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이수영의 새 앨범이 찾아왔다.
물론 올 초에 'Classic'이라는 색다른 스페셜앨범으로 팬들을 찾아왔었지만
타이틀이었던 '광화문 연가'를 제외하고는
이수영에게 기대했던 만큼을 보여주는 못한 듯하다.
(물론 판매량면에서는 이수영의 앨범답게 불황에도 상당했지만)
그리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벌써 6이나 되는 숫자를 달고 새 앨범이 찾아왔다.

음반시장의 장기 불황에도 30~40만장의 꾸준함을 보여주던 그녀의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도 이수영의 앨범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Intro부터 화려하다.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거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OST를 듣고 있는 것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intro인 September를 문뜩 '반지의 제왕'이 떠오른 건 나만의 생각인지...)
그 뒤 이어지는 일련의 발라드 곡들
'순간 - Andante - 휠릴리 - 너도 그런지... - 이별후 愛 이별'은
야구에서 강타자들이 포진한 초호화 타선을 연상시킨다.
정말 어떤 곡을 타이틀 곡으로 내새워도 될 만한 곡들이 이어진다.
'이수영식 블록버스터'라고 불러야 할까?

분위기를 조금 환기시키며 이수영의 가창력과 연주의 웅장함에 놀란(?) 귀를
조금 쉬게하는, 휘성의 곡들을 만들어주었던 김도훈와 최갑원의 '겁쟁이'
그 뒤 이어지는 interlude와 그나마 가장 잔잔한(?) 발라드 '꽃'까지...
정말 화려한 소리의 빛들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혼자짓는 미소'부터 느껴지는 이 삐걱거림이란...
제 멋대로의 색깔을 가진
'혼자짓는 미소 - 그는 알았을까.. - You want me - 기억뿐인 곳에서'
특히 전작들에서도 별로 재미보지 못 했던, 댄스풍의 곡을 굳이 넣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의 두 트랙 Silent Eyes와 outro인 Holy Cross Day
이 트랙들도 제목이나 분위기 모두 OST를 연상키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후반부의 흔들림을 생각하면 깔끔한 마무리라고나 할까?

5집까지 프로듀서였던 MGR이 빠지긴 했지만
그녀의 발라드에는 거의 바뀐 것이 없이 여전하다.
프로듀서가 누구라도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여가수에 오른 그녀에게 맞추어져 버릴 듯...

타이틀 곡을 '휠릴리'로 선택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좋은 곡이긴 하지만 그 치나친 화려함은
오히려 앨범을 시작하는 곡으로 어울릴 법하고
이곡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수영 특유의 꺾는 창법은
이젠 좀 구태의연하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는 3집의 '돌아오면' 이나 5집의 '다시', '모르지'같은
편안하면서 담백한 곡들이 없는 것도 좀 아쉬운 부분이다.

'The Color of My Life'
intro부터 꽃까지는 이어지는 전반부의 트랙들이
더하면 더할 수록 밝아지는 빛의 삼원색이었다면
그 뒤의 후반부에 속하는 트랙들은
더하면 더할 수록 어두워지는 색의 삼원색들이라고 할까?

빛의 삼원색들 위에 색의 삼원색들을 계속 칠하면
결국엔 '검정'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하지만 뒷부분의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별4개를 줄 수 밖에 없겠다.
정규앨범 한 장을 한 가수의 베스트 앨범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다니...
삐걱거리는 트랙들은 버리고 듣는 다고 해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조성모'마저도 별 재미 못보는 현 상황에서 이 정도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수는
이제 '이수영' 그녀 뿐인듯 하니까...

덧붙여 매 앨범마다 리팩키지(repackage), 일명 '리팩'으로
팬들의 뒤통수를 쳐 원성을 샀던
이가기획이 이번에도 건 수 하나 크게 냈다. 정말...
이제까지 참으며 이수영의 앨범을 사왔지만
이번 6집 사건은 좀 해도해도 너무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