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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3일, 초대로 다녀온 '옥상달빛' 단독 공연 '수고했어, 올해도!' 후기.

콘서트홀이 홍대쪽이 아니고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월드'라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달뮤직' 이벤트 응모에 당첨되었기에 먼 거리지만 다녀왔다. 사실 음반으로만 듣던 '옥상달빛'이기에 공연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오후 6시 시작이었고 약간의 여유를 두고 도착했는데, 공연이 열리는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의 입구 앞은 이미 인파로 북적거렸다. '왜 정식 공연장도 아니고 더구나 거리도 먼 잠실에서 단독 공연을 할까?' 궁금했는데, 입장하기 전에 확인한 좌석 배치도를 보니 알겠다. 대략 1500석 이상의 좌석배치를 보니, 가뜩이나 대목을 노리고 공연이 많이 열리는 연말이라 그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장소는 얼마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대라 그런지 뒤쪽에 가깝게 앉았는데, 앞쪽의 1000석 정도는 유료 관객, 뒤쪽은 무료 초대로 구분되는 듯했다. 아무튼, 인디 밴드의 단독 공연으로는 엄청난 규모임에는 틀림 없었다.

홍보나 무대는 꽤나 신경을 쓴 공연으로 보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공연이었다.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20곡이 되지 않는 곡수로는 단독 공연을 꾸려가기에는 곡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을 노래로만 채우기에는 부족했는지 두 사람의 이야기(멘트)는 많았다. 라디오 활동을 통해 '옥상달빛'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노래로 알게되고 음반으로만 접해왔고 그들의 라이브가 궁금했던 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큰 규모에 비해 '들을 것'은 없었다고 할까나?

모델 출신으로 최근에 음반을 발표한 사람이 게스트로 나온다고 하길레, 누구나 기대한 '그녀'가 아닌 홍진경이 나온 점도 그랬다. 라디오 팬들에게는 좋았을 수 있겠지만, 좋은 음악이 듣고 싶었던 나에게는 '완벽한 무리수'였다. 초대로 가서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잠실까지 가는데 든 시간이나 공연의 규모에 비해 내용은 아직 부족했다.  옥상달빛이 한 두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다음, 열릴 공연들이나 기대해 봐야겠다.

2013/03/05 16:20 2013/03/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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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청춘이 청춘에게 보내는 연가, '옥상달빛'의 '28'.

작년(2010년) 1월에 발표된 '옥탑라됴'로 가장 뜨거운 여성 듀오로 올라선 '옥상달빛'이 큰 기대 속에 2011년 4월 첫 정규앨범 '28'을 발표했습니다. '28'이라는 앨범 제목은 84년 생 동갑내기 두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의 올해 나이와도 같은 숫자입니다. 밴드 '10cm'의 발음 '십센치'를 발음할 때 주의가 필요하듯, 28(이십팔)의 발음도 요주의입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은 'Dalmoon'입니다. 'dalmoon'은 옥상달빛의 클럽 주소이기도 한데, 우리말로 '달문'은 '달무리'의 사투리이기도 합니다.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기타연주는, 대지를 촉촉히 적시던 비구름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은은한 달빛을 떠오르게 합니다. 편안한 보사노바 연주와 두 멤버의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입니다.

데뷔 EP '옥탑랴됴'의 첫 곡부터 '안녕'을 고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어쩐일인지 '안부'를 묻습니다. 흥겨운 왈츠의 세박자와 '박세진'이 또렷히 선창하고 '김윤주'가 아련하게 되받는 구조는 친근한 동요를 떠오르게 합니다.

'없는게 메리트'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제목에서부터 EP의 '하드코어 인생아'처럼 '88만원 세대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잔잔한 모던포크 여성 듀오의 입으로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가는 뜬 구름같은...'이라는 충격적인 한 줄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하드코어 인생아'의 임팩트를 기대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없는게 메리트'에서는 오히려 발랄한 멜로디로 88만원 세대의 '찬란한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려했다면 큰 욕심이 아니었을까요? 해학을 담으려했던 '없는게 메리트, 있는게 젊음'이라는 가사는 'A는 B이고 C는 D이다'라고 문법적 해석을 생각한다면 '메리트는 없고 젊음은 있다'라고 들리기까지 합니다. 분위기 환기에는 성공이지만 메시지 전달에는 실패입니다. 이 곡은 정말 '메리트'가 없네요.

평이하고 무난한 사랑노래 '보호해줘'를 지나 '그래야 할 때'는 오히려 이 앨범을 대표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EP에서 김윤주의 보컬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정규앨범에서는 반대로 박세진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경향인데, 이 곡 역시 그렇습니다. '안부'처럼 박세진이 주고 김윤주가 받고 결국 같이 부르는 진행은 지난 EP의 'Another Day'나 '외롭지 않아'처럼 여성 듀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하모니를 들려줍니다. Azure Ray가 떠오르는 건 저 뿐인가요?

앨범 제목은 '28'이지만 앨범에는 같은 제목의 곡은 없고, 대신 3이 줄어든 '25'이 있습니다. EP의 '가장 쉬운 이야기'처럼 친구들과 함께했고 잡담까지 포함된 원테이크(one take) 트랙으로 앨범 제작비 절감을 위한 두 멤버의 눈물겨운 노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장 쉬운 이야기'의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25'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두 멤버가 만났던 25세의 시작을 노래할지도 모르겠지만, '25'을 '28'에 담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이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의 제목을 '25'로 하고 두 멤버가 27세에 발표한 EP '옥탑랴됴'보다 2년 앞서 '진짜 25세때' 발표했다면 좋았을 법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피로를 풀어주는' 모 음료처럼 달달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가장 짧은 곡이지만, 아마도 두 멤버가 88만원 세대에게 전하려고 했던 위로의 메시지가 가장 간결하면서도 또렷하게 담겨있는듯 합니다.

'똥개훈련'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강아지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잔잔하게 추억을 되세기는 시작은 좋지만, 애처로움을 극대화하려는 후렴구는 어쩐지 우습습니다. 순수한 아이의 똥개훈련이 아닌 악랄한 아이의 강아지를 괴롭히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너무 색안경일까요?

'고요한'은 역시 여성 보컬의 장점이 빛나는 곡입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사기스러운 조합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보컬을 더욱 빛나게 하고, 여성 보컬과 만나면 그 장점이 더욱 빛나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들려주는 분위기와 구성은 이 듀오의 본래적인 분위기라기 보다는 빌려온 느낌이 강한데, 개인적으로는 'Alice in Neverland'의 첫 앨범에 수록되었고 '장필순'이 불렀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떠오르네요.

'옥탑라됴2'는 바로 EP에서 두 멤버의 재치가 빛났던 '옥탑라됴'의 후속편입니다. 역시 두 멤버가 주고 받는 입담과 자화자찬이 재밌습니다.(더불어 이 듀오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작처럼 역시 다음 트랙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는 제목 그대로 두 멤버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마지막 '그래야 할때 (string version)'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랙입니다. 앞선 원곡이 어쿠스틱이었기에 'string version'이라 하면  현악 편곡으로 보컬에 현악 연주를 더한 곡을 생각하는게 보통인데, 이 트랙은 제목 그대로 '현악으로만' 진행되는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 듣기 좋은 트랙이지만, 앨범 전체를 생각했을 때는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최근 주목을 받은 후속작 가운데 이렇게나 '소포모어 징크스'가 철저하게 느껴질 만한 앨범이 있었던가요? 기교적인 면에서 여성 듀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지만, 앨범의 구성과 메시지는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개별적으로 들으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앨범의 각 곡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그 접근 방법은 너무나 산만하여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EP '옥탑라됴'의 임팩트가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흐릿합니다. 별점은 3개입니다.
2011/05/28 03:14 2011/05/2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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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모던 포크 듀오 '옥상달빛'의 데뷔 EP '옥탑라됴'.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홍대 인디씬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나 '푸른새벽'처럼 혼성 듀오로 인기를 모은 밴드들도 있었지만, 단일 성별의 듀오는 흔하지 않은 구성이었습니다. 1장이라도 발매한 팀들 가운데, 남성 듀오로는 그래도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 리플라이', 이제는 만날 수없는 '재주소년'이나 한때 2인조였던 '올드피쉬'가 떠오르지만, 여성 듀오로 인기를 모은 밴드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성은 원래 여성끼리만 있으면 협력이 힘들다'라는 편견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2010년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준 밴드 가운데 그렇게 희귀한 구성의 밴드가 하나있었습니다.

바로 모던 포크 듀오 '옥상달빛'이 그들입니다. 아 밴드, 우선 이름이 특이합니다. 영어이름의 밴드들이 많은 시대에 우리말 이름에, 한국인의 주요 생활공간이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동하고 듣기 어려운 단어인 '옥상'과 '달빛'의 조합이라뇨. 옥탑방에 사는 고학생이 달빛을 받으며 느끼는 운치와 삶의 애환이 모두 담겨있을 법한 느낌입니다. 여성 듀오이기에 두 사람의 보컬에도 관심이 가는데, '말괄량이' 컨셉의 '박세진'과 '새침데기' 컨셉의 '김윤주'가 '옥상달빛'입니다.

앨범 자켓어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공룡의 머리'입니다. '모던 포크 듀오'답지 않게 무시무시한 공룡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한데, 옥상달빛의 클럽을 방문(탐구?)해 보았다면 한 번 즈음은 만났을 공룡이랍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무시무시한 녀석이 아니라 초식을 하는 '용각류' 공룡이에요. 무서워하지 말고, 이제 옥상달빛의 노래들을 들어보자구요.

도입부의 멜로디언 연주가 매력적인 첫 곡은, 청자와 방금 만났기에 뜬금없게 들릴 수 있을, '안녕'입니다. 용기있게 고백하지 못하고 마음만 떠보는 얄미운 친구에게 쿨하게 외치는 '안녕'은 관계의 끝을 선언하는 마지막 인사이겠지만, 또 다른 연애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인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드코어 인생아'는 과격한 제목과는 다르게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이 밴드의 이름처럼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래하는 곡입니다.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을 노래하는 꾸밈없는 가사는 '옥상달빛'의 담백한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좌절 속에서도 인생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메시지는 두 멤버의 음성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옥탑라됴'는 이어지는 '옥상달빛'의 인트로 성격의 트랙입니다. 두 멤버의 코믹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옥탑라됴'는 바로 두 멤버가 진행하는 라디오 형식의 UCC의 제목이기도 하며, 앨범에 수록되면서도 역시 라디오 방송처럼 녹음이 되었습니다. 솔직담백하게 진행되면서도 사연을 보낸 청취자들의 이름과 두 멤버의 능청스러운 반응을 보면 실소를 터질 만큼 재밌습니다.

밴드 이름과 동일한 곡 '옥상달빛'은 이 밴드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앞선 '옥탑라됴'에서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을 가사로 부르는 이 노래는 경쾌한 왈츠 리듬 위로 기쁨과 희망을 노래합니다. 옥상달빛이 청춘에게 보내는 연가라고 할까요?

'Another Day'는 분위기를 바꾸어 쓸쓸함을 그득히 담은, 여성 듀오만의 매력이 가득히 담겨있는 트랙입니다. 두 여성 멤버가 들려주는 보컬의 하모니는 완숙미가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생활 속에서 마주친 꽃과 새에 비유한 점도 멋집니다.

'외롭지 않아'는 두 멤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어갑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하지만 애써 '외롭지 않아'라고 외치는 모습은 너무나 처량합니다. 마지막 곡은 분위기를 다시 바꾸어 친구들과 함께 부리는 '가장 쉬운 이야기'입니다. 이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는 결국 하드코어 인생이지만, '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만하다'고 이야기 하는 듯합니다. 'Good-Bye (Remix)'는 첫 곡 '안녕'의 리믹스로 마지막의 '항상 모른 척 살짝 흔들어 놓고'는 상당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흔하지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라고 하면서 떠오르는 남성 듀오 가운데 '올드피쉬'가 있었는데 옥상달빛은 현재 올드피쉬의 'SODA'씨가 세운 레이블 'MagicStrawBerry sound' 소속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초창기 올드피쉬와 감성적인 고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멤버의 찰떡궁합이 지속되어 멋진 곡들을 오래도록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두루 갖춘 이 특별한 모던 포크 듀오의 행보가 궁금해지네요. 정말 '기록에 남을 만큼 장수하는 여성 듀오'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정규앨범의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니 기대해 보도록 하죠. 별점은 4개입니다.

2011/02/21 23:34 2011/02/21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