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으면

두 사람이 있었다.


"눈이 녹으면 몸이 온다고 그랬나?"

"응, 그렇지."

"한 가지 더 있어."

"음. 뭐?"

"눈이 녹으면 더 추워진다는 거."

"그런가?"

"눈이 녹으면서 대기중의 열을 빼앗으니까..."

"그렇겠네. 그렇다면 봄이 되기까지의 산통인 건가."

"뭐, '열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열병?"

"응, 열병. 고독을 벗어나기까지의 열병."

"음..."

"고독에 머무를 때는 쓸쓸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잖아."

"아! 그 고독이라는 겨울이 녹는 봄이 아까워지면 비로소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응, 그때가 되어야 그 쓸쓸함이 한꺼번에 찾아오겠지.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에 잘 걸리듯."

"겁나는데!"

"응?"

"아마, 너무 고독 속에 오래 있던 사람은 그 열병이 찾아오면 죽을지도 몰라."

"그런건가."

"어, 눈이다."

"올해도 느지막하게 오는구나."

"한번 고독 속을 걸어볼까?"

"그래."
2006/12/17 23:08 2006/12/17 23:08

선물



네,

초침은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두 사람의 침묵은 쉼어감이 없습니다.


네,

어떤 선물도,
어떤 편지도,
어떤 말조차,
그대에겐 근심이라 하시기에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네,

일어설 때입니다.
한숨을 쉬십니다.
돌아설 때입니다.
빗물만 흐릅니다.


네,

초침만 아직도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두 사람의 침묵은 영원으로 달려갑니다.
2006/12/16 17:21 2006/12/16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