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트 연대기' 삼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호박색 망원경(the Amber Spyglass)'.
책 앞쪽에 라이센스 내용에 관한 부분을 우연히 보다 알게 되었는데 이 삼부작의 원제는 'His dark materials'란다. 원제는 왠지 미스터리나 공포물일 법한 것이 판타지 소설의 제목으로는 '꽝'이라는 생각이 든다.
1편의 '황금나침반'이나 2편의 '마법의 검'처럼 '호박색 망원경'도 제목으로 선정된 아이템이나 상당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섣부른 추측이었다. 앞선 두 아이템의 무게감에 비하면 '호박생 망원경'이 제목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억지로 끼워맞춰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물건의 주인 '메리 말론'은 주인공급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결론에 이르는 중요한 마지막 한 조각을 제공함에는 틀림 없다.
2편 마지막에 기대되었던 장엄한 전투는. 텍스트만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시 만난 '리라'와 '윌'의 모험과 다른 차원의 전혀 다른 지성체 '뮬레파'들과 생활하는 메리의 모습은 나름대로의 재미를 부여한다.
신화와 성경을 빌려 만들어낸 필립 풀먼의 세계는 생각하면 할 수록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한 상상력이라는 감탄이 나올 만하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신'과 '종교'에 대한 조롱 이 3권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수 많은 종교들이 약속한 천국과는 거리가 먼 사후 세계와 죽어가는 늙은이인 '절대자'의 모습은 그 절정이라 하겠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르고 차원의 문을 만들 수 있는 마법의 검이 '더스트'에 일어나는 혼란의 원인이었고 차원이 문이 열릴 때마다 반대 급부가 생기다는 진실은 '등가교환의 법칙'을 떠오르게 했다. 어른이 되면서 알레시오미터를 다룰 수 없게 되는 리라의 모습과 더스트의 이동은, 어른이 되면 상상력 혹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의 세상에서만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세계와 차원의 규칙, 그리고 결국 각자 자신들의 세계에서 이상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결론는 무자비하고 눈 먼 종교에 현혹되어 자신들의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2008/02/25 23:26
2008/02/25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