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0월 21일 SoundHolic (2)

이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에는 1, 2집 수록곡들이 몇 곡씩 있었지만 정규 앨범 2장에 수록되지 않았던 곡들도 상당수였습니다. '크래커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엘리엇 스미스'나 공연에서는 몇 번 들을 수 있었지만 어느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쇼'가 그런 곡들이어요.

작년처럼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깨지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소규모'의 공연은 끝나버리고 말았어요. 조금 짧게도 느껴질 수 있는 1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짧게 느껴졌지만 앵콜까지 15곡을 했다는군요. 소규모의 공연에 그만큼 목말라 있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여러 공연 소식들로 찾아 올 것이라는 기대에 단지 아쉽지만은 않았습니다.

2006/10/24 10:17 2006/10/24 10:17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0월 21일 SoundHolic (1)

이번에도 작년 '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때와 거의 같은 자리에 앉아서 보게되었습니다. 작년 5월의 사진을 다시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역시 몇 개월전 'Ladyfish'에서 있었던 공연과 마찬가지로 세션 멤버들과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2집의 수록곡들 중 처음 세 곡인 '고양이 소야곡', '슬픈 사랑 노래', '오직 지금은 너만'을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2집의 수록곡들 전부 들려주고 1집의 인기곡을 몇 곡 들려주지 않을까?'라는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은 흘러갔습니다.

코러스와 멜로디언 등을 담당하는 멤버의 보컬곡도 있었습니다. 다음 앨범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깜짝 발표(?)'도 있었는데, 빠른 시일 안에 새로운 앨범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네요.

2006/10/24 00:11 2006/10/24 00:11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입술이 달빛



2005년 가장 조용한 음악으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2집 '입술이 달빛'이 1집 발매 후 약 20개월 만에 발표되었습니다. 2집에서는 성인가요를 소비하는 장년층까지 팬으로 흡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숨어있는 듯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빠져들 만한 '동요'에서의 착안과 '성인가요 특유의 뽕끼리듬'를 차용하여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인디씬의 대표 레이블이 되어가고 있는 '파스텔뮤직'과 한국 음반 시장에 떠오르는 강자 'CJ뮤직'이 손잡아서 발매되는 앨범인 만큼, 앨범 케이스에서도 신경쓴 흔적이 보입니다. 사진과 디자인을 유명작가 '김중만'씨와 '김점선'씨가 맡았다니 1집의 성공이 얼마나 놀랄 만한 것이었나 알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1집과 마찬가지로 종이 사이로 CD를 끼워넣어 수납하는 방식은, 스크레치가 생기기 쉽기에, 아쉽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DIgi-pak 1집은 재판입니다.) 1집의 신비주의 전략을 버리고 성급히(?) 얼굴을 드러낸 점도 좀 아쉽기는 하지만, 32페이지에 달하는 가사집 겸 화보집은 왠만한 유명가수의 그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

'고양이 소야곡', 첫곡부터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의 뽕끼리듬을 노골적으로 들려줍니다. 시대극에서 배경음악으로 들을 법한, 기타와 베이스의 뽕끼리듬과 하모니카의 조합은 소위 말하는 '신파'가 떠오르기에 충분합니다. 베이스 리듬이 고양이의 '발걸음'이라면 하모니카는 고양이의 '고독한 심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달이 밝은 창가는 산책하는, 홀로 쓸쓸하면서도 우아한 고양이를 위한 곡입니다.

'슬픈 사랑 노래', 도입부에 '아~ 슬프도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남녀상열지사'라는 연사의 멘트가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제목 그대로 '슬픈 사랑 노래'입니다. 1집의 'So Good-Bye'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볼 수는 곡으로,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생각되는 슬픈 가사는 단촐한 연주로 쓸쓸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So Good-bye'가 '돌아선 쓸쓸한 발걸음'이라면, '슬픈 사랑 노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치는 가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차례 공연을 통해 이 곡을 들어 오면서, 피아노 솔로가 들어갔다면 더욱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신파'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양이 소야곡'이 들어내놓고 '뽕끼'를 표현한다면, 이곡은 살짝 숨겨두고 있네요.

'오직 지금은 너만', 밴드의 리더 김민홍이 보컬까지 들려주는, 포크팝을 가장한 뽕끼, 혹은 '뽕끼팝'이라고 해야하겠습니다. 아니, 앨범 수록곡들 전부 지향점은 '뽕끼팝'일지도 모릅니다.

'입술이 달빛', 처음에는 후렴구에 들어가는 가사인 '띠뚜떼'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흥겨운 연주와 새침한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뽕끼리듬이 '팝'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곡입니다. 앨범 타이틀로까지 선정된 만큼, '슬픈 사랑의 노래'와 함께 앨범 수록곡들 중 인기 순위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합니다.

'사랑', 조용한 사랑 노래입니다. '사랑'과 '해요'만으로 이루어진 가사가 닭살스러울 수도 있지만 닭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솜씨, 1집의 'Lalala'처럼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하지만 1집과는 달리 '사랑 타령' 노래가 많아진 점은 조금은 거북스럽기도 합니다. '도'라 말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듯,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겠건만...

'또 돌아보고', 도입부의 반복적인 가사와 김민홍의 음침한 보컬이 어쩐지 '아마추어 증폭기'의 곡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게 하는 곡입니다. dancable한 뽕끼 비트(?)와 김민홍의 '트롯' 한 소절은 '장윤정을 위시한 젊은 트롯 가수 대열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도 본격적으로 합류하겠다는 야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겁쟁이', 그나마 뽕끼리듬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꽃'과 '칼'로 사랑의 '아름다움'과 '잔인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두꺼비',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신나는 곡으로 어린 시절 모래판에서 하곤 했던 '두꺼비집 놀이(?)'에서 착안한 흥겨운 곡입니다. 중간중간의 느끼한 '민홍'의 코러스는 그야말로 두꺼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공연에서 들었을 때보다는 차분한 느낌입니다. 공연에서 이 곡을 듣게 된다면, 관객과 호흡하는 '뚜껍아 뚜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외치며 더 빠르고 더 흥겨운 '두꺼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입니다. 삼인자 자리를 놓고 '두꺼비'의 '고양이'와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됩니다.

공식적인 마지막 곡 '파티', 점점 풍성해지는 코러스와 청아한 트라이앵글이 앨범을 닫는 곡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9곡 밖에 되지 않는 정식 수록곡들에 대한 보상인 듯, 'bonus track'이 무려 5곡이나 들어있습니다. 정식 수록곡들은 '새발의 피'일 정도로 '사랑타령'인 곡들이 껴있는 점으로 볼 때, 지나친 사랑타령에 대한 반발을 조금이나 무마하려는 안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5곡 모두 단촐한 어쿠스틱한 느낌입니다.

'사랑을 하다', '오직 지금 너만'보다 '연애의 단계'가 더 발전한 형태의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랑 시소 버전', 연주는 동일하지만 높아진 음의 보컬과 보컬과 미묘한 음의 차이를 둔 코러스때문에 '시소 버전'이라고 붙었나 봅니다.

'두꺼비 어쿠스틱 버전', 연주로 단촐한 기타 소리만을 들을 수 있는, 본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모습에 가까운 곡이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어쿠스틱 공연을 위해 준비한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곡의 느끼한 '두꺼비'를 듣다 여성 '두꺼비'를 들으니 오히려 '개구리'라고 해야 옳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으니 '두꺼비'와 진행이 상당히 비슷한 느낌입니다. 중간에 두 곡 사이에서 슬쩍 넘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소중히 감싸네~ 두껍아'로 진행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법합니다.

'입술이 달빛 어쿠스틱 버전', 원곡에서 상당히 경쾌한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내 사랑 그대여', 제대로 노골적인 제목의 곡입니다. 솔로 청취자들은 이 즈음 왔으면 중간에 첫 곡이나 두번째 곡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까 합니다.

1집의 '기대 이상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앨범 수록곡 전곡에서 뽕끼리듬을 차용하면서 '뽕끼의 재해석'과 '재탄생'이라는 대단할 수도 혹은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다운 색깔을 유지한, '안정 속의 변화'로 기존 팬들에게는 이질감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지지 기반을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집이 젊은 이들이 선호할 만한 '정갈한 정식'이었다면 2집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구수한 우리음식을 응용한 퓨전요리'라고 하고 싶네요. '영어 가사'의 곡이 많았던 1집과는 달리 전곡이 '한글 가사'인 점도 2집에서의 변화와 그 변화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제 이 밴드의 도전이 대단했느냐 혹은 무모했느냐는, 이제 이들의 음반을 듣는 이들에 귀에 달렸습니다.

가을의 입구에 그들의 2집, 그것은 2년전 겨울의 중턱에 발매되었던 1집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이 회색빛과 하늘빛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있다면 1집이 회색빛에 가까웠다면 2집은 하늘빛에 가까워졌다고 할까요? '고양이 소야곡', '슬픈 사랑 노래' 투톱을 시작으로 중간계투에 '입술이 달빛', 마무리에는 '두꺼비'같은 중독성을 발휘할 만한 곡들을 비치하여 정식 수록곡들 중 Skip 버튼을 누를 겨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bonus track 연장전으로 상당히 괜찮은 앨범의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했다고 성급하게 결론내리고 싶네요. 라이브로도 앨범에서 들었던 느낌들을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더 큰 즐거움을 즐길 수 있기에, 별점은 4.5개입니다. 과연 1집의 '나비효과'에 이은 또 다른 '나비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요.

리뷰가 상당히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09/20 20:52 2006/09/20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