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루 팬미팅 in 10월 19일 클럽 타

2009년 10월 19일 홍대 인근에 위치한 '클럽 타'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찾아가는 홍대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예스24'에서 이벤트로 진행한 '타루 팬미팅 추첨'에 선정되었기에, 바로 하루 전에 있었던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타루를 보게되는 기회가 생겼죠.

조금 일찍 도착한 홍대의 거리는, 그야말로 상당히 쌀쌀해서 초겨울의 날씨였습니다. 팬미팅은 7시 30부터 시작예정이었는데, 당첨자 확인 및 입장을 동시에 7시에 시작하기에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입장 티켓을 받은 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팬미팅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입장 후 30분의 기다림이 지나고 팬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준 예스24 관계자분의 안내가 지나고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비춰졌죠. 요조나 한희정의 단독공연때도 그렇고, 요즘 '파스텔뮤직'이 영상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 속에는 동대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팬미팅이 열리는 클럽 타까지 들어오는 타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이 올라가고 타루와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 '오박사(오수경, 밴드 1984 소속이기도 함)'가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팬미팅에 응모한 사연들 중 '타루와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은?'에 대한 대답들이었습니다. 재치있는 대답부터 장황한 대답까지 여러 글들을 타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퀴즈 시간이 이어졌고, EA에서 협찬한 USB 메모리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잘 모르고 있었던 타루에 대한 사실들 알게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박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되었구요. 이어 이어진 질문 시간에서는 재미를 붙인 오박사의 계속된 질문 뽑기로 상당히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들이 나왔구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어쿠스틱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팬미팅의 시작에 앞서 예고한 셋리스트대로 곡은 진행되었습니다. 오박사의 키보드에 연주에 맞춰 코 앞에 앉은 타루는 "Don't let me down"를 불렀습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곡들이 있는데, 이 곡도 그렇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팬미팅 시작에 앞서 상영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타루가 홀로 부르는 '내일이 오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기타세션도 등장하였고, 화려한 분위기의 앨범 버전과는 달리 소박한 어쿠스틱에서는 좀 더 가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내내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된 팬미팅에 실망했는지, 타루는 좀 더 편한 분위기를 갖도록 유도했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가장 앞 줄에 앉은 한 팬은 미리 준비해온 김치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그녀 앞에 풀어 놓기 시작했죠. 막X리까지 등장하여 마치 타루를 앞에 두고 제사를 치루는 장면같았달까요?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가장 슬픈 곡이라고 할 수 있는 'Sad melody'를 부르다가 그만, 먹는 모습에 타루의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죠.

팬미팅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팬클럽에서 추첨된 인원이 아닌 대형사이트에서 추첨으로 선정된 인원이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타루의 열렬한 팬이 아닐 수 있기에 프로답지 못한 그녀의 첫인상에 큰 기대가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실수 때문인지, 팬미팅 시작부터 내내 타루 옆에 있었던 오박사는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어진 '연애의 방식'과 '풍경은 언제나'는 깔끔히 마무리되었고, 앵콜곡으로 '사랑의 찬가'가 이어졌습니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이어졌고, 남은 사인회를 뒤로 하고 금토일 그리고 월요일로 이어지는 외출의 피로 누적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의 소득이 있었지만, 진행 상 많이 아쉬운 팬미팅이었습니다. 편안한 만찬은 공연 중이 아닌, 공식적인 순서가 모두 끝나고, 혹은 편안한 사인회 즈음에 시작했어야 좋았을텐데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좋지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한 팬미팅이었다고 할까요? 걱정과 우려로 편안한 어쿠스틱이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린 상황은 다시 없도록 해야겠구요.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즐겁게 놀자구요.
2009/10/20 21:16 2009/10/20 21:16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in 2009.10.18.

제작자의 이름에 올려진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만으로 초 기대작이 되었던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감히 제가 올해 본 영화들 중 최고로 뽑겠습니다.

뉴스와 인터뷰, 그리고 자료화면을 교차편집한 전반부는 시사회 후기들처럼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공에 나타난 엄청난 우주선, 그 우주선을 타고온 외계인은 지구침공이나 우주정복이 목적도 아니었고 압도적인 초능력 시범이나 과학기술을 전수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굶주림에 허덕이는 난민에 불과했죠. 그리고 그들은 요하네스버스의 외계인 난민촌인 '디스트릭트 9(9 구역)'에 거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지구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외계인들의 거주구역은 그대로 슬럼화되면서 외계인의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나이지리아 갱들까지 등장하면서 주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아공의 국민이 아닌 외계인이기에 남아공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 불가능해지자 세계연합의 대리자로서 다국적기업 'MNU'가 외계인 난민촌을 요하네스버스 외곽의 '디스트릭트 10'으로 백만이 넘는 외계인의 이주를 집행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죠.

핸드헬드카메라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내면서도 이 신비로운 '외계인'의 실체(?)를 밝히는데 게으르지 않습니다. MNU가 세계 2위의 무기제조업체라는 점과 외계인들이 자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야기 퍼즐의 조각은 완성되죠. 신비한 무기와 그것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의 움직임, 음모의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나요?

하지만 영화는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초점의 중심을 정의로운 요원이 아닌, 하루아침에 MNU의 직원에서 지명수배자로 전락한 주인공 '비커스'의 입장에서 풀어나갑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의 처절한 투쟁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죠. 소시민으로서 거대한 시스템(정부, 국가, 혹은 다국적 대기업)에 대항한 투쟁은 이미 여러 영화들에서 그려져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외계인'이라는 SF 소재가 결합되면서 이 영화를 특별하고 화려하게 합니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같았던 영화는 액션 영화로 녹아듭니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심하니 그만하도록 하죠.

지구인 주인공 비커스와 외계인 주인공 '크리스토퍼'의 신뢰는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보았던 SF 영화 한 편을 떠올립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우주전쟁으로 시작되는 영화인데, 지적 생명체가 없는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조종사와 외계인 조종사가 서로 적이었던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도와가며 행성에서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외계인은 지구인과는 다르게 남성과 여성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자웅동체로서, 자식을 남기고 죽게되고 지구인 주인공이 그 자식을 아들로서 키운다는 내용이었죠.

영화의 절정에서 외계무기들의 실전 시범(?)에서 보여준 성능은 통쾌하더군요. 그 대상이 누구냐에 관계 없이요. 그리고 큰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혹시나 가능하다면 후속편을 기다리게 합니다. 물론 나온다면 통쾌한 대학살극(?)이 되겠죠.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언론의 삼위일체가되어 진실을 은폐하고 한 개인을 억압하는 현실은 왠지 남의 이야기같지 않습니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깊은 여운과 많은 생각할거리를 남긴 영화 '디스트릭트 9' 별점은 5개입니다.
2009/10/20 15:09 2009/10/20 15:09

기대해보자, '숲의 큐브릭'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음반들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파스텔뮤직의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멋진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네."라고요. 아마도 날씨가 좋은 날 햇살이 잘 드는 1층 혹은 2층의 카페에서였을 거에요. 저만 그런 생각을, 그런 꿈을 갖았던 것은 아니었나봐요. 물론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루어졌으니까요. 바로 '숲의 큐브릭'으로요.

'숲의 큐브릭'은 그야말로 '파스텔뮤직'에서 직영(?)하는 공간입니다. 약도는 파스텔뮤직 블로그(http://pastelmusiclife.tistory.com/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직접 잠깐 찾아갔던 '숲의 큐브릭'을 살펴보죠.

숲의 큐브릭은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상상마당 근처에 위치하게 있어요.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닌, 그 옆골목에서 조금 더 들어간 조금 외진 구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처음가는 발길에 찾기 힘들겠지만, 다행히도 한 번에 기억될 만한 표지가 사람들을 맞이해주네요.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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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건물로 가까이 접근하면 숲의 큐브릭은 햇살이 잘 들 법한 1층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죠. 가까이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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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 원숭이 = 부엉숭이?


지하에 위치한 숲의 큐브릭을 발견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녀석입니다. 숲의 큐브릭 공식 마스코트라고 할까요? '부엉이'와 '원숭이'의 합체 '부엉숭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림풍이 왠지 어린시절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일본만화의 한 컷같은 느낌이 들어요. '숲의 큐브릭'이 일본어로 써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요. 이제 내부를 둘러보죠.


'숲의 큐브릭' 내부의 전경들입니다. 아직은 정식 개장이 아니라 그런지 휑한 느낌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저 말고 두 사람이 있었는데 곧 나가더군요. 홀의 중앙에 아무것도 없어서 썰렁했죠. 작은 공연장일 뿐만 아니라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의 역할도 하기에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해 보았어요.


'아사히 생맥주' 한 잔(6000won)과 '숲의 샐러드(8000won)'이었죠. 아사히는 약 400cc 정도가 글라스에 담겨나왔고, 기본 안주로 프레즐처럼 생긴 과자가 나왔습니다. 숲의 샐러드는 소개글이 재밌어서 시켜보았죠. 부담스러운 소스보다는 야채와 치즈로 이루어져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는, 내용물에 충실 샐러드였고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가볍게 맥주 한 잔에 샐러드 한 접시, 14000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 주말의 가벼운 휴식을 위해 지출하기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기대 속에 개장한 '숲의 큐브릭', 아직은 뭔가 빠진 느낌입니다. 파스텔리언들의 아지트가 되지에는 아직 부족한 느낌입니다. '숲의 연주회' 벽화(?) 앞 의자들은 테이블에 비해 높아, 혹은 테이블이 너무 낮아, 술을 마시고 샐러드를 먹기에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더불어 아무리 좋은 블로그 툴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포스트들이 실하지 않으면 방문자를 늘릴 수 없듯, 숲의 큐브릭에도 '실한 포스트'와 같은 알찬 내용물이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음반과 음원 그리고 공연, 즉 소프트웨어만를 제작해온 장인 '파스텔뮤직'에게 '숲의 큐브릭'이라는 공간은 하드웨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하드웨어를 가꾸고, 그 안을 채울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일, 파스텔뮤직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파스텔리언들의 멋진 아지트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2009/10/20 10:34 2009/10/20 10:34

'다시 포오-크의 시대다' in 10월 16일 V-hall

'장기하와 얼굴들'로 홍대 앞 인디씬에서 중요 레이블로 급부상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도서 발매 기념으로 열리는, 총력 레이블전 제 1탄 '다시 포오-크의 시대다!'가 10월 16일 홍대 앞 'V-hall'에서 있었습니다. 이 공연의 부제는, 그 유명한 모토를 패러디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vol. 11'이기도 합니다.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도서 발매를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 공연이 더 중요했던 점은 바로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이하 청포협)'의 참 오랜만에 공연이라는 점입니다.

'청포협'은 붕가붕가 레코드 초기 시절, 처음으로 12트랙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4인조 남성 포크 팀으로 '청년실업'과 더불어 이제는 공연을 보기 힘든 밴드이고, 청포협의 1집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은 이제 구하기 힘든 희귀음반이되었습니다. 더구나 청포협의 네 사람이 함께 한 무대에서 공연한 역사가 없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하겠습니다. 2005년에 발매되었으니 4년 만에 진정한 음반 발매 콘서트를 연다고 할까요? 이제는 구할 수 없는 1집을 대신해서, 공연에 온 사람들에게 한정적으로 4개의 트랙을 선곡한 미니앨범을 판매한다고 하니, 1집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금요일 오후 8시에 시작으로, 비교적 늦은 시간에 시작된 공연은, '청포협'의 한 명이자 잠정적으로 해체한 밴드 '그림자궁전'의 리더였던 '9'의 새로운 밴드 '9와 숫자들'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9와 숫자들'로 그동한 멤버 교체가 있었고 한창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귀에 익은 '말해주세요'가 첫 곡으로, '솔로 9'로서 보여주었던 포크적 감성이 이어지는 곡입니다. 이어 압구정(?)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오렌지 카운티', 유치하면서도 사뭇 진지한 가사와 상당히 철학적인 제목의 '그리움의 숲'이 이어졌습니다. 게스트로서는 상당히 긴 공연 시간을 보냈는데, 특별한 이벤트로 도서 증정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Sugar in my life'로 역시 솔로 9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9의 얼굴들'의 음악적 이미지는 인디팝-락의 감성을 이어가면서도, 세련된 화법이라기 보다는 80년대 음악이나, 80년대 이전의 미국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인디음악의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자궁전에서는 서브보컬이었던 9가 메인보컬을 담당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모습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현재 멤버는 초기 멤버라고 할 수있는 홍일점 여성 드러머 7, 어리지만 뛰어난 음악 센스를 갖고있다는 키보디스트 8과 '로로스'에서 빌려온 베이시스트 1, 기타리스트 6, 그리고 보컬 및 기타의 9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게스트 공연에 이어 붕가붕가 레코드 소속 밴드들의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순서는 바로 이름으로만 들었던 '불나방 스타 소시지 클럽'이었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름을 패러디했다는 소문이 있기에 상당히 분위기 있는 음악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기대는 등장에서부터 무너져내렸습니다. 바로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한 6인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각각 병아리 감별사(보컬), 스키강사(멜로디언), 3천년 정통의 중국 발맛사지사(베이스), 4대강 공사장 인부(퍼커션), 태릉인(드럼), 그냥 외국인(기타)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장은 단지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습니다. 현 가요계의 세태를 비꼬는듯, 동종 업계 음악들의 무단 샘플링으로 얼룩진(?) 곡 '아으어우아으아'는 너무 얌전한 곡이었습니다. '원더기예단'이라는 곡에 이어 만화주제가풍의 '마도로스 K의 모험'이 이어졌고 '다음 시간에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익숙한 동요 '악어떼'를 재구성하여 '사회의 폭력'에 대해 노래하는 '악어떼'에서는 떼창 시간이었죠.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독수리'와 앵콜곡이자 랩이 가미된 '석봉아'를 들으면서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붕가붕가 레코드가 이끌어가는 새로운 혼합 장르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처음 보게되기를 기대했던 팀은 '청포협'만이 아니었고 바로 두 번째 메인인 '청년실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이제는 록큰롤 스타가 되어버린 장기하가 몸담었던 밴드로 더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청년실업의 음악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근간이 될 만한 소리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장기하 외에도 두 멤버는 '목말라'와 '이기타'였는데 이기타는 과거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와 함께 '프리마켓' 공연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청년실업'이라는 밴드 이름다운 곡 '쓸데없이 보냈네'로 시작되었습니다. 허무한 하루를 한탄하는 듯한 이기타의 탄식 혹은 울부짖음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이제 한 사람은 로큰롤 스타가 되었고 다른 두 사람도 나름대로 직업이 있기때문에 '청년실업'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모순이 되어버렸고, 목말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바로 '청년취업'이 아닌 '청년시럽'이었죠. 언어유희로 한국어의 묘미라고 할까요?

헤어진 애인을 냄새를 통해 회상하게되는 웃지못할 비극을 노래하는 '냄새나요', 진지한 나레이션이 인상적인 '착각', '장기하와 얼굴들'이 불러 더 유명해진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까지 한 곡 한 곡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점을 찍은 곡은 바로 앵콜곡이었습니다. 그 전에 원래 준비했지만 하지 못하게된, 이기타가 만든 비운의 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나코에서 생긴 일'이라는 곡으로 이기타 솔로로 들을 수 있었고, 데모로 듣고 좋지 않았다던 장기하의 뒷수습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앵콜곡은 바로 '포크레인'이었습니다. 음악장르를 뜻한느 '포크(folk)'와 식사도구인 '포크(fork)'의 같은 발음과, 비를 뜻하는 '레인'을 더해 건설기계인 '포크레인(굴삭기)' 혹은 '포크음악의 비'를 뜻하는 '포크레인'의 언어유희를 펼쳐나가는 곡입니다. 이기타와 장기하가 주고받는 딴지는 또다른 묘미였죠. 장기하는 과거의 후덕함을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포협'의 무대였습니다. 청포협 혹은 '관악청년포크협의회'는 '9', '치기 프로젝트', '그린티바나나', '언팩트그레이'이로 4인조 밴드로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인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을 발표하고 '치기 프로젝트(이후 '도반', 현재 '생각의 여름'으로 활동)'의 군입대로 네 사람의 함께 무대에 오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세 사람도 거의 함께 공연하지 못하고, 자주 둘둘 짝을 의루어 공연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죠. 저는 프리마켓에서 9와 그린티바나나가 '청포협'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더불어 2000년 이후의 홍대 앞 인디씬의 역사에서 족적을 남길 만한 두 밴드, '그림자궁전'과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각각 9와 그린티바나나)를 배출했다는 점만으로도 청포협의 의미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청포협을 그렇게 기다리던 이유는 그 의의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청포협의 이름을 걸고 그들이 들려준 음악들은 추억으로 묻혀두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치기 프로젝트'의 '습기'를 시작으로 4년을 기다려온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치기 프로젝트의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9는 일렉기타를, 다른 세 사람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앉아있었죠. 치기 프로젝트의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9의 일렉기타와 다른 두 사람의 코러스가 돕는 형식이었고, 다른 곡들에서도 한 멤버의 곡을 다른 세 멤버들이 돋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어 '그린티바나나'의 타이틀곡 '꽃무늬일회용휴지'가 이어졌습니다. 90년대 가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답게 이 밴드 음악의 근간이 느껴지는, 가요에 가까운 대중적인 포크음악이 그린티바나나의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목에서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청승이 조금 느껴지지 않나요?

드디어 '언팩트그레이'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게되었습니다. 현재 장르는 제 각각이지만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계속가는 세 사람과는 다르게, 대기업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그의 오랜만에 공연이기에 더욱 특별했죠. 그의 첫 곡은 바로 '내 모습'이었는데, 그린티바나나와 마찬가지로 90년대 가요에 가까우면서도, 그린티바나나보다는 좀 더 세련된 서정성이 더 두드러지는 점이 언팩트그레이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청포협 멤버로 화장실이 급했던 '9'의 곡이 두 곡 이어졌습니다. 9는 다른 세 멤버와는 다르게 좀 더 거친 포크음악을 들려주는데, 본인의 과거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좀 더 진정한 포크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합니다.여백의 미가 강한 음악이 9의 매력이구요. 유명한 동요 '과수원길'이 첫 곡이었는데 중간에 그린티바나나의 돌발행동 때문에 진지한 분위기는 폭소로 물들었고, 덕분에 따라부르기 시간이 별도로 이어졌습니다.

9의 두 번째 곡은 '간격은 여전히 한 뼘'으로 가사보다 한숨같은 허밍에 더 많은 의미(제목같은 두 사람 사이의 간격)가 느껴지는 곡이죠. 그린티바나나의 감미로운 포크+발라드 '4', 얼마전에 '생각의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치기 프로젝트의 앨범 타이틀 곡 '말'이 이어졌고, 마지막 곡은 정말 꿈만같았던 네 사람의 무대를 대변하는 듯한 언팩트그레이의 '꿈만같던'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앵콜곡이 이어졌죠. 무려 두 곡이나! 8090세대를 위한 두 곡이었는데 한 곡은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싱얼롱을 위한 적절한 배려였죠. 하지만 두 번째 곡은 바로바로 '공일오비'의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이건 싱얼롱도 싱얼롱이지만, 이 곡은 '눈물'과 '마지막'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나 합니다. 정말 눈물 흘릴 뻔 했으니까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그 노랫말처럼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이름을 건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포협과 우리들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한 뼘'이니 어떤 '말'보다 강한 그들의 음악, '4' 사람의 모습으로 '꿈만 같던' 공연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리고 희귀반 청포협 1집을 들고가서 네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1집에서 특별히 선곡한 미니앨범을 두 장 입수하였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청포협이 일 년에 한 두번, 혹은 한 계절에 한 번 정도는 공연을 하고 가끔 음반도 내서 주머니의 총알들을 빼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20 00:29 2009/10/20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