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루 - TARU

'더멜로디' 출신의, 무지개빛 보컬 '타루(Taru)'의 1집 'TARU' 전격 발매!

깔끔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더멜로디'였지만, '더멜로디'는 별로 정감이 가지 않는 밴드였고 그 시절의 타루에게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않았습니다. 밴드의 목소리자 얼굴이라고 할 수도 있을 타루는 '프론트 우먼'으로서 보다는 단지 악기와 비슷한 '보컬리스트로'서 존재하는 분위기였고, 무대를 이끌어나갈 역량도 부족한 모습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더멜로디의 음악도 이쁘지만 향기 없는 꽃같은 느낌이었구요. 하지만 더멜로디의 해체 이후 '타루'라는 솔로 뮤지션으로 다시 출발하여 2008년에 발표된 미니앨범 'R.A.I.N.B.O.W'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미니앨범에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Sentimental Scenery'가 작곡 및 프로듀싱에 참여하였고, 이후 이동통신사인 LGT의 전용폰 CF 삽입곡(Bling Bling)과 거대 게임기업 EA의 모바일 게임 주제가(시간의 날개) 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고 타루는 보컬로서 역량을 오르막은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정규 1집은 그 '환상의 짝궁'이라고 할 수 있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일본의 인디밴드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니앨범의 수록되었던 곡 'Yesterday'가 바로 타루를 위해 Swinging Popsicle이 선사한 곡이었고, 더 시간을 되돌린다면, 2008년 초에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과 함께 그들의 곡을 우리말로 부르기도 했었기에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의 조우는 낯설지 않습니다.

첫곡 'Night Flying'은 Swinging Popsicle의 곡답게 신나는 기타연주로 문을 여는 트랙입니다. 가벼운 팝락 사운드드의 활주로 위로 이륙을 시작하는 '타루호'에 승선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야간비행'을 뜻하는 제목 때문에, 훗날 타루가 라디오 DJ를 하게 된다면 시그널 송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귀에 익은 사운드로 시작하는 '세탁기'는 바로 Swinging Popsicle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Snowism'의 번안곡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인연의 얼룩을 세탁기로 세탁하는 모습처럼 말끔히 지우자는 가사는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가 썼다고 하네요. 미니앨범에서 타루가 좋아하는 곡인 '미스티 블루'의 '날씨맑음'을 리메이크해 불렀던 점을 생각한다면, 타루와 미스티 블루의 돈독한 관계를 유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앨범 발표와 함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된 '연애의 방식'은 노래하는 타루만큼 발랄하고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여러 드라마의 OST로도 목소리를 들려준 그녀이기에, 이 곡이 청춘연애물의 삽입곡으로도 잘 어울릴 만합니다. 제목이 '연애의 방식'이기에 서로 다른 연애의 방식 때문에 겪는 갈등들을 이해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제목부터 눈에 익은 'Sad Melody' 역시 Swiniging Popsicle이 불렀던 곡입니다.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의 보컬 '미네코'가 우리말로 번안한 가사로 들려준 일이 있었는데,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같은 가사라고 생각되네요. 원곡이 상당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편곡이 달라지면서 그 무거움은 덜해졌습니다. 하지만 타루만의 색깔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모 핸드폰 CF의 모토가 생각나는 'Talk & Play'는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인 '나루'가 참여한 트랙입니다. 흥겨운 펑키 사운드, 시원한 타루의 보컬, 그리고 당찬 가사에서는 상당히 대중가요의 색이 짙게 느껴집니다. 스트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기타팝 'Just Go'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의 색이 짙은 트랙입니다. Night Flying이 에니메이션의 오프닝 송이라면, 이 곡은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엔딩송으로도 어울리겠습니다. 그 만큼 만화적 감수성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Night Flying에 이어 달리는 트랙인 '쥐色 귀, 녹色 눈'은, 오해하기 쉬운 제목만의 발음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그에 못지 않게 비판적인 가사를 노래합니다. 심오한 제목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을 다르게 표현한 제목일지도 모르죠.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참여한 '내일이 오면'은 화려하면서도 복고적인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에서 입을 맞추었던 그들이기에 호흡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달짝지근하지만 달콤하지만은 않은 가사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운 키덜트들과 저물어가는 20대의 어딘가에 서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법합니다. 이어지는 'Daydream'은 요즘 대세인 오토튠을 적절하게 이용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백일몽' 혹은 '헛된 공상'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행복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 헛된 기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Slow star'는 Swinging Popsicle이 불렀던 일본 게임 주제가로, 발을 구르며 흥얼거릴 만큼 흥겨움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진한 쓸쓸함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Don't Let Me Down'이어 'Yesterday'의 새로운 버전으로 앨범은 끝납니다. 보너스트랙이자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Sentimetal Scenery와 함께한 '시간의 날개'는 이미 온라인 싱글로 공개된 곡이지만 반갑습니다. 제목처럼 상쾌하게 날아오르는 타루의 시원한 목소리가 빛나는 트랙이죠.

홍대 인디씬을 넘어서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사운드와 목소리를 들려주는 타루 1집은, 그래서 '상당히 대중적'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타루를 모르는 사람들도 흥겹게 즐길 만한 트랙들로 가득하구요.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그녀의 가창력도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정규 1집으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타루만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보입니다. 같은 소속의 요조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판으로 1집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좀 더 자신의 색을 보여주었던 점을 생각했기에, 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았습니다. 물론 모든 뮤지션이 싱어송라이터가 될 이유는 없지만, 앨범 'TARU'는 목표가 되는 도약점이 아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R.A.I.N.B.O.W'에 잇는 또 다른 발판처럼 보입니다. 짙은 Swining Popsicle의 색은 역시 같은 소속의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최경훈이 다른 보컬과 함께 'Belle Epoque'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이 Swinging Popsicle의 Belle Epoque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요.

아직 타루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던지는 1집이라고 하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8/27 16:40 2009/08/27 16:40

요조 Live - 내가 노래할께 2 @ 8월 23일 SoundHolic

약 4주 전인, 7월 23일에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민트페스타 vol. 21'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홍대 얼짱' '요조'는 결국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열린, 그녀의 단독 공연 '내가 노래할께 2'를 예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파스텔뮤직의 공연들이 티켓팅 순서로 입장을 하기에 티켓팅 한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했던 불편함을 개선하여 예매입금 순서로 입장번호가 배정되기에 여유롭게 사운드홀릭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빠르게 예약하고 입금하였다고 생각은 했는데, 입장번호는 무려 1번이었고 당연히 가장 앞줄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죠. 티켓팅하느라 기다리고, 입장줄 서느라 기다렸었는데, 이번에는 좌석까지 번호로 배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빨리 예약하고 공연 시작 전에만 티켓팅하면 되는, 시간 낭비 없는 절차가 좋더군요.

지난 민트페스타 공연에서 기타리스트 관영과 퍼커션 세션과 함께 3인조로 등장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3인조 공연을 기대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작 예정시간인 6시가 조금 지면서 언제나 사운드홀릭의 공연전이나 인터미션에 만날 수 있는 스크린으로 '노래 연습'이라는 글이 나왔습니다. 이어 스크린 속에서 등장한 요조는, 쓰면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법한 큰 뿔테안경을 쓰고 침대에 앉아 마치 '건어물녀'라도 된듯, 기타 반주에 맞춰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또 노래할께'는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공연처럼 3인조가 아닌,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키보드 세션을 대동하고 등장한 요조는 리메이크 곡 'Sunday'를 들려주었습니다. 첫곡이기 때문인지 지난 공연처럼 재치를 보여주지는 않았죠. 일요일이기 때문에 Sunday를 첫곡으로 선택하였다네요. 그리고 긴 멘트 없이 노래 중심으로 공연은 이어졌습니다.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너무나 말을 하다보니 평소에는 말수가 적어졌다는군요. 어린시절 놀이를 차용한, 보사노바풍의 편안한 '아침 먹고 땡'에 이어 요조의 1집에서 가장 독특한 곡 '바오밥나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오밥나무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여 별에 뿌리내려 그 별을 파괴시킨다는 나무입니다. 별을 감싸는 바오밥나무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듣는이를 감싸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근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몽환적인 사운드가 만난 '모닝스타'에 이어 깜짝 커버곡이 이어졌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Jason Mraz'의 인기곡 'I'm yours'였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곡이라 가사를 아는 부분은 따라서 흥얼흥얼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공연에서 농밀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했던 그 곡 '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어쿠스틱이 아닌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로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민홍형의 간결하고 절제된 가사와 곡이 결합한 '꽃'은 요조를 통해 활짝 피어났습니다.

'숨바꼭질'이 이어졌고 요조는 이때부터 어쩐이 울먹이는 표정이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했던 앨범과 그녀의 1집 사이에 있었던 아픈 일이 생각난 것은 아니었을지요. 바로 다음곡이 '그렇게 너에게'였으니까요. 요조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가사가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울먹이는 표정은 짙어졌습니다. 꽃이 끝나갈 무렵 요조는 갑자기 무대 밖으로 나갔고, 밴드의 연주는 계속되었습니다. 후반부는 꽉 들어찬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로 편곡된 '그렇게 너에게'는 '꽃'에 다시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곡이 끝나고 스크린이 내려왔고 그렇게 1부가 끝났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게스트가 등장하였는데, 첫인상은 '주먹 좀 쓰시는 동네 형님'같은 인상의 '김마스타'였습니다. '살롱 바다비'의 공연일정에서 종종 보았던 이름인데 공연은 처음이었죠. 얼마전에 무려 4집을 발표했다고 하네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타이틀곡 '1 Shot'을 들려주었고, 방송용 타이틀곡 한 곡을 더 들려주었습니다. 요조와는 같은 동네 주민이라고 하는군요.

이어 시작된 2부는 '요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 'My name is Yozoh'로 시작되었습니다. 랩같은 가사는 랩퍼였던 그녀의 과거를 생각나게 했고, 인상적인 기타리프는 흥겨운 곡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이어 1집의 타이틀곡, 사랑스러운 웃음과 눈물의 '에구구구'가 이어졌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을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자, 누군가(누구? 주성치!)가 들을까봐 잘 불러야하는 곡 '슈팅스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왠지 복고적은 로큰롤 분위기의 연주에 맞춰, 탬버린을 흔들며 함께 낭창낭창 몸짓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 흥겨운 로큰롤 사운드의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바로 'Beatles'의 'Revolution'이었습니다.

노래만 줄창 불렀던 1부와는 다르게, 그녀의 2부 모토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좌석 공연이었지만, 그녀의 요청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섰습니다. 요조를 '음란가수(?)'로 만든 '바나나파티'와 4차원 세계의 주민들이 등장하는 가사의 '그런지 카'가 이어졌죠. 사랑에 빠지고 싶게 하는 곡 'Love'에서는 탬버린을 두드리느라 그녀의 허벅지는 고생을 했습니다. 마지막 곡은 제목과는 덜 어울리게 뽕끼가 강한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한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앵콜'을 연호했습니다. 요청에 응한 그녀와 밴드는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으로 '아 외로워'를 들려주었습니다. 얼마나 그녀가 외로웠으면 이 곡을 앵콜곡으로 준비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운드체킹'까지 필요한 그녀의 어쿠스틱 밴드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이름으로 발매된 두 장의 앨범의 수록된 곡들의 대부분들 들려준, '내가 노래할께 2'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그녀의 단독 공연 '내가 노래할께'에서는 민트페스타에서 보여준 공연과 마찬가지로 3인조 어쿠스틱 밴드로 공연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후속편이라고 똑같은 편성을 보이지 않고 예상를 깨는 밴드와 함께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녀의 공연을 못본 오랜 시간 동안, 확실히 그녀의 내공은 몇 갑자나 늘어있었습니다. 앨범으로 듣는 음악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보여준다면, 그녀의 공연은 분명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아야할 공연'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해나갈 그녀의 모습과 다음 앨범이 기대되네요.

사진과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8/25 23:54 2009/08/25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