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님의 포스팅 '음악소비자들은 그렇게 떳떳한가' 를 보고 생각이 나서 씁니다.

인기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비싼 이유, 전문 라이브공연장이 없기 때문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보통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에 줄줄이 열리는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면 대부분 대학교의 대강당을 빌려서 하더군요. 그런데 이런 대강당이 라이브 공연을 위한 어떤 장치도 갖추어져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라이브 공연을 위해서는 영상, 음향 장비와 조명 등, 각종 무대 장치를 설치해야하는데 그런 갖가지 장치는 그냥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보통 이런 장치들을 설치하는데 금속으로 된 거대한 뼈대 같은 것을 이용하더군요. 그것을 무대에 설치려면 부피가 상당하지요.

대강당의 대관료 뿐만 아니라, 이런 장치들을 공수해서(대여해서) 설치하고, 몇회 되지 않는 콘서트를 마친 후 다시 분해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과 돈이 소모될 테니까요.

하지만 라이브공연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로나 홍대쪽에 라이브 클럽이나 라이브 홀들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런 공연장들의 '규모'입니다.

보통 대강당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한 회에 2~3천명의 관객 동원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라이브 클럽이나 라이브 홀의 경우, 그 규모를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 가장 큰 라이브 홀의 경우가 스탠딩으로 6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하고 보통의 클럽들은 100~200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결국 이런 곳에서 열리는 인기 가수의 콘서트는 대강당의 콘서트와 가격이 차이가 나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수 이승환씨가 운영하는 드림팩토리의 사이트에서 '대중음악 전문 라이브공연장 건립촉구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본 적이 있습니다. 콘서트 입장료를 낮추고 콘서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말 필요하지요.

전문 라이브공연장이 생긴다면, 대관료 뿐만 아니라 각종 장치를 설치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전문 공연장이 확실히 자리잡게 된다면 꾸준히 콘서트를 찾는 수요의 창출도 기대할 수 있겠구요.

대중가요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음협, 이 XX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전이 아니라 잇속 챙기는 데만 밝네요. 보통, 대중가요의 자양분이 되는 인디씬과 라이브 클럽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으면서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한 라이브 클럽이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말이지요.

라이브 클럽하면 보통 공연을 보면서 가벼운 주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법으로 이런 클럽은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주류를 팔려면 요식업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답니다. 공연장으로 허가를 받으면 주류를 팔 수 없구요. 비슷한 클럽인 나이트 클럽이 주류를 마음껏 파는 것과는 참 대조적이지요.

현실적으로 공연만으로는 충분한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류를 파는 것은 어느 정도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영세하게 운영된다고할 수 있는 라이브 클럽의 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