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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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봄과 함께 찾아온, 봄노래들 가득한 루시아(심규선)의 두 번째 EP "꽃그늘".

2012년 10월 첫 EP "décalcomanie"를 발표했던 루시아는 겨우내 쉬지 않고 음반 작업을 했는지, 약 6개월 만인 올해 4월 두 번째 EP "꽃그늘"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과 함께 작업한 데뷔 앨범 "자기만의 방"을 시작으로 3년 동안 매년 음반을 발표한 셈이 되는데, 그녀의 '음악적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10트랙 모두 신곡이었던 첫 EP만큼은 아니지만, '디지털 음원으로는 들을 수 없는 보너스 트랙'이 포함된 CD의 8트랙 가운데 기존 발표곡과 연주곡을 제외하면 6곡의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녀의 욕심만큼이나 '완성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곡 '사과꽃'은 EP "꽃그늘"을 시작하는 '서문'과 같은 트랙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 봄날 한적한 공원을 느리게 달리는 자전거 산책이 떠오습니다. 상쾌한 나무그늘 속을 달리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의 따뜻한 설렘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느린 산책처럼 느긋한 선율 위로 흐르는 우아한 노래는 듣는이의 주의를 그녀의 목소리에 온전하게 집중하게 합니다. 음악적 효과를 주는 가사 '봄, 밤, 맘(마음)'은 이 곡의 심상을 압축하는 세 단어입니다. 그리고 '봄'과 '마음(맘)'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봄' 혹은 '봄이기에 어지러운 마음'을 노래하는 이 EP을 관통하는 주재(主材)입니다.

이 EP의 타이틀 '그런 계절'은 '잔인한 계절, 봄'을 노래합니다. 시조를 읊듯 노래를 풀어나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그녀의 감정들을 노랫말로 쓸 때 단어를 하나하나 선택하면서 느꼈을 고민이 느껴집니다.  또 그 선택된 단어들이 그녀의 목소를 통해 노래로 불려질 때, 하나하나 단어를 발음하면서 그녀가 그 단어에 담아낸 감정과 노력도 그려집니다. 공 들인 가사만큼이나 선율도 빼어납니다. 간주 부분에서 3/4박자의 왈츠보다 빠른 6/8박자의 멜로디는 지는 꽃잎의 흩날리는 윤무를 그려냅니다. 확실히 왈츠보다는 '현대무용'으로 표현될 법한 선율인데, 놀랍게도 이 곡을 듣고 얼마 지나 찾아본 뮤직비디오에서도 '현대무용'으로 시각화하고 있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만개(滿開)한 그녀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라 하겠습니다. 어쿠스틱과 현악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점은 편곡자의 탁월한 능력이 빛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편백나무'는 낯선 이름입니다. 편백나무는 영어로는 'Hinoki Cypress'이고 꽃말은 '기도'랍니다. 바로 이 곡은 그녀 자신을 위한 '기도'같은 곡입니다. 어쿠스틱의 가벼운 경쾌함은 지난 EP의 'What Should I Do'가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사랑을 잊고 새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5월의 당신은'은 제목처럼 5월의 나른하고 아련한 아지랑이 같은 감정을 노래합니다.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그대'에 대한 감정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하모니카 연주는 그런 애잔함과 봄의 나른함을 더해줍니다. '담담하게'는 제목과는 다른, '간절한 소망'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실편백나무'와 제목을 바꾸었어도 어울렸을 법합니다.) 이 EP의 어떤 곡들보다도 고백적인 노래인데, CD를 구입할 경우 포함된 두툼한 부클릿의 '서문'을 모두 읽어야 이 곡 뿐만 아니라 이 EP를 통해 '루시아',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온라인 음원의 마지막 트랙은 '그런 계절'의 연주곡입니다. 하지만 CD에는 두 곡의 보너스 트랙이 더 들어있습니다.(그런 의미에서 꼭 CD를 구입합니다.) 한 곡은 '꽃 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의 early demo version으로, 배경음의 빗소리가 '봄비'를 연상시켜서 봄을 노래하는 이 EP에 어색하지 않은 감성을 전해줍니다. 다른 한 곡은 '오스카'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노래같지만, 그 고양이에 그녀의 '그대'와 '그대에 대한 감정'이 이입된 사랑노래입니다. 나긋하게 힘을 빼고 부르는 그녀의 음성은 나른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고양이'도 다분히 봄을 연상시키기에 다분히 '봄 노래'답습니다.

EP "꽃그늘"은 보너스 트랙을 포함한 8개의 트랙 가운데 기존 발표곡과 연주곡을 제외하더라도 6곡의 신곡을 담고 있기에 CD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한 음반입니다. 또, 소책자 형식으로 상당히 공을 들인 부클릿은 그 소장가치를 더합니다. CD에 담겨진 음악 뿐만 아니라, CD를 수납하는 부클릿과 부클릿에 담겨진 내용물들까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반시장이 내리막을 향해가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다소 무모할 수도 있는 시도처럼 보여질 수도 있지만, '파스텔뮤직'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시도이기에 그 고집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성큼 성장한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앨범들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어려운 음반시장의 상황 속에서도 10주년을 넘어 한 걸음씩 성장해가는 파스텔뮤직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2013/10/04 02:31 2013/10/0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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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Lucia (심규선)

album : décalcomanie (EP)

disc : 1CD

year : 2012

full-length album 수준의 quality와 quantity를 들려주는 Lucia(심규선)의 첫 EP "décalcomanie".

2011년 debut album부터 매년 착실하게 쌓여가는 'Lucia(심규선)'의 discography를 살펴보면, 2013년으로 이제 11년차에 접어든 indie label 'Pastel Music'의 managemnet system도 확실한 성숙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singer-songwriter의 역량에 노래/연주/작사/작곡 등 대부분을 의존하는 기존 indie label들의 album production 방식과는 다르게, label의 주도로 유능한 songwriter-producer와 유망한 vocalist의 collaboration으로 시작하여 자연스레 singer-songwriter의 가능성까지 이끌어내는 일련의 방식은, (물론 indie label의 방식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더 오랜 역사의 music business와 더 방대한 market을 대상으로하는 영미권 label에서는 낯선 방법이 아니다. 아마도 국내 indie label 최초의(혹은 아직까지도 유일한) Pastel Music의 시도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Lucia'를 통해 완성해가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pitone Project의 2010년 album "유실보관소"에 guest vocal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알린 Lucia는, 이듬해인 2011년 Epitone Project가 작/작곡가 겸 producer로 참여하여 두 사람의 chemistry가 돋보인 debut album "자기만의 방"에서 vocalist의 역량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vocalist에만 머물지 않고 몇몇 곡의 작사/작곡자에 그녀의 이름을 올리면서 singer-songwriter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그녀의 가능성을 확인한 Pastel music은 두 번째 full-length album을 서두르기보다는 확실한 singer-songwriter로서의 능력에 담금질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이 2012년과 2013년에 발표된 두 장의 EP다.

지금 소개하는 EP는 2012년 10월에 발표한 첫 EP "décalcomanie"다. 그런데 수록곡 list를 보면 재미있다. EP 수록곡이 무려 10곡인데, intro나 outro 없이 모두 vocal track으로만 채웠다는 점이다. 최근 수 년동안 가요계를 보면 'full-length album(정규앨범)'이라는 이름을 달고도, intro/outro를 포함해도 10 track이 안되는 '부실한 음반'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 EP는 그런 세태를 비웃는 듯하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부실한 음반'은 비단 track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total play time이 약 74분인 compact disc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경우들이다.) full-length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volume을 가진 이 음반를 굳이 'EP'로 발표한 이유는, 모든 수록곡들이 바로 주제에 집중해서가 아닐까. 여느 여가수들의 음반처럼 '안빈낙도'나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곡으로 track 수를 채울 수도 있겠지만, concept album이라고 분류해도 될 정도로 그녀가 집착한 그 주제는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이 EP는 Lucia가 '사랑'이라는 물감으로 찍어낸 10가지 "décalcomanie"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concept album 자체가 흔하지 않지만, 최근의 국내 앨범으로는 '호란'의 band 'Idadi'의 "Songs for Ophelia"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수준있게 완성한 singer-songwriter의 앨범을 에둘러 'well-made pop'이라고 부르는데, 굳이 그녀가 쓴 자작곡들의 style을 분류하자면 'adult contemporary(이하 AC)'정도가 될 듯하다. 'AC'도 기본적으로 'verse-chorus structure'로 쓰여지는데, 이 EP의 수록곡들도 style과 structure에서 AC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easy listening이 가능하지만, 나쁘게 해석하면 모든 곡이 비슷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각 곡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조적 유사성을 극복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이 담겨 있고, 우아하면서도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그녀의 청명한 목소리(음색) 뿐만 아니라 호흡(발성)과 발음까지, 이토록 완벽하게 자신 '발성기관'을 지배하는 vocalist가 indie scene에 있었던가. 그녀는 한 가지 구종으로도 완벽한 control로 mound를 지배하는 pitcher가 되어 listener를 알고도 strike out를 당하는 hitter가 되게 한다. 그만큼 그녀의 음성과 완급조절은 listener가 그녀의 목소리 자체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음성과 완급조절은 그녀의 써내려간 가사들이 전달하는 의미를 견고하게 한다.

잔잔하고 평온한 호흡으로 간절함을 노래하는, 이 album이 있게 한 '사랑'의 발단, '소중한 사람'을 지나면 전형적인 'verse-chorus structure'로 들려주는 3곡이 이어진다. 'I Can't fly'는 발음과 발음, 단어와 단어에서 들리는 완벽한 완급조절이 돋보이고, 부드러운 음성 속에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그대의 고요'는 그 호소력 덕분에 EP의 title 'Savior'보다 더 title처럼 들린다. 전작의 수록곡 'Sue'의 변주처럼 들리는 'Savior'의 고독함과 간절함은 listener의 감정을 흠뻑 적시기에 충분하다. 이 전형적인 구조는 최근의 노래들보다 2000년 이전의 노래에 가깝게 들리는데, 그래서 이 구조와 다른 무엇보다도 노래를 빛나게 하는 그녀의 '가창력'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1990년대 adult contemporary music의 마지막 전성기를 빛낸 Diva들, 'Mariah Carey'와 'Celine Dion'이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또 이는 EP를 AC로 분류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격양된 음성과 빠른 tempo로 사지 말단까지 전해지는 사랑의 기쁨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필로소피'를 지나면 앨범의 후반부에 접어든다. 사실 10 track은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으로 나누어 2장의 disc에 담아 각각 EP로 발매해도 될 volume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2013년 올해 발표된 두 번째 EP을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담금질'의 한 chapter를 온전히 완결하겠다는 의지와 후속 album을 위한 왕성한 창작력 및 결과물들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Lucia와 '짙은'의 아름다운 harmony가 돋보이는 'What Should I Do'와 날카로우면서도 처연한 비유의 가사가 인상적인 'I Still Love'에서도 곡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그녀의 음성은 빛난다. 그런데 이 두 곡에서도 1990년대의 익숙한 그림자가 느껴지는데, 바로 'Mr. Big'의 'To Be With You'와 'Richard Marx'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같은 곡들이다. (전작도 그런 점이 옅게 존재했지만) 1990년대 향수를 뜸뿍 느껴지는 점은 Pastel Music이 설정한 Lucia의 소비층이, 일반적인 indie music 소비층인 '20대~30대 초반'보다 높은, 88서울올림픽 이후 급격한 문물개방과 맞물려 1990년대 영미권 Pop Music을 흡수한 '30대~40대 초반이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는 1990년 3월에 첫방송을 시작한 '배철수의 음악캠프'세대라고 봐도 되겠다.)

R&B style의 '보통'은 제목과는 다르게, 수록곡 가운데 그녀의 singer-songwriter의 역량이 가장 빛나는 곡이다. midtempo의 rhythm 위로 '사랑의 설램'을 표현해내는 그녀의 음성과 완벽한 완급조절은 listener의 심박동수까지도 synchronization(동기화)되어 황홀경으로 안내하기 충분하다. 특히 그녀의 vocal이 저음의 chorus와 대비되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봄날의 어린아이처럼 들뜬 감정을 아른하게 그려낸다. 처절한 절망과 간절함이 교차하는 감정의 회오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연극이 끝나기 전에'와 마지막 track답게도 공허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전해지는 '신이 그를 사랑해'로 EP "décalcomanie"는 막을 내린다.

EP 전곡에 걸쳐 piano 및 string을 비롯한 모든 연주가 상당히 제한적으로 절제되어 사용됐는데, 이는 그녀의 vocal을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시켜 listener가 오롯이 그녀의 음성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mixing 및 mastering을 포함한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그 점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런 노력들 덕분인지 그녀의 음반은 Epitone Project와 함께 audiophile의 사랑을 받는 몇 안되는 indie label의 음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Pastel music이 설정했으리라 예상되는 소비층의 연령대와 보통 30대 이상인 audiophile들의 연령대가 겹치는 점은 우연만은 아니리라. indie label에서 전혀 indie답지 않은 음악을 들려줘서 일까? audiophile의 우호적인 평가와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Pastel music 소속 artist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가 박하다는 점은 irony다. 사실 "décalcomanie"라는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Rorschach test"였다. Pastel music과 Lucia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음반을 "단지 '얼룩'으로 볼 것인가?" 혹은 "의미가 있는 '그림'으로 볼 것인가?"는 이제 listener의 몫이다.

더불어 전도유망한 illustrator 'Kildren'이 artwork 참여한 booklet은 CD 구매자들을 위한, 국내에서 가장 CD packaging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label이라고 할 만한 pastel music의 '심심한 배려'라 하겠다.


*Pastel music은 고음질의 flac을 DVD로 발매해주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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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5 05:38 2013/05/2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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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준비 끝에 모습을 드러낸 파스텔뮤직의 야심작, 'Lucia with Epitone Project'의 '자기만의 방'.

2010년 10월과 11월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으로 앨범을 예고했었던 '심규선'이 해가 바뀐 2011년 9월 드디어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약 11개월의 시간이 흘러 앨범을 발표하는 그녀의 이름은 'Lucia(그녀의 세례명)'로 바뀌었고, 'Lucia with Epitone Project'로서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한 '자기만의 방'이 그 결과물입니다. 이번 앨범 발표에 앞서 올해 5월에 공개된 디지털 싱글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까지 세 싱글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면서 앨범에서는 어떤 곡들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었는데 꽤 오랜 기다림이 되었군요.

고독으로 가듣찬 입김같은 허밍을 들려주는 '첫 번째, 방'으로 앨범은 시작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꼭 '한희정'의 허밍과 비슷하게 들리더군요.) 첫 곡은 싱글로 공개되었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입니다. 가요에는 주로 짧은(단편적이면서도 간결한) 제목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이 곡의 제목이 상당히 장황하고 마치 외국어를 번역해 놓은 제목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제목을 처음보았을 때 일본의 '나카미시 미카'의 '연분홍빛 춤출 무렵' 같은 곡이 생각나더군요. '꽃처럼 한 철'이라는 비유가 참으로 멋들어진데, 째즈풍으로 편곡된 연주는 윈드차임의 신비함과 어우러져 어련한 봄날의 싱숭생숭함과 기다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기다리는 사랑', 혹은 '사랑의 기다림'을 알린다고 할까요. 무려 Lucia의 자작곡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디'는 디지털 싱글 '두 번째, 방'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정규앨범에서는 Album version으로 재녹음되었습니다. 재녹음되면서 과도한 애드립이 줄어들면서 보컬이 싱글에서보다 부드럽게 곡에 융화되었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의 장기인 현악을 적절히 이용한 감성 발라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보컬이 악기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본인의 앨범과는 다르게 이 앨범에서는 Lucia의 목소리가 곡의 중심에서 들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앨범 타이틀 곡으로도 손색이 없어서, 앨범 공개에 앞서 선공개되었던 '안녕, 안녕'이나 타이틀로 내세운 '어떤 날도, 어떤 말도'와 함께' 트리플 타이틀 전략이 아닐까 하네요. 이어지는 '고양이 왈츠'는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으로 공개되었던 곡입니다. (첫 세 곡이 연속으로 싱글곡들이네요.) 가벼운 왈츠의 세박자와 함께 봄날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앨범 공개 일주일 전에 선공개되었던 '안녕, 안녕'입니다.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가사이지만 연주는 상당히 밝고 경쾌합니다. 시작부터 경쾌한 피아노 연주는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데,  빠르게 스쳐지나며 '안녕'하는 '스무살의 어딘 가'을 표현하고 있나봅니다. 연주과 가사의 다른 분위기만큼 '웃음지은 눈물' 그려내기에 적절한 기교가 또 있을까요.

'Sue'는 Lucia의 자작곡으로 이 앨범에서 뇌리에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기도 합니다. 제목 다음에는 'inspired by Fingersmith'라고 적혀있는데 'Fingersmith'는 2002년에 발표된 'Sarah Waters'의 소설이자 이 소설을 바탕으로 2005년에 영국 'BBC'에서 제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었지만, Lucia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를 이해할 수 없지만, 너 없이 살 수 없다'고 외치는 후렴구는, 바로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음에도 빠지게 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호소가 아닐까 하네요.

첫 트랙 '첫 번째, 방'이 1분이 되지 않는 트랙이었지만, 앨범의 후반을 여는 '두 번째, 방'은 2분이 넘는 연주곡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서정적인 선율은 이어지는 '어떤 날도, 어떤 말도'의 인트로인 동시에 에피톤 프로젝트가 참여했다는 발자국 같은 트랙이 아닐까 합니다. 두 트랙은 디지털 싱글의 제목이기도 한데, 디지털 싱글 수록곡들과는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싱글 '두 번째, 방'에 수록되었던 '부디'는 앨범의 전반부인 '첫 번째, 방'에 가있으니까요.

'어떤 날도, 어떤 말도'는 이 앨범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한 전개로 앞선 '부디'나 '안녕, 안녕'보다 부족한 임팩트는 아쉽습니다. 다만 간주에 등장하는, 트럼펫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가을의 공기만큼 아련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플루겔혼' 연주는 인상적입니다.  째즈풍의 '버라이어티'는 Lucia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이 물씬 느껴지는 곡입니다. 다분히 뮤지컬 삽입곡 같은 전개와 브라스와 현악을 배치하여 반짝이는 화려함을 들려주는데, '임상아'의 '뮤지컬'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고양이 왈츠 Acoustic'은 제목 그대로 고양이 왈츠의 어쿠스틱 버전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사랑에 대한 설렘이 느껴진다면 어쿠스틱에서는 설렘보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더 크게 들리네요. '어른이 되는 레시피'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기에 Lucia의 자작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을 뒤엎고 차세정의 곡입니다. 앞선 '고양이 왈츠'에 이어 어쿠스틱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고양이 왈츠가 제목처럼 왈츠의 세박자로 느긋하게 흘러간다면 오밀조밀한 연주로 속도와 긴장감을 조성하여 귀를 사로잡습니다.

'웃음'은 이 앨범에서 Lucia의 뒤에 숨어있었던(?) 차세정이 모습을 드러내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Lucia와 차세정의 듀엣곡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에피톤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나는 곡이기도 하면서 다른 점들도 들립니다. 역시 현악의 연주는 '에피톤 프로젝트답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앨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비극적인 씁쓸함'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웃음'은 해맑은 미소가 아닌 허탈한 쓴웃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앨범의 문을 닫는 앨범 제목과 동일한 '자기만의 방'은 Lucia가 제일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버라이어티'와 마찬가지로 째즈와 뮤지컬이 어우러진 분위기는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적 목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이 붙었겠죠.

보컬리스트와 프로듀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Lucia with Epitone Project'의 앨범은 요조(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타루(with Sentimental Scenery, Swinging Popsicle)에 이은 파스텔뮤직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인디씬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런 조합의 시도는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인 가창력과 더불어 (홍대에서 듣기 쉽지 않은) 또박또박 아나운서같은 명료한 발음이 돋보이는 보컬리스트 Lucia와 보컬리스트들과의 협업에서 재능을 보인 물이오른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조합은 지난 조합들보다도 탁월한 출발을 들려줍니다. Lucia와 에피톤 프로젝트, 두 사람이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죠. 별점은 4개입니다.
2011/10/06 21:14 2011/10/0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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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코라보레이션, '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싱글 '두 번째, 방'

파스텔뮤직의 '본격 코라보레이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싱글, '두 번째, 방'이 발표되었습니다. 파스텔뮤직으로서는 본격 코라보레이션 프로젝트는 이미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서 시도해본 경험이 있으니, 두 번째하고 할 수 있겠네요. 요조의 경우 앨범 발매 전부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연을 함께하는 전략으로 입소문을 늘려가다면, 심규선의 경우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에 참여 후 함께 심규선의 이름을 걸고 연작 싱글을 발표하고 있으니, 접근 방식은 조금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첫 번째, 방'이었으니, 두 번째는 거실, 부엌, 욕실(?) 등등 중에서 나올줄 알았는데 두 번째도 '방'이라니 허를 찌르고 말았습니다. 혹시 대저택에 살아서 방이 여러개인 건가요? 자는 방, 옷방, 공부방, 놀이방 등등...?

지난 싱글 수록곡 '고양이왈츠'가 방처럼 따뜻한 '왈츠'였다면, 이번 싱글 수록곡 '부디'는 '방'이라는 공간의 다분히 개인적인 느낌처럼 슬픈 '발라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와 오케스트라, 기타 솔로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소리들은 에피톤 프로젝트답습니다. 지난 싱글에서 꼭꼭 숨어있던 에피톤 프로젝트가 그의 진짜 모습을 활짝 드러냈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심규선이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에 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객원보컬들의 목소리를 빌렸지만 다분히 절재된 감정을 보여주었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들과는 다르게, 심규선의 이름을 달고 나온 '부디'에서는 감정의 기복을 확연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이 '에피톤 프로젝트의 부디(feat. 심규선)'이 아닌, '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이 될 수 있겠지요.

에피톤 프로젝트의 발라드이면서도 심규선의 또 다른 매력도 담겨있는 곡이 바로 '부디'구요. 다만 아쉬운 점은 감탄사(오~)를 지나치게 남용했다는 점입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없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3연작의 마지막 '세번째, 방'도 기대해보도록 하죠.
2010/12/01 23:33 2010/12/0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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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의 신예 뮤지션 '심규선'의 첫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

'에피톤 프로젝트'의 첫 정규앨범 '유실물 보관소'에 객원보컬로 참여해 통해 좋은 인상을 남긴 파스텔뮤직의 신인 '심규선'이 그녀의 첫 싱글 '첫번째,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심규선이라는 이름은 아직 귀에 익지 않은데, 그녀의 약력을 살펴보면, 밴드 '러브홀릭'이 보컬 '지선'의 탈퇴 이후 새 멤버 영입을 위해 연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뮤지컬 '마법사들'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답니다. 러브홀릭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밴드이기에 1위를 하고도 멤버로 영입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에피톤 프로젝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어쨌든 그녀와 저는 이렇게 음악으로 만나는 인연(?)이 있었나봅니다.

앨범 '유실물 보관소'에서 '선인장'과 '오늘', 두 곡으로 절제된 감성과 독특한 음색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에피톤 프로젝트와 멋진 조합을 보여주었죠. 앨범 제목은 '첫번째, 방'이지 수록곡은 '고양이왈츠'뿐인(물론 어쿠스틱 버전이 따로 있지만) 이번 싱글에서도 탁월한 조합을 이어갑니다. 바로 크레딧을 보면 작사/작곡 및 프로듀싱에서 에피톤 프로젝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고양이왈츠'는 제목처럼 왈츠의 느낌을 살린 세 박자의 곡입니다. 사뿐사뿐 우아하게 걷는 고양이의 걸음처럼, 왈츠의 춤사위가 펼쳐집니다. 스타카토의 키보드 연주는 그 사뿐함을 더하고, 퍼커션과 아코디언은 마치 놀이동산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히 아코디언의 음색은 언제나 아련한 어린시절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유실물 보관소'의 두 곡과는 다른 느낌으로, 사랑에 대한 수줍음과 설렘을 능청스럽게 표현하는 심규선의 목소리도 역시 매력적이구요.

어쿠스틱 버전에서는 더욱 담백한 느낌의 그녀를 들을 수있습니다. 단촐한 기타 연주는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그녀의 글씨라면, 은은히 흐르는 현악은 수줍은 그녀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기타와 현악의 조합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모습도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왈츠의 세 박자에 아코디언 연주와 고양이까지, 모두 '봄'에나 어울릴 법한 소재들인데 이 싸늘한 가을에 발표된 점은 의외입니다. 의도에 대한 힌트를 찾는다면 싱글 제목인 '방'에 있을 법하네요. 방의 아늑한 느낌을 살리기 위함이겠죠. '첫 번째'는 이 싱글의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싱글 시리즈의 첫 번째를 의미하겠구요. 센티멘탈 시너리와 타루의 조합에 이어, 심규선과 에피톤 프로젝트의 조합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기대가 되네요. 더불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심규선의 모습도 보여주길 기대하구요

2010/10/31 02:58 2010/10/31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