래하는 '미네코'의 탁월한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으라 생각됩니다. 밴드 결성 10년이 넘었지만, 세월에 마모되지 않고 진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Swinging Popsicle, 앞으로도 기대해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05/10 03:45 2009/05/10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