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awhale(도나웨일) - Donawhale

'파스텔뮤직'을 통해 2007년 1집을 발매한 'Donawhale(도나웨일)'은 밴드 이름부터가 독특한 밴드입니다. Dona는 '귀부인'이라는 의미하고, Whale은 바로 '고래'이나 '고래 부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동요 '코끼리 아저씨'에소 코끼리 아저씨에 반해 결혼한 바로 그 고래 아가씨가 결혼해서 '고래 부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이지만) 여성형의 밴드 이름처럼 여성 프런트우먼(유진영)을 내세우고 있기에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스텔뮤직 뮤지션들처럼, 하드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만 생각하면 큰 착오라고 하겠습니다.

첫곡 'Close your eyes'는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로서는 상당한 무게감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정말 파스텔톤의 동화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밴드들과는 달른, '선이 굵은' 음악을 한다는 첫인상입니다. 도시적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과 몽환은 표현하듯, 기타줄 뜯는(?) 소리는 달리는 차창으로 비치는 도시의 네온사인 같습니다. 'Hole'은 첫곡보다 무게감은 조금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의 속도가 더해진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Why don't you fly with me'는 마음의 텅빈 공간(hole)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도나웨일의 공연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기도 합니다.

앞선 두 곡이 '무거움'이 었다면, 'Foolstar'에서 마음을 눌러왔던 무게감은 사라지고 애상적인 감정이 흘러넘치기 시작합니다. 울먹이는 듯한 보컬과 멜로디를 차지한 키보드 연주의 변화도 그런 감정의 흐름에 일조하구요. 'fool'과 'star'를 합친 제목은 빌어도 빌어도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별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을지도 모르죠.

'Echo'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에코 이야기'처럼  하나의 진정한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메아리로만 남는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의 선율은 그림 한 폭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량한 걸음걸음의 비애는 눈물이 되고, 떨구는 눈물은 땅으로 흩어져 메아리로 울려퍼집니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차마 흩어지지 못하고 공허한 안개로 주변을 배회합니다. 'Echo'에 이어 역시 동양적 심상을 담고 있는 '비오는 밤'은 연주곡으로 감상에 젓기에 충분합니다. '비'와 '밤'이 어우러지면 누구나 감상에 젓어들겠지만,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그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A spring day'는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크래커'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이 곡이 이후에 발매된 도나웨일의 1집을 모습을 대표하는 곡으로 생각했었는데, 앞선 곡들을 보면 큰 오산이었죠. 가볍고 나른한 느낌은 '파스텔뮤직풍'이면서도 이 앨범 속에서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Running'은 앞선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인, 어쿠스틱풍의 트랙입니다. 무섭게 질주할 듯한 첫 인상의 제목과는 다르게 노래는 가벼운 발걸음의 느릿한 완주같습니다. 그리고 그 제목 때문에 Hole과 더불어 기억에 남았던 곡이기도 합니다. Picnic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Picnik'에서도 느릿한 어쿠스틱의 분위기는 이어집니다.

'아카시아'는 친근한 꽃이름이, 다시 강렬해진 연주로 인해 낯설게 들리게 하는 트랙입니다. 수미상관을 노린 것인지 이 트랙을 시작으로 강렬함과 무게감은 초반 트랙들과 닿아있습니다. 추억이 담겨있는 낡은 상자에서 찾아낸, 빛바랜 아카시아 꽃잎에서 느껴지는 그 추억의 무게처럼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마지막 두 곡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트랙들입니다.

'Feb'는 '시린 겨울 끝'이라는 가사처럼 겨울의 끝자락 2월(February)을 의미하는 제목의 트랙입니다. 차마 놓을 수 없어, 보낼 수 없어 잡고 있는 끝자락처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You're so beautiful"이라는 단순한 가사가 묘한 중독성으로 입가를 멤돕니다. 마지막 '꽃이피다'는 앞서 언급한 '코끼리와 결혼한 고래'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아도 좋을 트랙입니다. 코끼리와 고래의 사랑, 각각 육지와 바다에 구속되어 사랑하지만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숙명의 쓸쓸함이 이 노래에서 느껴집니다. 그 슬픔은 꿈에서나마 웃음지을 수 있을까요?

여성 프런트의 밴드임에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파스텔뮤직다운 색깔을 놓지 않는 '도나웨일'은 '파스텔뮤직판 네스티요나'라고 부를 만큼 닮은 구석을 보여줍니다. 네스티요나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점과 홍일점 유진영이 네스티요나의 요나처럼 대부분의 작곡과 키보드, 피아노를 담당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도나웨일의 데뷔앨범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상당히 길었던 준비기간은 공연활동을 오랜시간 중단시키면서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불안한 보컬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차가 상당히 큰 곡들 사이의 분위기가 앨범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시키지 못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한 곡씩 보았을 때 상당히 좋은 곡들을 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들려준 유진영의 목소리에서는 불안함이 대폭 감소했기에 조만간 발매 예정인 두 번째 앨범에 대한 기대를 하게됩니다. 별점은 3.5개 입니다.

2009/08/12 23:38 2009/08/12 23:38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얼마전에 열렸던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그 라인업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연상시킨다하여 '쌈사포트'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같은 기간, 다른 곳에서 열리는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로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포섭되면서, 국내 뮤지션 위주로 꾸려나게된 결과죠. 한마디로 '안습의 펜타', '패배의 펜타'였습니다. 저는 인천에 거주하고 쌈사포트가 되어 조기예매시 3일권을 6만원에 구입할 수있어서 펜타포트를 선택했죠. 하지만 1일 초대권의 남발로 여러곳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조합하면 3일을 다 볼 수도 있어서 '분노의 펜타'가 되어버리더군요.

첫 날 가장 관심가는 밴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공개된 라인업에는 원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순서였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페스티벌 시작 1~2일전에 금요일로 바뀌었더군요. 지산쪽으로 분산이 되었을테고, 첫 날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펜타포트는 한산했습니다.

'고고보이스'의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3인조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의 어쿠스틱 공연을 빼면 참 오랜만에 보는데, 민홍형은 역시 기타를, 은지누나는 베이스를 메고 있었고 그리고 요조와 함께 하던 시절 드럼을 담당했던 진호씨가 올라왔습니다. 두 남자는 원래 그 포지션이었지만, 오래 못본 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온 베이스를 멘 은지누나의 모습 때문에 어떤 다른 음악적 변신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누나는 원래 베이시스트였답니다.) 1집과 2집 사이에서 큰 음악적 변화를 보여주고, 2집의 색은 3집과 또 다른 앨범인 '요조'와의 합작 앨범으로 이어졌는데, 멜로디언이나 키보드대신 베이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했으니까요.

5곡 내외를 들려주었는데 모두 신곡이었습니다. 4집에 수록될 곡들로 펜타포트에서 처음 들려주는 곡들도 있다나요. 4집의 첫인상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식 슈게이징'이었다고 할까요? 1집이 '제 1기', 2집과 3집 그리고 요조 합작이 '제 2기'였다면 '제 3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보컬은 극히 자제하고 신발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는 슈게이징 음악처럼 연주에 상당히 중점을 두었기에, 진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지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소규모다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앞선 분위기가 상당히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라서 '락 페스티벌'과는 거리가 있었던 소규모의 음악이 걱정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쉽게 싱얼롱할 수 있는 소규모만의 특기라고 할 수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그만큼 단순한 가사, 그리고 소박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규모만의 마력으로 관객들을 움직였습니다. 관객들은 앞선 밴드때보다도 뜨거웠고, 더욱 많이 모여들어서 '그래도 펜타포트가 완전 망하지느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약 30분의 공연은 너무 짧게도 지나갔습니다. 단독공연이 기대될 뿐이었죠.

소규모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 뒤쪽으로 가니, 다행히도 소규모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관객석을 유심히 보는지, 저보고 맨 앞에서 열심히 봤다고 하는 은지누나의 말은 참 오랜만이고 즐거웠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규모의 단독 공연 뒷풀이때였나, 그때도 그런말을 들었었거든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종이에 싸인도 받고 기념 촬영도 하고 가더군요.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 때문인지, 12시부터 촬영을 위해 쉬러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진호씨는 정식 멤버로 영입이 되었더군요.

KBS1 TV에서 지난주 금요일(8월 7일부터)부터 총 3부작으로 매주 한 편씩,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 여행을 방영하고 있네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여름 소야곡'이라는 제목인데, 시골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그들의 편안한 옷차림과 말투, 그 모습들이 시골장의 풍경에 녹아들어서, 마치 '시골사람'처럼 보이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세를 몰아서 가열차게 4집을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소규모의 단독 공연, 그리고 4집.

2005년 어느날 공연 뒷풀이에서 받은 사인씨디. 공연사진은 부실하지만 http://loveholic.net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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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22:24 2009/08/10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