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넘는 긴 침묵 끝에 발매된 두 장의 EP 'Submarine Sickness', 'Waveless'.

사실 제가 '푸른새벽'을 알게 된 때는 올해 1월입니다. 처음 '스무살'을 듣고 단번에 빠져들어 1집을 구입해 버렸지요. 그리고 올해 3월과 5월 홍대 클럽에서 있었던 세 번의 공연(파스텔 레이블 공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연 그리고 단독 공연)을 통해 신곡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신곡들을 통해 정말, 올해 발매된다는 새 앨범에 대한 기대는 언제터질 지 모르는 폭탄과 같았죠.

그리고 6월, 드디어 푸른새벽이 새 앨범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2집이 아닌 EP를, 그것도 한 장이 아닌 두 장으로, 합하면 앨범 한 장의 수록곡이 충분히 될 만한 수의 곡들을 선보였습니다. 더구나 멤버 dawny(한희정)씨의 말에 의하면 올 겨울 즈음에 나올 2집에는 아마도 EP와는 겹치는 곡이 없이, 전혀 다른 곡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하니, 팬들에게는 더 없이 기쁜 2005년이 될 듯합니다.

각각 6곡과 5곡이 수록된 두 EP는, 괜한 겉 멋으로 2CD로 발매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Submarine Sickness'는 1집에 비해 dawny씨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화려해졌다'고 할 만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면 'Waveless'는 기존 푸른새벽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시도와 연주가 주를 이루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Submarine Sickness의 1번, '호접지몽'은 그야말로 이번 EP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투명한 피아노와 '푸른새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타의 선율 위로 dawny씨의 매력적인 보컬이 흐르는 멋진 곡이죠. 지난 공연들에서 공개되어 상당히 귀에 익은 곡이기도 합니다. 파스텔 뮤직 홈페이지에서 미리 공개된 만큼,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겠죠.

2번 '친절한 나의 길'도 공연을 통해 귀에 익은 곡입니다. 흐름의 빠름과 느림이 교차되면서 적절한 완급 조절이 특징이네요. '쓰어따아따아'하는 의미를 모를 마지막 가사가 인정입니다.

3번 'calm do not plan' 낮잠을 자고 싶을 만큼 잔잔하게 흐르고, 이어지는 4번 '낯선 시간 속으로'는 역시 dawny씨 보컬의 매력이 두드러지며 뒤따르는 공허한 기타의 울림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5번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 6곡 중 가장 다정한 느낌의 곡이고 6번 'Last arpeggios'는 쓸쓸함이 가슴깊이 메아리 치는, 마지막 분위기가 나는 곡입니다.

Waveless의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1번 '서'는 1분이 조금 넘는 짧지만 전혀 색다른 분위기의 힘이 느껴지는 연주곡입니다. 현악기와 타악기의 강렬함이 가장 무도회를 생각나게 하네요.

2번 '별의 목소리 1'은 독특하면서도 푸른새벽다움도 느껴지는, sorro씨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8분이 넘는 곡입니다. '푸른새벽의 탈을 쓴 일렉트로니카'라고 할까요? 3번 '별의 목소리 2'에서 역시 sorro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푸른새벽다운 분위기의 쓸쓸함, 공허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sorro씨의 목소리라서 그것들이 한층 더 하네요.

4번 '피아노', 다시 dawny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가사가 바로 음이름인 2분이 안되는 짧은 곡입니다. 마지막 '빵'은 작년에 발매된 'Winter songs for nostalgia'라는 컴필레이션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1집의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곡입니다.

2장의 EP는 각각 푸른새벽의 진보와 변화 대변하고, 나아가서 겨울에 나올 2집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합니다. 2집에서는 이번 EP 수록곡들과는 다른 곡들이 실어진다는데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과연 어떤 곡들로 팬들을 즐겁게 하려는지!! 별점은 4.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