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뮤직의 '여성 솔로 뮤지션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희정'의 데뷔 앨범과 '타루' 데뷔 미니 앨범에 이어 발매되는 시리즈의 세번째 '요조'의 데뷔 앨범 'Traveler'.

거물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로 '떠오르는 별'로 등극한 '요조'의 솔로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에 featuring으로 빛을 냈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이름을 건 홀로서기 앨범 'Traveler'를 통해 어떤 그녀만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줄지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뒷머리카락을 쓸어올린 멋진 뒷모습의 자켓과 함께 앨범 'Traveler'를 여행해 보겠습니다.

첫곡 'Giant'는 편곡으로 참여한 '캐스커'의 '이준오'의 일렉트로닉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전자음들은 미래적 느낌과 신비함을 느끼게 하고, 은은한 오르간 연주는 엄숙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풍스러움까지 감미합니다. 날아도 날아도 볼 수 없는 모습, 어디에나 있지만 볼 수 없는 공기처럼 이미 '너'라는 그 큰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fly away'라는 갈망과 그 안에 있길 소망하는 기도같은 느낌은 이율배반입니다.

보사노바와 만난 요조는 넉넉한 분위기의 '아침 먹고 땡'을 들려줍니다. 동요(?)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과 가사에서 함께 이름을 걸고 앨범을 냈던 소교모 아카시아 밴드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까지 깨어있는 동안 자꾸 떠오르는 모습에 대한 그리움을 수줍게 노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외였던 타이틀곡 '에구구구'에서는 'Sentimental Scenery'이 편곡으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이미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타루'의 미니앨범에서 프로듀싱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Sentimental Scenery는 그의 방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끼게 합니다. 타루의 앨범에서 일렉트로닉한 감수성을 들려주었다면 이 곡을 통해서 더 편안한 팝적 감수성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에구구구'라는 재밌는 의성어는 웃음짓게 하지만 눈물짓게도 합니다. 몸이 아파서 에구구구, 마음이 아파서 에구구구...그 소리를 내는 너와 그 소리를 듣는 나, 두 사람의 기분이 바로 그렇지 않을런지요. 그렇기에 이 곡이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가득찼음에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 소리'는 이미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We will be together'에 수록되었던 트랙으로 앨범 버전으로 수록되었습니다. 편곡에 참여한 '관영'은 요조의 단독 공연에서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예고편에 삽입되면서 싱글로 이미 공개된 '모닝 스타'는 작곡에서 익숙한 이름-'히로노부 히라타'-이 보이는 트랙입니다. 밴드 'Swinging Popsicle'의 멤버이자 밴드 팝 느낌의 곡을 많이 작곡하는 '히로노부 히라타'는 이미 타루의 미니앨범에 'Yesterday'의 작곡으로 참여했고 요조의 앨범에서도 역시 달콤한 팝을 들려줍니다. 더불어 이제 설명이 필요없을 Sentimental Scenery의 손길까지 더해져, 요조의 보컬은 이른 아침, 덜 깬 잠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아 외로워'는 제목에서부터 요조의 솔직담백함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우아한 세션과 함께하는 밴드의 여유로운 연주와 이지린의 코러스가 어우러지며 묘한 요조표 째즈를 만들어냅니다. 가사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 했던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에서 들려주었던 '4차원 소녀'의 이미지도 느껴집니다. 이렇게 담백하고 환하게 외치는 '아 외로워'를 듣고 있으니, 정말 그녀가 외로운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Happy Birthday'는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가 편곡으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지나간 사랑의한 생일 축하곡일까요? 행복한 앞날을 바라는 기도처럼, 어두운 방에서 홀로 촛불을 지핀, 주인공 없는 케잌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눈 앞을 가리는 눈물을 통해 망막을 비취는 불빛처럼 아련하기만 합니다.

'바오밥나무'는 예상외로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트랙입니다. 지금까지 앞선 트랙들에서 들려준 푸근한 느낌과는 다른, 어두운 느낌의 요조도 그렇고 무겁고 긴박하며, 트립합 분위기의 연주도 그렇습니다. 높이가 20m, 둘레가 10m, 수령이 5,000년이나 된다는 거대하고 고고한 바오밥나무는 우주를 유명하는 거대한 우주선이 됩니다.

'Sunday'는 '재주소년'의 원곡이 요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태어난 트랙입니다. 원곡의 힘차면서도 조금은 거친 느낌은 요조의 목소리를 통해서 너무 부드러운 꿈처럼 들립니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노래한 가사는 28세(원곡에서는 24세)의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하모니카 소리(Belle Epoque ver.)'는 제목 그대로 '벨에포크'와 조우한 트랙입니다. 원곡의 소소하면서도 귓가를 간지럽히던 느낌은 벨에포크를 통해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곡으로 변신합니다.

무거운 피아노 연주와 시작하는, 마지막 트랙 '그렇게 너에게'는 이 앨범의 첫 곡 'Giant'와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Giant'와 마찬가지로 꿈같이 아련한 느낌이 서려있습니다. 그럼에도 'Giant'가 희망적인 기도였다면 '그렇게 너에게'는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과 체념이 서려있습니다. 그 아련한 느낌을 잘 표현하낸 요조의 보컬과 Sentimental Scenery의 편곡 모두 멋집니다.

캐스커, 허밍 어반 스테레오, Sentimental Scenery, 재주소년, 벨어포크 등 여러 뮤지션들과 조우하면서 완성된 요조의 'Traveler', 앨범 제목은 이런 조우라는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음악 여행자'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구성을 보면, 너를 찾아가는 여행의 노래들로 결국 'Traveler'의 의미는 '너를 찾아 떠가는 여행자'가 아닐까 합니다. 또 '나'를 비추는 '너'를 통해 그런 여행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겠구요.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온 그녀의 솔로 앨범 'Traveler', 한 곡 한 곡이 좋아서 건너뛰기할 트랙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홀로서기, 별점은 4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