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11일까지 구로에 위치한 '구로아트밸리'에서 '2009 구로아트밸리 인디락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있습니다. 왜 거창하냐면 '인디락 페스티벌'이지만 공연 기간은 한 곳에서 딱 3일이고, 게스트를 제외한 정식 참여 밴드는 총 8팀(게스트 포함 10팀)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에서 느껴지는 '성대함'같은 것되는 당연히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3일의 공연 가운데 가운데, 7월 10일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 주제는 '설레임의 상실'로 참여 밴드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두 밴드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이고 게스트로 역시 같은 소속의 '한희정'과 '타루'가 참여했습니다. 특히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는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 가운데 최근 가장 소식이 뜸했던 밴드들로 두 밴드 모두 올해 5월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지만 공연 소속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두 밴드의 오랜만의 공연 소식만으로도 상실된 설레임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시작 예정 시간인 8시가 조금 지나 시작된 공연은 첫 번째 게스트인 '한희정'의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6월의 단독 공연에 이어 7월의 게스트 출연으로, 최근 그녀의 음악 행보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자주 공연을 하는 '한희정'은 공연 첫 곡으로 나쁘지 않은 1집 수록곡 '우리 처음 만난 날'로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푸른새벽 시절에도 만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입담이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점점 능청스러워지는 그녀의 멘트와 무대 매너는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냈습니다. 이어 새 EP '끈'의 수록곡인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연달아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앞선 두 공연에서 첼로를 비롯한 세션들과 함께했던 '러브레터'는 오직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기타연주로만 들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담백하면서도, 울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녀는 방학이 끝나가는 8월에 또 단독 공연이 예정입니다.
이어 두 번째 게스트가 아니라 '미스티 블루'의 보컬 '정은수'가 키보드 세션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사계절 연작 EP 시리즈 가운데 5월에 첫 번째로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의 첫 번째 보컬곡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를 들려주었습니다. '한희정'과 '정은수'가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2006년 5월에 있었던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하네요. 약 3년만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미스티 블루', 이어 1집 수록곡인 '화요일의 실루엣'과 'Daisy'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두 곡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의 곡들입니다.
이번 EP에 참여한 파스텔뮤직의 유망주 '이진우'가 등장하여 EP에 수록된 듀엣곡 '4월의 후유증'과 커버곡으로 'Radiohead'의 'No surprise'를 들려주었습니다. 낮은 톤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사가 잘 안들린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역시 EP 수록곡인 '동경 센티멘탈 클럽'을 들려두었는데, 이 곡은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미스티 블루의 팬클럽 이름을 이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바꾸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외에도 보사노바풍의 반(半)트롯트 'Cherry', 조금 밝은 분위기 '초컬릿', 'Spring fever' 등 1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모든 곡이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앵콜곡으로, 준비되지 않은, 미스티 블루의 곡 중 가장 밝은 곡인 '날씨맑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사계절 EP 연작 가운데 두 번째인 '여름의 온도'가 열심히 작업중에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EP가 나오고 네 번째 EP의 발매가 임박했을 때 즈음에는 정식 단독 공연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게스트 '타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앵콜곡 '날씨맑음'은 그 발랄함 때문인지 타루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죠. 굽이 높은 하이힐까지 신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첫 번째 곡으로 제목 미상의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연인의 다툼을 노래한 곡인데, 지금까지 솔로로서 들려준 곡들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공연 당일의 그녀의 생일이었다고 하며, 능청스러운 멘트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생일은 정말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곡은 그녀의 첫 EP 수록곡인 'Love today'와 'Yesterday'였고 역시 탁월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8월 경에는 그녀의 첫 앨범이 발매되고 쇼케이스도 있을 예정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어른아이'의 무대였습니다. 이제는 원맨 밴드인 '어른아이'는 각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마치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같은 분위기로 이끌어갔습니다. 너무 힘든 일상생활을 노래한 'B Tl B Tl'이 첫 곡이었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sad thing'이 이어졌습니다. '상실'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설레임의 상실'에서 그 상실과 더불어 얼마전 있었던 사고를 떠올리며 공연 셋리스트에 추가되었답니다. 2집 수록곡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 민들레의 심정과 그에 대한 위로를 노래한 '민들레'를 들을 수 있었고, 2집 발매이전에 먼저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동명의 시에서 가사를 가져온 'Annabel Lee'는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1집 수록곡들 많이 들려준 '미스티 블루'와는 다르게 새로 발매된 2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바보같은 사랑'을 노래하는 'Fool'과 오케스트라 편곡이 너무나 힘들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You'와 마지막 곡으로 '서성이네'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앨범처럼 매우 조용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공연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요즈음 그녀가 연습중이라는 커버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약 100분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약 150분(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상당히 긴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스탠딩이 아니었기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소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명은 아쉬웠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는 붉은 조명을 얼굴로 받아 달구어진 강철처럼 '달구어진 얼굴'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전까지 종종 있었던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은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2008년 1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은 마치 '파스텔뮤직 레이블 공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앨범을 발표한 세 팀과 곧 발매 예정인 한 팀(타루), 총 네 팀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파스텔뮤직의 2009년 한 가운데 서있는, 레이블로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합니다. 홍대에서도 이런 푸짐한(?)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with 한희정, 타루) in 7월 10일 구로아트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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