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면서 잠깐 본 밴드들 빼고, 전곡을 감상한 밴드들은 이 틀 동안 모두 5팀이었습니다. 24일 '오지은', '스위트피'였고 25일 '짙은', '장기하와 얼굴들', 'Maximilian Hecker'였죠.
'Loving Forest Garden'에서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Mint Breeze Stage'에서는 '홍대 마녀' '오지은'의 순서가 예정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부터 우려되었던 점은 그녀의 음악이 이렇게나 큰 무대에 어울리냐였습니다. 오히려 방금 있었던 Loving Forest Garden이 그녀의 음악에는 더 어울릴 법했으니까요. '그대'를 시작으로 '익숙한 새벽 3시',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등 잔잔한 곡들로 채워나간 그녀의 공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밝은 대낮의 넓은 무대 위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오후 3시를 오전 3시의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라고 불평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이 다행히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진공의 밤'을 시작으로 그녀를 마녀로 만드는 곡들인 '화'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죠. 다음날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 명약관화했던, 인디씬의 원로밴드 '언니네 이발관'이나 신인밴드들 가운데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리플라이' 공연에 자리가 부족했던 점을 생각했다면 역시 무대 배치는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소속사와 GMF의 기획사가 같은 계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분히 '오지은 밀어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같이 더 인지도있고 연륜있는 밴드가 더 작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의혹은 더 클 수 밖에 없었죠.
이어 델리스파이스의 리더이자, 인디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위트피(김민규)'의 무대였습니다. 세션들과 함께 등장했는데 그 세션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라이즈 연합군'혹은 '문라이즈 잔당'이라고 해야할까요? '문라이즈'의 대표이자 뮤지션인 '스위트피'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유일한 소속 뮤지션인 남성 듀오 '재주소년'의 두 사람이 기타와 코러스로 등장했고, 다른 한 명의 기타 세션은 바로 '슬로우 쥰'이었습니다. 스위트피와 재주소년같이 말랑말랑한 남성보컬의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죠. 또 독특한 점이 '스위트피'의 순서였지만 '문라이즈 연합군'이라고 언급했듯이 새로운 컨셉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스위트피는 자신의 곡들 '섬', '오! 나의 공주님' 등을 들려주었는데 비단 스위트피의 곡들 뿐만 아니라 재주소년의 곡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피가 부르는 재주소년의 곡이 아니라, 바로 재주소년의 목소리로요. 두 멤버가 각각 부른 '미워요', '귤'이 기억에 남네요. '스위트피'에게 배정된 시간을 문라이즈 연합군이 공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방식은 바로 25일에 예정되어있는 '재주소년'의 순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역시 문라이즈 연합군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깐 이틀 동안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문라이즈 연합군 공연'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재주소년의 입장에서는 다음날은 또 어떻게 꾸려나갈지 살짝 걱정이되기도 하더군요.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님이 번다'고 사장님(스위트피)의 횡포가 아니었을지요?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마지막 곡은 주옥같은 스위트피의(스위트피도 카피한 곡이기는 하지만) 'Kiss Kiss'였습니다. 화창한 가을날, 재주소년과 스위트피, '어린왕자 연합군'의 소소하고 수줍은 공연이었죠.
그렇게 24일은 'Loving Forest Garden'과 'Mint Breeze Stage'를 돌아다니다가 끝이났습니다. 25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올림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3시에 예정되어있는 '짙은'은 순서를 맞춰 Mint Breeze Stage에 입장해서 스탠딩 존에 들어갔지요. 이 날 짙은의 무대는 아주 특별했는데, 바로 짙은의 파스텔뮤직 입사 즈음에 군입대를 한 다른 멤버 '윤형로'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짙은'을 보컬 '성용욱'의 원맨 밴드로 알고 있지만, 보컬 성용욱과 기타리스트 윤형로의 듀오랍니다. 세션으로는 계속 공연을 도와주고 있는 첼로리스트 '성지송'과 '타루'의 '음악적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가 눈에 띄었습니다.
'Secret', 'December', 'Feel alright' 등 지난 단독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을 좀 더 꽉찬 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에 발매된 EP 수록곡 'Rock Doves'는 두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들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짙은의 주목같은 히트곡(?) '곁에'였습니다. 두 멤버가 함께 선 모습은 팬들에게는 아마도 큰 선물이었을 듯합니다.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겠군요.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순서였습니다. 올해 어떤 페스티벌이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섭외 1순위 인디밴드답게, 세팅시간동안 사람들은 속속 모여들어서 스탠딩 존은 거의 가득 찼고, 이 밴드의 인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잖어', '정말 없었는지'같은, 장기하의 표현에 의하면 축축 처지는 노래들로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미미 시스터즈'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페스티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있었나 봅니다. 결국 미미 시스터즈도 합류했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등을 들려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이때 돗자리에 누워 가을날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Maximilian Hecker'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일 년에 한 번 씩은 꾸준히 방문하는 그는 올해는 GMF에서 볼 수 있게되었죠. 밴드와 함께했는데,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GMF 공연을 갖게된 것이더군요. 우리나라를 경유해서 중국에 갈 예정으로 그곳에서는 수 차례 공연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이제는 나이를 속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리고 감성적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와 그의 밴드는, 다섯 번 째 앨범이 발매된 만큼, 그 앨범의 수록곡들("The space that you're in", "Misery", "Miss underwater", 'Snow white" 등)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3집의 수록곡들도 몇 곡 들을 수 있었습니다. 'Summer days in bloom', 'Anaesthesia' 등이었고 저는 나즈막히 싱얼롱할 수 있었습니다. anaethesia의 허밍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서정적이고 조용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그이기에 스탠딩 존에 서서 즐기는 사람들보다, 잔디에 앉아 즐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페퍼톤스'를 보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더구나 다음날 출근해야한다는 '직장인의 비애'를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Mint Breeze Stage 사이에 본 'Cafe Blossom House'의 두 뮤지션은 마지막 포스팅으로 하도록 하죠. 그러고보니 'Club Midnight Sunset'을 결국 25일에 잠깐 드른 것 외에는 제대로 본 뮤지션이 없네요.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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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Breeze Stage in 10월 24일~25일 GMF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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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F, GMF 2009, Grand Mint Festival, Maximilian Hecker, Olympic Park, 스위트피, 오지은, 장기하와 얼굴들, 재주소년, 짙은, 파스텔뮤직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2 : Supernatural in 9월 20일 상상마당
혼자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로 푸짐하게 꾸며졌던 'Mint Festa(민트페스타)'의 'Vol. 21 Drift'에 이어 두 달만에(원래 두 달마다) 이어진 'Vol. 22 Supernatural'에 다녀왔습니다. 21회가 '흐름'을 의미하는 'Drift'인 것처럼, 인디씬의 큰 흐름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보여주었다면, 22회의 'Supernatural'은 그 의미처럼 음악이 갖고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뜨거운 현장을 글로 풀어보죠.
더불어 '킹스턴 루디스카', '슈퍼키드', '한희정', '메이트',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2~3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이 아니고서는 쉽게 조합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라인업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섯팀이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팀들이기에 그렇고, 장르의 특성상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킹스턴 루디스카' 정도를 제외하면, 현역 인디 밴드들 가운데 홍대 인디씬에서 출발하여 공중파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는 인디씬과 메이저의 경계선에 있는 팀들이 포진해있기에 더욱 'Supernatural'했습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차라리 '초자연적'이라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이라고 생각될 라인업이기도 하구요.
먼저 등장한 분위기메이커는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였습니다. 여자 아홉 명이 모이면 모두 '소녀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듯, 무대로 등장한 아홉 명의 남자는 '청년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독특한 구성의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기본 밴드 구성에 퍼커션과 4인조 브라스가 더해진 '브라스 스카 밴드'가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입니다. '스카'하면 참 낯선 장르인데, 저에게는 '스카 펑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인지도가 있는 밴드 'No Doubt'이 초기에 추구했던 장르가 바로 '스카 펑크'이고, 이 밴드의 최고 인기 앨범 'Tragic Kingdom'에 실리지 못한 곡들을 모아 발매한 앨범 'Beacon Street Collection'에서 이 밴드의 초기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죠.
드럼 외에 별도의 퍼커션 및 4인조 브라스가 함께하는 밴드답게, 시작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습니다. 섹소폰, 트럼펫, 트럼본이 뿜어내는 소리는 복고적이면서도 흥을 돋구는 마력이 숨어있는듯 합니다. 또 퍼커션과 무대를 오가며 노래부르고 추임새를 넣는 멤버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스카와 레게,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장르답게 삶에 대한 애환이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 담겨있는 희망처럼 흥겨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죠. 그런 점에서 어르신들의 애환을 구구절절 풀어내는 트로트와 비슷한 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뽕끼'도 느껴졌습니다. 9명이라는 상당한 수의 멤버가 올라서기에는, 지금까지 상당히 넓어보였던 상상마당의 무대가 너무 비좁아 보였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음 주자는 바로 '슈퍼키드(Super Kidd)'였습니다. 홍대 인디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사운드홀릭'에서 '허니첵스'라는 밴드로 출발해서 '슈퍼키드'로 개명 후에 '쇼서바이벌'을 통해 공중파를 타면서 유명세를 얻은 이 밴드의 무대는 엄청났습니다. 앞선 '킹스턴 루디스카'가 잘 덥혀놓은 장작에 기름을 붇고 불을 지폈다고 할까요? '허니첵스'시절부터 이름은 오래 들어왔지만, 이 밴드를 TV가 아닌 무대에서, 다른 뮤지션의 곡이 아닌 자신들의 곡으로 하는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명불허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인조 밴드로서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구성에 특이하게 '보컬 및 랩퍼 및 댄서'를 담당하는 2인을 내세운 이 밴드는 그야말로 무대를 위해 준비된 화약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준비된 화약고인 관객들을 향해 불을 지피고 뛰어들었죠. 이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확성기를 들고 코믹 캐릭터같은 '허첵'과 훤칠한 외모이지만 멘트가 웃긴 '파마자징고'는 보컬과 랩, 댄스를 난사하며 종횡무진 무대를 흔들었고 개성만점의 '좌니킴', '헤비포터', '슈카카'는 탄탄한 연주와 코러스를 두 사람을 지원사격했습니다.(좌니킴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사진이랑 매치가 되지 않던데 체중을 20kg이나 줄였다네요.) 관객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손을 높이들고 흔들고 박수치고 뛰는, 그야말로 눈과 귀과 몸으로 즐기는 공연이었죠.
세 번째는 '한희정'이라 쓰고 '여신'이라고 읽히는 그녀, '한희정'이었습니다. 후끈 달아올란던 관객들이 조금 쉬어가라는 배려의 순서였을까요? 첫 곡은 아마도 그녀를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한 선곡이었는지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슈퍼키드'가 지펴놓은 열기에 그녀도 감염되어 2배 가까이 빠른, 제목처럼 신나는 노래가 되었죠. 가사는 사실 그렇게 신나는 곡이 아니지만요. 최근 이별한 사람들과 혹은 계속 혼자였던 사람들을 위한 곡 '레브레터'는 밴드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 연타로, 싱얼롱의 시작이었죠.
앞선 밴드들의 영향인지,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시작부터 멘트 중에 슈퍼키드의 댄스를 따라했던 그녀는 많은 웃음과 더불어 예민한 관객이라면 알아챘을 실수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러브레터에도 옥의 티가 있었지요. 다행히 비교적 밝은 분위기인 '솜사탕 손에 핀 아이'와 그야말로 시원한 '휴가가 필요해'는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의 비하인드 스토리, 절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무대였죠. 조만간 있는 대구 단독 공연에서도 이런 컨셉이려나요? 마지막 곡은 상쾌한 아침공기 같은 '산책'이었습니다.
이어 3인조 남성 밴드 '메이트(Mate)'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바로 이 밴드를 보고 위해 온 여심들이 상당히 많았나봅니다. '여성 우호감 남성 비호감, 미녀 강추 미남 비추'로 음악을 듣고 있지만, 여심을 뒤흔들만 하더군요. 특히 드러머의 외모가 출중했는데, 프로필을 찾아보니 모델이기도 하더군요. 보컬 겸 기타리스트는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밴드에서 본 적이 있을 법했는데, 역시 프로필을 찾아보니 밴드 '브레멘'의 멤버이기도 했더군요. 그리고 기타와 키보드 두 사람은 바로 '제 14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각각 수상한 경력도 있구요. 한마디로 상당히 특이한 멤버 구성의 밴드로, '중고 신인'이라도고 할 수 있을 밴드였습니다.
이 밴드의 모습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남성 밴드인 '노리플라이'가 떠올랐습니다. 두 밴드 모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남성밴드이지만 들려주는 음악에서는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노리플라이가 90년대 가요처럼 시적인 화법으로 노래한다면, 메이트는 2000년대 가요처럼 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노리플라이가 작가주의 인디영화같은 느낌이라면, 메이트는 웰메이드 상업영화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락발라드풍의 곡들이라 제목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리워', '난 너를 사랑해', 'Come back to me'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은 '인디씬의 슈퍼스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습니다. '6인조 슈퍼 힙합 밴드'라고 소개했지만 처음에는 두 명이 빠진 네 명만 등장했습니다. 빠진 두 명은 바로 이 밴드의 방점을 찍어주는 '미미 시스터즈'였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공약을 비꼬는듯한 곡 '아무 것도 없잖어'는 정말 힙합 밴드의 곡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세박자라 신나는 곡 '오늘도 무사히'에서는 한국형 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미미 시스터즈'는 등장했고 특유의 율동과 코러스로 '나를 받아주오' 무대는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운 빠지는 곡 '정말 없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서 더욱 좋았습니다.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겠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는 '슈퍼키드'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달리는 곡과 쉬어가는 곡을 적절히 배치하여 완급을 조절하였지만, 자칭 '싸구려 밴드'의 기질은 마지막 곡부터 핵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특유의 춤과 함께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별일 없이 산다'를 를 마쳤지만 관객들은 당연히 앵콜은 외쳤고, 싸구려 기질은 무대를 내려갈 여유도 없이 밴드를 돌려세웠습니다. 앵콜로는 초히트곡 '싸구려 커피'와 '기상 시간은 정해져있다'를 들려주었습니다. 프런트 맨 장기하는 스스로 불꽃이 되어 무대를 뛰었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안경은 바닥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도 아닌, 더구나 실내 공연에서 관객을 향해 다이빙하는, 깜짝 놀랄 상황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공연은 뜨거웠고, 밴드와 관객은 끈끈했습니다.
세 시간이 너는 공연이었지만, 적절한 완급 조절과 뜨거운 분위기로 공연 중에는 다리가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나가기 위해 딛는 발걸음에서 그 고통들이 몰려왔지만요. 현재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뜨겁다고 할 만한 팀들 가운데,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팀들을 고의적으로 골라 모아 놓은 것만 같았던, '민트 페스타 Vol. 22'는 그야말로 관객들에게 Supernatural한 힘과 마음을 갖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민트 페스타도 기대해 보아요!
더불어 '킹스턴 루디스카', '슈퍼키드', '한희정', '메이트',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2~3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이 아니고서는 쉽게 조합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라인업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섯팀이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팀들이기에 그렇고, 장르의 특성상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킹스턴 루디스카' 정도를 제외하면, 현역 인디 밴드들 가운데 홍대 인디씬에서 출발하여 공중파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는 인디씬과 메이저의 경계선에 있는 팀들이 포진해있기에 더욱 'Supernatural'했습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차라리 '초자연적'이라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이라고 생각될 라인업이기도 하구요.
먼저 등장한 분위기메이커는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였습니다. 여자 아홉 명이 모이면 모두 '소녀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듯, 무대로 등장한 아홉 명의 남자는 '청년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독특한 구성의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기본 밴드 구성에 퍼커션과 4인조 브라스가 더해진 '브라스 스카 밴드'가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입니다. '스카'하면 참 낯선 장르인데, 저에게는 '스카 펑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인지도가 있는 밴드 'No Doubt'이 초기에 추구했던 장르가 바로 '스카 펑크'이고, 이 밴드의 최고 인기 앨범 'Tragic Kingdom'에 실리지 못한 곡들을 모아 발매한 앨범 'Beacon Street Collection'에서 이 밴드의 초기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죠.
드럼 외에 별도의 퍼커션 및 4인조 브라스가 함께하는 밴드답게, 시작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습니다. 섹소폰, 트럼펫, 트럼본이 뿜어내는 소리는 복고적이면서도 흥을 돋구는 마력이 숨어있는듯 합니다. 또 퍼커션과 무대를 오가며 노래부르고 추임새를 넣는 멤버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스카와 레게,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장르답게 삶에 대한 애환이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 담겨있는 희망처럼 흥겨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죠. 그런 점에서 어르신들의 애환을 구구절절 풀어내는 트로트와 비슷한 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뽕끼'도 느껴졌습니다. 9명이라는 상당한 수의 멤버가 올라서기에는, 지금까지 상당히 넓어보였던 상상마당의 무대가 너무 비좁아 보였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음 주자는 바로 '슈퍼키드(Super Kidd)'였습니다. 홍대 인디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사운드홀릭'에서 '허니첵스'라는 밴드로 출발해서 '슈퍼키드'로 개명 후에 '쇼서바이벌'을 통해 공중파를 타면서 유명세를 얻은 이 밴드의 무대는 엄청났습니다. 앞선 '킹스턴 루디스카'가 잘 덥혀놓은 장작에 기름을 붇고 불을 지폈다고 할까요? '허니첵스'시절부터 이름은 오래 들어왔지만, 이 밴드를 TV가 아닌 무대에서, 다른 뮤지션의 곡이 아닌 자신들의 곡으로 하는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명불허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인조 밴드로서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구성에 특이하게 '보컬 및 랩퍼 및 댄서'를 담당하는 2인을 내세운 이 밴드는 그야말로 무대를 위해 준비된 화약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준비된 화약고인 관객들을 향해 불을 지피고 뛰어들었죠. 이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확성기를 들고 코믹 캐릭터같은 '허첵'과 훤칠한 외모이지만 멘트가 웃긴 '파마자징고'는 보컬과 랩, 댄스를 난사하며 종횡무진 무대를 흔들었고 개성만점의 '좌니킴', '헤비포터', '슈카카'는 탄탄한 연주와 코러스를 두 사람을 지원사격했습니다.(좌니킴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사진이랑 매치가 되지 않던데 체중을 20kg이나 줄였다네요.) 관객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손을 높이들고 흔들고 박수치고 뛰는, 그야말로 눈과 귀과 몸으로 즐기는 공연이었죠.
세 번째는 '한희정'이라 쓰고 '여신'이라고 읽히는 그녀, '한희정'이었습니다. 후끈 달아올란던 관객들이 조금 쉬어가라는 배려의 순서였을까요? 첫 곡은 아마도 그녀를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한 선곡이었는지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슈퍼키드'가 지펴놓은 열기에 그녀도 감염되어 2배 가까이 빠른, 제목처럼 신나는 노래가 되었죠. 가사는 사실 그렇게 신나는 곡이 아니지만요. 최근 이별한 사람들과 혹은 계속 혼자였던 사람들을 위한 곡 '레브레터'는 밴드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 연타로, 싱얼롱의 시작이었죠.
앞선 밴드들의 영향인지,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시작부터 멘트 중에 슈퍼키드의 댄스를 따라했던 그녀는 많은 웃음과 더불어 예민한 관객이라면 알아챘을 실수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러브레터에도 옥의 티가 있었지요. 다행히 비교적 밝은 분위기인 '솜사탕 손에 핀 아이'와 그야말로 시원한 '휴가가 필요해'는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의 비하인드 스토리, 절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무대였죠. 조만간 있는 대구 단독 공연에서도 이런 컨셉이려나요? 마지막 곡은 상쾌한 아침공기 같은 '산책'이었습니다.
이어 3인조 남성 밴드 '메이트(Mate)'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바로 이 밴드를 보고 위해 온 여심들이 상당히 많았나봅니다. '여성 우호감 남성 비호감, 미녀 강추 미남 비추'로 음악을 듣고 있지만, 여심을 뒤흔들만 하더군요. 특히 드러머의 외모가 출중했는데, 프로필을 찾아보니 모델이기도 하더군요. 보컬 겸 기타리스트는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밴드에서 본 적이 있을 법했는데, 역시 프로필을 찾아보니 밴드 '브레멘'의 멤버이기도 했더군요. 그리고 기타와 키보드 두 사람은 바로 '제 14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각각 수상한 경력도 있구요. 한마디로 상당히 특이한 멤버 구성의 밴드로, '중고 신인'이라도고 할 수 있을 밴드였습니다.
이 밴드의 모습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남성 밴드인 '노리플라이'가 떠올랐습니다. 두 밴드 모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남성밴드이지만 들려주는 음악에서는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노리플라이가 90년대 가요처럼 시적인 화법으로 노래한다면, 메이트는 2000년대 가요처럼 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노리플라이가 작가주의 인디영화같은 느낌이라면, 메이트는 웰메이드 상업영화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락발라드풍의 곡들이라 제목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리워', '난 너를 사랑해', 'Come back to me'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은 '인디씬의 슈퍼스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습니다. '6인조 슈퍼 힙합 밴드'라고 소개했지만 처음에는 두 명이 빠진 네 명만 등장했습니다. 빠진 두 명은 바로 이 밴드의 방점을 찍어주는 '미미 시스터즈'였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공약을 비꼬는듯한 곡 '아무 것도 없잖어'는 정말 힙합 밴드의 곡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세박자라 신나는 곡 '오늘도 무사히'에서는 한국형 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미미 시스터즈'는 등장했고 특유의 율동과 코러스로 '나를 받아주오' 무대는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운 빠지는 곡 '정말 없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서 더욱 좋았습니다.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겠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는 '슈퍼키드'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달리는 곡과 쉬어가는 곡을 적절히 배치하여 완급을 조절하였지만, 자칭 '싸구려 밴드'의 기질은 마지막 곡부터 핵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특유의 춤과 함께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별일 없이 산다'를 를 마쳤지만 관객들은 당연히 앵콜은 외쳤고, 싸구려 기질은 무대를 내려갈 여유도 없이 밴드를 돌려세웠습니다. 앵콜로는 초히트곡 '싸구려 커피'와 '기상 시간은 정해져있다'를 들려주었습니다. 프런트 맨 장기하는 스스로 불꽃이 되어 무대를 뛰었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안경은 바닥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도 아닌, 더구나 실내 공연에서 관객을 향해 다이빙하는, 깜짝 놀랄 상황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공연은 뜨거웠고, 밴드와 관객은 끈끈했습니다.
세 시간이 너는 공연이었지만, 적절한 완급 조절과 뜨거운 분위기로 공연 중에는 다리가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나가기 위해 딛는 발걸음에서 그 고통들이 몰려왔지만요. 현재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뜨겁다고 할 만한 팀들 가운데,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팀들을 고의적으로 골라 모아 놓은 것만 같았던, '민트 페스타 Vol. 22'는 그야말로 관객들에게 Supernatural한 힘과 마음을 갖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민트 페스타도 기대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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