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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을 달관하고 잊을 만하면 새로운 음반을 내는 점이 이 밴드의 매력일까요? 충격적이었던 EP 'A preview'를 발표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데뷔앨범 'Colorful express'가 발표되었던 것처럼, 잠시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던 페퍼톤스가 슬며시 두 번째 정규앨범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1집과 2집 사이의 간격은 지난 간격보다 더 길어졌네요.

'New standard'라는 평범하면서도 대범한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새로운 표준'이라니. 그만큼 페퍼톤스의 두 멤버, '노쉘'과 '사요'는 자신이 있는 걸까요? 사실 그것 보다도 이 밴드가 해체되지 않고 다시 앨범을 들고 찾아왔다는 점만으로도 기쁠 뿐입니다.


'Now We Go'는 페퍼톤스만의 자기자기하고 상쾌한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오프닝 곡입니다. 슈퍼마리오같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배경음악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그런 매력, 바로 반짝이는 페퍼톤스의 매력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하네요.


'Balance!'는 페퍼톤스의 팬들에게는 친근한 목소리, 바로 베이시스트 '노쉘'이 보컬을 들려주는 곡입니다. 공연에서는 베이스와 보컬을 같이하려면 손가락이 꼬인다고 했었던 그가 2집 발매 후 시작될 공연에서 이 곡을 어떻게 보여줄지 살짝 기대가 되네요.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balance라는 제목이 조금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네요.


'해안도로'라는 상쾌함과 질주감을 느끼게 하는 제목은, 1집의 'bike'나 컴필레이션 '강아지 이야기'에 수록되었던 'hotdog!'에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페퍼톤스'의 마스코트와 같았던 'deb'이나 보컬의 비중에서 그녀와 버금갔던 'WestWInd'가 아닌 목소리는, '아마추어'같으면서도 신선합니다.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페퍼톤스의 상큼함에는 부족하지 않다고 할까요?


'오후의 행진곡'에서는 다시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바로 페퍼톤스와 EP때부터 함께한 대표 객원 멤버인 'WestWind'의 목소리입니다. 또각또각 튀는 듯한 보컬의 느낌은 1집의 '남반구'의 천진함에 이어집니다. 2분 30초라는 길지 않은 재생시간에서 '짧막한 한 낮의 여유'같은 아쉬움이 느껴지네요.


'We are mad about flumerides'는 마지막에 사정없이 하강하는 '후룸라이드'같이 정신 없이 흐리는 연주곡입니다.


'Diamond'는 '페퍼톤스다움'을 정의하는 곡입니다. 기타 리프와 적절한 스트링 그리고 변형된 '노쉘'의 목소리는 그 페퍼톤스다움의 '대표 양념'들이 아닐까 하네요. 어쩐지 이 듀오는 점점 일렉트로니카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목이 없는 트랙은 바로 뒤에 이어지는 앨범 타이틀 곡의 인트로 트랙입니다.

'New Hippie Generation'는 타이틀 곡이면서도 의외의 인물이 보컬을 들려줍니다. 바로 '페퍼톤스'의 두 남자 중 한 명 '사요'입니다. 지금까지 '페퍼톤스'의 대표 이미지가 된 명량 만화같은 상상력과 사운드를 탈피한, 보다 현실적인 느낌의 락 사운드가 중심된 또 다른 매력을 들려줍니다. 한국 가요에서는 듣기 힘든 '여유로움'이랄까요? 일본 인디씬의 음악을 들으며 부러웠던 그런 젊은 시절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유약한 패기'라고 표현할 만한 외침은 지금을 살고 있는 한국 청년들 대다수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Galaxy tourist'는 제목에서 어떤 영화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물론 다른 분위기의 곡이지만, 1집의 'fake traveler'도 불현듯 떠오릅니다. 귀여운 '연진'의 목소리와 만난 '페퍼톤스'라는 전혀 상상도 못한, 어찌보면 '환상의 만남'이라고도 할 만한 조합입니다. 귀여운 보컬과 함께하는 편안한 사운드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아 은하수를 향해 간다'는 감미로운 가사도 음미해 볼 만 합니다.


'불면증의 버스', 페퍼톤스답지 않은 어쿠스틱한 느낌이 독특한 곡입니다. 성숙해진 페퍼톤스가 느껴집니다. 이제 천진난만한 느낌의 페퍼톤스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되겠습니다.


'Drama', 강렬한 오프닝과 시작되는 이 곡에서 유일하게 'deb'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같은 목소리가 부르지만, 가사는 1집 타이틀 'Ready, get set, go!'와 다르게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21세기의 마법(21st century magic)' 속에 살던 두 소년은 이제 청년이 되었습니다. 변화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변화가 반갑습니다.


'비밀의 밤', 처음부터 질주하는 사운드가 시원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사요'의 메인보컬에 대한 야심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Arabian night'는 앞선 곡에 이어지는 '밤(night)'에 대한 곡으로 제목부터 특이하고 내용물 역시 그렇습니다. 앨범 전체에서 페퍼톤스의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느껴집니다.


앨범 제목과 같은 'New Standard'로 2집은 문을 닫습니다.


이번 앨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EP나 데뷔앨범과는 달리 바로 두 멤버가 보컬의 상당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사가 있는 트랙 10곡 중 절반이 넘는 6 곡을 두 멤버가 나누어 부르고 있습니다. 더구나 나머지 4곡의 보컬이나 코러스로 참여한 이름들을 보아도, 페퍼톤스의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다가왔던 'deb'이나 'WestWind'의 이름은 한 곡씨에서 밖에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페퍼톤스는 이 밴드의 진정한 balance를 찾은 것이 아닐까하네요. 너무나 짙은 '객원보컬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페퍼톤스'의 자아를 찾는 일, 바로 페퍼톤스의 '새로운 표준(New standard)'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길이 바로 이 전도유망한 밴드가 장수할 수 있는 바른 길이겠구요.

지난 음반들의 상큼한 감각에 푹 빠진 사람들에게는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변화하는 모습과 더욱더 진화할 '페퍼톤스표 음악'을 지켜볼 인내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밴드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억될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점점 더 성장해 갈 페퍼톤스를 응원합니다. '페퍼톤스다움'을 완전히 놓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점점하게 녹여 나간 두 번째 앨범 'New Standard', 별점은 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