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앨범이자, 첫 번째 리믹스(Remix) 앨범인 'Zbam'.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이 CD를 대신하기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음반 판매량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장르적인 면에서는 '음악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한민국에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Instant Pig'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클래지콰이'의 또 다른 성과는 바로 '리믹스 앨범'에 있습니다.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 리믹스 음악은 리페키지 앨범에서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는 정도로, 그저 오리지널 음원의 부수적인 산물로서, '덤'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리믹스 트랙'들만을 담아 '리믹스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지콰이(의 DJ클래지)'는 달랐습니다. 전작 'Instant Pig'에 리믹스 트랙이 수록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리믹스 앨범
'Zbam'을 정규 앨범 리패키지(repackage)의 보너스 CD가 아닌, 독립적인 앨범으로 발매한 것입니다. 이후 정규 앨범 한 장에 리믹스앨범 한 장을 발매하는 공식(?)은 세 번째 정규 앨범까지 지속됩니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은 발매되었고, 아마도 지속되겠지요.) 'Instant Pig'가 일렉트로니카/라운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남녀 보컬을 비롯하여 팝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하여 많이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면, 'Zbam'은 그 짙은 팝적 요소에 아쉬워했을 매니아들을 위해 말랑말랑함을 최소화하고 댄서블함과 일렉트로니카 본연에 좀 더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Oh Yes(Drum Bon Remix)'는 1집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정식 데뷔 전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곡으로 각종 샘플링이 1집을 통해 익숙한 트랙입니다. 'Futuristic(House Remix)'은 원곡도 댄서블한 트랙이었지만 날카로운 느낌이었다면, 리믹스를 통해 한층더 매끄러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Come to Me(Mellotron Remix)'는 영어제목 그대로 '내게로 와'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사운드 외에 변화는 없습니다. 'She Loves You'는 크리스티나가 보컬을 담당한 신곡으로 가사의 시작이 동요같은 느낌입니다. 'Stepping Out(Step Remix)'는 제목 그대로 원곡에 비해 스텝을 밝듯이 강한 비트로 무장하고 돌아온 트랙입니다. 'You never know(Soft Remix)'는 원곡과 비교했을 때, 오리혀 부드러운 어쿠스틱 음악의 느낌이 강해진, 기존까지 알고 있던 '리믹스(보통 전자음이 강화되고 댄서블해지는)'와는 거리가 있게 리믹스된 트랙입니다.
'Snatcher'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세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들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Snatcher'는 신곡으로 Rap까지 들려주는 '호란'의 기교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호란의 보컬과 Rap이 교차되고 블링블링한 전자음이 어우러져 중독성을 만들어냅니다. 'Coming at Me to Disco(Rocking Mix)'는 모 컴필레이션을 통해 공개되었던 곡을 리믹스한 트랙으로 믹스 제목 그대로 Rocking한 사운드가 감질맛나고, 이를 통해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면모를 들려줍니다. 'After Love(Female Version)'은 전작에서 '알렉스'가 불렀던 곡을 호란이 새롭게 부른 트랙입니다. 호란의 보컬로서의 탁월한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고, 이후 'Ibadi'로 어쿠스틱 밴드를 시작하는 그녀의 욕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Skyscraper'은 보컬이 없는 연주곡으로 탁월한 보컬들에 가려져 '클래지콰이'의 실질적인 주체임에도 대중의 주목에서 벗어나있는 DJ클래지의 울분을 풀어주는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리믹스 앨범을 별개로 발매한 점은 클래지콰이의 '대담'이라고 한다면, 리믹스 앨범이지만 전작의 리믹스 트랙들만 수록하지 않고 신곡들(몇곡은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곡들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처음인)을 절반 가량 수록하여 리믹스에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도 관심도를 높인 점은 클래지콰이의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리믹스 앨범을 발매하여, '리믹스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리믹스 앨범을 정착시키는 점은 'Instant Pig'가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점과 더불어 클래지콰이가 음반시장에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Clazziquai project - Z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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