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Mint Festa(이하 GMF)'라는 거창한 제목의 뮤직 페스티벌과 함께 기획되어 발매되는 두 장의 앨범. '강아지 이야기'와 '고양이 이야기'.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통털어 가장 사랑 받는 두 애완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소재로 각각 14팀이 참여한 용감무쌍한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외형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상당히 흥미로운 앨범이 틀림없습니다. 한정판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강아지의 털을 연상시키는 '파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기느 CD케이스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여서 CD플레이어의 보호주머니로 쓰기 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내용적으로는 신곡이 고작 한, 두 곡 정도 들어가는 보통 컴필레이션 앨범들과 다르게 14곡 모두가 미발표 신곡으로 꾸며져있습니다. 더구나 '강아지 이야기'의 경우 가요계의 실력파 가수 '이승환' 뿐만 아니라 '이 지형', '루시드 폴', '라이너스 담요', '페퍼톤스', '윈디시티'같이 인디씬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신곡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저를 포함한 인디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럼 100%의 기대감과 함께 수록곡을 살펴봅시다.
첫 곡, '이승환'의 '비겁한 애견생활'은 제목만으로 왠지 미소를 짓게됩니다. 평소 말도 안듣고 날뛰다가도 음식 앞에서 한없이 비굴해지는, 비겁한(?) 강아지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승환 곡다운 리듬과 함께하는 가사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강아지들을 기르던 어린시절과 강아지로봇과 함께하는 현재의 대비가 기발하면서도 씁쓸하네요.
두 번째, 최근 각광받는 '이지형'의 '백구'는 잔잔한 기타연주와 함께하는 전형적인 포크팝입니다. 감미로운 보컬, 편안한 연주와 함께하기에 어린시절 '백구'와의 이야기는 더욱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온 가족의 사랑을 받던 백구의 이야기는 강아지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합니다.
세 번째, '라이너스의 담요'의 'Don't call it Puppy Love'는 앨범 소식에 목 마른 이들에게 단비같은 곡입니다. 귀여운 연진의 보컬과 함께하는 이곡은 역시나 '라이너스의 담요' 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영어가사입니다. 'puppy love'는 우리말로 '풋사랑'이라고 합니다. 이 'Puppy love'를 강아지와 고양이의 만남에 비유한 가사가 독특하네요.
네 번째, '에레나'의 'Dingdong'은 '에레나 1집'의 수록곡들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 에레나의 1집 수록곡들이 서정적인 파스텔톤의 그림이라면, 보사노바풍의 Dingdong은 백지위에 무차별적으로 그려지는 천방지축 강아지의 발자국같은 곡입니다.
다섯 번째, 이미 자신의 애견을 위한 곡을 썼던 경력이 있는 '이한철'의 '오! 나의 주인님'은 제목만으로는 찬송가같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즐거운 연주와 함께 하는 밝은 가사는 강아지의 주인에 대한 사랑 노래입니다. 너무 흥겨워서 강아지를 안고 뒹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백구'의 슬픈 추억과는 다른 즐거운 추억같은 곡이죠.
여섯 번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라고 알 고 있는 'No reply'의 '강아지의 꿈'은 제목만큼이나 꿈결같은 느낌의 곡입니다. 어린 시절 함께 울고 웃던 강아지와 아이의 아른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타 연주와 청명한 키보드는 건조한 보컬과 어우러져 아른한 느낌을 진하게 합니다.
일곱 번째, 음유시인 '루시드 폴'의 '길 위'는 애견을 위한 노래이기 보다는 사랑 노래의 느낌이 나는 곡입니다. 단아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읊조리는 보컬은 정겨운 길 위에서 펼쳐지는 흑백 영상 속으로 이끕니다.
여덟 번째, '지누'의 'Fascinating'은 가장 독특한 곡입니다. 가사가 없기에 이 곡이 정말 강아지를 위한 곡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긴박하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강아지의 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겠네요.
아홉 번째, 신예 '애플스'의 'winkiss'는 수록곡 중 가장 발랄한 곡입니다. 예쁜 보컬과 즐거운 멜로디는 동요나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애플스'의 매력이 잘 느껴지기에 얼마전에 발매된 데뷔앨범도 궁금해지네요.
열 번째, 재기발랄한 '페퍼톤스'의 'Hotdog!'는 제목부터 발칙합니다. 이 밴드의 신선한 느낌을 그대로 들려주는 곡으로 이른 새벽 강아지와 함께하는 산책을 가장한, 신나는 추격전을 노래합니다. 지난 음반들의 타이틀 곡과 다르게 여성 객원 보컬만을 내세우지 않은, 멤버들과 객원 보컬이 어우러진 제창은 힘차게 질주하는 느낌을 더 강화합니다. 차오르는 숨이 느껴질 정도죠. '애플스'의 앞선 곡과 함께 이 앨범을 먹여살릴 곡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열한 번째, '윈디 시티'의 '와다다 친구'는 강아지 예찬곡입니다. '와다다(wadada)'는 '사랑'을 의미하고 노래는 그루비한 연주와 함께 인생의 동반자로서 강아지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습니다.
열두 번째, '더 캔버스'의 '기다림'은 강아지의 기다림을 노래합니다. 강이지를 너무 오래 혼자 두지 마세요.
열세 번째, '정지찬'의 '별은 내 가슴에'는 뜬금 없이 드라마 제목이지만 사실은 '별'이라는 강아지의 야이기를 담고 있습니다. 노래는 강아지와 주인의 정신적 끈, 그것을 '함께 뛰는 가슴'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이석원'의 '거북이'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거북이'이란 이름의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곡입니다. 이름이 눈에 익고 보컬도 마찬가지인데 바로 '언니네 이발관'의 프런트맨이었네요.
14곡 모두 신곡이라는 기존 컴필레이션과의 차별점 외에도, 참여 뮤지션의 라인업이나 수록곡 한 곡 한 곡에서 뮤지션의 정성이 느껴지는 최근의 트렌드인 'well-made' 음반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앨범에서는 '남성 뮤지션의 반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남성 뮤지션들의 선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수록곡 대부분이 남성 뮤지션들의 곡이지만, 최근 인디씬에서 주목받는 뮤지션의 경우, 여성 솔로나 여성 보컬의 밴드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 앨범은 그런 경향을 향한 '반격'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컴필레이션을 선호하지 않고 거의 구입도 하지 않습니다. 기존 앨범들과 겹치는 곡이 많거나 오직 '장사'를 위한 디자인으로 소장하고픈 욕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아지 이야기'는 사전 공개된 수록곡 리스트만으로 예약구매를 했습니다. '라이너스의 담요', '페퍼톤스', '에레나' 등 예전부터 좋아하던 인디 뮤지션들의 신곡을 들을 수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했죠, 더불어 뚜껑을 열어보니 '이지형', 'No reply' 등 완전히 관심 밖이었던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려주는 '샘플러'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합니다. 강아지와 함께한 아름다운 기억들, 이 앨범을 들으며 추억해 봅시다. 별점은 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