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37회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

2009년 8월 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제 36, 37회 디지털 뮤직 어워드(Digital Music Awards ; DMA)'에 다녀왔습니다. 7시부터 행사시작이라고 하기에, 제게는 너무나 먼 어린이대공원까지 부랴부랴 달려갔고 6시 30분경 도착하여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DMA 시상식장인, 어린이대공원 안에 위치한 돔아트홀 입구에 도착하니 막 입장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Chisette Michele'이라고 길게 씌어진 종이(?)를 나누어주고 있더군요. 누군가 했는데 나중에 밖혀지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DMA는 7시 정시에 시작되지 않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연을 보였습니다.

돔아트홀에 입장 후 지난 '제 34, 35회 DMA'의 영상을 보여주었고, 지난 탐음매니아상 수상자인 '에픽하이(34회)'와 '박지윤(35회)'의 공연 영상을 비롯하여 지난 시상식 볼 수 있었습니다.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하여 박지윤을 못 본 점을 아쉽게 하는 영상이었죠. 영상 밑에는 자막으로 이번 시상식 진행자와 출연자들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진행자는 손호영이었습니다. '탐음매니아상' 수상자인 '윤상(37회)'과 '노리플라이(36회)', 'Rookie ot the Month'의 '4minute(36회)'와 'Supreme Team(37회)', 그리고 'Song of the Month'의 'Outsider(36회)'와 '2NE1(37회)'의 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상과는 관계가 없는 이름들, 인지도가 높은 '8eight'과 처음 보는 이름인 '비욘드 더 시크릿'과 '안효식'이 보였습니다.

이제는 DMA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오렌지카펫'이 시작되었습니다. '비욘드 더 시크릿'과 '안효식'은 지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고 하네요. 최근 싸이월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을 염두해둔 섭외가 아닌가하네요. 인기가수라고 할 수 있는 '4minute'과 'Outsider'가 카펫위에 섰을 때 함성을 대단했고, 요즘 가요계의 정상에 있는 '2NE1'의 순서에서는 시상식장이 거의 떠나갈 듯했습니다. 모든 출연자들이 오렌지카펫 위에 슨 모습은 실시간 중계를 통해 시상식 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진행으로는 예고되었듯이 '손호영'이 등장했습니다. 첫 순서는 오프닝 무대였습니다. 바로 처음 보는 이름들인 '비욘드 더 시크릿'과 '안효식'이 등장하여 한 곡 씩 불렀습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답게 발라드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2000년대부터 가요계가 급격히 댄스 음악 위주가 되었기에, 최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중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팀이 거의 없는 만큼, 이 팀들이 대중적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였습니다.

이어 '탐음매니아상' 시상의 순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상식은 다른 무대에서 이미 진행되었고 수상자들의 공연과 인터뷰만 있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 시상식과 비교했을 때, 라이브를 위한 세팅에 신경을 쓴 흔적이 무대 위에서 드러나고 있었는데, 앞선 '비욘드 더 시크릿'도 이 혜택을 보았습니다. 그 세팅은 역시 탐음매니아 수상자를 위한 배려였죠. 먼저 '노리플라이'가 세션 밴드와 등장해서 데뷔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빠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타이틀 곡인 '그대 걷던 길'도 들을 수 있었죠. 큰 무대였지만, '준비된 신인'답게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이 '걸그룹'과 '댄스 혹은 힙합'이기에 이 팀의 대중적 성공 가능성은 역시 어두웠습니다.

이어서 이번 DMA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이제는 '가요계의 원로(?)'라고 부를수도 있을 '윤상'이 등장했습니다. 다수의 세션들과 등장한 그의 모습에서 DMA답지 않은 세팅은 바로 윤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첫 곡은 당연히도 얼마전 발매된 6집의 타이틀 곡 '그 눈 속엔 내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창한 멘트로 윤상의 단독 공연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곡은 모 CF에서 리메이크해서 더 유명한 '한 걸음 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90년에 발표된 곡인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느낌은 정말 '20년을 앞서나가는 윤상'의 음악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노리플라이'와 '윤상'의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존 바로 앞쪽 첫 번째 줄에 앉아있던 저로서는, 처음에는 가운데 자리로 배정이 되지 않았던 점을 아쉬워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던 것이 인터뷰존임을 알게 되니 불만이 사라지더군요.

이어서 'International Artist of the Month'라는 해외 뮤지션에 대한 수상이 이어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실제 공연은 없었고 뮤직비디오가 대신하였죠. 입장할 때 보았던 'Chrisette Michele'이라는 이름은 바로 36회 수상자였습니다. ' What you do'라는 곡으로 수상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Ne-yo'가 피쳐링 및 작사를 한 곡이라고 합니다. 지난 시상식에서도 'Ne-yo'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Be on you'라는 곡으로 'Flo Rida'가 수상(34회)을 했었던 점을 생각하며느 Ne-yo의 목소리야 말로 '마이다스의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인의 곡들도 상당히 좋고, 피쳐링한 곡들까지 인기가 좋으니 말이죠. 이 부문의 37회 수상자는 필리핀의 밴드 'MYMP'가 수상했습니다. 얼마전에 CF 삽입곡으로 인기를 모은 인도네시아 밴드 'Mocca'가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동남아 음악에 대한 관심이나 인지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음원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 가장 공정한 시상식인 싸이월드의 '디지털 뮤직 어워드'였기에, 그러려니했죠.

이제부터는 거의 '음악중심'이나 '인기가요'에 비견할 만한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지난 시상식이 라인업이 더 대단했죠.) 이번에 신설된 부문인 'Ting's choice Artist'의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ting은 SK텔레콤의 브랜드로 싸이월드 역시 SK계열이기에 이런 상이 만들어졌나 봅니다. 수상자는 바로 '8eight'이었습니다. 최근 '심장이 없어'와 '잘가요 내 사랑'의 연타석 인기로 확고히 인기가수 반열에 든 그들이었기에 수상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역시 앞서 언급한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음원으로 듣거나 TV로 볼 때는 몰랐는데 라이브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한 명은 남성 보컬, 한 명은 여성 보컬, 한 명은 랩, 이렇게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었고, 특히 남성 보컬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하였습니다.

'Rookie ot the Month' 부문 시상이 이어졌고 36회는 바로 '4minute'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원더걸스'의 전 멤버 '현아'가 참여한 걸그룹으로 더 잘 알려져있죠. 조만간 미니앨범이 발매 예정으로 아직 정식으로 발표한 곡 'Hot issue'외에는 없기 때문인지, 첫 곡은 걸그룹들이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Jamelia'의 'Superstar'에 맞춰 앙증맞은(?)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수상후에는 당연히 'Hot Issue'를 들을 수 있었죠. 음원으로만 듣다가 이들의 무대를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멤버들의 나이가 최고 1990년 생인지라 상당히 귀여운 면이 많더군요. 그만 미니앨범을 사겠다고 다짐하고 말았습니다.

37회 수상자는 '홍대의 동방신기(혹은 언더그라운드의 빅뱅)'이라고 불린다는 'Supreme Team'이 었습니다. 저는 이들의 음악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작들 가운데 제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쳐'에 대한 오마쥬가 느껴지는(영화의 포스터를 따라한) 자켓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주고 받는 랩이 독특한 'Supermagic'으로 분위기는 달아올랐습니다. 'T 윤미래'가 피쳐링으로 참여하여 이 팀의 유명세를 더해주었을 '나만 모르게'는 T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T의 탁월함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다이나믹 듀오'와 '에픽하이'에 이어 대한민국 힙합신의 또 다른 기둥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팀이었습니다. 이어 두 팀의 인터뷰가 이어졌는데, 4minute은 조금은 어이없는 대답으로 역시 어린티가 나더군요. Supreme Team은 의외의 사투리가 재밌었습니다.

드디어 이 시상식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Song of the Month'의 시상이 시작되었습니다. 36회 수상자는 '외톨이'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깜짝 놀랄만한 의외의 인기를 얻은 'Outsider'였습니다. 첫 곡의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백댄서를 대동한 점부터 시작하여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곡 '외톨이'의 랩은 거의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지만, 수 많은 여중고생들은 잘도 따라하더군요. 6월 동안 음원을 약 25만 곡이나 팔았다는군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가벼운 목소리의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핏보면 '김명민'씨를 닮지 않았나요?

시상식은 대미는 바로 37회 수상자이자 지난 제 34회, 35회에서 이미 삼관왕을 달성했던 '2NE1'의 무대였습니다. 지난 시상식에서 두 개의 상을 안겨주었던 'Fire'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니앨범에 수록되었던 다른 곡들을 기대했기에 아쉬웠지만, '다라'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그냥 훈훈해지면서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리더 'CL'의 애교 '2NE1 많이 사랑해 주실거죠?'도 재밌었고, '박봄'과 '다라' vs '민지'와 'CL'로 상당한 나이 차이로 인해 '올드걸'과 '영걸'로 나눌 수 있는 독특한 멤버 구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마지막 곡은 역시 2NE1을 이 자리에 있게해준, 7월 동안 무려 32만 여곡이 팔렸다는 'I don't care'였습니다. 옆쪽 자리에서는 역시 사진 찍기가 힘들더군요.

상당히 여러팀이 등장했지만 빠른 진행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시상식은 끝났습니다. 즐겨듣지 않는 팀들이 꽤 있었지만 역시 공연을 보는 재미는 음원으로 듣는 재미와는 또 다른가 봅니다. 다음 DMA도 기대가 되네요.

사진은 http://loveholic.net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09/08/24 21:59 2009/08/24 21:59

캐스커(Casker) - 향

'캐스커(Casker)'는 이준오와 융진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니카 밴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융진을 만나기 전부터 음악에 몸담아온 이준오의 음악적 이름이기도 합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묘사되는 '캐스커'의 음악은, 본격적으로 보컬(융진)과 함께한 두번째 앨범 'Skylab'부터 확연히 그런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Skylab'은 지금까지 총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캐스커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구요. 최근의 경향은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기 보다는 '기계심장을 가진 아날로그 음악'이라고 바꾸어야 할 정도로 서정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캐스커의 음악적 흐름 속에서 '향'이라는 디지털 싱글이 발표되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의 창업자 '카브리엘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코코 샤넬(Coco Avant Chanel)'을 국내 개봉과 함께 공동 프로모션 성격의 곡으로, 팬들에게는 팬서비스같은 트랙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곡의 완성도가 단지 '프로모션을 위해 급조된 곡'이라던지 '팬서비스' 수준으로 보기에는 만만치 않습니다.

'캐스커표 기계음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탱고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무곡에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이 융합되어 발전했다는 탱고의 기원처럼, 고달픈 운명을 걸어온 민족들의 민속음악처럼, 비애가 담긴 선율은 차가운 기계음악을 너무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그리고 향수에 빠져들게 하는 아코디언 연주가 더해져 최고의 서정미를 뽑내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세션의 이름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에서 키보드, 피아노, 아코디언 등 건반악기를 담당하는 '최진경'의 이름이 보입니다. 사실 캐스커와 마찬가지로 탱고를 지독히 사랑하는 'Alice in Neverland'의 또다른 멤버 '조윤정'이 바이올린 세션으로 캐스커의 앨범과 공연에서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밴드의 교감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Alice in Neverland의 앨범에서도 캐스커와 이준오의 이름을 볼 수 있으니까요.

캐스커의 음악에서는 꾸준히 '이별이 남기는 마음의 혼돈'을 전하는 트랙들이 많았죠. 가사는 없었지만 앨범 'Skylab'의 'Fragile day'에서 형용하기 힘든 세상에 혼자라는 감정을 세심히 그려내는듯 했고, 본격적으로 '관계'에 대해서 노래한 앨범 'Between'에서는 보사노바를 차용한 '정전기'로 인연에 대한 '비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관계'에 대해 더욱 고찰했던 최근의 앨범 'Polyester heart'에서는 '빛의 시간'을 통해 빛 속에서 산란하는 듯한 공허함을 들려주었고, '만약에 혹시'에서는 잔잔한 수면에 비친 아스라한 저녁 노을같이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그려냈습니다. 이 곡들 모두, 흔한 대중가요처럼 '이별의 슬픔을 토해내기'보다는 이별이 남기는 감정들을 정갈하지만, 금속성의 빛깔이 아닌 사람 살냄새나는 음악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언급한 트랙들 가운데 '빛의 시간'을 제외하면,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에그 쉐이커 등 그야말로 '어쿠스틱 음악'을 위한 악기들의 소리가 풍부했기에  어쿠스틱 음악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캐스커의 음악을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부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구요. 너무 돌아왔는데, '향'도 아코디언과 기타 연주를 통해 아날로그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오르골 소리를 연상시키는 실로폰 느낌의 소리가 아련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그리고 그 완성도는, 슬프게도 네 번째 앨범의 어느 트랙보다도 빼어날 정도이구요.

가사도 음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바보다, 느리다, 더디다, 모자르다'같은 랩에서 라임같은 반복과 '무너져 내린', '다시 한번'의 반복은 가사와 그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장을 '다'로 마치는 단정적인 어법은 초라해지는 모습 앞에 의연해지려는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 음악'이 아니라 '피멍든(혹은 찢어진)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비애가 담겨있습니다.

단지 한 곡일 뿐이지만, 지난 캐스커의 행보와 캐스커가 들려주는 소리의 경향을 생각하게 하는 놓치지 아까운 곡 '향'입니다. 또 그렇기에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으로 10월에 예정되어있는 캐스커의 공연이 더욱 기대됩니다.
2009/08/20 15:50 2009/08/20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