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소녀가 집을 나섰을 때,
막 떠올랐던 태양은
어느덧 하늘 한가운데 떠있었어.
하지만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지.

그 때 소년의 마을 쪽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소녀는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그 모습에게로 달려갔지.
하지만 그 모습은 소년이 아니었어.

새하얀 왕관에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역시 새하얀 코트를 걸친,
살결이 너무나 창백한 점을 빼면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어.
그 모습은 소녀가 처음보는 사람이었어.
소녀가 들어본 적도 없는 모습이었어.

그 여인은 소녀에게 말을 걸었어.
"안녕, 이렇게 추운 곳에서 뭐하고 있니?"
소녀는 대답했어.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요."
"얼마나 기다렸니, 얼굴도 손도 다 얼었구나."
"아침에 나와서 지금까지요."
"춥겠구나. 이것 좀 먹어보렴."

놀랍게도 빈 손이었던 여인의 손에는
따뜻한 차와 맛있어 보이는 빵이 담긴
반짝반짝 빛나는 접시가 있었어.
소녀는 낯선 사람을 경계했지만
너무나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지.

차와 빵을 다 먹고 마신 소녀를 보며
여인은 만족한듯 웃으며 말했어.
"그 친구가 올 것같니?"
"네. 그럼요."
"그래? 과연 그럴까?"
여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했지.

그때 아주 멀리서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
하얀 입김을 내며 달리는 모습이었어.
바로 그렇게 기다리던 소년이었지.
"꼭 온다니까요."
소녀는 말했어.
여인은 웃으며 대답했어.
"어머, 오는구나. 하지만 많이 늦었네."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구나.
조만간 또 보자구나. 안녕."
여인은 알 수 없는 인사를 하며,
소년의 반대편으로 걸어갔어.
소녀는 인사를 하기 위해 뒤돌아 보았지만,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