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가요계는 '(통칭)댄스음악'과 '아이돌'이라는 양대 키워드가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발라드가 중심이었던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90년대 싱어송라이터가 중심이된 가요의 적통은 지금의 댄스와 아이돌로 대변되는가요계보다는, 오히려 언더그라운드 음악, 소위 인디음악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90년대 가요계의 적통을 계승하는 사람들은 홍대앞 인디씬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하거나, 좀더 높은 꿈을 가진(메인스트림에 합류등) 사람들은 가요계로의 등용문으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문을 두드려왔습니다.
가요계에 세련된 화법을 도입한 '유재하'를 추모하며 1989년부터 시작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1회 '조규찬(금상)', 3회 '강현민(현재 러브홀릭스, 은상)', '유희열(현재 TOY, 대상)', 5회 '이한철(동상)'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뮤지션들을 배출하며 90년대 초중반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경연 무대로 자기매김합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대중에게 두드러지는 뮤지션들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져갔죠. 하지만 최근 몇년간 매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디씬이 조금씩 대중의 관심을 받게되었고, '디지털 음악의 중심'을 표방하는 '싸이월드 뮤직'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진행에 참여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죠. 더불어 최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오지은', '노리플라이', '허민', '임주연' 등이 인디씬에서 호평을 받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TV 등 대중매체에 소개되면서 이 경연대회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2009년 10월 31일 한양대 백남 콘서트홀에서 '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려 본선에 오른 10팀의 공연과 6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되었습니다. 6개 부문에서 수상한 6개 팀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도록 할게요. '대상'을 제외한 5개 부문은 '가요'를 이루는 각 부분을 평가한 상이기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소개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향하는 '가요'를 다른 음악들과 구분지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수 있는 멜로디, 그 멜로디를 만드는 작곡을 평가한 '작곡상'은 남성 2인조 '김태균, 염정업' 팀의 '지난 얘기'가 수상했습니다. 맑은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피아노와 기타로 이루어진 남성 이인조의 구성이기에 17회 대회에서 수상했던 '노리플라이'가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두 팀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지만, 노리플라이의 음악은 '이승환'같다면, 김태균이 작곡한 '지난 얘기'는 '윤종신'이나 '유희열'에 가깝다고 할까요? 두 사람은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홍대 빵에서 다른 멤버들과 밴드 활동을 한 경력도 있다고 합니다. 청명한 멜로디를 감상하러 가보시죠. 클릭!
유재하표 가요에서 비단 멜로디 뿐만 아니라, 가사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들이지만, 그것을 언어의 마법으로 승화하여 누구나 세련된 표현으로 바꾼 것이 유재하의 노래들이었으니까요. '작사상'은 '김민지'의 오늘은 '어떤가요'가 수상했습니다. 10명의 본선 진출팀 가운데 여성 솔로는 무려 세 팀이나 되었는데, 여성 솔로라면 으레 피아노 반주가 떠오르는 고정관념과는 다른 일렉트릭 기타 연주한 그녀의 모습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네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몽롱한 꿈길을 걷는 듯한 기타 연주 위로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모습은 홍대 인근에서 수 많은 공연을 거친 실력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가사와 '너의 조각들'이라는 가사 참 좋습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를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하나의 '곡'의 완성되기 위해서는 작곡과 작사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 '곡'이 청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요소들, 연주와 가창이 필요합니다. 세밀한 가사보다도 여백과도 같은 연주가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있죠. '연주상'은 '김재훈'의 '믿음'이 수상했습니다. 연주상을 받은 곡이기에 연주에 집중해야겠지만, 우선 그의 목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옵니다. 바로 저음에서 심히 '김동률'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력을 보니 뉴질랜드에서 작곡을 공부하다가 이번 대회를 위해 날라온 유학파랍니다. '피아노'라는 음악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악기를 통해 사랑의 격렬한 감정을 유려한 연주로 완급을 조절하여 표현했기에 수상하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불타는 사랑 같은 연주를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아마도 청자에게 가장 쉽게, 가장 가까이 전달되고, 그렇기에 가장 명확하게 평가되는 요소가 바로 '가창'이 아닐까 합니다. '가창상'은 '홍수정, 반광옥' 팀의 '너의 기억'이 수상했습니다. 얼핏 '정엽'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반광옥'은 화재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도전자로 등장한 경력이 있을 정도의 실력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그가 본선에 오를 때부터 가창상은 따온 당상이 아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남성은 가창력 상위 1%만이 노래 잘 한다고 인정받지만, 여성의 경우 남녀의 본질인 차이로 인해 상휘 10%만 되어도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수상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멤버 홍수정의 탁월한 작사 및 작곡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깊은 음색을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여도 청자들이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오래 기억될 수 없겠죠. 인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싸이음악상'은 '황서윤, 이선영' 팀의 '위태로운 이야기'가 수상했습니다. 이 여성 듀오의 피아노 멜로디와 과도한 기교는 자제한 보컬의 어울림은, 웰메이드 가요로서 본선에 오른 어떤 곡들보다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부분 부분 보컬과 코러스의 화음도 어필할 만한 점이구요. 싸이음악상 후보를 투표하는 이벤트에서 저도 이 팀을 지목해서 상품을 받았답니다. 싸이음악상 투표 이벤트에 이어 축하메시지 이벤트가 진행중이네요. 클릭!
마지막 이 대회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은 둘이서 만드는 노래'의 '空(공)'이 수상했습니다. 팀 이름은 '이해인 수녀'의 시에서 인용했다고 하고 사랑을 의미한답니다. 사실 두 사람은 대학생이고 결혼한 부부인, '학생 부부'라네요.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요즈음, 대학생 부부인 두 사람의 조화된 호흡이 대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피아노 반주에 여성 보컬로 평이한 시작이지만, 점점 호흡을 빠르게 하는 피아노 연주는 아프리카 민속 악기 '젬베'와 어우러져 월드뮤직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실용음악을 전공한다는 두 사람이기에 다른 참가곡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시도라고 할까요? 이런 월드뮤직의 기운은 가깝게 에스닉퓨전 밴드 '두번째 달'에서 잘 느껴볼 수 있는데, 아마도 비슷하게 피아노와 젬베의 구성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이리쉬 휘슬까지 있었다면 정말 청자를 녹여버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광활한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연주 위로 두 목소리의 하모니는 세상을 가득 채운 평화롭고 진취적인 기운처럼 들립니다. '비움'을 의미하는 '공'이지만, 비움으로서 더욱 평온하고 충만해지는 이치가 담긴 노래라고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감상하시죠. 클릭!
이상 수상곡들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투표 이벤트를 놓친 많은 사람들이 음원이 공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12월 중에 공개가 된다고 하네요. 당분간은 동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습니다. 점점 더 대중의 관심과 뜻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참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가요제'라고 불릴 만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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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곡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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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 -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세 번째'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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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잭-오 렌턴 in 10월 31일 숲의 큐브릭
'파스텔뮤직'에서 오픈한 새로운 '카페+클럽'의 복합문화공간(?) '숲의 큐브릭'에서 할로윈 특별공연이 있었습니다. 숲의 큐브릭이 오픈하고 나서 열리는 두 번째 공연으로(첫 번째는 GMF 2009를 위해 내한한 'Maximilian Hecker'의 팬미팅) 제목은 '수다쟁이 잭-오 렌턴'이었습니다. '잭-오 렌턴'은 바로 할로윈이면 자주 볼수 있는 호박에 얼굴 모양으로 구멍을 뚫어 속에 전등을 넣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로 그 녀석(?)입니다. 지난 숲의 큐브릭 방문기에서 독특한 인테리어지만 조금은 불편한 점도 있었고, 공연시에는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했었죠. 더구나 이번 공연의 라인업은 '짙은', '한희정',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세 팀으로 예정되어있기에, 예매 시작하자마자 예매를 했습니다.
할로윈 공연이기에 늦은 8시 시작으로 착각하고 있던 저는, 넉넉하게 약 7시 경에 숲의 큐브릭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착각으로 공연은 6시부터 시작되었고 입장 후 맨 뒷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짙은'이 마지막 곡으로 '손톱'을 '한희정'의 키보드 연주와 함께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한희정'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놓치지 않은 것이었죠. 하지만 스피커가 앞쪽에만 있었기에 뒷자리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뒷자리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중간 즈음으로 자리를 옮기니 비교적 잘 들리더군요.
잠깐의 세팅이 지나가고 '한희정'을 대신하여 '레이디 응가'가 등장했습니다. 머리에 '응가'을 올리고 있어서 레이디 응가라나요? 영국에서 온 그녀는 '한국'과 '한희정'을 사랑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을 했는지 영어가 조금 어설프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그녀가 아름답다(beautiful)고 표현한 한희정의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증스러운 가사의 '드라마'와 고독한 자아성찰과도 같은 '나무', 그리고 상쾌한 아침공기같은 '산책', 이렇게 세 곡이 이어졌죠.
그리고 커버곡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DawnyRoom Live 2'의 미리보기하고 할까요? 첫 번째 커버곡은 놀랍게도 'Radiohead'의 최대 히트 앨범 'OK computer'의 수록곡 'Exit Music'이었습니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앨범 'OK computer'이지만, 'Exit Music'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고 노래방에서도 종종 부르는 곡이랍니다. 'For A Film'이라는 꼬릿말이 붙는데 바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 크레딧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가사도 딱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나게하죠. 이어지는 커버곡은 'Lady GaGa'의 'Paparazzi'였습니다. 원곡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으로 들으니, 섹시하면서도(Pararazzi를 발음할 때, 마지막 zzi 부분) 단아한 느낌이 그녀에게 은근히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저에게는 원곡보다 좋더군요.)파파라치같이 집요한 그녀의 팬들에 대한 애증을 표현한 커버곡은 아니었을까요? 많은 커버곡을 들려줄 듯한 DawnyRoom Live 2를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DawnyRoom Live 2 엿보기는 두 곡으로 끝나고 다시 '한희정 모드'로 돌아온 레이디 응가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들려주었죠. 다음 앨범에 수록되기를 바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우습겠지만 믿어야할'과 가장 최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반추'였습니다. '반추'는 그녀의 홈페이지에 잠깐 가사가 올라오면서 예고되었던 곡이기도 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기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입니다. 마지막과 앵콜곡은 서로 상반되는 제목이지만 결국 맞닿아있는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끝'이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푸른새벽' 시절과는 다르게 최근 열심히 공연하는 그녀이기에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DawnyRoom Live 2를 많이 기대해야겠죠?(저는 못갑니다만.)
마지막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대신하여 등장한 '더 칼스(the Kalls)'였습니다. 선글라스에 시크하게 차려입은 민홍형의 모습도 놀라왔지만, 파격적인 화장을 하고 등장한 은지누나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분장(?)을 위해 신사동까지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수고를 했다고 하니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더 칼스는 레이디 응가와는 달리 더 일찍 한국어 공부를 해서 유창한(?) 한국어를 들려주었죠. 첫 곡은 소규모의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공연에서 자주 듣게되는 곡이기도 한데, 착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랍니다.
이어서 커버곡 퍼레이드과 시작되었습니다. 'Beatles'와 'John Lennon'의 곡들이었죠. 신나는 'Get Back'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살인을 노래하는 'Maxwell's silver hammer',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Love', 흥겹지만 Drug(LSD)를 상징한다는 의심을 받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까지 영국곡들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은 미국 노래였습니다. 'Velvet Underground'의 'Lou Reed'가 부른 'Perfect Day'였습니다. Beatles 흥겨움은 좋았지만 영국의 로큰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Perfect Day'가 최고였습니다. 소규모 음악의 본질적은 느낌과도 닿아있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앵콜곡은 두 곡으로 '두꺼비'와 역시 Beatles의 'Love me do'였습니다.
음향도 아쉬웠지만, 조명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극악의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빵'이나, 얼마전에 역시 버금가는 극악의 조명이었던 '타'와 더불어 '3대 극악 조명 클럽'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대에 숲의 큐브릭과 어울리는, 그리고 파스텔뮤직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괜찮은 조명이 한 두 개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할로윈 공연이기에 늦은 8시 시작으로 착각하고 있던 저는, 넉넉하게 약 7시 경에 숲의 큐브릭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착각으로 공연은 6시부터 시작되었고 입장 후 맨 뒷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짙은'이 마지막 곡으로 '손톱'을 '한희정'의 키보드 연주와 함께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한희정'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놓치지 않은 것이었죠. 하지만 스피커가 앞쪽에만 있었기에 뒷자리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뒷자리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중간 즈음으로 자리를 옮기니 비교적 잘 들리더군요.
잠깐의 세팅이 지나가고 '한희정'을 대신하여 '레이디 응가'가 등장했습니다. 머리에 '응가'을 올리고 있어서 레이디 응가라나요? 영국에서 온 그녀는 '한국'과 '한희정'을 사랑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을 했는지 영어가 조금 어설프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그녀가 아름답다(beautiful)고 표현한 한희정의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증스러운 가사의 '드라마'와 고독한 자아성찰과도 같은 '나무', 그리고 상쾌한 아침공기같은 '산책', 이렇게 세 곡이 이어졌죠.
그리고 커버곡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DawnyRoom Live 2'의 미리보기하고 할까요? 첫 번째 커버곡은 놀랍게도 'Radiohead'의 최대 히트 앨범 'OK computer'의 수록곡 'Exit Music'이었습니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앨범 'OK computer'이지만, 'Exit Music'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고 노래방에서도 종종 부르는 곡이랍니다. 'For A Film'이라는 꼬릿말이 붙는데 바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 크레딧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가사도 딱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나게하죠. 이어지는 커버곡은 'Lady GaGa'의 'Paparazzi'였습니다. 원곡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으로 들으니, 섹시하면서도(Pararazzi를 발음할 때, 마지막 zzi 부분) 단아한 느낌이 그녀에게 은근히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저에게는 원곡보다 좋더군요.)파파라치같이 집요한 그녀의 팬들에 대한 애증을 표현한 커버곡은 아니었을까요? 많은 커버곡을 들려줄 듯한 DawnyRoom Live 2를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DawnyRoom Live 2 엿보기는 두 곡으로 끝나고 다시 '한희정 모드'로 돌아온 레이디 응가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들려주었죠. 다음 앨범에 수록되기를 바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우습겠지만 믿어야할'과 가장 최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반추'였습니다. '반추'는 그녀의 홈페이지에 잠깐 가사가 올라오면서 예고되었던 곡이기도 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기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입니다. 마지막과 앵콜곡은 서로 상반되는 제목이지만 결국 맞닿아있는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끝'이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푸른새벽' 시절과는 다르게 최근 열심히 공연하는 그녀이기에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DawnyRoom Live 2를 많이 기대해야겠죠?(저는 못갑니다만.)
마지막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대신하여 등장한 '더 칼스(the Kalls)'였습니다. 선글라스에 시크하게 차려입은 민홍형의 모습도 놀라왔지만, 파격적인 화장을 하고 등장한 은지누나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분장(?)을 위해 신사동까지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수고를 했다고 하니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더 칼스는 레이디 응가와는 달리 더 일찍 한국어 공부를 해서 유창한(?) 한국어를 들려주었죠. 첫 곡은 소규모의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공연에서 자주 듣게되는 곡이기도 한데, 착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랍니다.
이어서 커버곡 퍼레이드과 시작되었습니다. 'Beatles'와 'John Lennon'의 곡들이었죠. 신나는 'Get Back'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살인을 노래하는 'Maxwell's silver hammer',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Love', 흥겹지만 Drug(LSD)를 상징한다는 의심을 받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까지 영국곡들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은 미국 노래였습니다. 'Velvet Underground'의 'Lou Reed'가 부른 'Perfect Day'였습니다. Beatles 흥겨움은 좋았지만 영국의 로큰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Perfect Day'가 최고였습니다. 소규모 음악의 본질적은 느낌과도 닿아있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앵콜곡은 두 곡으로 '두꺼비'와 역시 Beatles의 'Love me do'였습니다.
음향도 아쉬웠지만, 조명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극악의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빵'이나, 얼마전에 역시 버금가는 극악의 조명이었던 '타'와 더불어 '3대 극악 조명 클럽'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대에 숲의 큐브릭과 어울리는, 그리고 파스텔뮤직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괜찮은 조명이 한 두 개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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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Blossom House in 10월 25일 GMF 2009
GMF 2009의 두 번째 날인 25일에는 'Mint Breeze Stage'의 공연 사이사이 세팅 시간에 바로 반대편에 아담하게 위치한 'Cafe Blossom House'의 공연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소히'와 '허민' 두 여성 뮤지션의 공연이었죠. 오랜전부터 간간히 지켜보던 두 뮤지션의 공연이라 결코 놓칠 수 없었어요. 더구나 한 무대에서 두 뮤지션을 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순서가 끝나고 반대편으로 달려갔을 때, '소히'의 공연은 이미 시작되어서 첫곡으로 '앵두'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공연을 본 지는 정말 오래되었고, 이후 CF를 통해서 듣게 되어 반가웠었던 곡이죠. 빵에서 있었던 '하얀 운동화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소히씨도 그 하얀 운동화를 기억하고 있을지요. 이어 2집을 준비 중인 그녀가 신곡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짜릿한 입맞춤'은 그자리에 있던 많은 솔로들의 마음을 울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어 '그럼 그렇지'와 '산책', 두 곡의 신곡이 이어졌죠. '산책'은 '이한철'이 그녀에게 준 곡이라고 하네요. 또 한 곡의 익숙한 곡을 듣고 Maximilian Hecker의 공연을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바로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곡도 CF를 통해나왔었나요?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GMF를 찾은 수많은 솔로들을 구제하는 셈 치고요.
'Maximilian Hecker'의 미성을 듣고 다시 달려온 무대에는 '허민'이 막 올라오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녀도 역시 오랜만이었습니다. 3집 발매 기념 공연이 다른 공연과 겹쳐서 가지 못했던 점을 참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공연이 더욱 기대되었죠. 첫곡은 그녀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 6번 출구 앞'이었습니다. 소히가 질러놓은 솔로들의 마음이 이 곡을 들었다면 조금 위로가 되었을까요? 이어서 제가 그녀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이 이어졌습니다. 인상적인 그녀의 1집 수록곡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트랙으로 피아노와 그녀의 노래만 들어간 버전과 오케스트라까지 들어간 버전, 그렇게 두 버전이 수록될 정도로 그녀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곡이 아닌가 합니다.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아름다운 가사가 일품이었고 라이브로 듣는 그녀의 목소리 또한 좋았습니다.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Favorite Song'에 이어 그녀를 처음 알게 해준 곡 '시간이 지나면'이 지나면이 이어졌죠. '바닐라 쉐이크(Vanilla Shake)'로 활동할 당시 그루비한 연주에 코러스가 인상적이었던 이 곡 덕분에 '허민'이라는 이름이 기억 속에 남았으니까요. 그녀의 1집과 2집에는 수록되지 않았다가, 3집에서 드디어 수록되어 반갑기도 한 유서깊은(?) 곡이랍니다. 그리고 제가 그녀의 노래 가운데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마저도 이어졌기에 정말 멋진 공연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바로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이 그 곡이었죠.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을 이어,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그녀의 차분한 음성은 이제 허민을 떠올리게 하는 전매특허가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그녀는 '고양이 버스'를 준비했지만, '고양이 버스'가 너무 신나는 곡이기에, 분위기에 젖은 관객들을 생각하여 다른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3집의 수록곡 '봄이 오면'이었습니다. 봄이 아닌 가을의 밤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가을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안녕! 2009년의 GMF! 내년에도 만나자꾸나.
'장기하와 얼굴들'의 순서가 끝나고 반대편으로 달려갔을 때, '소히'의 공연은 이미 시작되어서 첫곡으로 '앵두'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공연을 본 지는 정말 오래되었고, 이후 CF를 통해서 듣게 되어 반가웠었던 곡이죠. 빵에서 있었던 '하얀 운동화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소히씨도 그 하얀 운동화를 기억하고 있을지요. 이어 2집을 준비 중인 그녀가 신곡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짜릿한 입맞춤'은 그자리에 있던 많은 솔로들의 마음을 울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어 '그럼 그렇지'와 '산책', 두 곡의 신곡이 이어졌죠. '산책'은 '이한철'이 그녀에게 준 곡이라고 하네요. 또 한 곡의 익숙한 곡을 듣고 Maximilian Hecker의 공연을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바로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곡도 CF를 통해나왔었나요?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GMF를 찾은 수많은 솔로들을 구제하는 셈 치고요.
'Maximilian Hecker'의 미성을 듣고 다시 달려온 무대에는 '허민'이 막 올라오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녀도 역시 오랜만이었습니다. 3집 발매 기념 공연이 다른 공연과 겹쳐서 가지 못했던 점을 참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공연이 더욱 기대되었죠. 첫곡은 그녀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 6번 출구 앞'이었습니다. 소히가 질러놓은 솔로들의 마음이 이 곡을 들었다면 조금 위로가 되었을까요? 이어서 제가 그녀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이 이어졌습니다. 인상적인 그녀의 1집 수록곡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트랙으로 피아노와 그녀의 노래만 들어간 버전과 오케스트라까지 들어간 버전, 그렇게 두 버전이 수록될 정도로 그녀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곡이 아닌가 합니다.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아름다운 가사가 일품이었고 라이브로 듣는 그녀의 목소리 또한 좋았습니다.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Favorite Song'에 이어 그녀를 처음 알게 해준 곡 '시간이 지나면'이 지나면이 이어졌죠. '바닐라 쉐이크(Vanilla Shake)'로 활동할 당시 그루비한 연주에 코러스가 인상적이었던 이 곡 덕분에 '허민'이라는 이름이 기억 속에 남았으니까요. 그녀의 1집과 2집에는 수록되지 않았다가, 3집에서 드디어 수록되어 반갑기도 한 유서깊은(?) 곡이랍니다. 그리고 제가 그녀의 노래 가운데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마저도 이어졌기에 정말 멋진 공연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바로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이 그 곡이었죠.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을 이어,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그녀의 차분한 음성은 이제 허민을 떠올리게 하는 전매특허가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그녀는 '고양이 버스'를 준비했지만, '고양이 버스'가 너무 신나는 곡이기에, 분위기에 젖은 관객들을 생각하여 다른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3집의 수록곡 '봄이 오면'이었습니다. 봄이 아닌 가을의 밤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가을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안녕! 2009년의 GMF! 내년에도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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