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쓰는 11월 28일에 홍대 '라이브클럽 SSAM'에서 있었던 'All Tomorrow's Parties Vol. 1'의 후기. All Tomorrow's Parties(이하 ATP)는 인디씬 중소레이블들의 신인 밴드들을 위해 기획된 공연으로 'Vol. 1'이라는 꼬리처럼 시리즈로 기획되었나 봅니다. 부제는 '청춘의 판도'로 인디씬의 최신 판도를 알리는 공연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상당한 수의 밴드들의 공연할 예정이었고 '굴소년단'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죠.

첫번째 팀은 '아미(ARMY)'였습니다. 보컬이 정말 특이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고, 블루지(bluesy)한 연주위로 대부분의 곡에서 빠지지 않는 하모니카 연주가 인상적이었죠. 의상이나 곡이나 참 '미국음악'의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하모니카 대문인지, 왠지 미군부대와 미국 컨트리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밴드 이름 ARMY처럼요.

두 번째 팀은 '아침(Achime)'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만 듣던 밴드인데, 말투나 의상에서는 왠지 '지방에서 서울로 입성한 밴드'의 이미지였습니다. 보컬의 의외의 걸출한 입담이 재밌었고, 평범한 밴드이름과는 다른 음악도 그랬습니다.

세 번째 팀은 '전국비둘기연합'이었습니다. 독특한 밴드 이름때문에 예전부터 궁금했지만 공연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펑크, 이모코어 등이 녹아든 강렬한 음악을 하는 밴드였죠. 무대 위에서도 기타와 베이스 두 사람이 쉬지 않고 뛰어다녔구요.


네 번째 팀은 '얄개들'이었습니다. 80년대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알이 큰 안경과 의상이 80년 대 청춘물에서 나왔을 법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비교적 수줍고 나약한(?) 느낌의 음악들도 그랬구요.

다섯 번째 팀은 게스트인 '3호선 버터플라이'였습니다. 바로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전설의(?) 그 밴드였죠. 99년도 즈음에 결성되었다는 경력만큼이나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그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키보디스트가 있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제 취향은 아닌듯하여서, 제가 지금까지도 이 밴드의 음원도 완전히 들은 적이 없었나 봅니다.

여섯 번째 팀은 '플레이걸'이었습니다. 노란색 제복을 맞춰 입고 등장한 그녀들의 무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인디씬에서 무려 '아이돌'을 지향하는 걸그룹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사운드는 바로 80년대 복고 사운드였죠. 공연에 앞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고 더불어 재밌는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짜여진 각본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공연을 보여주었죠. 짜여진 각본이라고 한 건, 엔지니어와 손이 맞지 않아서 정해지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실수를 실토하고 다시 반복했던 그녀들의 모습은 참으로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율동에 맞춰 그녀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가사부터 사운드까지 진짜 복고였습니다.

일곱 번째 팀은 'TV yellow'였습니다.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소개영상을 보니 과거 공연을 본 적이 있는 'LP boy'의 새로운 이름이더군요. 그리고 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Miller Fresh M'에서도 'Starsheeps'의 멤버로 우연히 만났던 '해오'를 이 밴드를 통해서 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객원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TV yellow의 한 멤버 역시 Starsheeps로 봤던 얼굴이었습니다. 밴드 구성에 전자장비로 무장한 이 밴드는 락과 일레트로닉 사이의 사운드로 모던 락을 들려주었습니다. 조만간 나온다는 앨범이 기대됩니다.

여덟 번째 팀은 '굴소년단'이었습니다. 신예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신예라고 하기에는 굴소년단같이 연륜(?)도 있고 음반도 두 장이나 발매한 밴드가 과연 어울리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인디의 현실이고 중소레이블 소속의 비애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더군요. 역시 굴소단다운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고 '민트페스타'에서 '시티엠(Citi.M)'의 '진영'과 들려주었던 'I must love'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아홉 번째 팀 '아폴로 18'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10시를 지나 11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정상으로는 밴드당 20분씩 예정되어 10시 20분 종료 예정이었지만 밴드당 공연 20여분에 세팅 5~10분이 소요되면서 상당한 지연은 당연했습니다. 세팅을 시같을 고려하지 않아 라인업은 좋았지만 기획에서 실패안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마루이 좋은 라인업이라도 3시간이 넘는 스탠딩은 정말 힘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마지막 팀은 보지 못하고 귀가할 수 밖에 없었죠. 편향된 인디 음악 청취를 하고 있던 저에게는 오랜만에 신선한 무대였습니다. 과연 이 밴드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모을지 지켜봅니다. 이상 '청춘의 판도'였습니다.

공연의 일부를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