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내가 생각하는 일본 최고의 여류작가. (라고는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읽어본 일본 여류 작가의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밖에 없다.)

조금은 우울하지만 단아한 문체가 그녀의 매력.

그녀의 작품들을 통해 나타난 그녀? 바로 그녀는 목욕광.

국내 번역서

1999년 '나의 작은 새(문일출판)'
2000년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2001년 '반짝 반짝 빛나는'
2003년 '하느님의 보트(자유문학사)'
2003년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2003년 '호텔 선인장'
2003년 '낙하하는 저녁'
2004년 '울 준비는 되어있다'
2004년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2004년 '웨하스 의자'
2005년 '도쿄타워'
2006년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2006년 '일곱 빛깔 사랑'(공저)
2007년 '마미야 형제'
2007년 '홀리 가든'
2007년 '차가운 밤에'
2008년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2008년 '장미 비파 레몬'
2009년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2009년 '좌안 1&2'
2009년 '제비꽃 설탕 절임'
2010년 '빨간 장화'
2010년 '달콤한 작은 거짓말'
2011년 '소란한 보통날'
2011년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공저)'
2011년 '부드러운 양상추'
2012년 '나의 작은새(소담출판사, 권신아 그림)'
2012년 '수박향기'
2012년 '하느님의 보트(소담출판사)'
2013년 '잡동사니'
2013년 '한낮인데 어두운 방'
2013년 '울지 않는 아이'
2013년 '우는 어른'
2014년 '기억 깨물기(공저)' 
2014년 '등 뒤의 기억'
2015년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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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인기 작가'답게 꾸준히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에는 작품들의 국내 출간 속도를 따라잡겠다는 마음으로, 작년 말부터 꾸준히 읽기로 했다.

이번에 읽은 '소란한 보통날'은 '장미 비파 레몬'보다도 앞선 1996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작품이다. 고작 4년 차이지만 꽤나 '옛날 생각'의 느낌이 짙다. 이유는 '1990년대'나 '20세기'가 주는 '시간적 차이의 무게감'일 수도 있겠지만, '소란한 보통날'의 주인공이 19세 정도로 어린 나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소설은 작품 속 화자 '고토코(셋째)'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매들 '소요(첫째)', '사마코(둘째)', '리쓰(막내)' 그리고 네 남매의 부모가 풀어나가는 일상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1996년에 발표된 점을 생각하면, 적어도 90년대 초반이나 그 이전일 수도 있을 만큼, 이야기 속 네 남매의 생활은 '디지털'이나 '스마트'라는 단어와는 멀다. 더구나 짬짬히 등장하는  '네 남매의 더 어렸던 시절'에 대한 회상은 '진짜 옛날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아마도 8,90년 대를 기억하는 지금의 30, 40대의 유년기나 청소년기와 겹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으리라.

보통 가족의 이야기지만, '소란한'이 붙은 만큼 마냥 평범하지 많은 않은 네 남매의 이야기라서 꽤 재미있다. 작가는 네 남매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을 담고 있는데, 첫째 소요를 통해 '이혼'과 둘째 사마코를 통해서는 '독특한 연애'와 더불어 '미혼모', '입양' 등 이전 세대에게는 낮선 소재들을 담고 있다. 그나마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고토코'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지 않은 상태이고 막내 '리쓰'는 '은둔형 외톨'이나 '왕따'는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성적인 청소년들'이다.

이제는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그리고 기억 속에서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점이 좋았고, '나도 형제자매가 더 많았다면 즐겁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또,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일본 사회의 성숙함에 다시 놀랐다. 90년대 초중반이 배경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의 가족들이 받아들이는 첫째 '소요'의 이혼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 '쿨'하다. 미국 소설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이고 게다가 약 20년 전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혼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우리 사회보다도 더 성숙한 분위기다.

소설 속에서 느껴지는 '일본 사회의 성숙함'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른 서구화를 겪었기 때문이겠지만, 결코 우리가 따라 잡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선진국민으로서의 여유와 질서  그리고 존중'이 느껴지기에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난다.
2016/01/19 14:56 2016/01/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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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 소설 '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는 국내에게 꽤나 유명하고 인기있는 일본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꽤나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 그녀의 대표작 '냉정과 열정 사이' 외에는 '재밌다'고 할 만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나마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제외하면 재밌게 읽은 소설들은 대부분 단편집들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장미 비파 레몬'도 큰 기대는 없이 읽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아니, 상당히 재미있다. 그녀의 장편 소설로서 '재미'는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로서는 드물게,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하나씩 들쳐보고, 새롭게 연결되는 고리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드 위기의 주부들 +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한국식 막장 드라마'를 적당히 버무렸다고 할까? '위기의 부부 관계'라는 긴장감 넘치는 배경 속에서  그 '위태로운 관계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점이 매력적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주요 등장인물로 '네 부부'가 등장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부는 한 쌍이고 그 아이도 단 한 명이라는 점은 꽤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국은 2010년 전후로 '저출산'이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10여년에서 20년 정도 시차를 두고 일본에 이어 한국에 나타나는 다른 문화 사회현상들(커피, 와인, 미식 등)처럼, 저출산도 일본은 이미 최소 20년 전에 '겪기 시작한 혹은 겪어왔던' 문제로 소설 속에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점이다. 한국은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저런 '극심한 저출산'에 익숙해 질 수 있을까? 몇몇 부분에서는 확실의 우리나라보다는 여러 부분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있는 일본의 문화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비할 이유가 있어보인다.

중간에 삼천포로 빠졌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도 '장편 소설'로는 '그녀의 작품 세계의 필수 교양서'라고 할 수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 다음으로 추천해고 싶은 책이었다.
2015/11/03 01:02 2015/11/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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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러 책을 읽었고 읽고 있지만, 장르소설이 아니면 꾸준히 읽기가 어려워서 읽다가 놓곤해왔다. '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도 그 놓은 책들 가운데 하나인데, 얼마전 마음을 잡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하여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다.

제목부터 왠지 아기자기하게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고 하여서 부부 사이의 작은 거짓말을 이야기할 줄로 알았는데, 거짓말의 규모가 참 '발칙'하다. '발칙'이라는 단어 선택이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발칙'만큼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과거 세대와 비교해보면 미성숙한 어른의 전형 혹은 '키덜트(Kidult)' '루리코'와 '사토시'은 다른 나라 이야기만 같지는 않다.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가부장적인 지금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나 황혼 이혼나 외도에 의한 이혼이 많은 아버지/어머니 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모순된 모토(?)로 외도를 합리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바다 건너 이웃나라의 세태를 풍자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닮아가는 우리나라이기에, '결혼'과 '그에 대한 환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혼율은 높아지고 결혼 관계에 대해서도 서구적인 개방성이 퍼지는 상황에서, 확실히 발칙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고전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닌, 사랑과 비슷하면서도 사랑과는 조금 다른 어떤 유대감으로 심리적/정신적 안정을 위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동거와는 조금 다른, 또 다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원래는 약 10년전인 2004년에 발표된 소설인 점을 생각한다면, 일본 사회는 이미 10년을 앞서 이런 고민을 해왔다는 말이 되기에 그들은 어떤 해답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2013/03/20 17:29 2013/03/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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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출판될 때마다 한 권씩 사두고 읽지 못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아주 오래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가 출판사를 바꾸어 다시 출간된 '나의 작은 새'다. 출판사 뿐만 아니라 역자도 바뀌고 양장으로 나오면서 삽화도 추가되었다. 그 삽화를 그린 사람은 바로 '권신아' 작가이다.

1999년도에 우리나라에 한 번 출간 되었던 작품이니 '에쿠니 가오리'의 초기 작품이 아닐까 하는데, 그녀의 다른 장편 소설들과는 다른 '어떤 간결함'이 느껴진다. '나'와 그의 집에 찾아온 '하얀 작은 새'와 나의 '여자 친구'가 그려내는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문체 뿐만 아니라 감정의 흐름에서도 그렇게 느껴진다.

주인공과 작은 새의 관계에서는 오래전에 읽었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와 사막 여우가 이야기했던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어린 왕자' 속 길들임과는 조금 다르지만, 서로를 조금씩 질투하는 모습은 이야기 속 '나'와 '작은 새'가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길지 않은 분량으로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중편이나 단편에 가깝니다. 적은 분량을 편집의 힘(?)과 삽화와 양장 커버로 적당한 두께감을 주고 있다는 점은 좀 아쉽니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임은 틀림없다.
2012/09/25 17:23 2012/09/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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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 2 달동안은 책을 잡아도 끝까지 읽기가 어려웠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읽으려고 잡은 책도 몇 페이지를 읽고나면, 덮어놓고 다시 펴 읽게되지 않았달까? 정말 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나? 그러다가 요즈음 몇일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효과인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않기만 하면 스르르 눈이 감기던 습관이 조금은 줄어들어서, 앞부분을 읽다가 그만두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2009년 3월에 발매된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책을 사고 있는 유일한 외국 작가다.(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랬었지만 이제는 식었달까?) 원래는 진작에 읽었어야했지만, '좌안'과 '우안' 시리즈에 밀리다보니 10월까지 오게되었다. 9월 말에 앞부분을 조금 읽었다가 덮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은, 이제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인지 기대에 비한다면 실망스러웠던 '좌안'과는 달리, 언제나 마음에 들었던 앞던 단편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좋았다. 그녀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들의 근본을 찾을 수있다고 할까? 목욕을 좋아하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찾는 재미를 좋아하는 그녀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녀 본인의 투사라고 확인할 수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 좋아하는 색들, 좋아하는 소품들... 좀 더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취하기 부족하지 않은'이 아닐까한다? 그녀의 전형성에 면역이 생긴 독자라도 그녀의 매력에 다시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2009/10/19 00:16 2009/10/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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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 '우안'의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오래 읽은 마지막 '우안' 2권.

결론은 마리의 이야기 '좌안'이 성장연애소설이었다면, '우안'은 성장, 초능력, 심령, 종교에 미스터리까지 결합된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겠다. 마리와 큐, 두 사람 인얀의 연결고리는 중요하지만 역시 큐의 이야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비오면 생각나는 파전'처럼 큐의 인생에서도 가끔식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할까? 물론 파전보다야 중요한 존재이지만.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의 가족말고 화가 '시즈오'가 중요한 조연으로서 마리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부각되어, 어린시절 마리의 오빠이자 큐의 친구인 '소이치로'만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후반부에는 언급도 없어서 좀 아쉬웠다.

'좌안'에서 거의 편지로만 만날 수 있었던 큐이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역시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의문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큐와 네네의 연이은 교통사고는 과연 우연이었을지, 프랑스의 초능력 연구소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큐의 제자 소노 분도의 과거와 큐가 목숨을 구해준 슈켄사의 이야기 등등...

나약한 여자이지만 강인한 영혼의 소유자였고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가는 마리에 비해, 염동력, 예지력, 공중부양 등 강력한 초능력에 건장한 신체를 가졌지만,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나약한 의지 때문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깨닭음을 원하지만 스스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어쩌면 그의 게으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기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그렇게나 타락할 수 있었는지, '좌안'의 마지막 모습과 '우안' 1권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나 이상했는데, 그렇게나 영특한 그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반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구도자 같았던 그가 알콜중독자가 되는 모습은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아미와 사키를 통해 마리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그래도 해피엔딩. 확실히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로 '냉정과 열정사이'를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2009/07/17 11:10 2009/07/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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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과 '우안', 두 남녀 중인공 중 남자 주인공이 '소후에 큐'의 이야기를 다룬 '우안'.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작가(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과 열정사이'의 발표 10주년을 기념하여 쓴 작품이라고 하지만, '좌안'을 먼저 읽고 난 느낌은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여자 주인공 '데아우치 마리'의 이야기를 다룬 '좌안'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두 주인공(아오이와 준세이)이 자신의 이야기에서 상대방이 차지하는 비중과는 다르게, 마리에게 큐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답게도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상대방은 큐가 아닌 여러 남자들이었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른 남자는 마리와 큐에게 모두 중요한 인물인 '소이치로' 정도였다.

하지만 '큐'의 이야기에서 '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큐의 인생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마리의 그림자. 그렇기에 비극이 시작된 것일까? 그렇기에 아마도 두 사람은 서로 결코 만날 수 없는 강의 양쪽을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형과도 같았던 소이치로의 죽음으로 큐에게 찾아오는 죽음들은 그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만들고, 더불어 그의 초능력은 그에게 평온한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연애소설인 마리의 이야기와는 다른, 조숙한 큐의 철학자같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쿠니 가오리보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이 솔직히 더 유려하고 재미있다. 더불어 연애성장소설이었던 '좌안'과는 다르게 초능력과 철학이 곁들여져서, 상당히 깊이 고뇌하는 성장소설이 되었다. 연애가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마리의 이야기에 비하면 큐의 이야기에서 사랑이랑 중심 주제가 아닌듯하다. 사랑도 인생이라는 큰 강의 지류로서 큐의 성장에서 배우고 사색해야할 대상이라고 할까?
 
좌안 1권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끝난 우안 1권,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2009/06/27 11:02 2009/06/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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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리'의 약 30세부터 50세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좌안'의 2권.

1권에서보다 마리의 남성편력은 약해져서 한 사람만이 등장하고, 마리의 딸 사키는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늙어가는 마리와 성장하는 사키는 엄마와 딸로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보여주면서 시대의 변화와 두 사람의 성장과정에서의 차이를 비교하게 한다.

마리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 어린시절에 자살한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친구 큐, 그리고 유일한 마리의 남편 하지메가 결국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해야겠다. 역시 큐와 교차되는 부분은 거의 없는 수준인데, 1권에서보다는 큐의 이야기 '우안'을 궁금하게 만든다.

먼길을 돌아서 연인이 아닌 다시 옆집 친구로 재회한 마리와 큐, 서로 많으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사실은 많이 닮아 있는 삶을 살아왔음을 짐직하게 만드는 결말은, 강 양쪽의 둔덕을 의미하는 제목의 의미 처럼 끝까지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함께 달릴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분신들, 마리의 딸 사키와 큐의 아들 아미에게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

성장, 가족, 연애,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오랜만에 재밌는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이었다. 이제 우안을 읽어야겠다.

2009/06/14 12:42 2009/06/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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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발표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거짓말같지는 않은 작품 '좌안'과 '우안'. '좌안'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마리'의 이야기이고, '우안'은 츠지 히토나리가 쓴 '큐'의 이야기이다. 각각 2권씩 총 4권으로 발매되어, 양도 별로 안되는 작품을 두 권으로 늘렸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한 권당 페이지도 400페이지 내외이고 행간도 양호한 편이어서 두 권으로 발매된 점은 조금은 인정.

'좌안' 1권은 '마리'의 어린시절부터 약 30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빠 '소이치로'와 옆집 '큐'와의 추억들 그리고 그동안 스쳐가는 몇몇 남자들(다카히코, 야마베, 하지메, 시즈오)과의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이야기는 파트너가 바뀔 때마다 각양각색이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상당히 개성이 강해서 아마도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비슷한 인물들이 다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

좌안이 '왼쪽 눈'을 의미하는 '左眼'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왼쪽 언덕', '左岸'이었다. 표지에 보면 "왼쪽 강가에 있는나, 오른쪽 강가에 있는 너...너와 나의 눈동자에 비친 건 같은 풍경일까?"라는 문구가 있다. '언덕'이란 강 양쪽의 제방을 의미하나본데, 이 책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라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피안(彼岸)'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마리'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하고는 달라서 재미있다. '냉정과 열정사이'이 와는 달리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시간은 1권을 다 읽은 지금까지는 길지 않다. 사실 재미는 크지 않았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재탕이 되거나, 츠지 히토나리가 공지영과 함께 말아먹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처럼 졸작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을듯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장편소설들 중에서 재미로 따지면 세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니까.

자 2권으로 가자.
2009/06/07 18:37 2009/06/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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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번역서로서는 단편집 '차가운 밤에'의 다음으로 나온 중단편 모음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다 읽었다. 최근 그녀의 소설은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재미있었기에 기대를 했지만, 사실은 '반짝 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가 실려있다는 점에 더 기대되었다.

'러브 미 텐더'는 지금까지 그녀의 장편 소설들과는 다른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묘한 감동이 있다. '선잠'은 '한 여름밤의 꿈'같은 사랑이야기로 계절의 변화와 사랑의 변화를 그려낸다. 여주인공은 역시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케릭터이다. 유쾌한 세 친구들의 이야기 포물선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진득한 우정을 모임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냈다. '재난의 전말'은 역시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진드기'라는 재난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파헤쳐간다. '오지은'의 노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가 떠오르는데, 주인공이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기분 혹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은, 작가거나 잡지사 등 출판관련업에 종사하고 목욕을 좋아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성과 연애하는, 조금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느낌도 드는 케릭터이다.

'녹신녹신'은 속을 알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비겁한 변명의 나쁜 여자 이야기이고,  '밤과 아내와 세제'는 이 책에 실린 글 중 가장 짧고 남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장례식을 좋아하는 아주 독특한 부부의 이야기 '시미즈 부부'는 시미즈 부부와의 교류를 통한 여주인공의 정신적 성숙을 그려내고 있다. 아마 가장 궁금할 '반짝 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는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충격적 결말일 수도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줄이도록 하겠다. '마지막 기묘'한 장소는 같이 늙어가는, 노년기에 있는 세 모녀, 어머니와 두 딸의 이야기로 유쾌하고 활기차다.

지난 단편집 '차가운 밤에'와 마찬가지로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던 책으로, 역시나 장편들보다 재밌고 읽기가 편했다. 사놓고 읽지 못했던 그녀의 작품들, 밀린 책들을 이제부터 열심히 읽어야겠다.

2009/05/17 16:28 2009/05/17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