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마법

언어(言語)란 참으로 불완전하다. 특히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더욱 그렇다. 일상에 쏟아내는 무수한 말들, 그런 말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상황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무관심하고 거짓되고 상처가 되는 말들이 많을까? 남의 말보다 내 자신의 말을 못 믿기에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불완전한 언어를 경계하지만, 우습게도 말을 듣는 것은 몇 시간이라도 할 자신이 있다. 물론 따분한 강의나 설명은 아니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을.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소박함 꿈이기도 하다.

역시 언어란 참 불완전하다. 그런데 그런 점이 언어의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칭찬 한 마디가 곰을 구르게 한다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랫말에 대한 이야기다.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는 노랫말, 가사(歌辭)는 노래가 표현하는 '감정의 흐름' 중 한 면을 잘라내어 펼쳐놓은 것이라고 할까? 그 단면을 불완전한 언어로 표현하기에 가사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듣는이의 상상이 발휘될 수있다.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경험들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한 상상력으로 가사는 듣는이의 마음 속에서 한 단면이 아닌 '완전한 흐름'으로 되 살아난다. '언어의 불완전함', 그 빈틈이 듣는이로 하려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좀 다른 샛길로 빠져서, 노래를 이루는 가사 뿐만 아니라 선율 혹은 멜로디도, '흐름의 재구성'의 한 재료가 될 것이다. 가사가 '흐름의 한 단면'이라면 선율은 그 '흐름의 뼈대'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수 많은 단면 중 '가장 중요한 단면(가사)'와 '전체적인 뼈대(선율)'로 노래의 재구성은 이루어진다.

물론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에 따라 재구성되는 그 흐름은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다 엄선된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진 가사일수록 노래를 만든 사람이 전하려는 흐름과 듣는이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되는 흐름이 많이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런 가사가 더 좋은 가사들 중 하나가 아닐까?

딴 이야기가 좀 길었다. 비단 노래 뿐만 아니고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언어의 불완전함', 그래서 언어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많이 듣고 싶다. 그리고 좀 욕심부려서, 좋은 글들을 쓰고 싶다. 나아가, '불완전함의 재구성', 더 멋진 나만의 재구성을 위해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 더 아름답게 상상하고 싶다.
2006/12/31 23:27 2006/12/31 23:27

바다의 끝에서

두 사람이 있었다.


"와, 바다야! 정말 오랜만이야!"

"응. 나도 정말 오랜만이네. 겨울바다는"

"와아~"

"신발 조심하라구."

"벌써 조금 젖었어."

"어떤 사람은 여기를 '바다의 끝'이라고 했어."

"바다의 끝?"

"응. 아마 바다의 입장에서는 육지와 만나는 이곳이 끝이겠지."






"난, 언제나 타오르던 사랑이 결국 차갑게 식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만 해왔어."

"그럼, 사랑이 타오르게 하지마."

"타오르지 않게?"

"그런 차가운 사랑도 있지 않을까?"

"차가운 사랑이라. 어떤 걸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타오르게 할 연료가 바닥나면... 그땐 죽는 거야."

"죽는 건, 너무 과격하잖아."

"그게 진짜였다면. 그렇다면 해볼 만 하지 않겠어?"

"그럴까?"





"있잖아."

"응? 잘 안들려!"

"있잖아, 내 '끝'이 되어줘. 날아가지 않을게."

"끝이란 없어. 단지 시작만이 있는거야!"

"시작만? 응."

"날아가든 날아가지 않은 상관없어. 그게 운명이라면."

"응. 운명이라면."

"넌, 나에겐 모든 시작인 걸!"

"응. 나에게 너도."

"(널 만나서 너무 기쁘고 널 알아서 너무 슬퍼.)"

"뭐라고? 잘 안들려."

"아니야."

"그럼 우린 바다의 끝에서 시작인 거네!"

"응. 바다의 끝에서."

당신을 만나서 가장 기뻤고 당신을 알아서 가장 슬펐습니다.
2006/12/30 12:15 2006/12/30 12:15