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 Breeze Stage in 10월 24일~25일 GMF 2009

이동하면서 잠깐 본 밴드들 빼고, 전곡을 감상한 밴드들은 이 틀 동안 모두 5팀이었습니다. 24일 '오지은', '스위트피'였고 25일 '짙은', '장기하와 얼굴들', 'Maximilian Hecker'였죠.

'Loving Forest Garden'에서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Mint Breeze Stage'에서는 '홍대 마녀' '오지은'의 순서가 예정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부터 우려되었던 점은 그녀의 음악이 이렇게나 큰 무대에 어울리냐였습니다. 오히려 방금 있었던 Loving Forest Garden이 그녀의 음악에는 더 어울릴 법했으니까요. '그대'를 시작으로 '익숙한 새벽 3시',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등 잔잔한 곡들로 채워나간 그녀의 공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밝은 대낮의 넓은 무대 위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오후 3시를 오전 3시의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라고 불평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이 다행히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진공의 밤'을 시작으로 그녀를 마녀로 만드는 곡들인 '화'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죠. 다음날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 명약관화했던, 인디씬의 원로밴드 '언니네 이발관'이나 신인밴드들 가운데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리플라이' 공연에 자리가 부족했던 점을 생각했다면 역시 무대 배치는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소속사와 GMF의 기획사가 같은 계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분히 '오지은 밀어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같이 더 인지도있고 연륜있는 밴드가 더 작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의혹은 더 클 수 밖에 없었죠.

이어 델리스파이스의 리더이자, 인디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위트피(김민규)'의 무대였습니다. 세션들과 함께 등장했는데 그 세션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라이즈 연합군'혹은 '문라이즈 잔당'이라고 해야할까요? '문라이즈'의 대표이자 뮤지션인 '스위트피'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유일한 소속 뮤지션인 남성 듀오 '재주소년'의 두 사람이 기타와 코러스로 등장했고, 다른 한 명의 기타 세션은 바로 '슬로우 쥰'이었습니다. 스위트피와 재주소년같이 말랑말랑한 남성보컬의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죠. 또 독특한 점이 '스위트피'의 순서였지만 '문라이즈 연합군'이라고 언급했듯이 새로운 컨셉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스위트피는 자신의 곡들 '섬', '오! 나의 공주님' 등을 들려주었는데 비단 스위트피의 곡들 뿐만 아니라 재주소년의 곡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피가 부르는 재주소년의 곡이 아니라, 바로 재주소년의 목소리로요. 두 멤버가 각각 부른 '미워요', '귤'이 기억에 남네요. '스위트피'에게 배정된 시간을 문라이즈 연합군이 공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방식은 바로 25일에 예정되어있는 '재주소년'의 순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역시 문라이즈 연합군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깐 이틀 동안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문라이즈 연합군 공연'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재주소년의 입장에서는 다음날은 또 어떻게 꾸려나갈지 살짝 걱정이되기도 하더군요.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님이 번다'고 사장님(스위트피)의 횡포가 아니었을지요?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마지막 곡은 주옥같은 스위트피의(스위트피도 카피한 곡이기는 하지만) 'Kiss Kiss'였습니다. 화창한 가을날, 재주소년과 스위트피, '어린왕자 연합군'의 소소하고 수줍은 공연이었죠.

그렇게 24일은 'Loving Forest Garden'과 'Mint Breeze Stage'를 돌아다니다가 끝이났습니다. 25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올림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3시에 예정되어있는 '짙은'은 순서를 맞춰 Mint Breeze Stage에 입장해서 스탠딩 존에 들어갔지요. 이 날 짙은의 무대는 아주 특별했는데, 바로 짙은의 파스텔뮤직 입사 즈음에 군입대를 한 다른 멤버 '윤형로'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짙은'을 보컬 '성용욱'의 원맨 밴드로 알고 있지만, 보컬 성용욱과 기타리스트 윤형로의 듀오랍니다. 세션으로는 계속 공연을 도와주고 있는 첼로리스트 '성지송'과 '타루'의 '음악적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가 눈에 띄었습니다.

'Secret', 'December', 'Feel alright' 등 지난 단독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을 좀 더 꽉찬 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에 발매된 EP 수록곡 'Rock Doves'는 두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들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짙은의 주목같은 히트곡(?) '곁에'였습니다. 두 멤버가 함께 선 모습은 팬들에게는 아마도 큰 선물이었을 듯합니다.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겠군요.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순서였습니다. 올해 어떤 페스티벌이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섭외 1순위 인디밴드답게, 세팅시간동안 사람들은 속속 모여들어서 스탠딩 존은 거의 가득 찼고, 이 밴드의 인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잖어', '정말 없었는지'같은, 장기하의 표현에 의하면 축축 처지는 노래들로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미미 시스터즈'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페스티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있었나 봅니다. 결국 미미 시스터즈도 합류했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등을 들려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이때 돗자리에 누워 가을날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Maximilian Hecker'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일 년에 한 번 씩은 꾸준히 방문하는 그는 올해는 GMF에서 볼 수 있게되었죠. 밴드와 함께했는데,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GMF 공연을 갖게된 것이더군요. 우리나라를 경유해서 중국에 갈 예정으로 그곳에서는 수 차례 공연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이제는 나이를 속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리고 감성적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와 그의 밴드는, 다섯 번 째 앨범이 발매된 만큼, 그 앨범의 수록곡들("The space that you're in", "Misery", "Miss underwater", 'Snow white" 등)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3집의 수록곡들도 몇 곡 들을 수 있었습니다. 'Summer days in bloom', 'Anaesthesia' 등이었고 저는 나즈막히 싱얼롱할 수 있었습니다. anaethesia의 허밍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서정적이고 조용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그이기에 스탠딩 존에 서서 즐기는 사람들보다, 잔디에 앉아 즐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페퍼톤스'를 보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더구나 다음날 출근해야한다는 '직장인의 비애'를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Mint Breeze Stage 사이에 본 'Cafe Blossom House'의 두 뮤지션은 마지막 포스팅으로 하도록 하죠. 그러고보니 'Club Midnight Sunset'을 결국 25일에 잠깐 드른 것 외에는 제대로 본 뮤지션이 없네요.

2009/10/28 16:05 2009/10/28 16:05

수 많은 바람의 노래들, 'Maximilian Hecker의 Lady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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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ilian Hecker'의 2005년 작(作) 세번째 정규앨범 'Lady Sleep'.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어색하지만 '수면의 숙녀' 정도가 될까요? 영어 사전을 보면 'Lady'는 귀족의 부인이나 딸의 성명에 붙여쓰는 경칭이라고도 하니, 잠(sleep)을 여성화하기 위한 제목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부터 '잠'이니, 그래서 제목만큼이나 몽환적인 느낌의 곡들이 많인 수록되어 있는 앨범입니다. 제가 이 앨범과 같이 구입한 4집은 뒷전으로 할 정도로 좋은 앨범이구요. 이 앨범을 들으면서, 특히 제가 배경음악으로 구입할 정도로 마음에 들던 곡들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앨범 수록곡들 모두, 같은 바람이 아닌 각기 다른 '세기'와 '습도'와 '온도'의 바람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바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Birch', 우리말로 '자작나무'라는 뜻을 갖는 제목의 '찬가'입니다. 도입부의 바람조차 숨을 죽인 고요는 우리를 눈이 쌓인 울창한 숲 한 가운데 이끌고, 그 발걸음은 홀로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은빛의 자작나무에서 끝납니다. 갑자기 격정적으로 흐르는 노래처럼, 순간 자작나무를 감싸는 회오리바람이 불어 시야를 가립니다. 노래가 끝나면서 바람이 멈추면 자작나무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달빛만 밝습니다. '찬가'라고 소개한 이유는 가사때문입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Anaesthesia', '마취' 혹은 '무감각'이라는 제목을 가진 곡입니다. 겨울을 녹이는 초봄의 미풍같은 느낌이고, 가사를 살펴보아도 제목처럼 상당히 세상의 모든 일을 잊을 법한 '황홀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황홀함 속에서 안타까움도 느껴집니다. 특히 마지막 가사 'Oh my lord, I will be'에서 그렇습니다. 간주에서 아득히 들리는 '라라라'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듯 합니다. 혹시 이런 황홀함이 '바람 앞의 촛불'같은 상황일까요? 아니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인지도 모릅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말이죠.

'Summer days in bloom',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화창한 이른 여름의 오후, 숲이 울창한 공원의 나무가지 사이로 눈을 간지럽히는 햇살, 사랑하는 이와의 데이트.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요?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속 사랑하는 이와의 산책, 세상은 멈추고 이 순간이 영원히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행복에 눈물겨울 뿐입니다.

'Everything inside me is ill', 제목만큼이나 흐린 가을날의 바람같은 곡입니다. 하늘은 흐린 잿빛, 낙엽이 진 길을 거니는 청년의 우수가 느껴집니다. 바람에 거리의 낙엽도 청년의 머리카락과 옷깃도 흩날립니다. 슬픈 청춘은 어느 곳을 향하는 걸까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Help me', 자연에 의한 바람보다는 사람의 움직임에 의한 바람이 떠오릅니다. 짙은 어둠 속 눈분신 은반 위로 잔잔히 내리는 눈과 그 속에서 홀로 춤추는 이의 몸짓에 따라 바뀌는 바람이 그려집니다.

'Dying', 제목에서부터 쓸쓸함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굵은 눈발이 내리고 인적이 없는 황량한 벌판을 걷는 한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눈물마저도 얼어붙게 하는 눈보라에서도 'I'm dying'이는 처절한 외침은 묻히지 않고 메아리가 되어 퍼집니다. 아니, 이미 입끝을 떠나자마자 거센 바람 속에 묻혔지만, 가슴 속에서는 울려퍼지고 있지도 모릅니다.

'Lady Sleep', 자장가같은 곡입니다. 그래서 열린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꿈나라로 가는 길을 배웅하는 잔잔하고 포근한 바람입니다. 몇 십초의 정적이 끝나면 히든 트랙이 이어집니다. 꿈나라의 모습일까요? 앨범에 전반으로 흐르는 쓸쓸함과는 다르게 밝고 희망찬 느낌입니다. 행복한 꿈을 꾸는 밤인가봅니다.

'The days are long and filled with pain', 보너스 트랙으로 Maximilian Hecker'의 동료가 부른 버전이 실려있습니다. 조금은 서늘하고 조금은 건조한, 긴 여름을 지나 가을의 문턱의 바람같은 곡입니다. 길고 지루한 여름같은 사랑이 끝나고 이별의 문턱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할까요? 그래서 노래는 절망적인 만큼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There's still a lot for us to see in this life.'이라는 마지막 가사처럼요.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제가 듣는 외국 앨범들은 정말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만, 하나같이 주옥같은 앨범들이고 이 앨범 역시 그렇습니다. 아직 Maximilian Hecker의 모든 앨범을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우수로 가득찬 감수성은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곡 하나 하나가 너무나 좋고, 그냥 CD를 CDP에 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도 건너뛸 트랙이 없을 정도 앨범의 흐름도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오래 많이 들었지만, 이 앨범에 질리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법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7/03/25 20:08 2007/03/25 20:08

encoding of 20061203~20061210

12월 3일부터 10일 사이에 추출한 5장의 앨범.

'Maximilian Hecker'의 내한 공연갔다가 산 앨범 두 장. 3집 'Lady Sleep', 좋다! 너무 좋다! 이번 겨울에 애청하게될 음반. 4집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은 3집이 너무 좋아서 뒷전. 하지만 'Maximilian Hecker'다운 곡들을 담고 있다. 3집이 좀 물리면 종종 들어야지.

'어른아이', 데뷔 앨범 'B Tl B Tl'. 흔하지 않은, 독특한 케이스에 내용물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근조근 차분하고 조용한 곡들로 일관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면서도 느껴지는 어떤 호소력. 그래서 지루하지가 않다. 조금은 건조하고 슬픈 울림들. 'Star'부터 '꿈의 계단', 'Make Up', '아니다', 'Sad Thing' 그리고  '상실'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업.

'캐스커(Casker)'의 세번째 앨범 'Between'. 지난 앨범이 상당히 좋았기에 기대가 컸기에 완전히 만족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앨범. 보컬 '융진'의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인지 더 강렬해지고 더 편한 곡들이 많다. 특히 '모든 토요일' 너무 흥겹고 좋구나.

'플라스틱 피플'의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2집 'Folk, Ya!'. 앞서 소개한 앨범들 때문에 사실 한번 들었다. 쿵짝거리는 플라스틱 피플다운 느낌은 그대로. 더불어 초도 한정으로 제공되는 EP 'Plastic People'도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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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2 21:52 2006/12/12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