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BC를 통해 방영된 'PD수첩~'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오늘 아침 각 방송사들의 모습을 보니 씁쓸한 웃음이 나오더군요. MBC는 정말 '기사회생'한 표정이었고, KBS, SBS는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돌린 모습이란...

이번 '황우석 쇼크'는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촌극이 아닌가 합니다. 일부(혹은 다수) 이성을 잃은(혹은 이성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네티즌들은 '심심하던 차에 딱 걸렸네'라는 식으로 MBC 죽이기에 앞장섰고,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발표되자 마자 대부분의 언론은 평정심을 잃고 인기몰이식 띄우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정부도 황우석 교수를 등에 업고 지지도를 염두했는지 거액의 지원을 약속했구요.

특히 과학 기술계의 '성과'에만 주목하는 정부와 언론, 결국 이 촌극의 제작, 연출, 감독의 주역이 아닐까요? 만약 황우석 교수가 급한 마음에 연구 내용의 일부를 조작했다면,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요?

단기간의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도 없고 그에 따른 장기간의 연구비 지원을 할 의사도 없는 우리 정부가 몇 년, 몇 십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비 지원을 계속 했을까요? 과학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홀대하는 정부가 결국은 이런 상황으로 몰아간 원인은 아닐까요?

'PD수첩~'을 통해 보여진 KBS의 전문성 없는 과학기술계 기자의 어이 없는 한 마디, '세포 분열을 하면서 염색체가 변할 수 있다.'는 한국 언론, 특히 신중해야 할 '국영방송'의 무지(無知)를 드러낸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또 지금까지 많은 언론사들의 신중하지 못하고 객관성을 상실한 모습은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권위에의 호소 오류'의 실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폭로'가 참이냐 거짓이냐를 떠나, 정부는 적절한 투자 없이 성과만 바라온 그 동안의 과학기술에 대한 홀대를 반성할 때가 아닌가합니다.. 또 언론은 아무리 '터진 입'이라지만 가벼이 나불대지 말고 전문성을 갖춰야겠습니다.

사족으로, 이제 MBC는 살아나는 것일까요? 오히려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폭로한 원망만 더 사게 되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