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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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대로 EP '유예' 이후 2년이 지나서야 '9와 숫자들'의 새 앨범이 찾아왔습니다. 2009년에 데뷔앨범이 나왔으니 약 5년만이기도 합니다. 팬으로서 너무나 긴 휴식기는 아쉽지만, 1집과 EP 사이에 복고적 취향에서 짙은 감수성으로의 음악적 변화를 경험했기에, 시간의 간격 동안 또 어떤 음악적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2집 '보물섬'은 1집의 복고풍 그룹사운드의 색채 위에 EP의 강점이었던 '취향 저격' 요소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우선 트랙 제목만 살펴보면, 1집의 재치를 이어나가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집에서는 유년기의 향수를 일으킬 만한 단어들이 포진해있습니다. '보물섬'은 '소년중앙'과 쌍벽을 이루던 소년잡지를 떠오르게 하고, '숨바꼭질/깍쟁이/초코바/북극성'의 단어들도 그 시절의 소소한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 '보물섬', '실버라인'부터 마지막 '북극성'까지, 꽤 많은 달달한 사랑 노래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보물섬은, 만화 '원피스'가 생각나는 제목이지만, 감정이 절절히 넘실거리는 '2014년의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이라고 할 만한 트랙입니다. 이어 지는 '실버라인'은 '보물섬'의 감정선을 이어가고, 눈가에 맺힌 아롱아롱 눈물 방울도 같은 아쉬움과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차분한 '창세기'는 제목과는 다르게 앨범을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한 잔잔한 트랙이고, 아마도 히든트랙이 되었을 수도 있는 '북극성'은 9와 숫자들다운 차분한 달달함과 여운으로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면, EP처럼 전체적으로 꽤나 서정적인 앨범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이사이에는 '건빵 속 별사탕'같은 즐거움들이 끼어있습니다. 바로, '깍쟁이'와 '초코바'와 같은 트랙들입니다. '깍쟁이'는 이미 공연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주했었던 곡으로, 새침한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는 20세기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깍쟁이 2편' 혹은 '깍쟁이, 그 뒤 이야기'라고 할 만한 '초코바'는 새침함과 경쾌함에 톡톡 튀는 감정까지 더했습니다. 마치 '고고장'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 밴드가 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면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곡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더불어 뮤지션 9가 이어온 현실에 대한 고찰 또한 놓치지 않고있습니다. 인생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높은 마음'과 중의적인 제목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녹여낸  '잡 투 두'가 그렇습니다.

이 앨범은 유일한 단점이라면 발매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EP 발표 직후, '근의 공식'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지만, 늦어지면서 '보물섬'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과 더불어 더불어 컴필레이션 수록곡이나 디지털 싱글 등으로 몇 곡이 미리 발표되어서 이번 앨범에 대한 신선함을 조금은 떨어뜨렸습니다.

다행히도 9와 숫자들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기존 발표곡들을 앨범으로 들을 수 있는 점도 좋고, 신곡들도 뛰어난 완성도를 들려줍니다. 이제는 팬으로서 앨범 한 장으로 '업데이트된 9와 숫자들'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팬들에게는 9와 숫자들만한 '북극성'이 또 있을까요? 별점은 5개입니다.
2015/03/05 18:02 2015/03/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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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있었던 '9와 숫자들'의 단독공연.

최근 인디밴드들의 전국 투어 소식이 많이 들리는데, 몇년 전부터 봄부터 여름까지는 소위 '잘 나가는 인디밴드들'의 전국 투어 시즌(혹은 전국 '수금'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9와 숫자들'도 투어를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투어 소식이 들리지 않았는데,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오랜만에 지방 공연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 공연은 '아트스테이지 소리'라는 연작공연의 하나로, 여러 인디밴드들을 초대해서 열리는 공연으로, 9와 숫자들은 16번째였다.

주말 공연 시간으로는 좀 늦은, 저녁 7시보다 넉넉하게 도착해서 둘러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예술의 전당'이 생각날 정도로 겉보기에는 꽤나 크고 근사한 곳이었다. 공연이 열리는 '연지홀'의 규모도 상당했고, 전주 외각에 위치했기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주차장도 넉넉했다. 연지홀 공연장 내부도 생각보다는 큰 규모였지만, 이전에 가보았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들보다는 공연을 즐기기에는 좀 더 좋은 느낌이었다. 보통 지자체의 시설들이 규모는 크지만 인디밴드의 공연보다는 오케스트라나 뮤지컬같이 큰 규모의 공연이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면, 연지홀은 객석의 높이나 무대의 규모가 인디밴드가 공연하기에 더 편해보였다.

관객 구성도 눈에 띄였는데, 보통 홍대 근처에서 공연을 보면 '여자들끼리 온 경우(친구 혹은 팬클럽)',  '남녀 커플이 온 경우', 그리고 '남자 혼자 온 경우'정도가 대부분인데, 전주 공연에서는 '남자들끼리 온 경우'와 '가족이 온 경우'까지도 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들끼리 온 경우도 있었고, 어머니와 자녀들이 온 경우도 보였다. 이런 다양한 관객 구성은 '9와 숫자들'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공연 셋리스트는 작년 말에 보았던 단독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집과 EP 수록곡, 그리고 '겨울 독수리', '깍쟁이', '북극성'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관객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점이다. 전주에서는 9와 숫자들의 인기가 아이돌 그룹 수준인지, 아니면 전주 시민들이 너무나 공연에 목말라 있었는지, 공연 막바지에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특히 가운데 맨 앞에 앉은 남자 3명의 반응은 최고였다.) 9 의 '맨체스터 댄스'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했다.

당연히 앵콜이 있었고, 뜨거운 분위기에 화답하기 위해, 원래 준비했던 '착한 거짓말들'대신 한 여름에 듣는 캐롤송 '산타클로스'를 들려주었다. 밴드와 관객이 뜨겁게 교감하는 '깜짝 선물'같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9와 숫자들의 치솟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가을에는 시간을 내서 전국 투어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연지홀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외형적인 시설에 비해 소리(사운드)는 좀 아쉬웠다. 음량부터가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2013/07/09 08:16 2013/07/0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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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홀'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는데, '9와 숫자들'의 단독 공연이 열린다기에 오랜만에 발걸음을 옮겼다. 공연 제목은 "9와 숫자들 두 번째 작품 '유예' 발매 기념 콘서트"로 거창한 제목이지만, 사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이기에 '발기 기념' 및 '연말 정산(?)' 공연이라고 봐도 되겠다. 물론 12월 22일이라는 날짜는 좀 애매하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장소 섭외도 쉽지 않았으리라.

7시 시작인 공연은 6시 30분부터 입장을 시작했고, 예매순서로 입장순서가 정해지기에 '얼리버드'로 빨리 예매했지만 빠른 입장번호는 아니었는데도 다행히 앞쪽에 앉을 수 있었다. 이미 12월 초에 단독공연과 비슷한 '공청회'를 보았기 때문인지, 공청회와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셋리스트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더불어 오랫만에 듣는 게스트들의 이름에서 근황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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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던 두 오프닝 게스트 가운데 첫 팀은 바로 '한강의 기적'이었다. 생각해보면 데뷔앨범은 잘 들었지만 공연을 본 기억은 없는데, 같은 레이블(TuneTable Movement)인 '9와 숫자들'을 통해 처음 공연을 보았다. 밴드로 기억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슨 사정인지 프런트맨만 무대로 올라왔다. 밴드 이름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한강의 기적'을 포함하여 2~3곡의 짧은 무대였다. 이름 덕분에 '대통령 테마주'처럼 새로운 대통령의 '수혜 밴드(?)'가 될 수도 있겠는데, 2013년에는 활발할 활동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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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게스트는 바로, 외모와는 다르게 달달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 '티어라이너(Tearliner)'였다. 과거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처음 알게되었고, 레이블 공연에서 몇 번 보았던 밴드이다. 파스텔뮤직에서 데뷔앨범도 발매하고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OST로 파스텔뮤직의 부흥과 본인의 음악적 커리어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 활동이 뜸하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데뷔앨범과 EP를 '파스텔뮤직'에서, EP를 '해피로봇레코드'에서 발매했는데, 이번에는 9와 숫자들의 앨범을 유통하는 '파고뮤직'과 함께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다고 한다. OST 참여로 쌓인 곡들이 꽤 될 듯한데, 그 곡들 가운데서 몇 곡 들려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공연으로 만나는 밴드인데 기타리스트도 그대로였고, 사실 '티어라이너'의 2집보다는 티어라이너와 그 기타리스트가 함께한 'Low-end Project'가 왠지 더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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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된 본 공연 '9와 숫자들'의 무대는 '연날리기'로 문을 열었다. 지난번 공청회처럼. 4인조 밴드 구성에 키보드 세션(오수경)이 함께 공연을 진하리라 예상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한 명의 세션이 더 있었다. 바로 기타리스트 '유정목'의 형이자, 그의 원래 밴드 '프렌지'의 드러머 '유성목'이었다.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드러머가 두 명이라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공연에서 그는 드럼이 아닌 퍼커션과 다른 보조 악기들을 담당해서 더욱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이었다. 이어 '칼리지 부기', '오렌지 카운티', '몽땅', '말해주세요'를 연이어 들려주었고 1집의 공연처럼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1집의 곡들과 다르게 EP 수록곡들은 공청회처럼 차분한 어쿠스틱 공연이 확실히 좋았는데, 이 콘서트에서도 EP 수록곡들은 어쿠스틱으로 들을 수 있었다. '유예'를 시작으로 '아카시아꽃', '플라타너스', 그리고 컴필레이션 수록곡 '서울 독수리'까지 어쿠스틱으로 들려주어, 공청회에 초대받지 못했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단독 공연에서만 볼 수 있다는 9가 빠진 숫자들 '넘버스'의 특별 공연이 있었고, 30세 전후의 팬이라면 기억할 '쿨'의 '어떤 그리움'을 들려주었다.

9가 다시 무대로 올라왔고 2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평소에 보기 힘든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9가 커다란 안경을 쓰고 '그리움의 숲'을 부르는 모습이라던가, '석별의 춤'을 부르면서 자칭 '맨체스터 댄스'를 추는 모습이 그랬다. 단독 공연에 찾아온 팬들을 위한 '특별 선물'이었다고 할까? 2부에서도 아직 어떤 앨범에도 수록되지 않은 '깍쟁이'를 비롯하여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들을 들려주었고, 2장의 앨범으로 풍성해진 셋리스트를 느낄 수 있었다.

꽤 많은 곡을 들려주었고, 그만큼 짧은 않은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오랜만에 깊게 몰입되었던 공연이어서 짧게 느껴졌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당연히 앵콜 요청이 있었고, 앵콜로 '슈가 오브 마이 라이프'와 신곡 '산타클로스'를 들을 수있었다. 신곡 '산타클로스'는 기존의 '9와 숫자들'의 곡들과는 다른 재치가 느껴지는 곡으로 이 밴드의 또 다른 색깔을 들을 수 있었다.

데뷔앨범이 요즘 청년들의 '늘어난 유년기'에 대한 자아성찰이었다면, EP '유예'는 진중한 '성장통'이 느껴지는 앨범이었다. 2집에 담기에는 무거운 이야기들을 EP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하는데, 2집에서는 '깍쟁이'처럼 흥겨운 곡들로 1집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을까 한다.

2013/02/07 17:07 2013/02/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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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의 EP '유예'가 발매되면서 몇몇 온라인샵에서 '발매 기념 공청회' 초대 이벤트가 진행됐었다. '공청회'라니, 무슨 정부기관의 정책 발표회나 고위 공직자의 인사 청문회가 생각나는 어색한 단어인데, 음반을 같이 듣는 모임이 아니라 '9와 숫자들'이 직접 수록곡들을 들려주고 팬들과 이야기하는 일종의 '팬미팅' 같은 자리이기에 다녀왔다. 그런데 장소가 특이했다. 공연장이나 클럽이 아니라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달콤 커피'란다. 처음 듣는 장소라, 홍대 근처에 많은 이쁜 카페 같은 곳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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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곳은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 프렌차이즈였다. 처음 듣는 브랜드인데, 모델은 무려 '신세경'! '달콤 커피'라고 해서 맛있는 커피를 의미하나 했는데 영어로 'dal.komm coffee'라고 쓰고 우리말로는 '달.콤 커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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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예' 공청회도 '9와 숫자들'의 유통사인 '파고뮤직'에서 장소를 잡아서 진행하는 이벤트로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실은 '달.콤 커피'에서 진행되는 '카페 라이브 프로젝트'인 'Veranda Live'의 하나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 Veranda Live는 '달.콤 커피'와 '달뮤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라는데, '달'로 시작되는 이름에서 두 회사가 계열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달뮤직', 생소한 이름이라 바로 검색을 해보니 온라인 음원 제공 업체( http://www.dal.co.kr/ )였다. 그리고 달뮤직은 바로 우리에게 피쳐폰 시절에 벨소리와 통화 대기음 서비스로 알려진 '다날'의 계열사(?)였다.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벨소리나 통화 대기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벨소리와 통화 대기음으로 쌓인 '음원 서비스'에 대한 경험으로 달뮤직을 열었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는데, 이처럼 '달.콤 커피'와 '달뮤직'을 연계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괜찮은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상품이라 '달.콤 커피' 늘어날 수록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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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음악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매장 곳곳에서 보였다. 해드폰으로 유명한 브랜드 '젠하이저'와 연계하여 제품들을 청음해 볼 수도 있었고, 매장에는 통기타가 비치되어있어 고객들이 직접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자세히 보면 달.콤 커피의 로고(맨 위 사진) 뒤 쪽에 보이는 스피커들의 유닛이나 로고 자체도 콩나물 모양의 '음표'를 커피잔과 합쳐 놓은 모습에서 달.콤 커피가 음악을 테마로 하는 카페라는 점을 상징하고 있었나 보다.

'유예' 발매 기념 공청회는 넓지 않는 공간을 가득 채운 팬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1집과는 다르게 EP '유예'가 어쿠스틱 느낌이 나게 녹음된 곡들이 많기 때문인지, 9와 숫자들도 차분히 많은 상태에서 공청회를 시작했다. (키보드 세션은 얼마전에 솔로 뮤지션으로서 EP를 발표한 '오수경'이었다.) EP 수록곡들로 셋리스트를 꾸려갔지만, EP와는 역순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첫 곡은 '낮은 침대'였다. 그리고 '공청회'라는 이름처럼 밴드의 연주 뿐만 아니라, 음반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EP 제작과 수록곡에 관한 뒷이야기와 팬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곡과 곡 사이마다 있었다.

'낮은 침대'에서는 멤버들의 침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아카시아꽃'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과수원길'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착한 거짓말들'에서 너무나 궁금했던 '알파벳'도 9의 입으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의미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역시나 '몽땅'에서는 내부에서도 '19금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슬기롭게(?) 피해간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관객과 밴드 모두 앉은 자세에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 '공청회'는 뮤지션과 팬들이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아주 오랜만에 '9'가 솔로 뮤지션으로서 가끔 '프리마켓'이나 '빵'에서 차분하게 앉아 로 공연하던 모습이 겹쳐졌다. 아마도 9가 음악 생활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편안한 때가 바로, '9와 숫자들'의 지금이기에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나도 싶다. 2005년부터 들었던 그의 음악들에서 지금의 음악이 가장 그의 진솔한 음악이기에 그러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http://youtube.com/bluoxetine 영상은 이곳에서.

2012/12/13 17:13 2012/12/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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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와 유예를 거듭하다가 발매된 '9와 숫자들'의 EP '유예'.

'9와 숫자들'의 리더 '9'의 앞선 밴드 '그림자궁전'의 2007년 데뷔 앨범 '그림자궁전'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에서는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끝자락에 발매된 '9와 숫자들'의 데뷔 앨범 '9와 숫자들'은 그림자궁전에 이어지는 호평과 더불어 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비평가들을 사로잡은 증거였고, 그림자궁전에서는 쉽지 않았던 여러 차례의 단독공연이 청자들을 사로잡은 증거였습니다. 리더 9가 그림자궁전 시절보다 어깨를 빼고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앨범 '9와 숫자들'은 사실 그림자궁전 시절보다 더 많은 고뇌와 독기를 품고 만든 앨범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뛰어난 가창력'이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9의 목소리이지만, 듣기 유쾌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Smashing Pumpkin'의 노래들에서는 흡입력을 발휘했던 'Billy Corgan'의 그것처럼, '9와 숫자들'의 노래들에서 그의 목소리는 마력(혹은 매력)을 발휘했습니다.

어쨌든, 데뷔 앨범의 인기에 힘입어 2011년 초에는 후속 EP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즈음, 수차례 멤버 교체를 겪었던 밴드는 현재의 4인 체제로 고정되었습니다. 2011년 5월 즈음에 발매가 예상되었던, EP '유예'는 앨범 제목처럼 발매 유예를 반복하였고 발매일은 멤버들도 모르는 미궁에 빠져들었죠. 2012년으로 해는 바뀌어 팬들의 기다림은 원성이 되고, 2013년을 바라보며 그 원성이 또 망각으로 빠져들 때 즈음인 2013년의 11월, 기다림과 망각의 틈새로 드디어 EP '유예'가 발매되었습니다. 데뷔 앨범이 2009년 12월에 발매되었으니 거의 3년만의 후속 앨범으로 아주 오랜 기다림같지만, 오랜 활동 끝에 한 장의 앨범을 내고 산화해버린 '그림자궁전'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길지 않은 기다림이었고 후속작을 발표해준 점만으로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연말이 가까워오는 11월에 발매한 점은 다분히 연말 시즌 특수를 노리지 않았나 합니다.)

대부분의 곡들(1곡을 제외한)에서 전주가 있었던 지난 앨범과는 달리, 전주 없이 바로 노래가 시작되는 첫 곡 '눈물 바람'은 청자가 준비할 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예고 없이 급습하는 9의 목소리는 마치 이유 없이 왈칵 쏟아지는 눈물 같습니다. 제목부터 가사까지, 신파 혹은 청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데뷔 앨범이 지향하는 복고 코드를 이어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곡을 이끌어가는 잔잔한 멜로디와 가성까지 올라가는 9의 노래는, 멜로디보다 리듬이 조금 더 두드러졌던 지난 앨범과는 다릅니다.

'몽땅'의 도입부에서 반복되는 '누구에게도'는 '안치환'의 대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유명한 후렴구 '누가 뭐래도'를 떠오르게 합니다. (의도되었다면 오마주가 아닐까 합니다.) SNS에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아기공룡 둘리'와 '달려라 하니'의 오마주가 담겨있다고 하는데, 도입부에서 베이스 연주가 들려주는 리듬은 분명 두 만화영화 주제곡의 리듬과 비슷합니다. 지난 앨범의 여러 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신스대신 양념을 사용된 실로폰 소리도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곡을 생각하게 합니다. '외로움'에 만화영화 주제가에서 차용한 요소들과는 달리, 가사의 수준은 지난 앨범의 어떤 곡들처럼 다분히 위험한 수위를 향해 달려가다 적당한 수위 조절로 마무리합니다. (이거, 19금은 아니더라도 15금 정도는 줘야하지 않을런지요.)

제목과 같은 '유예'는 솔로 가수 '9' 시절에 그가 불렀던 '부도'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도', '유예'나 '연체' 같은 단어에서 '경제학'이 떠오르는데, 그림자궁전의 과학탐구 시리즈('중화반응', '광물성 여자', 그리고 그림자궁전을 위해 만들었지만 9와 숫자들이 부른 'DNA')가 있다면 9와 숫자들에는 사회탐구 시리즈가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잔잔한 기타 연주 위로 담백하게 읊조리는 9의 노래는 데뷔 앨범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곡이 아닐까 하네요.

독특하게 어린이 코러스가 들어간 '그대만 보였네'는 앨범의 타이틀입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보컬/연주/코러스와 사랑의 세레나데와도 같은 가사 덕분에 '대중성'이 다분히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지난 앨범의 타이틀 '말해주세요'와 마찬가지로, 밴드의 단독 공연 셋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인기곡이 되리라 예상됩니다.

'아카시아꽃'과 '착한 거짓말들'도 지난 앨범의 '이것이 사랑이라면'이나 '칼리지 부기'처럼 솔로 가수 9의 노래에서 부활한 곡입니다.(생각해보면, 제가 솔로 가수 9 시절에 못들어서 그렇지 상당수의 곡이 그 시절 곡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카시아꽃' 이미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앨범에 '과수원길'로 수록되기도 했고, 동요 '과수원길'을 재해석한 가사와 그 가사의 '시간적 배경'정도가 될 어스름한 저녁녘을 그려내는 연주가 감상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착한 거짓말'을 듣고 있으면, 곡 자체의 쓸쓸함 뿐만 아니라, 뒤의 두 곡이 보너스 트랙 같은 곡들이기에 '마지막 곡'이라는 기분이 다분합니다. 은유가  깔려있는 느낌의 가사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데, 9가 경험했던 '군입대'와 '이별'에 대한 내용이라고 추측해봅니다. 2006년에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으니, 노래 중간에 외치는 '알파벳'의 의미입니다. 내용를 알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쓸쓸한 목소리에서는 회한이 느껴지고, 고고하게 퉁기는 기타 소리는 먹먹합니다.

마지막에 담긴 두 곡은 스튜디오에서 한 번에 녹음된 studio live 트랙들입니다. 이 두 곡을 보너스 트랙이라고 본다면 이 음반은 EP라 할 수 있겠으나, 요즘 대중가요 앨범들의 흉흉한 인심 덕분에 1분 남짓의 인트로/아웃트로나 MR곡을 포함하고도 8곡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정규앨범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상황에서는 full-length album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플라타너스'는 보너스 트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은 곡으로 다음 앨범의 '맛보기'가 아닐까라고도 생각됩니다.(설마 앨범 발매일을 맞추기 위해 studio live로 녹음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아요.) 은유와 의인화를 적하게 사용한 가사는 매우 시적입니다. 어쩐지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같은 시가 떠오르는데, '아카시아꽃'이 동요 '과수원길'을 살짝 비틀어놓았다면, 이 곡도 그 시를 살짝 비틀어 놓은 모양새입니다. (또 그렇다고 보기엔, 국화와는 달리 플라타너스의 덩치가 어마어마합니다만.) 보너스같은 곡이지만, 가사와 9의 목소리가 전달하는 심상, 그리고 보컬에 집중할 수 있게 최소화된 연주, 적절한 배경음까지, '유예'의 수록곡 가운데 최고의 트랙으로 꼽고 싶습니다. (늦가을이주는 회한과 쓸쓸함에도 잘 어울리구요.) 지난 앨범과는 매우 다른 시도처럼 들리는데, 이 점은 이 곡이 두 번째 정규 앨범의 맛보기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줍니다. '낮은 침대'은 지난 앨범에서처럼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는데, studio live acoutic version으로 녹음되어서 급박했던 원곡과는 다르게, 가사에 어울리는 여유를 들려줍니다.

치밀하게 계산되고 구성되었을 법한 '그림자궁전'의 앨범과는 다르게 감성적인 '9와 숫자들(솔로 가수 9를 포함하여)'의 노래를 듣노라면, 그림자궁전의 9의 좌뇌가 시킨 일이라면, 9와 숫자들은 그의 우뇌가 시킨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만큼 동떨어져 있지만, 9의 '음악적 연대기'에서는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앨범처럼 보입니다. 솔로 가수 9나 그림자궁전 시절, 혹은 그 이전 시절에 틈틈히 써내려간 곡들, 그 가운데 9와 숫자들의 데뷔 앨범에 실리지 못했고 차후의 정규 앨범에도 실리기 어려운 성격의 곡들의 녹음을 망설이고 유예하다가, 그 곡들을 모아서 발표한 앨범이 바로 '유예'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아주 오래전 곡 '아카시아꽃(과수원길)'이나 그 후에 써졌을 '착한 거짓말들'같은 곡들이도 그렇지만, 공연에서 들려주었던 다른 느낌의 신곡 '깍쟁이'같은 곡이 제외된 점도 그렇게 생각하게 하네요. (그림자궁전에서는 밴드를 위해 남은 곡들을 아직 정리 못했지만, '9와 숫자들'에서는 정리하고 가겠다는 느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유예의 유예를 거듭하다 발매한 EP가 '유예'이지만,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유예'도 다음 정규 앨범 발매를 유예하기 위해 '유예'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멤버 구성에서도 꽤 오랜 안정을 보여준 지금의 '9와 숫자들'이 해체나 은퇴는 오래오래 유예하고 계속 활동해주었으면하는 바랍니다. 언제 정리할지도 모를 그림자궁전의 두 번째 앨범을 기다리는 일보다는, 그래도 유예되면서도 종종 발매될 9와 숫자들의 앨범을 기다리는 일이 훨씬더 낫지 않겠습니까? 이 글을 읽고 있을 지도 모를, 모니터 넘어의 당신의 마음도 같다면 그냥 살포시 이번 앨범도 장바구니에 넣어주시면 되는 겁니다. (두 장, 세 장 넣어서 연말 특수를 노리고 선물하는 일도 좋겠습니다.) 참 쉽지 않나요? 강매가 아니라 그만큼 좋은 앨범이라는 의미입니다.
2012/12/01 10:19 2012/12/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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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9와 숫자들'의 무대를 이어가는 순서는 바로 '오지은'이었습니다. '9와 숫자들'과 다른 소속사이지만, 같은 무대에 오르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번 '봄철의 낭만' 공연에서도 그러했습니다. 밴드 세션은 9를 제외한 숫자들과 함께하여 훈훈한 분위기를 타오르게 하였습니다. 하늘하늘한 의상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그녀는 먼 곳까지 찾아와준 팬들을 위해, 지금까지 정규앨범 2장과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로 1장을 발표한 '오지은 연대기'의 요약본이라고 할 만한 '오지은 3종 세트'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3종 세트'의 첫 번째는 '강렬한(혹은 처절한) 오지은'이었습니다. '그대'와 '화', 두 곡을 연달아 들려주었는데 바로 제 기억 속 '무대 위 그녀'의 이미지처럼 강렬했습니다. 음악에 심취한 듯한 손동작과 움직임은 그런 강렬함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하는 '잔잔한(혹은 얌전한) 오지은'이었습니다. '네가 없었다면'으로 잔잔한 분위기로 바꾼 그녀는 이어서 오랜만에 어쿠스틱 기타를 들었습니다. 데뷔 초기에는 자주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했지만 최근에는 노래에만 주력하는 그녀였는데, 그래서 오랜만에 잡는 기타라 좀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소곳한 통기타 소녀가 빙의한 그녀는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다'와 '익숙한 새벽 3시'를 들려주었습니다. 잔잔한 그녀의 모습 오랜만이지만 나른한 봄날의 소풍에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곡은 제목 때문인지 별이 빛나는 밤에 들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네요.

3종 세트의 마지막은 바로 새로운 숫자들과 합체한 '발랄한 오지은'이었습니다. 그녀의 프로젝트 밴드였던 '오지은과 늑대들'은 현재 해체 상태여서 다시 무대 위에서 보기 어려운 상태인데, 숫자들의 도움으로 '오지은과 늑대들'의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오지은과 숫자들'의 결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 '9와 숫자들'과 함께 '그림자궁전'의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경쾌한 락넘버 두 곡, '사귀지 않을래'와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내게 가르쳐줘'를 들려주었는데,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발랄하고 명랑한 그녀의 모습은 남자팬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보았던 그녀의 모습 가운데 최고의 공연으로 뽑고 싶네요. 길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모든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는 노련미가 느껴졌습니다.

1부의 마지막은 '홍대 소방수'라는 별명을 최근에 얻은 '이영훈'의 무대였습니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았다면 '홍대 소방수'라는 별명에서 쉽게 눈치챌 수도 있겠는데, 뜨거워진 분위기를 차갑게 식히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밴드 구성을 위해 역시 세션 돌려막기가 있었는데, '로로스'의 드러머 '도재명'과 기타리스트 '최종민', 그리고 키보드 '연진'으로 본 공연자보다도 화려한 세션 밴드의 모습이었습니다. '빵'의 공연일정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의 이름이었지만, 제대로 공연을 보는 일은 처음이었는데, 왠지 구수한 음악을 들려줄 것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노래들을 들려줍니다. '하품', '봄의 고백', '그저 그런 오후',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 등, 아마도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는데도 낯설기보다는 공감을 할 만한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긴 공연 일정 때문에 약간의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고 2부의 순서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포스트락 밴드의 무대였고 첫 번째는 '전자양'이었습니다. 인디 음악을 들으면서 이름으로만 들었던 뮤지션이고 공연을 볼 기회도 없었지만, 포스트락을 하는 뮤지션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전자양'의 얼굴도 몰라서 '프렌지'와 '마이티 코알라'의 돌려막기 세션이 올라와서 무슨 팀인가 어리둥절했는데, 나왔던 밴드들과 나올 밴드들을 제외하고 나니, 남는 뮤지션은 전자양 뿐이었습니다. '봄을 낚다' 등 기존의 곡들을 포스트락으로 편곡해서 들려주었다고 생각되는데, 댄서블한 포스트락으로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드디어 세션으로 혹사한 기타리스트 '유정목'의 본래 소속인 '프렌지'의 순서였습니다. '마이티 코알라'을 시작으로 '9와 숫자들', '오지은', 그리고 '전자양'까지 이미 공연의 절반이 넘는 시간동안 기타를 연주한 그에게는 마지막 순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혹사의 후유증이 드디어 나타나는지, 본인 밴드의 곡이 잊어버리는 사태(?)가 결국 발생하였습니다. 이 무대에 서기 얼마전에 모 방송국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인지 '프렌지'에 대한 반응은 더욱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9와 숫자들'과 같은 '튠테이블 무브먼트' 소속이라 같은 무대에 자주 서기에 공연을 몇 번 보았지만 곡의 제목은 모르겠더군요. 그렇지만 프렌지의 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밴드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런던 대공황'은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팀은 멤버들의 군문제를 해결하고 6인조로 활동을 시작한 밴드 '로로스'였습니다. 기존 국내 밴드들에게는 듣기 힘든 스케일과 서정성으로, 이미 여러 페스티벌에 단골 손님이라고 할 수있는데, '봄철의 낭만'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원래 7시 즈음 마칠 예정이었지만 조금씩 지연되면서, 로로스가 세팅을 시작했을 때 이미 해는 서쪽 하늘에서 지고 있었고 어둠이 드리워졌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로로스의 공연이었는데, 신곡들이 많아서 더욱 알차게 느껴진 공연이었습니다. '방안에서', 'Pax', 'Dream 1'같은 앨범 수록곡들 외에도 신곡으로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춤을 추다', 'You'와 같은 신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로로스'다운 스케일이 느껴지는 공연이었지만, 기존 곡들의 완성도에 비교한다면 신곡들은 아직 덜 다듬어졌고 로로스만의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다듬어져서 다음 앨범에서 만날 수 있겠죠? 곡수는 많지 않아도 한 곡 한 곡이 꽤 긴 편이라, 해는 완전히 지고 밤하늘에는 별이 보일 정도로 어두워졌습니다. 춘천 어린이 회관 야외무대에 모였던 관객들 모두 앵콜을 원했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야했습니다.

'봄철의 낭만', 최근 각종 페스티벌이 난무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붐비지 않는 교외에서 제 취향에 맞는 밴드들이 가득한, 정말로 알찬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기획 공연이 이번 봄 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에도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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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16:34 2012/06/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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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에 각종 페스티벌이 난립하기 시작한 5월, 페스티벌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트위터를 통해 그런 고민을 해결해줄 공연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봄철의 낭만"이라는 제목으로, 요즘 이틀이 대세인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단 하루, 오후에만 열리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9와 숫자들', '오지은', '로로스', '연진' 등 제가 좋아하거나 보고싶은 팀들로 이루어진 '종합선물세트'같은 라인업이기에 망설임 없이 예매했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공연장이 서울 홍대 근처의 클럽이 아닌,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춘천 어린이 회관'의 야외무대라는 점이죠. 제가 있는 곳에서는 편도로만 260km 가까이 되는 상당히 먼 거리니까요.

"봄철의 낭만"은 밴드 밴드 '마이티 코알라'를 중심으로 '밝고 건강한 아침을 위하여'(줄여서 '밝건아', 마이티 코알라의 데뷔앨범 제목이기도 합니다.)라는 모임에서 '봄 소풍'을 컨셉으로한 공연입니다. 장소가 춘천이기에 오후2시부터 7시까지로 예정된 공연 티켓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춘천까지 왕복 차편과 점심식사가 포함된 일종의 '여행상품'같은 패키지도 예매가 가능했습니다. 드디어 5월 19일이 되었고 저는 먼 거리를 운전해야하기에, 더구나 교통체증을 예상되는 서울을 우회해서 국도로만 춘천까지 가기로 했기에, 새벽에 일어나서 간단한 식음료를 챙겨 출발했습니다. 국도이기에 무려 5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춘천 어린이 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가평에서 주유를 했는데 다행히 경유는 제가 주로 가는 도시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고, 셀프세차 비용도 저렴하여 (예비세차 500원에 1분30초!) 오랜만에 세차도 하고 비교적 넉넉하게 도착했고,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춘천 어린이 회관의 위치는 춘천에서도 상당히 외각이어었기에 "왜 이런 곳에서 공연을 하나?"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회관 뒤쪽 정원과 그 넘어 펼쳐진 북한강의 풍경은 그런 의문을 한 번에 날려버렸습니다. 혼자 와서 보는 것이 너무나 아까울 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고, 날씨도 너무나 좋아서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먹는 도시락 너무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내려쬐는 햇살은 대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햇살을 그대로 받는 야외무대의 모습은 공연관람의 쉽지 않음을 예상하게 했죠.

첫 순서는 바로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보컬 '연진'이었습니다. '라이너스의 담요'나 '연진'의 노래는 많이 들었지만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첫 무대부터 공연을 도와주는 '세션'의 돌려막기가 시작되었는데, 연진은 역시 공연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영훈'을 기타세션으로 함께 했습니다. 'Labor in Vain'과 'Misty' 같이 분위기있는 곡들과 너무나도 유명한 'Picnic', 듀엣곡이지만 혼자 부른 'Gargle'을 들을 수 있었고, 그녀가 EBS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곡으로 '승수'(원래는 '프랭키'나 마이티 코알라의 멤버 '승수'가 곰을 닮아서)와 '쿠키송'을 들려주었습니다. 커버곡으로 'Cheek to cheek'이라는 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발랄한 모습은 '봄 소풍'에 딱 어울리는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녀가 아이폰을 잃어버려 분노했던 점과 그런 그녀를 놀리던 세션 이영훈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마이티 코알라'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클러 빵'에서 공연을 한 번 보았고, 멤버들의 학업 문제로 자주 활동하기 어려웠던 밴드로 아는데, 작년에는 데뷔앨범도 발표하고 공연도 시작했나봅니다. 오래전의 기억으로는 밴드 이름처럼 귀여운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시니컬한 곡도 부르는 밴드더군요. 드러머 '유병덕'은 바로 멤버 변동이 잦았던 '9와 숫자들'의 현재 드러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돌려막기 기타 세션으로 역시 '9와 숫자들'에 합류했고 원래 '프렌지'의 멤버인 '유정목'이 등장하였고 앞으로 쭈욱 등장하게 됩니다. 한 번 보았던 예전 공연에서도 신선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Bob', '에이프릴', '매일매일 누워' 같은 곡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시스트가 메인보컬인 '고속도로'는 시니컬한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 밴드는 바로 제가 먼 춘천까지 갔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9와 숫자들'이었습니다. 작사/작곡 및 보컬을 담당하는 '9'를 비롯하여 '9'와 함께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베이시스트 '꿀버섯', 그리고 앞선 무대에 섰던 두 사람 '마이티 코알라'의 드러머 '유병덕', '프렌지'의 '유정목'의 구성은 작년에 보았던 공연들과 같았습니다. 결성 후 첫 앨범 발표까지 멤버 변동이 잦았는데 이제는 현재의 멤버로 안정을 찾은 모습이네요. '9와 숫자들'이 들려주는 말랑말랑한 감성은 화창한 봄날, 듣는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준비중이라는 EP는 올해는 진짜로 나올 모양인지 신곡들이 많았는데, 1집 수록곡 '말해주세요'를 제외하면 모두 1집 미수록곡 및 신곡이었습니다. 9와 숫자들의 매력은 청승맞은 가사를 세련된 밴드 사운드로 포장한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매력에 걸맞게 EP에 수록된다면 타이틀이 될만한 '깍쟁이'를 시작으로, '그대만 보였네'와 컴필레이션 수록곡 '서울 독수리'같은 신곡들과 솔로 '9'의 공연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 '착한 거짓말'과 '북극성'은 밴드 사운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착한 거짓말'은 솔로 기타. 정말 춘천까지 가는 수고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습니다. 다만 공연 팀 수가 많기에 많은 곡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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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http://youtube.com/bluoxetine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12/06/07 16:12 2012/06/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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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궁전'의 리더, '9'의 또 다른 도전 '9와 숫자들'.

밴드 '그림자궁전'이 2007년 1집을 발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한 활동정지에 들어간 동안,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멤버라고 할 수 있는, '9', 'stellar', 그리고 '용'은 각자 다른 밴드에 몸담고 있으며, 그 중 밴드 그림자궁전를 결성하고 정체성을 만든 리더 '9'는 또 다른 밴드의 리더로 곡을 쓰고, 음반 작업을 하고 간간히 공연을 해왔죠. 그 밴드의 이름은 '9와 숫자들'로 본인의 닉네임(9)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사실 9에게는 이번 앨범이 세 번째 1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1집만 세 번 냈다고 했던 뭐 가수처럼 말이죠.) 이제는 '장기하와 얼굴들'로 유명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시작과 함께한 포크 4인조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이하 청포협)'의 멤버 '9'로서 1집이자 마지막 앨범 '꽃무늬 일회용휴지/ 유통기한'에 참여하였고, 역시 '그림자궁전'의 1집이자 마지막 앨범이 될지도 모르는 앨범 '그림자궁전'으로 '두 번째 1집'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 '9와 숫자들'로 '1집만 세 번째'라는 흔하지 않은 경력을 완성했습니다.

'청포협'이 멤버 개개인의 사정으로 앨범 발매 후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없었기에 인디씬에 관심이 조금 있는 분들이라면, 그의 이름은 '그림자궁전'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알고 있을 법합니다. 하지만 9는 그림자궁전 활동 중에는 틈틈히 '포크가수 9'로서의 곡작업 및 '홍대앞 프리마켓'과 '클럽 빵' 등지에서 공연을 하면서, 그림자궁전과는 다른, 또 다른 음악세계로의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사실 게을리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정진의 결과물이 '9'라는 이름들 단 솔로 앨범이 아닌, '9와 숫자들'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했습니다.

'9와 숫자들'에 대한 흥미는 이런 9의 음악 활동 경력에서 나옵니다. 밴드 그림자궁전에서 stellar를 프런트로 내세우고 '그림자'처럼 활약했던 점과는 다르게 직접 프런트로 나서고 있고, 닉네임을 밴드 이름의 맨앞에 넣음으로서 '포크가수 9'의 연장선 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곡 '그리움의 숲'은 그림자궁전이나 포크가수 9를 생각했을 때, 상당히 상큼한 출발을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영미 인디씬의 포크팝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맑은 로우파이(Lo-Fi) 사운드는 이 앨범이 지향하는 '복고'라는 지향점을 들려줍니다. 뛰어나지 않지만 곡 분위기에 적절한 보컬, 충분히 시적인 가사와 꼭 찬 밴드 사운드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향수로 가득합니다. '너'를 거룩한, 심오한 등으로로 신격화 숲의 초록과 빨간 모자, 빨간튜브 등 빨강이라는 선명한 색의 대비는 농밀한 그리움과 어우려져 청자의 감각을 사로잡습니다.

이어지는 '말해주세요'는 가벼운 팝-락풍의 연가입니다. 좀 더 단백한 9의 목소리로 불려지는 진솔하고 담백한 가사는, 사랑의 무게가 가벼운 이 시점에서, 90년대 이전에 느낄 수 있었던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다시 느낄 수 있게합니다. 가사에 진솔함에 비해, 경쾌하고 조금은 유치하게 들릴 수 있는 연주가 재밌습니다.

'오렌지 카운티'는 제목에서 재치가 느껴집니다. '오렌지족'으로 유명한 '한국의 오렌지 카운티'는 바로 압구정으로, '오렌지족'는 추억 속의 단어를 차용했다고 하겠습니다. 묵직한 타악기 소리는 댄스 플로어의 뜨거운 비트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그 무대 위에서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은 그 시절 순박한(?) 청년의 모습을 엿보게 합니다.

이어지는 곡은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지면서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석별의 춤'입니다. '석별'과 '춤'이라는 대비되는 이미지로 인해 이 곡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애틋한 이별의 곡이 되어야하겠지만 춤이라는 부분에 충실하여, 이 앨범에서 가장 댄서블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리지 부기'는 대학생활의 로망을 노래한 트랙으로, 다분히 선정적으로 오해를 살만한 가사들이 숨어있습니다. '슈거 오브 마이 라이프'는 어렵지 않은 가사로 확실한 의미를 전달하는 사랑 노래입니다. 비장한 느낌의 연주로 시작하는 '삼청동에서'는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경쾌한 '옛날 얘기'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심각해지는 '실낙원'도 그 비장함을 이어가네요.

이미 '그림자궁전' 활동과 병행했던 포크가수 '9'의 곡으로 알려진 '이것이 사랑이라면'은 '9의 숫자들'의 앨범을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난 하지 않겠어요'으로 사랑의 환희와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낸 가사는 '9식 화법'의 정수가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중한 가사와 달리, 조금 가볍고 경쾌한 연주의 대조도 인상적입니다.

'선유도의 아침'은 시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댄스의 느낌이 충만한 트랙입니다. 그 흥겨움에 푹 빠져서 후렴구 '그래 없었던 일로 해 난 원래 그런 놈이니까'를 따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몰라요. '연날리기'는 그 흥겨움을 이어가면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더불어 연날리기를 통해 세태를 비판하는 정신이 돋보이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디엔에이'는 '그림자궁전'의 소위 '과학 시리즈' 곡들를 연상시키는 제목입니다. 가사 내용은 참으로 과학적인 단어인 'DNA'와는 경원하게 들릴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와 나의 몸속 너무 깊은 곳'에 있는 그것을 DNA에 비유한 재치에 감탄하게 됩니다. '낮은 침대'는 앨범을 마지막 트랙으로 마지막의 느낌처럼 '난 도망가버릴 거에요'라는 외침이 인상적입니다.

포크, 팝, 락, 댄스가 녹아든 '9와 숫자들'의 동명의 데뷔 앨범은 '그림자궁전'과는 전혀 다른 스펙트럼의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그 멀어보이는 두 간극 사이에 존재하는 '9의 음악적 DNA'에는 공통적으로 '복고'가 녹아있습니다. 요즘 음악보다는 80년대, 90년대 음악에 가까운 가사와 화법, 멜로디는 9의 감각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리를 펼쳐냅니다. 특히 댄서블한 사운드는 9가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던 같은 레이블 소속인 '흐른'의 앨범에도 감지된 부분으로, '그림자궁전'의 무기한 활동정지 후(혹은 그 이전부터) 감지되었던 9의 새로운 음악적 지향점이 아닐 하네요. '그림자궁전'의 데뷔 앨범에 이어 향후 2000년대의 처음 10년 동안 인디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을 음반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한 두 번째 앨범을 완성한 '9'에게 경의를 표하며 별점은 5개입니다.

2010/10/16 21:30 2010/10/16 21:30
비호

보다에서인가 인터뷰를 보니 뭐랄까 9씨도 사연이 많은 밴드 생활인거 같아요. 그림자 궁전이든 숫자들이든 잘되길 바래봅니다.

bluo

안녕하세요~! 그런 인터뷰가 있었군요. 찾아봐야겠어요! 무엇보다도 어떤 밴드든 오래 오래 해주었으면 바람이 저에게는 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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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로 홍대 앞 인디씬에서 중요 레이블로 급부상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도서 발매 기념으로 열리는, 총력 레이블전 제 1탄 '다시 포오-크의 시대다!'가 10월 16일 홍대 앞 'V-hall'에서 있었습니다. 이 공연의 부제는, 그 유명한 모토를 패러디한,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vol. 11'이기도 합니다.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도서 발매를 기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 공연이 더 중요했던 점은 바로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이하 청포협)'의 참 오랜만에 공연이라는 점입니다.

'청포협'은 붕가붕가 레코드 초기 시절, 처음으로 12트랙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4인조 남성 포크 팀으로 '청년실업'과 더불어 이제는 공연을 보기 힘든 밴드이고, 청포협의 1집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은 이제 구하기 힘든 희귀음반이되었습니다. 더구나 청포협의 네 사람이 함께 한 무대에서 공연한 역사가 없기에 더욱 특별하다고 하겠습니다. 2005년에 발매되었으니 4년 만에 진정한 음반 발매 콘서트를 연다고 할까요? 이제는 구할 수 없는 1집을 대신해서, 공연에 온 사람들에게 한정적으로 4개의 트랙을 선곡한 미니앨범을 판매한다고 하니, 1집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금요일 오후 8시에 시작으로, 비교적 늦은 시간에 시작된 공연은, '청포협'의 한 명이자 잠정적으로 해체한 밴드 '그림자궁전'의 리더였던 '9'의 새로운 밴드 '9와 숫자들'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9와 숫자들'로 그동한 멤버 교체가 있었고 한창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귀에 익은 '말해주세요'가 첫 곡으로, '솔로 9'로서 보여주었던 포크적 감성이 이어지는 곡입니다. 이어 압구정(?)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오렌지 카운티', 유치하면서도 사뭇 진지한 가사와 상당히 철학적인 제목의 '그리움의 숲'이 이어졌습니다. 게스트로서는 상당히 긴 공연 시간을 보냈는데, 특별한 이벤트로 도서 증정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Sugar in my life'로 역시 솔로 9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9의 얼굴들'의 음악적 이미지는 인디팝-락의 감성을 이어가면서도, 세련된 화법이라기 보다는 80년대 음악이나, 80년대 이전의 미국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인디음악의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자궁전에서는 서브보컬이었던 9가 메인보컬을 담당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모습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현재 멤버는 초기 멤버라고 할 수있는 홍일점 여성 드러머 7, 어리지만 뛰어난 음악 센스를 갖고있다는 키보디스트 8과 '로로스'에서 빌려온 베이시스트 1, 기타리스트 6, 그리고 보컬 및 기타의 9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게스트 공연에 이어 붕가붕가 레코드 소속 밴드들의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순서는 바로 이름으로만 들었던 '불나방 스타 소시지 클럽'이었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름을 패러디했다는 소문이 있기에 상당히 분위기 있는 음악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기대는 등장에서부터 무너져내렸습니다. 바로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한 6인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각각 병아리 감별사(보컬), 스키강사(멜로디언), 3천년 정통의 중국 발맛사지사(베이스), 4대강 공사장 인부(퍼커션), 태릉인(드럼), 그냥 외국인(기타)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장은 단지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습니다. 현 가요계의 세태를 비꼬는듯, 동종 업계 음악들의 무단 샘플링으로 얼룩진(?) 곡 '아으어우아으아'는 너무 얌전한 곡이었습니다. '원더기예단'이라는 곡에 이어 만화주제가풍의 '마도로스 K의 모험'이 이어졌고 '다음 시간에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익숙한 동요 '악어떼'를 재구성하여 '사회의 폭력'에 대해 노래하는 '악어떼'에서는 떼창 시간이었죠.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독수리'와 앵콜곡이자 랩이 가미된 '석봉아'를 들으면서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붕가붕가 레코드가 이끌어가는 새로운 혼합 장르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처음 보게되기를 기대했던 팀은 '청포협'만이 아니었고 바로 두 번째 메인인 '청년실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이제는 록큰롤 스타가 되어버린 장기하가 몸담었던 밴드로 더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청년실업의 음악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근간이 될 만한 소리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장기하 외에도 두 멤버는 '목말라'와 '이기타'였는데 이기타는 과거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와 함께 '프리마켓' 공연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청년실업'이라는 밴드 이름다운 곡 '쓸데없이 보냈네'로 시작되었습니다. 허무한 하루를 한탄하는 듯한 이기타의 탄식 혹은 울부짖음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이제 한 사람은 로큰롤 스타가 되었고 다른 두 사람도 나름대로 직업이 있기때문에 '청년실업'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모순이 되어버렸고, 목말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바로 '청년취업'이 아닌 '청년시럽'이었죠. 언어유희로 한국어의 묘미라고 할까요?

헤어진 애인을 냄새를 통해 회상하게되는 웃지못할 비극을 노래하는 '냄새나요', 진지한 나레이션이 인상적인 '착각', '장기하와 얼굴들'이 불러 더 유명해진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까지 한 곡 한 곡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점을 찍은 곡은 바로 앵콜곡이었습니다. 그 전에 원래 준비했지만 하지 못하게된, 이기타가 만든 비운의 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나코에서 생긴 일'이라는 곡으로 이기타 솔로로 들을 수 있었고, 데모로 듣고 좋지 않았다던 장기하의 뒷수습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앵콜곡은 바로 '포크레인'이었습니다. 음악장르를 뜻한느 '포크(folk)'와 식사도구인 '포크(fork)'의 같은 발음과, 비를 뜻하는 '레인'을 더해 건설기계인 '포크레인(굴삭기)' 혹은 '포크음악의 비'를 뜻하는 '포크레인'의 언어유희를 펼쳐나가는 곡입니다. 이기타와 장기하가 주고받는 딴지는 또다른 묘미였죠. 장기하는 과거의 후덕함을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포협'의 무대였습니다. 청포협 혹은 '관악청년포크협의회'는 '9', '치기 프로젝트', '그린티바나나', '언팩트그레이'이로 4인조 밴드로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인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을 발표하고 '치기 프로젝트(이후 '도반', 현재 '생각의 여름'으로 활동)'의 군입대로 네 사람의 함께 무대에 오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세 사람도 거의 함께 공연하지 못하고, 자주 둘둘 짝을 의루어 공연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죠. 저는 프리마켓에서 9와 그린티바나나가 '청포협'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더불어 2000년 이후의 홍대 앞 인디씬의 역사에서 족적을 남길 만한 두 밴드, '그림자궁전'과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각각 9와 그린티바나나)를 배출했다는 점만으로도 청포협의 의미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청포협을 그렇게 기다리던 이유는 그 의의에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청포협의 이름을 걸고 그들이 들려준 음악들은 추억으로 묻혀두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치기 프로젝트'의 '습기'를 시작으로 4년을 기다려온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치기 프로젝트의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9는 일렉기타를, 다른 세 사람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앉아있었죠. 치기 프로젝트의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9의 일렉기타와 다른 두 사람의 코러스가 돕는 형식이었고, 다른 곡들에서도 한 멤버의 곡을 다른 세 멤버들이 돋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어 '그린티바나나'의 타이틀곡 '꽃무늬일회용휴지'가 이어졌습니다. 90년대 가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답게 이 밴드 음악의 근간이 느껴지는, 가요에 가까운 대중적인 포크음악이 그린티바나나의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목에서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청승이 조금 느껴지지 않나요?

드디어 '언팩트그레이'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게되었습니다. 현재 장르는 제 각각이지만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계속가는 세 사람과는 다르게, 대기업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그의 오랜만에 공연이기에 더욱 특별했죠. 그의 첫 곡은 바로 '내 모습'이었는데, 그린티바나나와 마찬가지로 90년대 가요에 가까우면서도, 그린티바나나보다는 좀 더 세련된 서정성이 더 두드러지는 점이 언팩트그레이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청포협 멤버로 화장실이 급했던 '9'의 곡이 두 곡 이어졌습니다. 9는 다른 세 멤버와는 다르게 좀 더 거친 포크음악을 들려주는데, 본인의 과거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좀 더 진정한 포크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합니다.여백의 미가 강한 음악이 9의 매력이구요. 유명한 동요 '과수원길'이 첫 곡이었는데 중간에 그린티바나나의 돌발행동 때문에 진지한 분위기는 폭소로 물들었고, 덕분에 따라부르기 시간이 별도로 이어졌습니다.

9의 두 번째 곡은 '간격은 여전히 한 뼘'으로 가사보다 한숨같은 허밍에 더 많은 의미(제목같은 두 사람 사이의 간격)가 느껴지는 곡이죠. 그린티바나나의 감미로운 포크+발라드 '4', 얼마전에 '생각의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한 치기 프로젝트의 앨범 타이틀 곡 '말'이 이어졌고, 마지막 곡은 정말 꿈만같았던 네 사람의 무대를 대변하는 듯한 언팩트그레이의 '꿈만같던'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앵콜곡이 이어졌죠. 무려 두 곡이나! 8090세대를 위한 두 곡이었는데 한 곡은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싱얼롱을 위한 적절한 배려였죠. 하지만 두 번째 곡은 바로바로 '공일오비'의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이건 싱얼롱도 싱얼롱이지만, 이 곡은 '눈물'과 '마지막'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나 합니다. 정말 눈물 흘릴 뻔 했으니까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그 노랫말처럼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이름을 건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포협과 우리들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한 뼘'이니 어떤 '말'보다 강한 그들의 음악, '4' 사람의 모습으로 '꿈만 같던' 공연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리고 희귀반 청포협 1집을 들고가서 네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1집에서 특별히 선곡한 미니앨범을 두 장 입수하였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청포협이 일 년에 한 두번, 혹은 한 계절에 한 번 정도는 공연을 하고 가끔 음반도 내서 주머니의 총알들을 빼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20 00:29 2009/10/20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