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뮤즈 인시티(Muse incity) 페스티벌 in 6월 1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6월 1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있었던 '뮤즈 인시티(Muse incity)'. 페스티벌 이름에 뮤즈(Muse)가 들어가서 밴드 'Muse'가 나오는 공연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밴드는 이미 다른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올라가 있으니 혼동하지 말자. 거의 3시간을 걸려 도착한 88잔디마당 앞에는 입장시간인 오후 1시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1시가 조금 지나 입장이 시작되었고 전체가 돗자리를 펼 수 있는 '피크닉 존'이었기에 초반 자리 쟁탈전이 있었다. 나는 그럭저럭 잘 보이는 중간 즈음에 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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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정말 오랜만에 보는 타루의 공연. '파스텔뮤직'에서 '올드레코드'로 소속사를 바꾸고, 올해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Puzzle'의 수록곡들 위주로 들려주었다. 드디어 그녀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고 싱어송라이터로서도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다만 여러 의미로 너무 많이 변한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

-윤하

그녀가 국내에 발표한 음반들은 꾸준히 사고 있지만,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키가 정말 작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3년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해온 DJ의 내공인지 멘트고 뛰어났다. 역시 최근에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려주었다. 타루와 마찬가지로 단독공연의 홍보를 빼놓지 않았는데,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있을 단독공연도 꼭 보고 싶더라. 그리고 정규 3집 이후 앨범들은 사놓고 안들었는데, 다시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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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 Hannigan

'리사 해니건'이라니! 이번 공연을 예매한 이유였던 그녀의 이름을 라인업에서 처음 보았을 때, 참으로 놀랐다. 꼭 공연을 보고 싶었던 그녀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공연한다는 점과 그녀를 캐스팅한 기획사의 기획력에 놀랐달까?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이름 쌀아저씨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와 불과 4주 차이를 두고 내한한다는 사실도 참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개런티가 참 적었는지, 그녀는 밴드가 아닌 매니저와 단 둘이 내한했고, 홀로 공연을 꾸려나갔다. (처음에 세팅을 위해 후덕한 아주머니 외모를 가진 여자가 올라왔을 때, '설마 저 사람이 해니건? 사진이랑 저렇게나 다르단 말인가?'하고 경악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매니저였다.) 홀로 올라선 무대였지만, 그녀에게는 넓은 무대를 채우는 엄청난 아우라가 있었다.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아티스트의 모습, 때 마침 열기를 식혀줄 바람이 불었고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이었다. 데미안 라이스와 함께 하던 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더 이상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어쩐지 더 슬프게 느낀 사람은 나 뿐이었을까? 그녀의 입장에서는 정말 작은 공연이었을 수도 있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성의가 느껴졌는데, 어디서도 발표하지 않았던 'all new song(말 그대로 신곡)'도 들려주었고 한국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녀를, 그녀의 공연을 꼭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홍보하는 멘트에 '데미안 라이스의 뮤즈'라는 말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알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최소한 생각 좀 하고 예의 좀 갖자.

-요조

리사 해니건에 이어 또 다른 아이러니를 선사한 요조. 라인업에 올라온 '요조'의 이름까지 보았을 때, 과거 한 소속사에 있었던 '홍대 3대 여신'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의 기획사로서는 꽤나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마지막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효리'의 이름을 보았을 때, 경악하고 말았다. 요조와 이효리가 한 무대라니! 기획사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소속사를 옮겼고 곧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데, 기존의 곡들과 신곡들을 섞어서 무대를 꾸려갔다.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 였더라'와 'Selfish' 등 기존 곡들도 '화분', '안식 없는 평안' 등 그녀는 스스로 별루일 거라는 신곡들도 괜찮았다. 다만 어쩐지 그녀는 점점 더 자기만의 세상으로 빠쪄든 느낌이고 좀 더 쓸쓸해진 모습이었다.

-한희정

오랜만이기도 하고, 바로 몇일 전에 새 앨범을 발표한 그녀라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가 참 기대되었던 그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너의 다큐멘트'와 '우리 처음 만난 날'로 그녀답게 시작하더니 어느덧 정규 2집에 담긴 곡들과 함께 '댄스머신'이 되어있었다. 기묘한 분위기로 '무소음 시계'의 황당한 사연을 이야기하고 곡을 들려준 '무소음'과 '흙흙흙'거리는 소리가 인상적인 '흙',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어항'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더 큰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점잖게 돗자리 깔고 보는 공연이라 관객의 반응이 좀 아쉬웠는지, 그녀가 발레를 보여주지 않은 점은 좀 아쉬웠다.

-Lenka

몇 년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본 기억이 있는 그녀는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번도 못 본 아티스트들도 많은데, 무려 2번째라니. 그녀도 개런티가 부족했는지, 펜타포트 때보다는 함께온 밴드가 적어진 느낌이었다. 말끔한 외모의 기타리스트와 영화 감독 '피터 잭슨'의 모습이 떠오르는 트럼펫 연주자가 함께 왔는데, 내 기억으로는 지난번과 같은 세션들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어쩐지 비교적 가까워서 자주 오나보다!)에서 왔다는 그녀는 역시 밝고 쾌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한 분위기와 좋은 무대 매너는 '글로벌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녀의 노래들은 '참 착하고 쉬운 곡들'이었다. 유년기나 사춘기의 이야기들로 쓰여진 곡들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착한 곡들이었고, 그녀의 영어는 정말 아이들의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발음이나 문법에서 듣기 편한 느낌이었다. 많은 곡을 들려주었지만, 그녀의 대표곡들이 빠져서 아쉬웠는데 역시나 앵콜 요청에 신나는 아이처럼 장난이었다며 다시 등장했고, 그녀의 대표곡 'everything at once'와 'the Show'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최고의 무대였다.

뒤에 '이효리'와 '리사 오노'의 순서가 남았지만, 교통편의 문제로 도중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기대보다는 좋은 공연이었다. 하지만 초대권을 남발했는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All in for #mygirls'라는 문구가 세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끼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의 무료 입장이었나보다. 얼리버드 구매자로서, 기껏 예매했더니 뒤에도 각종 할인 혜택으로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서 허탈했는데, 이제는 분통이 터지는 대목. 이렇게 초대를 남발할 것이면 티켓 가격이나 내리지. 수익을 위한 후원사와의 협력 차원이라지만, 무분별한 무료초대는 자재했으면 좋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유료 입장자들이 다시 찾고 싶어질까?
2013/06/17 16:52 2013/06/17 16:52

Loving Forest Garden in 10월 24일 GMF 2009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동안 열린 'Grand Mint Festival 2009(GMF 2009)'는 2007년부터 시작된 GMF의 세 번째 행사로, 드디어 저도 3년만에 GMF에 참가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24일 날씨도 좋은 토요일 11시 30분 경 일행들과 티켓팅 부스에서 만나 티켓딩, 팔찌 착용, 성인인증까지 마치고 '대망의 GMF'로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티켓팅부터 상당히 지체되고 더구나 팔찌를 티켓과 따로 배포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오프닝은 건너뛰고 벽 넘어로 간간히 들리는 '줄리아 하트'의 노래를 듣다가,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가 아닌, 'Loving Forest Garden'으로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가 저에게는 첫 번째 순서였죠. 동그란 무대를 가진 Loving Forest Garden은 Alice in Neverland를 위한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비좁은 라이브 클럽의 무대와는 다른 동그란 무대는 악기 배치도 좋아 보였구요. 바이올린의 '조윤정'을을 중심으로 하여, 뒷 쪽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키보드 및 아코디언의 '최진경', 기타 '염승재', 베이스 '박진우', 드럼 '백선열'로 둘러싼 배치는 몰입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이 밴드 음악의 바탕을 만드넨 네 명이 뒤쪽에 위치하고, 방점을 찍는 바이올린이 중앙에 위치하였기에 그런 효과가 나타났겠죠? 베이시스트 박진우의 착한 입담은 여전해서 수록곡들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약 40분간 들려준 음악들은 공연 시간이나 곡 구성에서 '민트 페스타'의 셋리스트와 유사했습니다. 2집의 첫곡이자 축제(GMF)의 시작을  'Welcome to Festa'를 시작으로, GMF의 초대장과 같은 '바람을 타고 온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잠수부의 운명'은 제목에 담긴 사연이 궁금했었는데, 나름대로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그리고 축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esta in Neverland'와 '토리의 춤'을 연이어 들을 수 있었죠.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역시 탱고의 매력이 살아있는 '네버랜드 횡단열차'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 '질주 본능'은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상쾌하게 달렸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리쉬의 절정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첫 번째 앨범에 이어 성공적인 두 번째 앨범을 보여준 Alice in Neverland 조만간 또 단독 공연이 있나봅니다. 다음에는 꼭 단독 공연도 보도록 해야겠어요.

Alice in Neverland가 끝나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 'Mint Breeze Stage'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중에 마침 Lasse Lindh의 마지막 곡 "C'mon through"가 흐르고 있더군요. 돗자리에 앉아서 본 메인 스테이지의 뮤지션들은 '오지은'과 'Sweet Pea(스위트피)'였습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죠.

다시 돌아온 Loveing Forest Garden은 '전제덕'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전제덕'에게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뒤에 이어 '한희정', '장윤주' 그리고 '요조'로 이어지는 여성 뮤지션 삼단 콤보를 보기위해서 미리 자리 확보를 위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Loving Forest Garden이 열린 무대 자체가 수용인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때문이었습니다. 1천에서 1천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무대인데, 그 자리에 올라오는 뮤지션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GMF라는 이 특별한 축제를 생각했을 때는 너무 부족한 자리였거든요. 첫 날과 마찬가지로 둘 째 날에도 역시 메인 스테이지만큼이나 라인업이 좋았기에 지속적으로 만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첫 날에는 전제덕을 시작으로 약 4시간 이상 Loving Forest Garden 안에 있어 몰랐지만, 아마도 역시 만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은 공연을 못 보았을 겁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유명한 '전제덕'이었지만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뒤에 서있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세션 밴드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는 피아노처럼 홀로 완전한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부족한 악기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열정이 담긴 연주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John Lennon'의 'Imagine'에서는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러야할까요?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이어졌던 그의 노래는,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장애를 뛰어넘은 역경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담긴 목소리였습니다.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한희정'은 지난 단독 공연 'DawnyRoom Live'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죠. 무려 6년만에 꺼내든 일렉기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모습은 6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했고, 그녀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들처럼 그녀가 GMF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공연을 기다렸는지, 세팅으로 배정된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시작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안녕~!"

첫 곡은 늘 그렇듯 첫 곡다운 제목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요즘 자주 보게되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매 공연마다 처음 만나는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이어 귀엽지만 잔인한 '브로콜리의 멘트'가 인상적인 '브로콜리의 잔인한 고백'이 이어졌죠. 밴드 버전에서도 '귀염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빨리 수록되기를 바라는 곡 '우습겠지만 믿어야할'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밴드버전으로 들으니 더 호소력있으면서도 섹시하게(?) 들리더군요. '멜로디로 남아'가 지나가고 1집의 수록곡들이 주르륵 이어졌습니다.

가증스러운(?) 느낌의 '드라마', 나즈막하고 오롯한 외로움이 담겨있는 '나무'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re'가 이어졌습니다. 기타대신 미니키보드(?)를 연주하며 요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흐르는 그녀의 외침을 들을 수있었죠. 역시 최근 자주 듣는 '산책'에 이어 're'와 마찬가지로 밴드로 들어야 제맛인 '잃어버린 날들', 그리고 싱얼롱을 위한 곡 '휴가가 필요해'까지 펼쳐졌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인 DawnyRoom Live와는 차별화를 두기위한 전략인지, EP의 어쿠스틱을 위한 곡들 'acoustic breath', '러브레터',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들을 수 없었죠. 마지막 곡은 EP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끝'이었습니다. 조만간 있을 공연에서 또 만나요.

한희정의 공연이 끝나고 약간의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나간 수 만큼 들어와서, 많은 인파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장윤주'였기 때문이었을까요? '파스텔뮤직의 두 여신' 사이에서 탑모델이었던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키보드 연주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연주곡 'Martini Rosso'에 이어 모델로서 그녀의 파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파리에 부친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데뷔앨범에서 인기곡 중 하나죠. 그리고 그렇게도 라이브로 듣고 있었던,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알게해준 바로 그 곡, 'Fly away'가 기타연주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자칭 '강남 엣지녀'인 그녀의 뮤지션으로서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앨범을 딱 한 장 발표한 그녀이기에 약 40분이라는 공연시간동안 그녀의 모든 곡들이 펼쳐졌습니다. 훌쩍 떠나는 꿈과 같은 'Dream', 조만간 다가올 쓸쓸한 늦가을을 고즈넉이 노래하는 '11월', 밴드로 준비했지만 세션들이 혼자하라고 해서 혼자한다는 '옥탑방'이 이어졌죠. 모델로서 성공을 거둬 현재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그녀겠지만, 왠지 유명인사가 되기 전 '배고픈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곡들이었습니다. 곡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연가(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싱얼롱 타임이 있었죠. 이어 GMF에 혼자 왔을 수많은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는 'Love Song', GMF가 열린 즐거운 '오늘'에게 노래하는 듯한 '오늘, 고마운 하루', 봄의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 'April'가 이어졌죠. 노래로 느껴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왠지 '나른한 고양이'같은데 그런 느낌이 잘 이어지는 세 곡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곡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기 고백적이면서도 당당한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29'이었습니다. 앨범이 발매된지 이제 1년이 되었다고 하니, 아마 지금은 30으로 바꾸어야하지 않을지요? 홍대 인근에서 자주 공연해서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곡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였으면 좋겠네요.

이어 장윤주도 인정한 강북의 '홍대 여신' '요조'의 순서였습니다. 그녀의 순서가 되니 사람들은 더욱 많아져, 무대 바로 앞 좌석이 없는 바닥에도 몇 겹으로 둘러앉은 인파를 보면서 그녀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했습니다. '내가 노래할게'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기타와 키보드 세션 두 명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퍼커션 세션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빠지게 되었다네요. 첫 곡은 'My name is Yozoh'와 더불어 그녀의 자기소개서같은 곡 '슈팅스타'였습니다. '아뵤~' 이어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는데, 그녀의 멜로디언 연주와 더불어 기타와 키보드가 함께하는, 퍼커션이 빠진, 연주는 멜로딕하면서 지난 공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공연 내내 '퍼커션이 빠진 소리의 빈자리'를 걱정한 듯하지만, 그 빈자리는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모닝스타'가 지나고, 또 커버곡 한 곡조를 뽑았는데 역시나 그녀의 아끼는, 손대면 베일 듯한 콧날의 소유자, 'Jason Mraz'의 "I'm yours"였습니다. 물론 이 곡도 염장곡이었죠. '숨바꼭질'에 이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의 무대에 선 그녀의 아쉬움이 조금 느껴지는 'Sunday'의 '일부 Saturday version'도 들을 수 있었죠. 장윤주의 '29'에 이어, 원곡과는 다르게 그녀의 현실이 반영된(현실에 맞게 변형된) 가사 '29살의 길을 걷고 있어'에서 그녀의 현실(?)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9라는 숫자가 단지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그녀의 '미간 잡기'도 볼 수 있었죠. 지난 단독 공연에서 새로 선보인 아이템 '템버린'이 그녀의 허벅지를 아프게했던, 이쁜 가사의(하지만 역시 염장이 장난아닌) 'Love'이어졌죠. 그러고 보니 요조의 곡들은 가사가 참 야한 듯, 언젠가 그녀의 말처럼 '음란가수 요조'를 새삼 다시 느끼게되었구요. 소규모의 그림자가 담겨있는 '그런지 카'가 준비된 마지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답게 앵콜 요청이 있었고 그녀는 잡으면 큰일 날 기타를 잡고 한 곡을 뽑았습니다. 지금까지 염장지르던 곡들을 한 방에 물리쳐버린 곡, 바로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가 바로 앵콜곡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연인들이 부러웠어요.

요조 다음 순서는 바로 '조원선'이었습니다만, 저를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기다리지 않고 밀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원선도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디음악 애호가들의 저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요조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보았다는군요. Loving Forest Garden에서 하루동안 본 5팀의 공연만으로도 이틀치의 GMF 티켓가격의 본전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글들로 GMF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2009/10/26 22:02 2009/10/26 22:02

요조 Live - 내가 노래할께 2 @ 8월 23일 SoundHolic

약 4주 전인, 7월 23일에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민트페스타 vol. 21'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홍대 얼짱' '요조'는 결국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열린, 그녀의 단독 공연 '내가 노래할께 2'를 예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파스텔뮤직의 공연들이 티켓팅 순서로 입장을 하기에 티켓팅 한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했던 불편함을 개선하여 예매입금 순서로 입장번호가 배정되기에 여유롭게 사운드홀릭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빠르게 예약하고 입금하였다고 생각은 했는데, 입장번호는 무려 1번이었고 당연히 가장 앞줄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죠. 티켓팅하느라 기다리고, 입장줄 서느라 기다렸었는데, 이번에는 좌석까지 번호로 배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빨리 예약하고 공연 시작 전에만 티켓팅하면 되는, 시간 낭비 없는 절차가 좋더군요.

지난 민트페스타 공연에서 기타리스트 관영과 퍼커션 세션과 함께 3인조로 등장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3인조 공연을 기대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작 예정시간인 6시가 조금 지면서 언제나 사운드홀릭의 공연전이나 인터미션에 만날 수 있는 스크린으로 '노래 연습'이라는 글이 나왔습니다. 이어 스크린 속에서 등장한 요조는, 쓰면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법한 큰 뿔테안경을 쓰고 침대에 앉아 마치 '건어물녀'라도 된듯, 기타 반주에 맞춰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또 노래할께'는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공연처럼 3인조가 아닌,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키보드 세션을 대동하고 등장한 요조는 리메이크 곡 'Sunday'를 들려주었습니다. 첫곡이기 때문인지 지난 공연처럼 재치를 보여주지는 않았죠. 일요일이기 때문에 Sunday를 첫곡으로 선택하였다네요. 그리고 긴 멘트 없이 노래 중심으로 공연은 이어졌습니다.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너무나 말을 하다보니 평소에는 말수가 적어졌다는군요. 어린시절 놀이를 차용한, 보사노바풍의 편안한 '아침 먹고 땡'에 이어 요조의 1집에서 가장 독특한 곡 '바오밥나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오밥나무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여 별에 뿌리내려 그 별을 파괴시킨다는 나무입니다. 별을 감싸는 바오밥나무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듣는이를 감싸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근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몽환적인 사운드가 만난 '모닝스타'에 이어 깜짝 커버곡이 이어졌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Jason Mraz'의 인기곡 'I'm yours'였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곡이라 가사를 아는 부분은 따라서 흥얼흥얼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공연에서 농밀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했던 그 곡 '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어쿠스틱이 아닌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로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민홍형의 간결하고 절제된 가사와 곡이 결합한 '꽃'은 요조를 통해 활짝 피어났습니다.

'숨바꼭질'이 이어졌고 요조는 이때부터 어쩐이 울먹이는 표정이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했던 앨범과 그녀의 1집 사이에 있었던 아픈 일이 생각난 것은 아니었을지요. 바로 다음곡이 '그렇게 너에게'였으니까요. 요조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가사가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울먹이는 표정은 짙어졌습니다. 꽃이 끝나갈 무렵 요조는 갑자기 무대 밖으로 나갔고, 밴드의 연주는 계속되었습니다. 후반부는 꽉 들어찬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로 편곡된 '그렇게 너에게'는 '꽃'에 다시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곡이 끝나고 스크린이 내려왔고 그렇게 1부가 끝났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게스트가 등장하였는데, 첫인상은 '주먹 좀 쓰시는 동네 형님'같은 인상의 '김마스타'였습니다. '살롱 바다비'의 공연일정에서 종종 보았던 이름인데 공연은 처음이었죠. 얼마전에 무려 4집을 발표했다고 하네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타이틀곡 '1 Shot'을 들려주었고, 방송용 타이틀곡 한 곡을 더 들려주었습니다. 요조와는 같은 동네 주민이라고 하는군요.

이어 시작된 2부는 '요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 'My name is Yozoh'로 시작되었습니다. 랩같은 가사는 랩퍼였던 그녀의 과거를 생각나게 했고, 인상적인 기타리프는 흥겨운 곡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이어 1집의 타이틀곡, 사랑스러운 웃음과 눈물의 '에구구구'가 이어졌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을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자, 누군가(누구? 주성치!)가 들을까봐 잘 불러야하는 곡 '슈팅스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왠지 복고적은 로큰롤 분위기의 연주에 맞춰, 탬버린을 흔들며 함께 낭창낭창 몸짓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 흥겨운 로큰롤 사운드의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바로 'Beatles'의 'Revolution'이었습니다.

노래만 줄창 불렀던 1부와는 다르게, 그녀의 2부 모토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좌석 공연이었지만, 그녀의 요청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섰습니다. 요조를 '음란가수(?)'로 만든 '바나나파티'와 4차원 세계의 주민들이 등장하는 가사의 '그런지 카'가 이어졌죠. 사랑에 빠지고 싶게 하는 곡 'Love'에서는 탬버린을 두드리느라 그녀의 허벅지는 고생을 했습니다. 마지막 곡은 제목과는 덜 어울리게 뽕끼가 강한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한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앵콜'을 연호했습니다. 요청에 응한 그녀와 밴드는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으로 '아 외로워'를 들려주었습니다. 얼마나 그녀가 외로웠으면 이 곡을 앵콜곡으로 준비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운드체킹'까지 필요한 그녀의 어쿠스틱 밴드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이름으로 발매된 두 장의 앨범의 수록된 곡들의 대부분들 들려준, '내가 노래할께 2'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그녀의 단독 공연 '내가 노래할께'에서는 민트페스타에서 보여준 공연과 마찬가지로 3인조 어쿠스틱 밴드로 공연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후속편이라고 똑같은 편성을 보이지 않고 예상를 깨는 밴드와 함께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녀의 공연을 못본 오랜 시간 동안, 확실히 그녀의 내공은 몇 갑자나 늘어있었습니다. 앨범으로 듣는 음악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보여준다면, 그녀의 공연은 분명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아야할 공연'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해나갈 그녀의 모습과 다음 앨범이 기대되네요.

사진과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8/25 23:54 2009/08/25 23:54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1 : Drift in 7월 19일 상상마당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1주일 남겨둔 지난 주말, 금토일 3일 연속 홍대 공연 출동으로 전야제가 아닌 '전주제(前週祭?)'를 지냈다고 하겠습니다. 일요일, 그 3일 연속 출동의 대미는 바로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Mint Festa(민트 페스타)'의 21번째 이야기(Vol. 21), Drift였습니다. '굴소년단', '오지은', '요조', '해오', 'Alice in Neverland(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라인업은 초호화이자 제가 보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을 모아 놓은 라인업이었구요. 라인업이 좋아서 아주 빨리 예매를 완료했는데, 초대권을 얻을 기회가 있어서 사실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죠.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오후 4시의 이별(http://loveholic.net/46)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굴소년단 - 초록빛의 방(with 진영)(http://loveholic.net/49)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Welcome to Festa(http://loveholic.net/50)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진공의 밤(http://loveholic.net/53)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슈팅스타(http://loveholic.net/57)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요조 - 꽃(http://loveholic.net/61)

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2009/07/23 17:43 2009/07/23 17:43

요조 - Traveler

파스텔뮤직의 '여성 솔로 뮤지션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희정'의 데뷔 앨범과 '타루' 데뷔 미니 앨범에 이어 발매되는 시리즈의 세번째 '요조'의 데뷔 앨범 'Traveler'.

거물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로 '떠오르는 별'로 등극한 '요조'의 솔로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에 featuring으로 빛을 냈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이름을 건 홀로서기 앨범 'Traveler'를 통해 어떤 그녀만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줄지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뒷머리카락을 쓸어올린 멋진 뒷모습의 자켓과 함께 앨범 'Traveler'를 여행해 보겠습니다.

첫곡 'Giant'는 편곡으로 참여한 '캐스커'의 '이준오'의 일렉트로닉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전자음들은 미래적 느낌과 신비함을 느끼게 하고, 은은한 오르간 연주는 엄숙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풍스러움까지 감미합니다. 날아도 날아도 볼 수 없는 모습, 어디에나 있지만 볼 수 없는 공기처럼 이미 '너'라는 그 큰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fly away'라는 갈망과 그 안에 있길 소망하는 기도같은 느낌은 이율배반입니다.

보사노바와 만난 요조는 넉넉한 분위기의 '아침 먹고 땡'을 들려줍니다. 동요(?)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과 가사에서 함께 이름을 걸고 앨범을 냈던 소교모 아카시아 밴드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까지 깨어있는 동안 자꾸 떠오르는 모습에 대한 그리움을 수줍게 노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외였던 타이틀곡 '에구구구'에서는 'Sentimental Scenery'이 편곡으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이미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타루'의 미니앨범에서 프로듀싱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Sentimental Scenery는 그의 방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끼게 합니다. 타루의 앨범에서 일렉트로닉한 감수성을 들려주었다면 이 곡을 통해서 더 편안한 팝적 감수성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에구구구'라는 재밌는 의성어는 웃음짓게 하지만 눈물짓게도 합니다. 몸이 아파서 에구구구, 마음이 아파서 에구구구...그 소리를 내는 너와 그 소리를 듣는 나, 두 사람의 기분이 바로 그렇지 않을런지요. 그렇기에 이 곡이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가득찼음에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 소리'는 이미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We will be together'에 수록되었던 트랙으로 앨범 버전으로 수록되었습니다. 편곡에 참여한 '관영'은 요조의 단독 공연에서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예고편에 삽입되면서 싱글로 이미 공개된 '모닝 스타'는 작곡에서 익숙한 이름-'히로노부 히라타'-이 보이는 트랙입니다. 밴드 'Swinging Popsicle'의 멤버이자 밴드 팝 느낌의 곡을 많이 작곡하는 '히로노부 히라타'는 이미 타루의 미니앨범에 'Yesterday'의 작곡으로 참여했고 요조의 앨범에서도 역시 달콤한 팝을 들려줍니다. 더불어 이제 설명이 필요없을 Sentimental Scenery의 손길까지 더해져, 요조의 보컬은 이른 아침, 덜 깬 잠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아 외로워'는 제목에서부터 요조의 솔직담백함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우아한 세션과 함께하는 밴드의 여유로운 연주와 이지린의 코러스가 어우러지며 묘한 요조표 째즈를 만들어냅니다. 가사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 했던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에서 들려주었던 '4차원 소녀'의 이미지도 느껴집니다. 이렇게 담백하고 환하게 외치는 '아 외로워'를 듣고 있으니, 정말 그녀가 외로운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Happy Birthday'는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가 편곡으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지나간 사랑의한 생일 축하곡일까요? 행복한 앞날을 바라는 기도처럼, 어두운 방에서 홀로 촛불을 지핀, 주인공 없는 케잌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눈 앞을 가리는 눈물을 통해 망막을 비취는 불빛처럼 아련하기만 합니다.

'바오밥나무'는 예상외로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트랙입니다. 지금까지 앞선 트랙들에서 들려준 푸근한 느낌과는 다른, 어두운 느낌의 요조도 그렇고 무겁고 긴박하며, 트립합 분위기의 연주도 그렇습니다. 높이가 20m, 둘레가 10m, 수령이 5,000년이나 된다는 거대하고 고고한 바오밥나무는 우주를 유명하는 거대한 우주선이 됩니다.

'Sunday'는 '재주소년'의 원곡이 요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태어난 트랙입니다. 원곡의 힘차면서도 조금은 거친 느낌은 요조의 목소리를 통해서 너무 부드러운 꿈처럼 들립니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노래한 가사는 28세(원곡에서는 24세)의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하모니카 소리(Belle Epoque ver.)'는 제목 그대로 '벨에포크'와 조우한 트랙입니다. 원곡의 소소하면서도 귓가를 간지럽히던 느낌은 벨에포크를 통해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곡으로 변신합니다.

무거운 피아노 연주와 시작하는, 마지막 트랙 '그렇게 너에게'는 이 앨범의 첫 곡 'Giant'와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Giant'와 마찬가지로 꿈같이 아련한 느낌이 서려있습니다. 그럼에도 'Giant'가 희망적인 기도였다면 '그렇게 너에게'는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과 체념이 서려있습니다. 그 아련한 느낌을 잘 표현하낸 요조의 보컬과 Sentimental Scenery의 편곡 모두 멋집니다.

캐스커, 허밍 어반 스테레오, Sentimental Scenery, 재주소년, 벨어포크 등 여러 뮤지션들과 조우하면서 완성된 요조의 'Traveler', 앨범 제목은 이런 조우라는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음악 여행자'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구성을 보면, 너를 찾아가는 여행의 노래들로 결국 'Traveler'의 의미는 '너를 찾아 떠가는 여행자'가 아닐까 합니다. 또 '나'를 비추는 '너'를 통해 그런 여행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겠구요.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온 그녀의 솔로 앨범 'Traveler', 한 곡 한 곡이 좋아서 건너뛰기할 트랙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홀로서기, 별점은 4개입니다.

2008/11/09 01:47 2008/11/09 01:47

요조 in 2월 24일 club SSAM

두 번째는 드디어 홀로서기를 시작한 '요조'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빠진 자리를 세션들이 채워주었기에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 그녀의 이름만을 걸고 공연을 시작한지 두 번째라네요. 세션들은 파스텔뮤직의 공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눈에 익은 두 사람이었구요.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공연은 솔로로 가능한 곡들로 진행되어 갔습니다. '파스텔 5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하모니카 소리' 역시 들을 수 있었는데, 그 곡을 만들게된 사연이 압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숨겨둔 미발표 곡 두 곡을 들을 수 있었지요. 한 곡은 '아 외로워라'라는 곡이었고 한 곡은 '정열의 피토니아'라는 곡이었습니다. 미숙함과 능청스러움이 솔로 뮤지션 '요조'의 매력이 되어가는듯 하네요.

솔로 뮤지션으로는 아직 미숙한 그녀이지만, 앞으로 점점 무대를 장악해갈 그녀의 변화가 궁금해집니다. 홀로 만들어가는 그녀의 노래들고 궁금해지구요. 들려준 노래는 많이 않았지만 그녀의 걸죽한 입담으로 결코 짧지 않은 공연이 되었습니다. 앵콜의 앵콜의 앵콜 공연에서 그녀도 등장할까요?

2008/02/26 17:42 2008/02/26 17:42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My name is Yoz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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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광고매체의 트렌드였던 커다란 사탕을 문 얼굴과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만화같은 말풍선. 독특한 앨범커버의 주인공 '요조'를 아시나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Go Go Chan'를 불렀던 여가수라면 아시려나요?

바로 그 여가수, 바로 '요조(Yozoh)'의 앨범이 정식발매 되었습니다. 이미 인디씬의 인기밴드 중 하나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동작업한 앨범 'My name is Yozoh'가 바로 요조의 데뷔앨범이구요. 직접 방청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인기 가능성을 엿보고, 얼마후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마이네임이즈요조'를 보았던 때가 벌써 1년이나 되었네요. 이만 각설하고 앨범커버처럼 상큼한 노래를 들려주는 수록곡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첫곡 'My Name is Yozoh'는 제목만 봐서는 요조숙녀의 자기소개서가 되겠지만,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라는 소개처럼 요조의 엉뚱함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은 동요에서 차용한 느낌이지만 '원하는 걸 줄게'는 엉뚱하게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빨간 휴지, 파란 휴지'의 귀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 애정공세(?)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램프의 요정과도 닿아있습니다.

이런 엉뚱함은 ‘슈팅스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도 만나고 ‘강 위에서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코믹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런 독특함은 멤버 소개가 곁들여진 곡' 그런지 카'에서도 드러납니다. 만화 속 캐릭터같은 소개는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함께한 작업물이기에 소규모의 영향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소규모의 영향이 농후하게 보이는 트랙들도 포진하고 있는데 '사랑의 롤러코스터'와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는 요조의 꺾기는 능청스러운 트로트같습니다. 물론 그 점에서 요조만의 재치는 놓치지 않았지만요. 사랑을 힘겨운 오름과 순식간의 내림이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재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법하네요.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소개되었던 '꽃'은 노골적으로 '소규모' 2집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입니다. 그럼에도 요조의 목소리로 듣는 그 느낌은 소규모의 2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낮잠’에서 무게 중심은 거의 소규모 쪽으로 기울어져, 소규모의 보컬 ‘은지’가 불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소규모다운' 곡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느낌이 인상적인데 그 제목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량하게 꾸벅꾸벅 낮잠으로 빠져드는 전반부와 행복한 꿈을 노래하는 후반부는 마치 '일장춘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단아한 기타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바꼭질'도 그런 소규모의 입김이 크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2집의 '두꺼비'처럼 어린 시절의 놀이를 차용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즐거운 '두꺼비'와는 달리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절충선 위에 있는 곡들은 이 공동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합니다. ‘Love’가 그 대표로 소규모와 조우한 요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타일의 단촐한 연주 위에 흐르는 요조의 상큼한 목소리는 소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공연을 배제한 앨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구요.

'바나나 파티'는 요조가 'May'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Banana Shake'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함께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듯 비슷한 제목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길지 않은 가사에서부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라이브와 음원의 괴리감은 아쉽습니다. 'My Name is Yozoh'나 '슈팅스타'는 자체로도 흥겨운 곡이지만, 공연을 통한 체험이 더해졌을 때 그 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곡입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그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니까요. 'Shooting star'나 'My Name is Yozoh'를 공연과 비교하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구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영 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한 점도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동작업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팬들에게는 소규모의 '음악적 확장'이 되겠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상큼한 여가수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서늘한 쓸쓸함'을 노래하는 여러 파스텔뮤직의 앨범들과는 달리 '따뜻한 유쾌함'을 마음에 선물한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믹싱을 마친 버전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난 뒤에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스터링 후의 음원에서는 걱정들이 가벼워졌네요. 앨범을 통해 이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보여주길 바라며,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1/24 18:36 2007/11/24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