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zziquai project - Love Child of the Century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준 2집 이후, 'Clazziquai Project(클래지콰이)'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세 번째 정규 앨범 'Love Child of the Century'.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1집 'Instant Pig'에 이어 큰 기대 속에 발표된 2집 ' Color Your Soul'의 부진은 클래지콰이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나봅니다. 1집과 2집의 간격인 16개월보다 긴, 2년에 가까운 21개월의 간격에서부터 그 절치부심이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던 지난 두 앨범들의 제목과는 달리 세 번째 앨범의 제목 'Love Child of the Century'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뭔가 심오할 법한 느낌입니다. 'DJ 클래지'가 직접 참여한 아트웍에서도 역시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번 앨범 아트웍에서도 역시, 이제 '클래지콰이'의 마스코트라고 돼지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냥 돼지가 아니가 아닌 돼지의 탈을 뒤집어쓴 소년입니다. 앨범 제목에서 언급한 'Child'가 바로 이 아이일까요?

지난 'Color your soul'에 이어 이번에도 오프닝은 '알렉스'나 '호란'과 달리 한국에서 함께 활동하지 '크리스티나'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사랑과 평화를 기원하는 가사는, '세기(century)'를 이야기하는 제목처럼 광오함이 담겨있습니다. 앨범 발매 당시 2007년으로 이미 7년이나 지났지만, '새 천년(New Millenium)'을 맞이하는 바람이 담겨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앨범 타이틀 곡인 'Lover Boy'는 일렉트로니카와 팝이 버무러진 통통튀는 트랙입니다. 사실 심오하고 광오한 의미를 담았을 법한 타이틀과 그 만큼 기대를 저버리는 평범한 이 트랙이 타이틀로 선택된 점은 아쉽습니다. '생의 한가운데'는 클래지콰이의 앨범에서 흔하지 않은 한글 제목으로, 왠지 목가적인 내용이 기대되는데 내용물은 그 예상을 뒤엎는 반전입니다. 강렬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분위기를 환기시키죠.

Session 1을 여는 'All Hail'에 이어지는  'Gentle Giant'은 밝은 분위기의 팝넘버이지만 그 가사를 해석해보면 다분히 정치적인 느낌의 트랙입니다. 우리를 '네버랜드'로부터 지켜주는 'Gentle Giant'를 칭찬하는 듯한 밝은 분위기이지만, 반어적으로 꼬집고 있는 가사는 진실을 왜곡하는 어떤 것들(언론, 정부, 종교 등)에 대한 조롱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위트가 넘치는 Gentle Giant를 잇지 못하고 이어지는 곡들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Last Tango'는 슬픈 이별의 탱고 위로 흐르는 알렉스와 호란의 듀엣이 그나마 빛을 내지만, 진부한 사랑 노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탱고라는 소재는 이미 'Casker' 등 여러 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차용한 장르이기에 신선한 느낌은 부족하고,  그 이상을 들려주지도 못하네요. 스페인어로 '축제'를 의미하는 '피에스타'는 웰빙 열풍에 맞춰 웰빙 라이프를 노래합니다. 하지만 호란의 들려주는 '피에스타'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위 가진자들 만의 웰빙'을 노래할 뿐입니다.

1집의 인기곡 가운데 하나인 'After Love'가 떠오르는 제목의 'Next Love'는 시끄러운 클럽이 아닌 방에서 홀로 즐길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는 트랙으로 앞선 실망을 달래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어가사를 주로 부르는 크리스티나가 한국말도 능수하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하네요. 'Romeo N Juliet'은 대중들에게 인상적이지 못했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한 마디로 이 앨범을 먹여살린 트랙입니다. 1집의 'Gentle Rain'을 뛰어넘는 사랑 노래로서  21세기의 새로운 음원 소비 수단인 '배경음악'에서 모든 클래지콰이의 노래들 가운데 가장 사랑받은 곡이 바로 이 곡이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되어 사랑을 노래하는 알렉스와 호란의 음성은 연인들을 녹일 수 밖에 없을 만큼 탁월하네요. 호란의 나레이션이 미래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Flower Children'은 Session 1의 마지막입니다. Flower Children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레이션과 달리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곡의 혼잡한 구성은 제목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Session 2는 멋들어진 프랑스어 나레이션이 흐르는 'Confession'으로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지콰이에게 씌여진 일렉트로니카라는 굴레를 벗고 '가요'로 듣는다면 가장 좋은 트랙들이 이 마지막에 모여있다고 생각됩니다. 'Confession'과 바로 이어지며, 고독한 도시의 밤을 머금은 '금요일의 Blues'는 클래지콰이 대표 보컬은 '호란이 아닌 알렉스'임을 확인시켜주는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클래지콰이다운 아기자기한 사운드에 크리스티나의 매력적인 보컬이 녹아든 'Glory'는 지나치게 과장된 기교로 치장되거나, 혹은 대중의 기호와 동떨어진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은 절제와 중용의 미덕이 담긴 트랙입니다. 1집의 영광(glory)을 되세기며 Glory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 곡에 좀 더 욕심을 냈다면 타이틀로도 손색이없었을 정도로 아쉬움이 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보컬도 탁월하지만, 즐거운 곡에서 분위기를 확실히 띄우기에는 음색적인 면에서 호란에 비해 부족하기에 'Glory'는 호란의 음성이 아쉽습니다.

마지막 트랙마저도 크리스티나의 몫입니다. 보컬 솔로가 돋보이는 마지막 세 트랙에서 각가 세 명의 보컬에게 할애되지 않고 호란이 빠진 점은 의외이기도 합니다. 혹시 이 앨범 발매후 1년이 지나 '이바디'로 다른 활동을 시작하는 호란과의 균열이 미묘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앨범을 맺으며 흐르는 엔딩 크레딧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합니다. 클래지콰이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방에서 듣는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이 녹아들었네요.

좀 더 긴 준비 끝에 발매된 세 번째 정규앨범이지만 역시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하지만 지난 2집에서의 부진의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클럽이 아닌 청취자의 방을 타켓으로한 '한국형 일렉트로니카'을 완성에 있어서는 분명 한 발자국 전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DVD가 포함된 '한정판'으로도 발매되어 3집의 새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전작들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소장하고 감상할 수있던 점은 팬으로서 점수를 주고 싶네요.

2011/01/12 03:46 2011/01/12 03:46

Clazziquai project - Pinch Your Soul

2집 'Color Your Soul'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리믹스 앨범 'Pinch Your Soul'.

1집 'Instant Pig'의 리믹스 앨범인 'Zbam'이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같은 느낌이었다면, 2집 'Color Your Soul'에 이어 발매된 'Pinch Your Soul'은 클래지콰이에게 리믹스 앨범이 단순히 정규앨범에 힘입어(묻어가는 성격의) '이벤트성 음반'이 아님을 알리는 동시에 '1 정규앨범 + 1 리믹스 앨범'의 공식을 확립하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앨범 제목부터가 재밌습니다. 2집 'Color Your Soul'이 우리말로 '너의 영혼을 채색하라' 정도가 된다면, 'Pinch Your Soul'은 '너의 영혼을 꼬집어라'로 익살스러운 느낌을 갖게하면서, 동시에 리믹스 앨범다운 느낌으로 앨범의 성격을 알리고 있습니다.

첫 트랙 "Color Your Soul (Pinch Your Mix)"는 이 앨범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트랙입니다. 시크한 느낌이 강했던 원곡을 '꼬집는' 리믹스를 통해 좀 더 경쾌하고 댄서블하게 바꾸어놨습니다. 불필요한 어깨의 힘을 빼고, 좀 더 즐기도록 말이죠. 이어지는 "Love Mode"는 당시부터 한국 최고의 힙합 그룹으로 떠오른 '에픽하이(Epik High)'의 리더 '타블로'가 참여하여 더 눈길이 가는 트랙입니다. 이 리믹스 앨범을 팔기위한 '상술의 눈초리'는 지울 수 없지만, 분명 팬들에게는 이 앨범을 구입하게 만드는 '킬링트랙'이라고 할 만합니다. 타이틀 곡으로서는 2집보다 나아서, 이 곡을 2집에 수록하여 정규앨범에 더 힘을 실어주어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Date Line(bon voyage remix)'는 리믹스 앞에 붙은 'bon voyage'의 의미를 알아야 이해할 만한 트랙입니다. 'voyage'는 영어로 '항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bon voyage'는 프랑스어로 '좋은 여행 되세요(Good Journey)'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원곡이 화창한 날 넓지 않지만 잘 정리된 도로변의 거리를 산보하는 느낌이라면, 리믹스 버전은 voyage가 의미하는 '항해'처럼 뱃놀이하면서 즐거운 여행을 보내는 느낌입니다. 곡 가운데 들리는 프랑스어는 뱃놀이에 '프랑스 어딘가'라는 낭만을 더해줍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  "Fill This Night (paradox remix)"와 "Come Alive (distort remix)"는 전자음의 강화가 두드러지지만, 사운드의 밀도와 비트는 '댄서블'하기에는 부족합니다. "I'll give you everything (buoyant remix)"는 '부력이 있는, 경쾌한'을 의미하는 buoyant처럼 반짝반짝한 사운드 때문에 떠오르는 분위기와 켱쾌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트랙입니다. 하지만 이 트랙이 더 눈에 띄는 것은 바로,원곡의 보컬과는 다르게 'J(제이)'와 'Booby Kim(바비킴)'이 다시 부르고 있기때문입니다. 여성 보컬리스트로서 가녀린 음색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J'와, 역시 한국인으로서는 독특한(소울풀한) 음색의 '바비킴', 두 사람의 확연한 음색 대비는 귀를 즐겁게 합니다.

"Speechless (Vanilla soul remix)"는 말랑말랑 전자음들을 통해 '바닐라'처럼 달콤해진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Cry Out Loud (black sunshine remix)"는 노래 속 화자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한 'black sunshine'이라고 명명된 리믹스가 재밌습니다. 강렬한 명암대비가 느껴지는 리믹스 제목처럼, 리믹스로는 특이하게도 원곡보다 전자음을 배제하여 보컬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음각과 양각으로 흑백의 명암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판화' 같다고 할까요?  "Chi Chi (original remix)"는 이 앨범까지 클래지콰이의 음악들을 따라왔다면 한 번 즈음은 들었을 법한 멜로디와 전자음들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마지막 트랙 "이별"은 국악의 연주에 시조같은 가사를 입힌, 이번 앨범의 성격에는 벗어나는 다분히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1집을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아쉬운 2집의 리믹스 앨범이기에, 역시 아쉬움은 큽니다. Love Mode나 "I'll give you everything'의 리믹스 트랙이 이 앨범을 지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2집에 실려 정규앨범에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국 판매량으로 보면 2집이나 이 앨범이나 '공멸'하게 되지 않았나 하네요. 하지만 'Zbam'과 더불어 단지 '보너스 CD'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리믹스 앨범의 위상을 개별적인 앨범으로 높인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2010/12/14 02:36 2010/12/14 02:36

Clazziquai project - Color Your Soul

데뷔앨범 'Instant Pig'의 성공에 따라 큰 기대 속에 발매된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앨범 'Color Your Soul'.

2004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 'Instant Pig'는 '클래지콰이'에게 대중의 관심을 모아준 앨범이었고, 그 인기는 수록곡들이 CF에 사용되면서 표면적으로도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판매량이나 대중의 인기보다는 음악성에 중점을 둔 시상식인 '2005년 제 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가수(밴드)'와 '최우수 팝'까지 안겨주니, '대중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리믹스 앨범 'ZBAM'도 1집과 2집을 잇는 1.5집으로서 상당한 완성도와 기대되는 신곡들을 들려주었구요.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중의 눈을 한 수준 높여놓은 그들이었기에, 대중은 더 높은 수준을 원할 수 밖에 없었죠. 앨범 아트웍에서는 1집에 이어 전형적인 돼지가 등장하여 -멧돼지의 그림자와 등장했던 리믹스 앨범과는 다른, 변종이 아닌- 1집의 혈통을 잇는 '적자'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intro "Beautiful Woman"에 이어지는 "Salesman"은 크리스티나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으로 앨범의 전반적인 성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1집보다 더 높아진 보컬의존도와 더 짙어진 팝적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더욱 댄서블한 "Fill the night"과 1집 중반부의 트랙들을 연상시키는, 비교적 강렬한 비트의 "Cry out loud"가 이어지고 'I will give you everything'에서는 나긋나긋한 보컬로 인해 말랑말랑한 팝적 감각이 절정에 달합니다. 'Come alive'는 2집 수록곡 가운데 가장 일렉트로니카적인 트랙으로 타이틀 곡 "날짜 변경선"은 팝적 성향이 절정에 달한 라운지풍의 트랙입니다.

같은 플럭서스 뮤직 소속의 이승열이 객원보컬로 참여한 "Be my love"는 인기 드라마에 삽입되어 화제를 모은 트랙으로 'Color your soul'의 후반부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입니다. 후반부의 다른 점은 전반부보다 더 보컬 의존적이며, 대체적으로 가볍고, 일부 트랙에서는 상당히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곡들이 어쿠스틱으로 편곡해도 어색하지 않을 법하네요.

'삼인삼색(三人三色)'의 시작인 "춤"은 호란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으로 클래지콰이를 '대한민국 대표 일렉트로니카 밴드'라고 부르기에 무색할 만큼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후에 "이바디"로 만나게 되는 호란을 엿볼 수 있죠.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Color your soul"은 "춤"에서 코러스에 가까웠던 알렉스가 호란과 역할을 바꾼 트랙으로 제목처럼 Soul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춤"과 더불어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인 "Speechless"는 호란과는 또 다른 매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크리스티나를 만날 수 있고 전작의 "After Love"에 비견할 만한 트랙입니다.

비교적 나긋하고, 조금은 느끼한 알렉스의 보컬과 함께하는 "Sunshine"은 전작의 "Gentle Rain"을 생각나게 하는 흥겨움과 발랄함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그 흥겨움과는 역설적으로 이별을 노래했던 "Gentle Rain"과는 다르게, "Sunshine"은 가사까지도 제목처럼 찬란합니다. 여름의 연가로 손색이 없죠. "Step Ahead"는 이어지는 "다시..."의 Intro 성격의 짧은 연주 트랙입니다. "다시..."는 여러모로 전작의 'flower'를 떠올리게하는 트랙입니다. 개성이 강한 두 보컬인 알렉스와 호란이 서로의 개성을 줄이고, 차분하게 하모니에 집중한 점이 그렇고, 흔한 싸구려 발라드처럼 눈물에 호소하지 않고 차분차분, 또박또박, 하지만 안타깝게 읊조리는 가사가 그렇습니다. 이별의 슬픔을 넘어,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구요.

분명 'Color your soul'은 전작 Instant Pig에 견줄 만큼 클래지콰이의 다양한 음악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이 대중에게 안겨준 '충격'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아쉬운 앨범입니다. 영화에서 본편을 능가하는 후속편이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중의 귀를 "일렉트로니카/라운지"라는 또 다른 세계로 한 단계 높이고, 또 그 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그들이기에 아쉬움은 짙습니다. 그럼에도 각곡의 퀄리티나 앨범 전체의 완성도는 대중가요의 평균을 뛰어넘는, 흔히 말하는 'Well-made'라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클래지콰이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버릴 수 없는 것이구요.

2010/12/12 13:53 2010/12/12 13:53

Clazziquai project - Zbam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두 번째 앨범이자, 첫 번째 리믹스(Remix) 앨범인 'Zbam'.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이 CD를 대신하기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음반 판매량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장르적인 면에서는 '음악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한민국에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Instant Pig'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클래지콰이'의 또 다른 성과는 바로 '리믹스 앨범'에 있습니다. 이전까지 대한민국에서 리믹스 음악은 리페키지 앨범에서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는 정도로, 그저 오리지널 음원의 부수적인 산물로서, '덤'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리믹스 트랙'들만을 담아 '리믹스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지콰이(의 DJ클래지)'는 달랐습니다. 전작 'Instant Pig'에 리믹스 트랙이 수록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리믹스 앨범
'Zbam'을 정규 앨범 리패키지(repackage)의 보너스 CD가 아닌, 독립적인 앨범으로 발매한 것입니다. 이후 정규 앨범 한 장에 리믹스앨범 한 장을 발매하는 공식(?)은 세 번째 정규 앨범까지 지속됩니다. (네 번째 정규 앨범은 발매되었고, 아마도 지속되겠지요.) 'Instant Pig'가 일렉트로니카/라운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남녀 보컬을 비롯하여 팝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하여 많이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면, 'Zbam'은 그 짙은 팝적 요소에 아쉬워했을 매니아들을 위해 말랑말랑함을 최소화하고 댄서블함과 일렉트로니카 본연에 좀 더 충실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Oh Yes(Drum Bon Remix)'는 1집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정식 데뷔 전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곡으로 각종 샘플링이 1집을 통해 익숙한 트랙입니다. 'Futuristic(House Remix)'은 원곡도 댄서블한 트랙이었지만 날카로운 느낌이었다면, 리믹스를 통해 한층더 매끄러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Come to Me(Mellotron Remix)'는 영어제목 그대로 '내게로 와'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사운드 외에 변화는 없습니다. 'She Loves You'는 크리스티나가 보컬을 담당한 신곡으로 가사의 시작이 동요같은 느낌입니다. 'Stepping Out(Step Remix)'는 제목 그대로 원곡에 비해 스텝을 밝듯이 강한 비트로 무장하고 돌아온 트랙입니다. 'You never know(Soft Remix)'는 원곡과 비교했을 때, 오리혀 부드러운 어쿠스틱 음악의 느낌이 강해진, 기존까지 알고 있던 '리믹스(보통 전자음이 강화되고 댄서블해지는)'와는 거리가 있게 리믹스된 트랙입니다.

'Snatcher'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세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들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Snatcher'는 신곡으로 Rap까지 들려주는 '호란'의 기교가 재밌는 트랙입니다. 호란의 보컬과 Rap이 교차되고 블링블링한 전자음이 어우러져 중독성을 만들어냅니다. 'Coming at Me to Disco(Rocking Mix)'는 모 컴필레이션을 통해 공개되었던 곡을 리믹스한 트랙으로 믹스 제목 그대로 Rocking한 사운드가 감질맛나고, 이를 통해 클래지콰이의 새로운 면모를 들려줍니다. 'After Love(Female Version)'은 전작에서 '알렉스'가 불렀던 곡을 호란이 새롭게 부른 트랙입니다. 호란의 보컬로서의 탁월한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고, 이후  'Ibadi'로 어쿠스틱 밴드를 시작하는 그녀의 욕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Skyscraper'은 보컬이 없는 연주곡으로 탁월한 보컬들에 가려져 '클래지콰이'의 실질적인 주체임에도 대중의 주목에서 벗어나있는 DJ클래지의 울분을 풀어주는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리믹스 앨범을 별개로 발매한 점은 클래지콰이의 '대담'이라고 한다면, 리믹스 앨범이지만 전작의 리믹스 트랙들만 수록하지 않고 신곡들(몇곡은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곡들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처음인)을 절반 가량 수록하여 리믹스에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도 관심도를 높인 점은 클래지콰이의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리믹스 앨범을 발매하여, '리믹스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리믹스 앨범을 정착시키는 점은 'Instant Pig'가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점과 더불어 클래지콰이가 음반시장에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이라고 하겠습니다.

2010/12/06 22:53 2010/12/06 22:53

Clazziquai project - Instant Pig

'경향신문'과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가운데 유일한 일렉트로니카 음반이었던 '클래지콰이(Clazziquai Project)'의 데뷔앨범 'Instant Pig'.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봉할 만하지는 않지만, 100장의 앨범 가운데 '유일한 일렉트로니카 음반'이라는 점은 큰 상징을 갖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일렉트로니카 역사가 짧다는 반증이 되지만, 그 극히 짧은 역사 속에서 100대 명반에 뽑힐 만큼 잘 만들어진 음반이라는 것이죠. 더구나 일렉트로니카 쪽에는 상당히 짠, 철지난 음악들을 잡고 늘어지기 좋아하는 평론가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은 나름대로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일렉트로니카/라운지 음악이 아직은 대중에게 생소하던 시기에 그 매력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 이 음반의 성과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음반으로 '러브홀릭'과 함께 대한민국 음악시장에서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레이블 '플럭서스뮤직'의 대표 밴드가 된 점에서도 이 음반의 또 다른 가치입니다.

지금까지 식상했던 대중가요에 젖어있는 청자를 비웃기라도 하는 제목의 'You Never Know'를 시작으로 클래지콰이의 음악 세계가 시작됩니다. 가사에서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단어이자 세 번째 트랙의 제목인 'Futuristic'을 외치는 것은 의도적인 장치였을까요? '내게로 와'는 호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Futuristic'은 음반 녹음에만 참여하는 또 다른 여성 보컬이나 남성 보컬 알렉스의 친누나인 '크리스티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영화에서 샘플링했다고 생각되는 인상적인 대사로 시작되는 'After Love'는 일렉트로니카와 접목된 클래지콰이식 발라드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여유로운 일상을 노래하는 'Novabossa'는 제목처럼 보사노바풍의 트랙이고,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있는 'Sweety'가 이어집니다. 알렉스와 호란의 듀엣과 사랑스러운 가사는 제목처럼 달콤한 라운지를 만들어냅니다.

다시 크리스티나의 보컬과 그루브한 리듬이 어우러진 'Stepping out'에 이어지는 'Tattoo'는 제목처럼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보컬리스트로서 기교가 상당한 호란의 기교를 절재한 세련미가 느껴지는 보컬이 인상적입니다. 더불어 이 앨범 수록곡의 절반 이상의 곡에서 단독 혹은 공동 작사로 참여한(이 곡에서는 단독 작사) 호란의 작사 실력 또한 빛이 납니다.

스타일리쉬한 보컬과 트랜스의 느낌도 가미되어있는 'I will never cry'는 클럽 음악과 대중음악의 묘한 경계선 위를 지나고 '세련됨'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클래지콰이표 음악'의 한 축을 들려줍니다. 위태위태한 두 보컬의 '스타일'은 1집 수록곡들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되구요. 'Gentle Rain'은 말이 필요없는, DJ클래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혹시 원곡이 외국곡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하며 어쿠스틱으로 연주되는 멜로디와 수려한 보컬 듀엣, 그리고 이별의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하는 아름다운 가사는 클래지콰이표 음악의 또 다른 축인 '신선함'을 대표합니다.

'After Love'의 Extra Remix를 지나 'Flower'는 제법 무거운 비트와 어우러진 알렉스의 보컬의 보컬과 호란의 코러스가 빛나는 클래지콰이식 발라드의 연장선에 있는 트랙입니다. 두 여성 보컬의 매력을 각각 다시 한 번씩 느낄 수 있는 'Play Girl'과 'My Life'가 이어지고, 마지막은 보너스 트랙인 'Cat Bossa'가 담당합니다. 크리스티나의 보컬에서 앞선 트랙들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의외의 천진함을 들을 수 있고, 이는 고양이이 귀여운 소망이 담겨있는 가사와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킵니다. 'Gentle Rain'에 이어 DJ클래지의 센스가 다시 빛나는 트랙입니다.

한 곡 한 곡의 완성도 뿐만아니라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 잘 녹아들어서 앨범 전체의 완성도에서도 상당한 완성도를 들려줍니다. '세련됨'과 '신선함'을 적절히 배합하여 완성된 'Instant Pig'는 제목처럼 짧은 순간 즐기고 잊혀질 앨범이 아닌 오래 즐길 만한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클래지콰이'을 단숨에 대한민국 대표 일렉트로니카 밴드로 격상시켰구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일렉트로니카와 라운지의 조용한 반란, 그 선봉는 클래지콰이가 있었습니다.

2010/12/02 00:06 2010/12/02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