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er Fresh M - stage 2 in 9월 25일 Platoon Kunsthalle

지난 7월 말에 있었던 맥주회사 'Miller'가 주최하는 'Miller Fresh M'의 'Stage 2'가 역시 지난 'Stage 1'과 마찬가지로 'Platoon Kunsthalle'에서 있었습니다. stage 1에 출전했던 8팀 중 선정된 4팀이 stage 2를 통해 2팀으로 추려지고 12월 말에 있을 마지막 stage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되게 됩니다. stage 1에서 살아 남은 네 팀은 바로 'Idiotape', 'Mindbusters', 'Beejay & Stereo', 그리고 'East Collective w/ VJ Doug'였습니다. 그리고 stage 1의 'DJ Krush'에 이은 스페셜 게스트로는 'Kap10Kurt'가 예정되었습니다.

지난 stage 1과는 다르게 입장시작 시간이 7시 30분이 되어도, 독특한 외형의 Platoon Kunsthalle 외부의 줄은 길지 않았습니다.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기에 입장이 상당히 지연되고, 공연도 늦게 시작하기에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았나봅니다. 무대는 지난번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원한 밀러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9시가 넘었고 입장도 거의 완료되어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팀 'Idiotape'은 오프닝답게 친근한 샘플링으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Blur'의 'Song 2'난 '산울림'의 노래 등, 흥을 돋우기에 완벽한 샘플링으로 시작부터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8팀에서 4팀으로 줄어든 만큼, 한 팀 당 배정된 공연 시간이 길어져서 거의 한 시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프닝이었고, 즐거운 샘플링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어서 'Mindbursters'는 stage 1에서 오프닝을 담당하여서 좋은 인상을 남긴 팀이었죠. 하지만 앞선 팀의 '친근함 전략' 때문인지, 이 팀의 사운드는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구요. 눈에 띄게 움직임이 줄어든 관객들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쉬는 타이밍이었다고 할까요.

세 번 째, 'Beejay & Stereo'는 지난번과 마찬가지 여성 보컬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성 보컬의 교태로운 목소리는 디제이들의 사운드와 융화되지 못했습니다. 보컬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짜증나게(annoying) 들릴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Ease Collective w/ VJ Doug'는 그나마 앞선 두 팀보다 관객들이 즐길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시 활발해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오프닝의 충격을 생각하면 역시 부족했습니다.

스페셜 게스트 'Kap10Kurt'의 공연은 새벽 1시가 가까워져서야 시작되었습니다. 뭔가 포스있는 모습이라기보다 그냥 평범한 '외국인 아저씨'같은 느낌의 외모에 조금 놀랬지만(사실 국내 DJ들이 실력이상의 '겉멋'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허명이 아니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오히려 평범한 사운드에서 관객들을 움직일 만한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바로 '고수의 내공'이 아닐까 하네요. 또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소리들, 'DJ B-boy(?)'같은 단순한 음성으로 즉석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그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했던 드러머의 연주는 심박수를 증가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DJing 전문 드러머라고 해야할까요? 시시각각 변하는 사운드에서 그에 알맞은 드러밍 들려주는 모습은 두 사람의 오랜 호흡이 전해지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stage 1보다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stage 2의 선정결과는 물론이고, stage 1과는 다르게 진행자도 사라지고, stage 1에서 느껴졌던 '준비된 모습'이 많인 느슨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각 팀 당 한 시간의 배정은 너무나 길었고, 그에 대한 준비도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최종 승자를 결정하기 위한 Last stage가 12월 말에 기다리고 있다니, 그때는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보도록 하죠.
2009/09/28 00:30 2009/09/28 00:30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2 : Supernatural in 9월 20일 상상마당

혼자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로 푸짐하게 꾸며졌던 'Mint Festa(민트페스타)'의 'Vol. 21 Drift'에 이어 두 달만에(원래 두 달마다) 이어진 'Vol. 22 Supernatural'에 다녀왔습니다. 21회가 '흐름'을 의미하는 'Drift'인 것처럼, 인디씬의 큰 흐름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보여주었다면, 22회의 'Supernatural'은 그 의미처럼 음악이 갖고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뜨거운 현장을 글로 풀어보죠.

더불어 '킹스턴 루디스카', '슈퍼키드', '한희정', '메이트',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2~3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이 아니고서는 쉽게 조합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라인업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섯팀이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팀들이기에 그렇고, 장르의 특성상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킹스턴 루디스카' 정도를 제외하면, 현역 인디 밴드들 가운데 홍대 인디씬에서 출발하여 공중파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는 인디씬과 메이저의 경계선에 있는 팀들이 포진해있기에 더욱 'Supernatural'했습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차라리 '초자연적'이라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이라고 생각될 라인업이기도 하구요.

먼저 등장한 분위기메이커는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였습니다. 여자 아홉 명이 모이면 모두 '소녀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듯, 무대로 등장한 아홉 명의 남자는 '청년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독특한 구성의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기본 밴드 구성에 퍼커션과 4인조 브라스가 더해진 '브라스 스카 밴드'가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입니다. '스카'하면 참 낯선 장르인데, 저에게는 '스카 펑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인지도가 있는 밴드 'No Doubt'이 초기에 추구했던 장르가 바로 '스카 펑크'이고, 이 밴드의 최고 인기 앨범 'Tragic Kingdom'에 실리지 못한 곡들을 모아 발매한 앨범 'Beacon Street Collection'에서 이 밴드의 초기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죠.

드럼 외에 별도의 퍼커션 및 4인조 브라스가 함께하는 밴드답게, 시작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습니다. 섹소폰, 트럼펫, 트럼본이 뿜어내는 소리는 복고적이면서도 흥을 돋구는 마력이 숨어있는듯 합니다. 또 퍼커션과 무대를 오가며 노래부르고 추임새를 넣는 멤버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스카와 레게,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장르답게 삶에 대한 애환이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 담겨있는 희망처럼 흥겨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죠. 그런 점에서 어르신들의 애환을 구구절절 풀어내는 트로트와 비슷한 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뽕끼'도 느껴졌습니다. 9명이라는 상당한 수의 멤버가 올라서기에는, 지금까지 상당히 넓어보였던 상상마당의 무대가 너무 비좁아 보였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음 주자는 바로 '슈퍼키드(Super Kidd)'였습니다. 홍대 인디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사운드홀릭'에서 '허니첵스'라는 밴드로 출발해서 '슈퍼키드'로 개명 후에 '쇼서바이벌'을 통해 공중파를 타면서 유명세를 얻은 이 밴드의 무대는 엄청났습니다. 앞선 '킹스턴 루디스카'가 잘 덥혀놓은 장작에 기름을 붇고 불을 지폈다고 할까요? '허니첵스'시절부터 이름은 오래 들어왔지만, 이 밴드를 TV가 아닌 무대에서, 다른 뮤지션의 곡이 아닌 자신들의 곡으로 하는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명불허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인조 밴드로서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구성에 특이하게 '보컬 및 랩퍼 및 댄서'를 담당하는 2인을 내세운 이 밴드는 그야말로 무대를 위해 준비된 화약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준비된 화약고인 관객들을 향해 불을 지피고 뛰어들었죠. 이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확성기를 들고 코믹 캐릭터같은 '허첵'과 훤칠한 외모이지만 멘트가 웃긴 '파마자징고'는 보컬과 랩, 댄스를 난사하며 종횡무진 무대를 흔들었고 개성만점의 '좌니킴', '헤비포터', '슈카카'는 탄탄한 연주와 코러스를 두 사람을 지원사격했습니다.(좌니킴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사진이랑 매치가 되지 않던데 체중을 20kg이나 줄였다네요.) 관객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손을 높이들고 흔들고 박수치고 뛰는, 그야말로 눈과 귀과 몸으로 즐기는 공연이었죠.

세 번째는 '한희정'이라 쓰고 '여신'이라고 읽히는 그녀, '한희정'이었습니다. 후끈 달아올란던 관객들이 조금 쉬어가라는 배려의 순서였을까요? 첫 곡은 아마도 그녀를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한 선곡이었는지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슈퍼키드'가 지펴놓은 열기에 그녀도 감염되어 2배 가까이 빠른, 제목처럼 신나는 노래가 되었죠. 가사는 사실 그렇게 신나는 곡이 아니지만요. 최근 이별한 사람들과 혹은 계속 혼자였던 사람들을 위한 곡 '레브레터'는 밴드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 연타로, 싱얼롱의 시작이었죠.

앞선 밴드들의 영향인지,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시작부터 멘트 중에 슈퍼키드의 댄스를 따라했던 그녀는 많은 웃음과 더불어 예민한 관객이라면 알아챘을 실수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러브레터에도 옥의 티가 있었지요. 다행히 비교적 밝은 분위기인 '솜사탕 손에 핀 아이'와 그야말로 시원한 '휴가가 필요해'는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의 비하인드 스토리, 절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무대였죠. 조만간 있는 대구 단독 공연에서도 이런 컨셉이려나요? 마지막 곡은 상쾌한 아침공기 같은 '산책'이었습니다.

이어 3인조 남성 밴드 '메이트(Mate)'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바로 이 밴드를 보고 위해 온 여심들이 상당히 많았나봅니다. '여성 우호감 남성 비호감, 미녀 강추 미남 비추'로 음악을 듣고 있지만, 여심을 뒤흔들만 하더군요. 특히 드러머의 외모가 출중했는데, 프로필을 찾아보니 모델이기도 하더군요. 보컬 겸 기타리스트는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밴드에서 본 적이 있을 법했는데, 역시 프로필을 찾아보니 밴드 '브레멘'의 멤버이기도 했더군요. 그리고 기타와 키보드 두 사람은 바로 '제 14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각각 수상한 경력도 있구요. 한마디로 상당히 특이한 멤버 구성의 밴드로, '중고 신인'이라도고 할  수 있을 밴드였습니다.

이 밴드의 모습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남성 밴드인 '노리플라이'가 떠올랐습니다. 두 밴드 모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남성밴드이지만 들려주는 음악에서는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노리플라이가 90년대 가요처럼 시적인 화법으로 노래한다면, 메이트는 2000년대 가요처럼 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노리플라이가 작가주의 인디영화같은 느낌이라면, 메이트는 웰메이드 상업영화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락발라드풍의 곡들이라 제목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리워', '난 너를 사랑해', 'Come back to me'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은 '인디씬의 슈퍼스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습니다. '6인조 슈퍼 힙합 밴드'라고 소개했지만 처음에는 두 명이 빠진 네 명만 등장했습니다. 빠진 두 명은 바로 이 밴드의 방점을 찍어주는 '미미 시스터즈'였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공약을 비꼬는듯한 곡 '아무 것도 없잖어'는 정말 힙합 밴드의 곡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세박자라 신나는 곡 '오늘도 무사히'에서는 한국형 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미미 시스터즈'는 등장했고 특유의 율동과 코러스로 '나를 받아주오' 무대는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운 빠지는 곡 '정말 없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서 더욱 좋았습니다.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겠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는 '슈퍼키드'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달리는 곡과 쉬어가는 곡을 적절히 배치하여 완급을 조절하였지만, 자칭 '싸구려 밴드'의 기질은 마지막 곡부터 핵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특유의 춤과 함께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별일 없이 산다'를 를 마쳤지만 관객들은 당연히 앵콜은 외쳤고, 싸구려 기질은 무대를 내려갈 여유도 없이 밴드를 돌려세웠습니다. 앵콜로는 초히트곡 '싸구려 커피'와 '기상 시간은 정해져있다'를 들려주었습니다. 프런트 맨 장기하는 스스로 불꽃이 되어 무대를 뛰었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안경은 바닥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도 아닌, 더구나 실내 공연에서 관객을 향해 다이빙하는, 깜짝 놀랄 상황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공연은 뜨거웠고, 밴드와 관객은 끈끈했습니다.

세 시간이 너는 공연이었지만, 적절한 완급 조절과 뜨거운 분위기로 공연 중에는 다리가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나가기 위해 딛는 발걸음에서 그 고통들이 몰려왔지만요. 현재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뜨겁다고 할 만한 팀들 가운데,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팀들을 고의적으로 골라 모아 놓은 것만 같았던, '민트 페스타 Vol. 22'는 그야말로 관객들에게 Supernatural한 힘과 마음을 갖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민트 페스타도 기대해 보아요!
2009/09/21 23:01 2009/09/21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