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Begin Again) - 2014. 9. 28.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가? 아니면 좋은 음악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가? 따로 팔았다면 둘 다 망했을 확률을 큰 영화와 음악이 만나 상승효과를 보여준 음악영화로, 영화 자체를 아주 긴 '뮤직 비디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음반 프로듀서(기획자/제작자)와 뮤지션의 만남으로 풀어나가는 영화는 '영화적/음악적 완성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보았다. 약 10년 전, 음악 자체는 그다지 큰 소질이 없었지만 음악 감상을 좋아했던 나는 주말마다 홍대 근처 인디밴드들이 공연하는 클럽들을 꽤 많이 돌아다녔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밴드나 뮤지션도 생기고, 그러면서 그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들이 공연하는 클럽이나 레이블에 대한 상황들도 조금씩은 알게 되어갔다. 그리고 내가 좋아는 밴드들이 작은 클럽 공연을 시작으로 점점 유명해지면서 음반을 발표하고 전국구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밴드를 발굴하는 일도 참 재밌고 보람차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재능을 발굴하는 영화 속 (과거에 잘 나가던) 프로듀서 '다니엘(마크 러팔로)'의 모습은 자꾸 그 시절을 떠올렸다.

영화 포스터만 보면 프로듀서 댄과 뮤지션의 여친에서 진정한 뮤지션이 되려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러브 스토리(물론 3류)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상실'에 빠진 뮤지션과 프로듀서가 만나서 각자의 상실을 극복해 가는 훈훈한 (가족용 영화같은) 이야기니 오해는 없도록 하자.

키이라 나이틀리의 가창력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을 고려해도 아쉽다. 그녀의 미모가 아니었으면 프로듀서에게 발굴되었을 지는 역시 의문이다. 그렇다고 곡이 꽤 좋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하짐나 키이라 나이틀리와 무난한 곡이 만나서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영화의 '스토리'라는 살이 붙어서 이 음악영화를 완성한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친구나 연인과 즐길 만한 영화는 분명하다. 당연히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 좋겠다. 별점은 3.5개.
2014/11/05 19:19 2014/11/05 19:19

스마트한 세상의 시간 도둑

엉뚱한 상상 하나.

지금은 디지털 시대.

네트워크로 세상이 연결되면서, 기존에 컴퓨터 OS정도만  '시간 서버'와 연동되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 기기들까지 확장되었다.

바야흐로 시침과 분침이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 속 '아날로그 시간'이 아닌 '스마트 시간' 속에 살고 있다고 할 있겠다.

만약 그 시간 서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서버의 조절자가 어느 기업의 사장이나 경영자라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업무 시간에는 시간 서버를 슬쩍 느리게 만들어서 실제 시간보다 한 시간 더 일하게 만들고,

저녁 6시 퇴근 후부터 오전 9시 출근 전까지 나머지 시간에는 시간 서버를 슬쩍 빠르게 만들어서,

업무 시간에 빼먹은 한 시간을 보충한다면 어떨까?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진 우리가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까?

지구는 둥그니까 각자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기에 현실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는 하지만.

평소 잘 맞던 아날로그 시계가 자꾸 시간이 틀린다면,

의심해볼 만도 하지 않을까?
2014/10/20 13:49 2014/10/20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