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THEY : acoustic session in 8월 29일 상상마당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동안 '상상마당'에서는 '마스터플랜'과 '해피로봇'의 소속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MPMG Live THEY 2009'가 열렸습니다. 29일과 30일 각각 다른 컨셉으로 공연을 펼쳐졌는데, 29일에 있었던 'acoustic session'에 다녀왔습니다. (30일은 electric session이었습니다.)

첫 무대는 바로 '이지형'이었습니다. 이날 예정되어있던 뮤지션들 중 연륜도 있어, 가장 먼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었는데, 등장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하기라도 했나봅니다. 사실 여성 보컬을 매우 선호하는 제 취향때문에 이지형의 노래는 거의 듣지 않는데, 이날은 '빰빰빰', 'No body likes me', '산책'같이 편안한 느낌의 곡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끼는 후배 '나루'의 기타 연주와 함께 'Beatles Cream Soup'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으로 너무 튀는 적절한 선곡이었죠.

이어 남성 3인조 '세렝게티'가 등장했습니다. 대자연이 살아숨쉬는 세렝게티 초원같은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는 밴드 이름과 남성 3인조이기에 때문에 상당히 진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조금 어색하면서도 걸출한 입담을 보유한 재밌는 밴드였습니다. 앞서 등장한, 외모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선배 '이지형'과 '변해가네'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별이 되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남성 보컬임에도 상당한 감수성의 인상적인 곡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는 한 부족의 전사들이 동료를 하늘로 떠나보내며 초원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어 밴드가 해체될 뻔한 사연이 담긴, '너는 너의 길을 가'는 꽁트같은 연출이 재밌었습니다. 이어 멤버에 대한 충고가 담긴 '위가 없어'를 커버곡 'Street life'와 이 밴드의 다른 곡 'Afro Afro'가 이어지는 메들리로 들려주었습니다. '코끼리'를 마지막으로 세렝게티의 순서는 끝났습니다.

세 번째로는 '나루'가 '노리플라이'의 보컬 '권순관'을 베이시스트로 대동하고 등장했습니다. '우주인'을 비롯하여 '잠', 'Mr. Right', '좋은 날'을 들려주었는데, 첫 곡 '우주인'을 제외하면 다른 곡들은 너무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상당히 뛰어난 능력 때문에 같은 소속사 형, 누나의 이쁨을 받고 있다는데,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금 준비 중이라는 2집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네 번째로는 최근에 해피로봇의 식구가 된 '티어라이너'가 등장했습니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유명한 '바다여행'을 시작으로 '추억으로', 'Novaless'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멘트는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좋은 취지로 여러 뮤지션들이 모인 공연에서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멘트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겠습니다. 마지막 곡 '너를 보며'는 이지형이 다시 등장하여 함께했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이번 공연의 홍일점인 '오지은'이었습니다. '화', '잊었지 뭐야',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같이 어쿠스틱에 어울릴 만한 선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또 이지형과 마찬가지로 오지은도 격하게 아끼는 나루가 등장하여 도와주었죠. 그녀의 네 번째 곡은 '노리플라이'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곡 '뒤돌아보다'였고, 세션에는 키보드에 권순관, 어쿠스틱 기타에 정욱재로 바로 원곡을 부른 노리플라이의 두 멤버가 등장하여 진정한 조인트 공연다운 모습을 들려주었습니다. 오지은의 보컬, 노리플라이의 연주 모두 너무 좋았던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모습이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로 듣는 '뒤돌아보다'는 더욱 애절한 느낌으로, 앞으로 노리플라이가 여성보컬을 객원멤버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지은과 한다면 '오지은 + 노리플라이', 바로 '오지플라이'라고 부르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곡은 역시 어쿠스틱으로 들어야하는 '익숙한 새벽 3시'였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바로 해피로봇의 떠오르는 신예 '노리플라이'였습니다. 원래는 마지막 순서가 아닌데, 공장장님의 콘서트에 공연을 한 후, 퀵서비스로 홍대까지 날아왔다고 합니다. 무서운 질주 때문에 권순관은 막말(?)도 하고 실수도 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여기 저기서 도움을 주는 나루는 이번에는 베이스 세견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밴드가 첫 곡으로 애용하는 '끝나지 않은 노래'를 역시 첫 번째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그대 걷던 길'과 '고백하는 날', 어쿠스틱 세션에 어울리는 두 곡이 이어졌죠. 이어 오지은이 다시 무대로 등장했고 당연히 '오래전 그 멜로디'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오지은의 무대와는 반대로, 오지은의 노래를 노리플라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강렬한 '시야'였습니다.

마지막 곡이 끝났지만 스크린은 내려가지 않았고, 이날 공연한 조금 지나서 모든 뮤지션들이 등장했습니다. 다시 한 번 소개가 있었고, 모두 함께하는 곡들을 들려주었죠. 바로 해피로봇에서 발매한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인 '소리벽'과 'Hello'였습니다. 소리벽은 원래 이지형과 오지은은 듀엣 곡이고, Hello는 '요조'와 세렝게티가 불렀는데, 이날은 오지은과 세렝게티의 리더 '유정균'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MPMG Live THEY 2009'는 '마스터플랜과 해피로봇의 오늘'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민트 페스타'와는 다르게 좌석제로 진행되어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죠. 하지만 이틀간 진행하기에는 소속 뮤지션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오지은, 노리플라이, 세렝게티, 이지형은 이틀 모두 공연할 예정이었지요. '민트 페스타' 시리즈와 'GMF(Grand Mint Festival)'처럼 상당히 큰 규모의 공연들을 진행하고,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들을 발표하면서 상당한 기획력을 보여주지만, 정착 소속 뮤지션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인디씬의 대표 레이블이 되기에는 자격미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공연이 열린다면, 뛰어난 신예들을 많이 발굴해서 이틀 동안 전혀 다른 라인업으로 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09/09/13 17:39 2009/09/13 17:39

스테프니 메이어 - 트와일라잇 (Twilight)

이미 영화화 되었고 후속편들도 개봉 예정인 영화 '트와일라잇'의 원작 소설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을 읽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고, 뱀파이어 소설이라니 기대가 되었다고 할까? 헐리우드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와 '언더월드' 시리즈, '반 헬싱'까지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고, 우리나라의 장르소설 '월야환담' 시리즈 때문에 미국 뱀파이어물은 어떨지 궁금했다.

아쉽게도 기본적인 플롯은 딱 하이틴 소설처럼 '두 남녀가 만나 첫눈에 반하다'이다. 정말 유치할 수도 있는 사랑이야기라고 할까? 하지만 그 유치한 사랑이야기에 남자가 뱀파이어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변형이된다. 더 무서운 점은 남자주인공이자 뱀파이어인 '에드워드'가 아니라 여자주인공이자 인간인 '벨라'때문이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의 인간의 피에 대한 갈망을 뛰어넘는, 인간 벨라의 뱀파이어의 존재에 대한 빠른 이해와 더불어 뱀파이어 피에 대한 갈망은 대단하다. 거의 불노불사에 근접한 뱀파이어가 되기를 원하는 욕망은 인간 본원의, 신이 되기를 원하는 위험한 갈망에 닿아있다고 할까? 바로 이 점이 일반 하이틴 로맨스와 차별화되는 '트와일라잇'의 특징이다.

뱀파이어물이지만 로맨스에 치중하다보니, 액션은 정말 빈약하다. 유혈낭자한 액션의 '월야환담' 시리즈와는 비교가 불가능. 하지만 상당히 읽기 편안한 문체는 나쁘지 않다. 예지능력을 가진 '앨리스'가 본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뱀파이어들은 또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지, 작가는 후속편을 위해 떡밥을 뿌린다.

소설을 읽다가, 소설 속에서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묘사되는 에드워드와 그의 가족들의 실사판(?)이 궁금해서 영화의 캐스팅을 봤는데, 그나마 준수한 에드워드를 빼면 다들 아쉬웠다. 소설의 묘사처럼 더 매력적인 인물들이었으면 했지만, 아마 양키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과 우리의 시각이 다르니 그런 캐스팅이 나왔겠지. 아, 그리고 제작비도 빼놓을 수 없겠지.
2009/09/10 02:21 2009/09/1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