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날보다

사랑했던 날보다 / 이정하

그대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2003/06/05 19:45 2003/06/05 19:45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2003/06/05 19:44 2003/06/05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