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위대한 세기 '피카소(The Great Century Picasso)'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샤갈'의 전시회 이 후 두번째네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걱정보다는 적었습니다. 9월 3일이 마지막이라 이미 볼 사람은 다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생각보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샤갈'의 전시회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카소의 약력을 보니, 전시된 작품이 '많은' 것은 아니더군요. 피카소가 얼마나 다작(多作)을 했는지 놀랐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예술가 샤갈과 피카소가 같이 찍은 사진도 있던데, 나이 든 두 사람의 모습이 많이 닮은 느낌이었습니다.)

1881년에 태어나 1973년에 생을 마감한 피카소,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여러 여자를 만났고, 그 넘치는 열정으로 상당히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대중의 인기를 받아가며, 장수하여 열정적으로 많은 작품을 남긴 예술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인생이 정말 행복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만큼 '장수'와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누린 '축복받은' 예술가는 흔하지 않겠지요. '천재'라고 불렸던 예술가들을 보면 살아서는 유복하지 않거나 죽은 후에야 인정 받은 사람이 많으니까요.

'피카소'를 '천재'라고 부르지만 그를 천재로 만든 건 비단, 그의 '재능'뿐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다작으로 그의 독특한 스타일(화풍)을 널리 인식시킨 '정열'이 그를 천재로 인식시킨 중요한 요소는 아닐지...

살아있는 예술인 중에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네요. 20대부터 꾸준히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1년에도 여러권을 책을 집필할 정도로 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이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을 쓰는 것도 결국 '체력'이 중요하다며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마라톤으로 체력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천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의 꾸준함과 열정으로 언젠가 그렇게 불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요.

또 '피카소'를 보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뮤지션' 혹은 '진정한 밴드'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 '오래 살아서(오랫동안 해체하지 않고) 왕성히 좋은 음악을 오래 들려주는 뮤지션(혹은 밴드)'이 바로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고 '아티스트'라고 불릴 만한 자격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짧은 기간 활동하여 기념비적인 음악을 남겨도 자격이 되겠지요.)

'나는 어린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만 살아있다.'
'나에게 미술관을 달라. 나는 그 속을 가득 채울 것이다.'

미술관에 크게 적혀있던 피카소의 말들입니다. 그의 정열이 잘 느껴지는 문장들이 아닌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