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 회고전을 다녀와서

5월 28일, 이틀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 '르누아르' 회고전에 다녀왔다. 우연히 광고를 보게되었는데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란다. 그의 그림을 통해 혹시나 '나도 그의 그림을 보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속샘으로 오랜만에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역시나 '국제 호구'인 대한민국에 유명 작품들이 많이 올리없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어디선가 얼핏 본 기억이 있는 그네 등 몇몇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다작을 해서 5천점이 넘는 유화를 남겼다고 하니,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있는 그의 작품들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겠고 설령 모은다고 해도 하루에 다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겠다.

얼핏보면 그렇게 잘 그리지도 않은 그림들 같은 작품들도 입체감이 느껴졌고, 붓터치로 얼룩처럼 그려낸 배경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1만 2천원에 냉방이 잘되는 시원한 미술관을 거닐며 잠시 그림의 세계에 빠져보는 일, 더위도 피하고 안목도 높이는 1석2조가 아닐런지. 뭐, 행복을 나만의 행복을 찾지는 못했지만.

2009/05/30 21:10 2009/05/30 21:10

파블로 피카소 (Pablo Ruiz Picasso)

지난 수요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위대한 세기 '피카소(The Great Century Picasso)'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샤갈'의 전시회 이 후 두번째네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걱정보다는 적었습니다. 9월 3일이 마지막이라 이미 볼 사람은 다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생각보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샤갈'의 전시회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카소의 약력을 보니, 전시된 작품이 '많은' 것은 아니더군요. 피카소가 얼마나 다작(多作)을 했는지 놀랐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예술가 샤갈과 피카소가 같이 찍은 사진도 있던데, 나이 든 두 사람의 모습이 많이 닮은 느낌이었습니다.)

1881년에 태어나 1973년에 생을 마감한 피카소,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여러 여자를 만났고, 그 넘치는 열정으로 상당히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대중의 인기를 받아가며, 장수하여 열정적으로 많은 작품을 남긴 예술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인생이 정말 행복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만큼 '장수'와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누린 '축복받은' 예술가는 흔하지 않겠지요. '천재'라고 불렸던 예술가들을 보면 살아서는 유복하지 않거나 죽은 후에야 인정 받은 사람이 많으니까요.

'피카소'를 '천재'라고 부르지만 그를 천재로 만든 건 비단, 그의 '재능'뿐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다작으로 그의 독특한 스타일(화풍)을 널리 인식시킨 '정열'이 그를 천재로 인식시킨 중요한 요소는 아닐지...

살아있는 예술인 중에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네요. 20대부터 꾸준히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1년에도 여러권을 책을 집필할 정도로 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이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을 쓰는 것도 결국 '체력'이 중요하다며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마라톤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천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의 꾸준함과 열정으로 언젠가 그렇게 불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요.

또 '피카소'를 보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뮤지션' 혹은 '진정한 밴드'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오래 살아서(오랫동안 해체하지 않고) 왕성히 좋은 음악을 오래 들려주는 뮤지션(혹은 밴드)'이 바로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고 '아티스트'라고 불릴 만한 자격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짧은 기간 활동하여 기념비적인 음악을 남겨도 자격이 되겠지요.)

'나는 어린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있다.'
'나에게 미술관을 달라. 나는 그 속을 가득 채울 것이다.'

미술관에 크게 적혀있던 피카소의 말들입니다. 그의 정열이 잘 느껴지는 문장들이 아닌가합니다.
2006/08/12 14:27 2006/08/12 14:27

샤갈, 꿈꾸는 마을의 화가



이 책의 원제는 'Marc Chagall, Ma vie', 'Ma vie'는 '나의 집'의 집이라는 뜻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많은 부분을 그의 유년시절과 청년시절 집,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하고 있다.

7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되어 미술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지만 전시회를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갈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니 마침 전시회에 맞추어 발매되어 전시회 할인권도 포함되어있는 샤갈의 자서전, 바로 이 책을 발견하였다.
글은 제목이 없는 (혹은 임의로 나누었다고 생각되는) 여러 챕터로 되어있지만 한 챕터가 일관되게 한 주제나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샤갈의 회상의 흐름에 따라 쓰여졌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전체 글의 흐름은 시간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1887년부터 1985년까지 꽤나 오랜 수명을 누린) 샤갈의 유년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그의 청년시절 1922년정도까지의 그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의 삶의 길이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많은 부분도 아닐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의 미술에 있어서는 꽤나 중요한 기간인 듯하다. 이 기간 동안의 그를 둘러싼 세상의 풍경과 그에 대한 샤갈의 인식은 샤갈, 그의 인생 전체을 꽤뚫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글의 부분 부분에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언급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 자서전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들(유대교회가 보이는 단층건물들로 빼곡한 풍경, 첼로 혹은 바이올린으로 생각되는 악기를 켜는 남자, 암소, 어머니와 아기)에 대한 힌트들도 등장한다. 샤갈 전시회를 갈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가볍게 읽고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 그의 그림 여기저기에 숨어있고 매우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들을 감상면서, '아~ 여기에 이런게 나오네.'하며 미소지을지도 모르겠다.(앞부분을 약간 읽다가 전시회를 보았는데 그림들을 감상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부분을 읽을 때는 전시회에서본 그림들이 떠올려졌다.)

샤갈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문학이 아니다. 나를 사로잡은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배열한 것일 뿐이다.'
그의 자서전 역시 그렇다. 그것은 문학이기 보다는 이미지를 배열한 그의 그림들을 닮아있다. 단지 붓과 팔레트 위의 물감대신 펜을 이용했을 뿐....
2004/08/28 18:09 2004/08/28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