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있었던 '뮤즈 인시티(Muse incity)'. 페스티벌 이름에 뮤즈(Muse)가 들어가서 밴드 'Muse'가 나오는 공연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밴드는 이미 다른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올라가 있으니 혼동하지 말자. 거의 3시간을 걸려 도착한 88잔디마당 앞에는 입장시간인 오후 1시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1시가 조금 지나 입장이 시작되었고 전체가 돗자리를 펼 수 있는 '피크닉 존'이었기에 초반 자리 쟁탈전이 있었다. 나는 그럭저럭 잘 보이는 중간 즈음에 착석!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루

정말 오랜만에 보는 타루의 공연. '파스텔뮤직'에서 '올드레코드'로 소속사를 바꾸고, 올해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Puzzle'의 수록곡들 위주로 들려주었다. 드디어 그녀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고 싱어송라이터로서도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다만 여러 의미로 너무 많이 변한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

-윤하

그녀가 국내에 발표한 음반들은 꾸준히 사고 있지만,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키가 정말 작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3년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해온 DJ의 내공인지 멘트고 뛰어났다. 역시 최근에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려주었다. 타루와 마찬가지로 단독공연의 홍보를 빼놓지 않았는데,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있을 단독공연도 꼭 보고 싶더라. 그리고 정규 3집 이후 앨범들은 사놓고 안들었는데, 다시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Lisa Hannigan

'리사 해니건'이라니! 이번 공연을 예매한 이유였던 그녀의 이름을 라인업에서 처음 보았을 때, 참으로 놀랐다. 꼭 공연을 보고 싶었던 그녀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공연한다는 점과 그녀를 캐스팅한 기획사의 기획력에 놀랐달까?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이름 쌀아저씨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와 불과 4주 차이를 두고 내한한다는 사실도 참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개런티가 참 적었는지, 그녀는 밴드가 아닌 매니저와 단 둘이 내한했고, 홀로 공연을 꾸려나갔다. (처음에 세팅을 위해 후덕한 아주머니 외모를 가진 여자가 올라왔을 때, '설마 저 사람이 해니건? 사진이랑 저렇게나 다르단 말인가?'하고 경악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매니저였다.) 홀로 올라선 무대였지만, 그녀에게는 넓은 무대를 채우는 엄청난 아우라가 있었다.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아티스트의 모습, 때 마침 열기를 식혀줄 바람이 불었고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이었다. 데미안 라이스와 함께 하던 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더 이상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어쩐지 더 슬프게 느낀 사람은 나 뿐이었을까? 그녀의 입장에서는 정말 작은 공연이었을 수도 있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성의가 느껴졌는데, 어디서도 발표하지 않았던 'all new song(말 그대로 신곡)'도 들려주었고 한국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녀를, 그녀의 공연을 꼭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홍보하는 멘트에 '데미안 라이스의 뮤즈'라는 말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알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최소한 생각 좀 하고 예의 좀 갖자.

-요조

리사 해니건에 이어 또 다른 아이러니를 선사한 요조. 라인업에 올라온 '요조'의 이름까지 보았을 때, 과거 한 소속사에 있었던 '홍대 3대 여신'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의 기획사로서는 꽤나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효리'의 이름을 보았을 때, 경악하고 말았다. 요조와 이효리가 한 무대라니! 기획사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소속사를 옮겼고 곧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데, 기존의 곡들과 신곡들을 섞어서 무대를 꾸려갔다.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 였더라'와 'Selfish' 등 기존 곡들도 '화분', '안식 없는 평안' 등 그녀는 스스로 별루일 거라는 신곡들도 괜찮았다. 다만 어쩐지 그녀는 점점 더 자기만의 세상으로 빠쪄든 느낌이고 좀 더 쓸쓸해진 모습이었다.

-한희정

오랜만이기도 하고, 바로 몇일 전에 새 앨범을 발표한 그녀라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가 참 기대되었던 그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너의 다큐멘트'와 '우리 처음 만난 날'로 그녀답게 시작하더니 어느덧 정규 2집에 담긴 곡들과 함께 '댄스머신'이 되어있었다. 기묘한 분위기로 '무소음 시계'의 황당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곡을 들려준 '무소음'과 '흙흙흙'거리는 소리가 인상적인 '흙',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어항'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더 큰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점잖게 돗자리 깔고 보는 공연이라 관객의 반응이 좀 아쉬웠는지, 그녀가 발레를 보여주지 않은 점은 좀 아쉬웠다.

-Lenka

몇 년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본 기억이 있는 그녀는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도 못 본 아티스트들도 많은데, 무려 2번째라니. 그녀도 개런티가 부족했는지, 펜타포트 때보다는 함께온 밴드가 적어진 느낌이었다. 말끔한 외모의 기타리스트와 영화 감독 '피터 잭슨'의 모습이 떠오르는 트럼펫 연주자가 함께 왔는데, 내 기억으로는 지난번과 같은 세션들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어쩐지 비교적 가까워서 자주 오나보다!)에서 왔다는 그녀는 역시 밝고 쾌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한 분위기와 좋은 무대 매너는 '글로벌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녀의 노래들은 '참 착하고 쉬운 곡들'이었다. 유년기나 사춘기의 이야기들로 쓰여진 곡들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착한 곡들이었고, 그녀의 영어는 정말 아이들의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발음이나 문법에서 듣기 편한 느낌이었다. 많은 곡을 들려주었지만, 그녀의 대표곡들이 빠져서 아쉬웠는데 역시나 앵콜 요청에 신나는 아이처럼 장난이었다며 다시 등장했고, 그녀의 대표곡 'everything at once'와 'the Show'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최고의 무대였다.

뒤에 '이효리'와 '리사 오노'의 순서가 남았지만, 교통편의 문제로 도중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기대보다는 좋은 공연이었다. 하지만 초대권을 남발했는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All in for #mygirls'라는 문구가 세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끼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의 무료 입장이었나보다. 얼리버드 구매자로서, 기껏 예매했더니 뒤에도 각종 할인 혜택으로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허탈했는데, 이제는 분통이 터지는 대목. 이렇게 초대를 남발할 것이면 티켓 가격이나 내리지. 수익을 위한 후원사와의 협력 차원이라지만, 무분별한 무료초대는 자재했으면 좋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유료 입장자들이 다시 찾고 싶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