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작자미상

그동안 뱉었던 말들을 쓸어 담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사치스럽게 배워버려 내것이 될수 없었던 말들을
미련없이 주워 담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제는..
이제는 배웠던 말들을 지울 시간입니다.
그대가 나를 지웠듯이 나도 나를 지우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할 말이 많은 나로서는 힘든 고통이지만
이제는 가슴에 담아 둘수밖에 없습니다.
벙어리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사랑으로 그대에게 받아들이지지 못하는데
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 아십시오
나 이제부터 벙어리가 됩니다.
지루했던 기다림을 참아오며
안식할 곳 찾아 방황하던 머언 여정의 마지막에
그대가 내 종착역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인정하겠습니다.
이젠 더도 떠날 기운도 없거니와
또다시 돌아올 허탈한 귀로가 두려워
나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행여 누군가 창을 두드린다면
문은 열어 주겠습니다.
그대이길 바라고 문 열어
그대가 아니래도 실망은 하지 않으렵니다.
어차피 돌아 올 그대라면
떠나지도 않았을 사람인 줄 알기에....
추억의 늪을 헤엄 쳐 망각의 강에 나를 던지겠습니다.
그런다고 쉬이 놓아줄 당신은 아니겠지만,
이만큼 아파했으니 됐다고 여기시고
나를 놓아주십시오.
사랑으로 다가선 나에게
눈물 가득한 기다림만을 남겨주신 그대.
이젠 나를 놓아 주십시오.
내 곁을 떠나셨듯이,
내 기억에서도 떠나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