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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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백불'은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보다 먼저 읽으려 했던 책이다. 역시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1997년에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11년이 되어서야 출간된 소설이다. 처음 '하얀 부처'를 의미하는 '백불'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백인 승려가 성불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어리석은 예상이었지만.

요약하자면 강 하구의 작은 섬 '오오노지마'에서 태어났고 그 곳에서 숨을 거둔 '에구치 미노루'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이다. 한 인간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일반적인 성장 소설과 차별점은 청년이 되면 멈추는 '육체적 성장'보다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정신적 성장'을 밀도있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주인공 에구치 미노루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겪는 삶과 죽음을 그리면서, 태어난 모든 인간들이 반드시 겪에 되는 죽음에 대해 진지한 성찰로 풀어나간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오토와'와 '누에'에로 표현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 어린시절의 '기시감'으로 시작되어 딸 '린코'을 통해 밝혀지는 '영혼과 전생' 등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보았을 인생과 그 종착역인 죽음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이 이어진다. 

탄생과 함께하는 피할 수 없는 죽음, 그리고 죽음의 의미와 죽음 뒤의 세계 등, '죽음'이란 나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사후 세계와 전생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가? 혹은 존재하기에 기억할 수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빠져들만한 주제들이 주인공 미노루의 인생과 사색을 통해 진행된다. 이 작품 하나로 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주인공 미노루와 친구 기요미가 작품 속에서 대화와 행동으로 보여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는 큰 감명을 받았다.

300쪽이 넘는 짧지 않은 분량에 상당히 많은 야이기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지만, 물 흐르듯 흘러가는 문장으로 흡입력을 발휘하는 건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특기라고 해야겠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무게를 잡지도 않는다. 일본 작가들에게 종종 느껴지는 사무라이의 '가면 달린 투구'나 게이샤의 '짙은 화장'이 느껴지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정갈하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고 젊은 시절부터 유럽을 방랑하였기 때문에, 그의 실제 인생처럼 그의 글 속에서도 그런 자유분방한 기질이 엿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에구치 미노루'는 작가의 외조부가 모델이라고 한다. 그의 외조부는 작품 속 주인공처럼 실제로 대장장이 집안에서 태어나 전쟁 중에는 철포 개발에 종사했고, 발명가가 되었다고 한다. 작품과 다른 점은 작가의 외조부는 전쟁의 부조리와 잘못을 깨닳고 승려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뼈로 만들어진 '백불'도 실제로 승려가 된 그의 외조부가 건립하여, 지금도 오오노지마에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미노루의 딸 린코가 문필가와 결혼했다는 대목에서 '백불이 실제로 있다면 작가의 집안 조상의 이야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아떨어지는 부분이었다. 실제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이 더해져 완성된 '백불'은 작가의 초기작이지만, 그의 작가 인생에서 '걸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실제로 '프랑스 5대 문학상' 가운데 '페미나상'을 일본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고 한다. 동양적 선(禪)이 녹아있는 이 작품은 프랑스인들에게 신비롭게 다가갔을 법도 하다.

소설 말미에 주인공 '미노루'가 계획한 골불을 실제의 형태로 제작하는 조각가 '이하라 하치헤이'는 작가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노루와 섬사람들의 뼈가루로 그들의 생사에 대한 염원이 담긴 골불을 완성한 소설 속 '이하라 하치헤이'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로 삶을 뛰어넘는 '불멸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작가로서의 염원과 포부가 전해졌다. 더불어 조각가 하치헤이가 골불을 완성하고 프랑스로 떠난다는 부분에서는 작가의 '프랑스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프랑스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그를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1989년에 데뷔한 작가의 1997년 작품이니 작가 인생에서는 '초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1년이나 되어서 번역된 점도 아쉽지만 이 작품 다음으로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지 않는 점은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2014/04/08 18:28 2014/04/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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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


참 낭만적인 제목이다. 오래전에 사두고 이제서야 읽었지만, 아마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도 이 제목에 끌려서 샀을 게다. 프랑스는 커녕 유럽도 가본 적이 없지만,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낭만의 도시 '파리(Paris)'라는 이름이 부사 '함께'와 만나니 그리도 낭만적이면서도 애틋하게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 '언젠가'는 모호한 시간을 의미하는 부사로 허언처럼 들리게 할 수도 있지만, '가자'라는 힘있는 동사와 만나니 언젠가는 꼭 이뤄질 법한 약속처럼 들린다.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우리나라에 많은 책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자 뮤지션으로 예술에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고,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번역된 그의 책은 많지 않지만 몇몇 소설들을 꽤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있기에, 이 책도 집어 들었다.(그런데 사실은 온라인으로 샀다.)

이 책의 일본어판은 2005년에 출간되었는데, 약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파리에서 살면서 취재하고 쓴 책이라고 한다. 2003~2005년이 될테니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파리 생활'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이 책을 여행자들이 목적지로 떠나기 전에 읽는 '가이드 북'이 아니라 '라이브 북'이라고 한다. '가이드 북'들은 유명하거나, 꼭 가봐야 하거나, 가볼 만한 곳들을 모아서 '백화점'식으로 소개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가이드 북들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이 책은 '파리 여행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파리에 거주할 예정'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가이드 북처럼 관광지를 떠먹여 주는 책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온 파리에서 살아가는 요령과 마음가짐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잡은 물고기를 주지 않고 낚시할 때 요령이나 마음가짐 정도를 알려주는 책이랄까?

그렇고다 여행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아니다. 미식가가 유난히 많아 보이는 일본답게, 그도 나름 미식가로서 여러 음식점들을 추천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음식점을 평가하는 유명한 기준인 '미슐렝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미슐렝 가이드'는 이름처럼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슐렝(Michelin)'이 조사하고 발간한 책으로 최대 3개로서 음식점을 평가하는데, 프랑스에서도 꽤 중요한 음식점 판단 물론 입맛이라는 감각이 다분히 주관적이 요소도 크게 작용해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파리에는 미슐렝 가이드에서 별이 3개에서 2개로 떨어져서 자살한 쉐프가 있을 정도로 쉐프들에게는 자존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픈한 유명한 쉐프 '피에르 가니에르'도 언급되니다. 그렇지만 미슐렝 가이드의 별점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가 찾아낸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도 소개하고 있다.  다만 이 책에 나온 음식점 이름들은 약 10년 전의 정보라서 지금도 유효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만의 맛집을 찾아내는 요령도 놓지지 않고 있는 책이기에 파리에 오래 머무른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먹는 이야기가 분명히 많지만, 프랑스의 기나긴 '바캉스', 파리에서의 '운전', 다정한 인사 '비주', 일본과는 다른 아내의 '출산' 등 거주자가 아닌 여행자라면 알 수 없을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서 '파리에서의 삶'을 여러 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으로더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은 한국와 일본이기에 일본인이 파리에 살면서 겪었을 곤란을 한국인으로서 공감할 부분들이 많았다. '인구 고령화', '저출산', '독신 가구'의 증가 등 여러 사회 현상에서 우리보다 수 년에서 십수 년을 먼저 겪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이기에, 이런 현상들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이나 대처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본보다도 더 빠르게 그런 현상들을 겪은 프랑스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점도 흥미롭다. 과거 유럽 최저 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약 10년 전부터 늦은 출산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지금은 유럽에서 출산율이 높은 국가라고 하는데, 이 책에도 그론 늦은 출산이 유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프랑스, 그리고 파리. '프랑스 대혁명'은 자유주의 기원이 되었고 수 많은 예술가들이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답게 '자유와 낭만의 도시'라고 불린다. '경제 지표'만을 강조하고 국민들에게 세뇌시키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들이다. 시민 의식 수준 또한 굉장히 높다고 하는데, 그런 의식 수준의 바탕이 된 역사적 유산과 문화적 배경은 부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한국을 벗어난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파리'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그렇게 해보고 싶어졌다.

2014/04/03 22:44 2014/04/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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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 '우안'의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오래 읽은 마지막 '우안' 2권.

결론은 마리의 이야기 '좌안'이 성장연애소설이었다면, '우안'은 성장, 초능력, 심령, 종교에 미스터리까지 결합된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겠다. 마리와 큐, 두 사람 인얀의 연결고리는 중요하지만 역시 큐의 이야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비오면 생각나는 파전'처럼 큐의 인생에서도 가끔식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할까? 물론 파전보다야 중요한 존재이지만.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의 가족말고 화가 '시즈오'가 중요한 조연으로서 마리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부각되어, 어린시절 마리의 오빠이자 큐의 친구인 '소이치로'만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후반부에는 언급도 없어서 좀 아쉬웠다.

'좌안'에서 거의 편지로만 만날 수 있었던 큐이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역시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의문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큐와 네네의 연이은 교통사고는 과연 우연이었을지, 프랑스의 초능력 연구소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큐의 제자 소노 분도의 과거와 큐가 목숨을 구해준 슈켄사의 이야기 등등...

나약한 여자이지만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였고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가는 마리에 비해, 염동력, 예지력, 공중부양 등 강력한 초능력에 건장한 신체를 가졌지만,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나약한 의지 때문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깨닭음을 원하지만 스스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어쩌면 그의 게으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기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그렇게나 타락할 수 있었는지, '좌안'의 마지막 모습과 '우안' 1권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나 이상했는데, 그렇게나 영특한 그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반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구도자 같았던 그가 알콜중독자가 되는 모습은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아미와 사키를 통해 마리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그래도 해피엔딩. 확실히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2009/07/17 11:10 2009/07/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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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과 '우안', 두 남녀 중인공 중 남자 주인공이 '소후에 큐'의 이야기를 다룬 '우안'.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작가(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사이'의 발표 10주년을 기념하여 쓴 작품이라고 하지만, '좌안'을 먼저 읽고 난 느낌은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여자 주인공 '데아우치 마리'의 이야기를 다룬 '좌안'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주인공(아오이와 준세이)이 자신의 이야기에서 상대방이 차지하는 비중과는 다르게, 마리에게 큐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답게도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상대방은 큐가 아닌 여러 남자들이었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남자는 마리와 큐에게 모두 중요한 인물인 '소이치로' 정도였다.

하지만 '큐'의 이야기에서 '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큐의 인생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마리의 그림자. 그렇기에 비극이 시작된 것일까? 그렇기에 아마도 두 사람은 서로 결코 만날 수 없는 강의 양쪽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형과도 같았던 소이치로의 죽음으로 큐에게 찾아오는 죽음들은 그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만들고, 더불어 그의 초능력은 그에게 평온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연애소설인 마리의 이야기와는 다른, 조숙한 큐의 철학자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쿠니 가오리보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이 솔직히 더 유려하고 재미있다. 더불어 연애성장소설이었던 '좌안'과는 다르게 초능력과 철학이 곁들여져서, 상당히 깊이 고뇌하는 성장소설이 되었다. 연애가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마리의 이야기에 비하면 큐의 이야기에서 사랑이랑 중심 주제가 아닌듯하다. 사랑도 인생이라는 큰 강의 지류로서 큐의 성장에서 배우고 사색해야할 대상이라고 할까?
 
좌안 1권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끝난 우안 1권,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2009/06/27 11:02 2009/06/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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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리'의 약 30세부터 50세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좌안'의 2권.

1권에서보다 마리의 남성편력은 약해져서 한 사람만이 등장하고, 마리의 딸 사키는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늙어가는 마리와 성장하는 사키는 엄마와 딸로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보여주면서 시대의 변화와 두 사람의 성장과정에서의 차이를 비교하게 한다.

마리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 어린시절에 자살한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친구 큐, 그리고 유일한 마리의 남편 하지메가 결국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해야겠다. 역시 큐와 교차되는 부분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 1권에서보다는 큐의 이야기 '우안'을 궁금하게 만든다.

먼길을 돌아서 연인이 아닌 다시 옆집 친구로 재회한 마리와 큐, 서로 많으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사실은 많이 닮아 있는 삶을 살아왔음을 짐직하게 만드는 결말은, 강 양쪽의 둔덕을 의미하는 제목의 의미 처럼 끝까지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함께 달릴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분신들, 마리의 딸 사키와 큐의 아들 아미에게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

성장, 가족, 연애,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랜만에 재밌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이었다. 이제 우안을 읽어야겠다.

2009/06/14 12:42 2009/06/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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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발표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거짓말같지는 않은 작품 '좌안'과 '우안'. '좌안'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마리'의 이야기이고, '우안'은 츠지 히토나리가 쓴 '큐'의 이야기이다. 각각 2권씩 총 4권으로 발매되어, 양도 별로 안되는 작품을 두 권으로 늘렸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한 권당 페이지도 400페이지 내외이고 행간도 양호한 편이어서 두 권으로 발매된 점은 조금은 인정.

'좌안' 1권은 '마리'의 어린시절부터 약 30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큐'와의 추억들 그리고 그동안 스쳐가는 몇몇 남자들(다카히코, 야마베, 하지메, 시즈오)과의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이야기는 파트너가 바뀔 때마다 각양각색이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상당히 개성이 강해서 아마도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비슷한 인물들이 다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좌안이 '왼쪽 눈'을 의미하는 '左眼'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왼쪽 언덕', '左岸'이었다. 표지에 보면 "왼쪽 강가에 있는나, 오른쪽 강가에 있는 너...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라는 문구가 있다. '언덕'이란 강 양쪽의 제방을 의미하나본데, 이 책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라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피안(彼岸)'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마리'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하고는 달라서 재미있다. '냉정과 열정사이'이 와는 달리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시간은 1권을 다 읽은 지금까지는 길지 않다. 사실 재미는 크지 않았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재탕이 되거나, 츠지 히토나리가 공지영과 함께 말아먹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처럼 졸작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을듯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들 중에서 재미로 따지면 세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니까.

자 2권으로 가자.
2009/06/07 18:37 2009/06/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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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서 좋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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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서 좋은 것, 하나.

1995년에 발표되어 내 10대 중반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던, 'Alanis Morissette'의 충격적인 데뷔앨범 'Jagged Little Pill'.
그리고 'Jagged Little Pill' 발표 10주년 기념으로 2005년 발표된 'Jagged Little Pill Acoustic'이 나온 것.
제목 그대로 원곡들을 acoustic으로 편곡/연주하여 들려주는 앨범.
20주년이 되는 2015년에도 하나 나와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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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서 좋은 것, 둘.

1999년에 발표(우리나라에는 2000년)된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독특한 작품이자 대표작이된 '냉정과 열정사이'의 'Rosso'와 'Blu', 각각 10년 만에 재회하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이야기. 나는 2001년이나 2002년 즈음에 읽었을 것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들은 '반짝 반짝 빛나는'과 '마미야 형제'를 제외하면 상당히 지루한 편이었다. 반면에 단편소설집들은 상당히 재미있는 편.
'츠지 히토나리'의 장편소설들은 많지 않지만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것이 우리나라 정서에는 더 맞는 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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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하여 '냉정과 열정사이' 발표 10주년이 되는 바로 올해 비슷한 형식의 작품을 발표한단다.
바로 '좌안'과 '우안', 각각 2 권으로 총 4권. 분량도 만만하지 않다.
'좌안'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마리'의 이야기, '우안'은 츠지 히토나리가 쓴 '큐'의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를 시작으로 두 작가의 팬의 되어 번역서는 대부분 사서 읽고 있는데. 기대된다.

아래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제외하고 내가 갖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






이번에는 역시 '츠지 히토나리'의 책들



10년이 지나서 좋은 것, 셋.
정말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좋은 음악과 좋은 책을 함께할 10년 정도 사귄 연인이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2009/05/05 23:47 2009/05/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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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소개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들 중 아마도 '냉정과 열정 사이 blu' 다음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하는 작품이 바로 '안녕, 언젠가'이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 등 일본 여류작가들에 비해 번역된 작품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그이지만, 이 소설 속에 실린 시구는 츠지 히토나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기 전에 한 번쯤은 읽어 보았으리라.

현대가 아닌 1975년 개발이 손이 닫기 전인 '태국 방콕'이라는 열대의 이국에서 펼쳐지는 사랑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유타카에게 매혹적인 여인 토우코의 등장은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일이었고, '꿈'이기에 깨어날 수 밖에 없다.

지루하고 위태로운 하지만 뜨겁고 매혹적인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젊은 혈기의 불장난으로 끝나고 소설은 25년을 뛰어넘는다. 25년이나 지났지만, 차마 잊지 못해 마음 한 쪽을 떼어놓고 살아온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깊이과 감동을 전한다.

사실 즐겨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의 가볍고 건조한 문체보다는 츠지 히토나리의 서정적이고 분명한 문체가 우리나라 사람의 감성에 더 잘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 TV드라마에서나 볼 만한 신파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적절한 시대와 장소 그리고 인물 배경 속에 그려지는 그의 이야기는 '신파'라기 보다는 '로맨틱'에 가깝다.

여러 그의 소설에서 그는 남성들만의 세계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거칠고 무뚝뚝한 세계가 아닌 남성이라는 딱딱함 속에 숨어있는 부드러움을 찾아 보여준다. 그렇기에 역시 남성인 나에게 그의 글들이 마음에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순간에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아니면 사랑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나는 전자가 되기를 바란다.
2008/01/29 02:02 2008/01/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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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Blu'가 준세이의 10년 전 약속에 대한 기다림이었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준고의 기약 없는 7년의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좀 딴 소리 하자면, 왠지 두 작가가 써 내려간 이 소설이 '냉정과 열정사이'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이자 이벤트성이 짙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 사람은 나 뿐일까? 조만간 두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한국어판 출판을 담당하는 소담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한국 남성 작가의 공동 집필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헤어짐 후에 홍이 좋아하던 '윤동주'의 시를 이해해가는 준고의 모습은 왠지 약간은 억지스럽다고 할까? 바로 내가 이 책이 '이벤트성'이라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시'란 감정의 약속이자 언어의 마술같은 것이어서,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국어로 쓰인 시를 접하는 것이 아닌 외국어로 접하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고 다른 문화의 외국인이 그 외국어로 번역된 시를 읽는 다면 변역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이나 어감의 변질이 거의 반드시 동반될 수 밖에 없기에 이해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왠지 이 소설에 대한 딴지글이 되어 버렸는데, 그럼에도 읽을 만하다. 준고의 우유부단한 모습은 준세이의 그것과 닮아있고 그래서 결국 두 사람사이의 끊어진 시간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그것을 이어내고 만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들에서 보여지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또 다른 전형이라고 할까?

홍이 좋아했던 것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해해가는 과정들에서 끊어진 시간의 연결고리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 준세이가 명화 복원이라는 작업을 통해 시간을 되살리며 했다면, 준고는 이 작품을 통해 그것을 해냈다. 준고와 홍의 단절, 그보다 더 골이 깊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앙금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 순간의 연속 속에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있다고 때닫기도 전에 한순간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은 영원이다. 영원이 순간이듯이
2006/03/25 20:40 2006/03/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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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아침, 신문에서 두 여성 작가의 책 소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내 관심을 끌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썼다는, '냉정과 열정 사이'같은 형식의 소설,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었다.

결국 난 그날로 책을 주문했다. 서적 구매에 거의 유일하게 이용하는 Yes24에서 이 책 두 권과 '나니아 연대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틀 후 아침 책을 받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친절한 지영씨'

작가 공지영의 책은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처음이었다. '츠지 히토나리'가 쓴 남자편보다는 공지영이 쓴 여자편을 먼저 빼들었다. 그녀의 첫 느낌은 매우 친절했다. 간결하면서도 문장과 문장사이를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던 '에쿠니 가오리'의 '아오이'와는 달리 공지영의 '홍'은 장황한 만큼 감정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풍부했고 막힘 없이 정말 '물 흐르듯' 읽을 수 있었다.

'이별 전에 있던 일들'

제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지만 '홍'의 이야기는 '이별 전에 있던 일들'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홍은 과거의 그와 함께 했던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이별 전에 있던 것들과 관련이 없을 수 없겠지만 홍의 '사랑 후'는 결국 '이별 전'의 거울이다.

'그녀의 이야기'

여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막힘없이 물길을 따라갔지만 그 물에 흠뻑 젖을 수 없었다. '조금은 기적같은 내용이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처럼 내용은 너무도 바르게, 아니 결국 그럴 수 밖에 없게 흘러간다. 연애소설이 다 그런 것이겠지만... 좀 더 독자의 상상에 맏겨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2005/12/31 02:20 2005/12/3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