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피자 배달 소년의 사고

2007년 4월 즈음의 일이다.

신경외과에 인턴으로 있었던 때로, 당직인 날(인턴이 두 명이어서 보통 격일로 오후 6시부터 off가 있었다.)에 밤 늦은 시간에 오는 전화는 대부분 응급실에서 오는 전화였다. 무슨 일인가 하면, 두개골 안의 출혈로 신경외과에 입원하게된 사람들 옆에서 Bag(bag-valve-mask의)을 짠다거나, EKG(심전도)를 모니터링한다거나, 환자가 무사히 ICU(중환자실)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침 그 주에 응급수술이 상당히 많아서 이틀에 한 번정도는 새벽에 응급수술을 하다보면 다시 아침 8시에 시작되는 정규수술을 위해 2시간 정도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응급실에 올라가보니, 누워있는 사람은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척 보아서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였다. 누적된 피로와 함께 밀려오는 짜증, 그리고 딱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아, 이 XX는 이 시간에 오토바이타다 사고나고 XX이야."

옆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아르바이트로 피자 배달을 하다가 신호 변경에 걸리면서 사고가 났단다. 단순히 겉멋에 빠져 오토바이 타고 노는 녀석인 줄로만 알았는데, 가슴 한 구석이 뜨끔했다.

'빨리빨리', 아마 한국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아닐까? 어떤 피자는 몇십분 안에 배달이 안되면 피자를 무료로 주는 정책이 있단다.(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때문에 그런 정책이 있지 않을까? 빨리빨리가 아니었다면 피자 배달 소년의 사고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도 여유있는 삶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닐지. 
2009/02/25 20:20 2009/02/25 20:20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월 6일에 갔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시회 서울 '예술의 전당'에 있는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다.

내가 속물인걸까? 그의 유명한 작품들 'Kiss'나 'Fulfilment'가 없어 참 아쉬웠다.

그나마 유명한 '유디트 1', '은물고기', '아담과 이브'를 본 것이 수확이랄까?

네이버 '컬쳐플러그(링크)'에서도 온라인으로나마 전시되는 작품들을 미리 볼 수 있다.

위에 사진은 출구에 있었던 각종 기념품 판매장에 있었던 그림 중 하나.

당연히 입장해서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기에 이렇게라도 하나 담아 보았다.
2009/02/25 00:23 2009/02/25 00:23

the answer and the story

언제나 궁금해 했지만
하나도 알 수 없었던

그 답들.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알아도 말할 수 없었던

네 짧은 답들.

언제나 써보고 싶었지만
결국엔 쓸 수 없었던

그 이야기들.

잡아도 잡을 수 없었던
바래도 갖을 수 없었던

우리 긴 이야기들.

2009/02/18 03:55 2009/02/18 03:55

사랑의 단상 chapter. 2 - This is not a love song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의 두번째 이야기(chaper 2), 'This is not a love song'

작년에 발매한 독특한 컨셉의 '사랑의 단상'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뮤지션들이 주축이 되어 멋진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2007년부터 가요계에 불고 있는 '미니앨범 열풍'에 편승하여 9곡을 수록한 미니앨범과 앨범의 중간 정도의 볼륨으로 버릴 곡이 하나도 없을 만한 소위 'well-made 컴필레이션' 이었죠. 해가 바뀐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그 두번째 이야기가 공개되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2009년 파스텔뮤직의 기대주', 'Sentimental Scenery'의 'Compassion'으로 시작됩니다. 투명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하는 그의 연주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활동한 그의 경력을 상기하게 합니다. '동정심, 연민'을 의미하는 제목과 희망적인 선율에서 단순히 '슬픈 사랑 노래'가 아닌 다른 분위기가 기다리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 하네요. 클래식한 감수성과 일렉트로니카의 조화는 Sentimental Scenery를 흔히 일본의 'Daishi Dance'와 비교하게 합니다. 하지만 뉴에이지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에서는 캐나다의 'Steve Barakatt'와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네요. (피아노와 현악, 밴드 사운드의 cross-over는 Steve Barakatt의 'All about us(2002)'같은 앨범에서 편한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은 이 앨범의 발매 전, 선공개되었던 곡들입니다.

'chapter 1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Epitone Project'는 '한희정'과 함께 '그대는 어디에'를 들려줍니다. 두 사람의 화음은 사랑이 지나간 후에 찾아오는 것들에 대해 소소하면서도 절절하게 와닿도록 합니다. Epitone project는 chapter 1에서는 주인공이었지만 chapter 2에서는 아닌가 봅니다. 참여곡은 '단지' '그대는 어디에' 한 곡이네요.

이어지는 'After love'는 이 앨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Sentimental Scenery라고 각인시킵니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가사와 분명 이별 노래지만 오히려 밝은 느낌의 분위기는 'chapter 1'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임을 확인시킵니다.

'달'은 작년 오디션을 통해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짙은'의 곡입니다.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의 보컬과 파스텔뮤직 소속의 뮤지션답지 않은(?) 강렬한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그것을 받아 들이고, 그렇게 떠나는 것...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짙은은 그 미덕을 너무도 절절히 불러내고 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그 시작과 끝, 그 전부가 아마도 '사랑'이 그 끝 후에 찾아오는 감정들도 결국에 받아들여야 하나 봅니다. 그것이 정말 사랑했고 살아있다는 증거을 테니까요.

'그대 목소리'는 'Lovelybut'이라는 처음 듣는 뮤지션 혹은 밴드의 곡입니다. 따스한 기타연주와 함께하는 편안한 보컬은 겨울밤에 듣기에 좋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보도록 하죠.

진성과 가성으로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독일 청년 'Maximilian Hacker'는 '놀랍게도' 이 앨범만을 위한 오리지널 곡(?)으로 참여했습니다. chaper 2가 공개되기전 선공개된 'Love Box'가 바로 그 곡입니다. Haker, 그의 목소리는 여느 노래를 간절한 기도로 만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습니다.

주인공 Sentimental Scenery는 'Ashes of Love'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집니다. '사랑의 재'라는 제목만으로는, 사랑의 지나간 자리에 남았을 쓸쓸함을 토로할 것만 같지만, 사실 곡의 분위기는 희망적입니다. 자신의 몸을 불사른 재에서 찬란히 다시 태어난다는 '불사조'처럼, 언젠가 다시 태어날 '사랑', 그래서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데뷔앨범으로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루싸이트 토끼'는 '기다리는 하루'로 참여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을 법한 짝사랑, 기다림의 지루함만큼 노래는 감정의 기복없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마무리는 '한희정'의 '멜로디로 남아'입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기타 반주 위에서도 그녀의 음성은 찬란합니다. 사랑노래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노래들, 인간이 멸종될 때까지 되풀이 될 화두 '사랑', 아마도 인류의 영원한 멜로디로 남지 않을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2/05 05:04 2009/02/05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